새 교육과정 4학년 1학기 사회 중 한 단원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단원이다. 역사라고 해서 통사는 아니고 문화유산과 인물 중심이다. 지역이라면 우리 학교는 서울.... 그래서 서울에 대한 책을 찾아 읽는다. 먼저 선택한 책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시리즈’ 중 한 권인 『어울리는 곳간, 서울』이다. 이 시리즈는 동화작가 황선미 님이 쓰셔서 그 필력과 가독성은 보장될 것 같다. 이 책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야기가 흘러가며 서울 곳곳의 과거와 현재가 소개된다. 주인공 미래네 집은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명인당이다. 명인당은 한복장인인 어머니의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이기도 하고 서울을 관광하는 이들에게 방을 내어주는 숙박시설로도 사용된다. 북촌의 많은 집들이 이렇게 서울의 문화를 품고 있다. 1부의 내용은 이같이 서울 중심가의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2부에서는 미래가 친구를 데리고 텃밭에 가면서 도심속의 자연을 소개한다. 서울의 산과 강, 도심 농사와 양봉 등을 보여준다. 사실 서울은 자연에 가까운 곳이다. 우리 집만 해도 15분이면 산 입구에 도착하고, 어느 학교든 교가에 각종 산 이름이 들어가니...^^;;; 도심 농사는 기분 좋은 이야기였다. 나는 못하지만,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3부에서 서울의 역사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이 나온다. 한양도성과 궁궐들, 도읍지로서의 역사, 서울의 발전 등에 대한 내용이 간략히 소개된다. 언젠가 스쳐가며 ‘딜쿠샤’라는 말을 듣고 뭔가 했는데 여기에서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4부에서는 한옥마을 축제를 통해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볼 수 있다. 서울의 시장들 이야기도 살짝 나온다. 광장시장에서 먹었던 빈대떡의 기억이 떠오르는...^^ 이런 축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전통의 계승 이런거에도 솔직히 별 관심이 없는데, 축제를 한 번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책의 뒤에는 큼직한 서울 그림지도가 붙어있다. 가보면 좋을 곳들이 한눈에 보이는 그림지도. 아, 바쁘긴 하고 방콕이 삶의 낙인 나는, 이곳들을 언제 가본담?^^
이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학급문고나 도서실에 구입해 놓는 것은 당연히 하겠는데, 함께 읽는 책으로 적당할지가 지금의 고민이다. 동화의 형식을 가졌다고는 하나 내용상 비문학적 요소가 많고, 그 내용이 아이들의 관심사는 그다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썩 재미있게 읽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사정이 이 책이 가치를 낮추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나의 목적에 맞춤한 책은 아닌 듯하지만, 서울에 대한 매우 새롭고 매력적인 책이다. 기획을 참 잘한 것 같고, 작가의 취재와 공부도 상당했을 것 같다.
또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간 점은 동화작가의 장점이 발휘된 부분일 것이다. 명인당의 가족들, 숙박한 외국인들(그중엔 미국인 샐리 아줌마와 그의 딸이며 미래의 친구인 제인, 할아버지의 전우이자 6.25 참전병사의 손자 조셉 등도 나온다), 그 외 미래의 친구들과 친척들 그리고 북촌의 다양한 장인들.... 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한다.
독서시간 활용 이런 필요와 속셈(?)을 다 떠나서 내가 읽기로는 참 좋은 책이었다. 첫장에 자세히 소개된 북촌과 서촌에 대한 내용은 ‘서울 기행부터 해야겠는걸.’ 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진짜로 난 서울 토박이면서도 서울의 곳곳을 거의 모른다. 이 책을 보니 따뜻하고 날 좋은 봄에 당장 북촌부터 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