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도둑 - 고학년문고 3023 베틀북 리딩클럽 2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홍연미 옮김 / 베틀북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 도둑 / 윌리엄 스타이그 / 베틀북 >

요즘 건방진 도도군, 삐삐 롱스타킹 등 오래 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10년도 더 전에 읽었던 것 같다. '확정!' 그때 아마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후 내가 관여하는 학교 권장도서 목록에선 빠진 적이 없었다.(그것도 4학년 목록으로^^)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느낌이 또 새롭다.

그땐 무심코 넘겼던 책의 마지막 문장에 주목한다.
"세상 그 어느 것도 완벽할 순 없으니까."
정말 훌륭한 사람에게서도, 좋은 관계에서도 우리는 실망할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우리는 회복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상처받은 영대' 처럼 구겨진 금은 마음에 자국을 남기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자국 남은 마음은 매끈 맨질맨질한 마음보다 훨씬 두텁고 성숙한 마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늘 그런 건 아니다.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이 책 속에.

윌리엄 스타이그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짧은 동화로 인간사의 폐부를 찌르는 통찰을 보여준다. 초반에 아이들을 지배할 감정은 거위 가윈의 '억울함'이다. 나는 결백한데 증명할 방법은 없고, 모든 정황이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미치고 팔딱 뛸 억울함!
다음은 '분노와 슬픔'이다. 믿었던 이들까지 가윈을 외면하고 가장 사랑했던 왕은 죽어도 잊을 수 없을 듯한 상처의 말로 비수를 꽂았다.

다음은 진짜 도둑 생쥐 데릭의 '양심의 고통'이다. 자신의 생각없고 어리석었던 행동 때문에 죄인이 된 거윈을 보면서도 용기있게 나서지 못했다는 죄책감.... 모두를 불행에 빠뜨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마음의 괴로움.

그리고 왕과 친구들의 '후회와 미안함'이 있었다. 결백한 가윈을 범인으로 단정짓고 분노와 절망과 배신감 속에 떠나게 만들었던 일에 대하여.

결자해지라고, 생쥐 데릭은 떠나간 가윈을 찾아 헤매다 결국 만나게 되고, 긴 대화 이후 가윈은 성으로 돌아온다. 큰 환영과 눈물의 사죄, 용서가 거기에 있었다.
"가윈은 다시 친구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잘 알았으므로 이번에 그들을 향한 사랑은 한층 현명한 것이었다."
현명한 사랑. 되새겨볼 말이다.

"좋은 환경에서도 이런저런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듯 왕국에는 다시 한 번 행복이 찾아왔다."
큰 일을 겪었지만 이렇게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작은 일로 영영 어긋나버리는 상황도 있고, 때로는 용서받을 기회를 걷어차 버려서 영영 깽판을 치기도 한다.

실수는 배움의 기회고 우리는 실수를 통하여 성장하지만, 끝까지 깽판을 친다면 구원의 기회를 놓친다. 이 엄중한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돌려읽기로 완독한 후 이야기를 나눌까, 짧으니 내가 읽어주며 중간중간 끊고 이야기를 나눌까? 어떤 쪽이든 간에 10여년전 했던 말을 똑같이 해야겠다.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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