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훅! 창비아동문고 295
진형민 지음, 최민호 그림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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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질이란 남보기에 어떠한가? 내로남불이란 말도 있는데 남보기에도 아름다운 연애질이란 건 과연 있는가? 아니 뭐 연애질이 꼭 남보기에도 아름다워야 하나?

이왕이면 그랬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하는 모양이다. 초등 고학년을 담임하며 비교적 연애에 목매달지 않는 아이들과 지낼 때 학급운영이 즐거웠다. 그런 아이들 특징은 어리거나(아직 눈이 안떠짐ㅋ) 쿨하다.(좋으면 좋지만 아님 말고) 그 아이들과는 별다른 생활문제 없이 수업과 학급의 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 반면에 연애에 목매다는 아이들이 대다수면 정말 힘들었다. 일단 짜릿함에 눈 뜬 아이들은 학교가 너무 시시하고 지루하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소유욕을 가져오고 여러 비틀린 관계를 만들어 상처를 주고받는다. 파탄도 요란하게 내며 그 잔재를 치우는 일도 상당히 고약하다. 누구나 경험에 근거한 느낌을 갖는 법이라 난 초딩 연애질에 부정적이다.ㅎㅎ

그런데 이 책, 제목도 '사랑이 훅!' 뭔가 무척 심란한 얘기는 아닐까 싶었는데 참 예뻤다. 그래 이정도면 아름다운 연애질이라 이름해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이런 책들을 발견할 때마다 꼭꼭 적어두고 <초딩 연애 도서들 >이란 목록을 만들었는데, 그 아이들의 사랑이 모두 대견하고 미더웠지만 이 아이들의 사랑도 그에 못지않게 예뻤다. 그렇다. 사랑이라고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나는 감히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 아름다워야 사랑이라 말하는게 나을까. 어떤 것은 사랑이라 이름붙인 욕심이나 폭력,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박담, 신지은, 엄선정이라는 3명의 여학생 친구들이 나온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성격도 모두 다르지만 멋지게 우정을 나눈다. 연애질은 우등생 공부벌레 엄선정이 먼저 시작했다. 그것도 그반에 가장 공부 못하는(대신 운동은 잘함) 이종수랑. 엄선정은 평강공주의 심정으로 이종수의 성적을 올려주려고 밤새 맞춤 문제집을 만드는 등 노력을 쏟아붓지만 이종수는 별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그리 달가워하지도 않는다. 어느날 "이제 너 그만 만나고 싶어." 라는 종수의 통고와 함께 그들의 연애질에 종말이 찾아온다. "너는 뭘 했는데?!!" 라는 엄선정의 원망에 이종수는 대답했다. "그렇게 물어보면 할 말은 없는데.... 나는 널 그냥 좋아했어. 근데 넌 나한테 계속 화냈잖아."
상처받았겠지만 똑똑한 엄선정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금방 깨달은 것 같다. 그들은 원래의 아무것도 아닌 사이로 돌아갔고 헤어졌단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지만 일언반구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엄선정이 먼저 찼을거란 아이들의 예측에 대해 입을 다문 이종수는 멋있다. 내가 본 애들은 그렇지 않았거든. 헤어지고는 더욱 찌질한....ㅠ 당연히 헤어질 수 있으며 헤어져도 괜찮다. 대신 멋져야 한다.

나머지 두 친구 박담과 신지은은 소위 삼각관계에 빠졌다. 박담의 소꿉친구 김호태를 신지은이 남몰래 사랑하게 된 것이다. 털털하고 눈치없는 박담은 그걸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심지어 신지은이 자기 오빠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기까지 한다. 게다가 소꿉친구 사이는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는 요술봉의 터치에 의해 '사귀는 사이'로 바뀌고 만다. 오랜 세월 지켜본 이해에 근거한 사랑은 더 안정되고 단단하다. 그걸 지켜보는 신지은의 마음은 찢어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난 울었어~ 내 사랑과 우정을 모두 버려야했기에~ 라고 건모 오라버니는 노래했지만 이 어린 친구들은 둘 다 지켜냈다. 멋진 사람에게 멋진 사랑이, 건강한 사람에게 건강한 사랑이 찾아온다. 그러니 아이들아. 먼저 멋지고 건강한 사람이 돼라. 사랑의 상처와 아픔까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픔 뒤의 성장과 아픔 뒤의 찌질함은 너희의 선택이란다.

다시 고학년을 맡으면 테마독서로 앞에 말한 <초딩 연애 도서> 목록을 활용해 볼까보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인기 예감이다. 제목처럼 훅! 들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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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뿜는 용 -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6 대만 타이베이공립도서관 최고의책 선정 바람그림책 63
라이마 지음, 김금령 옮김 / 천개의바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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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카타르시스인가?^^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는 버럭이라는 용이 있었다. 모기 앵앵이에게 물려 화가 난 버럭이는 분을 참지 못해,
1. 버럭 소리를 질렀다.
2. 입에서 불이 뿜어 나왔다.
3. 불 뿜는 용이 되어 버렸다.

불 뿜는 용이 된 버럭이는 너무 힘들었다. 주변이 다 불타고,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타버리고(미다스의 손도 아닌 것이), 친구들까지 다치게 했다. 결국 아무도 버럭이 곁에 오지 않게 됐다. 심지어 "물 속에 담그면 될까?" 하고 풀에 들어갔는데 물이 펄펄 끓어 모두들 물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땅속에 얼굴을 묻으면 땅 속이 뜨거워지고. 소화기로 꺼도 안되고. 도대체 어째야 할까?

절망한 버럭이는 울기 시작했다.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그랬더니, 드디어 불이 꺼졌다. 풀장의 물로도, 소화기로도 꺼지지 않던 불이 눈물과 콧물에 꺼진 것이다. 안도감에 버럭이는 눈물을 매단 채 환하게 웃고, 친구들도 함께 기뻐한다.

눈물과 웃음이 가져온 감정의 정화. 이것을 카타르시스라 부를 것이다. 그렇구나.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도 감정의 정화 과정을 거쳐야 미련없이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이 책에선 눈물이었지만 반드시 눈물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러나오는'과 '의도하지 않은(?)' 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우는 아이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땡깡이라고 부른다. 그 울음은 몹시 피곤하다. 분노와 별 차이 없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우러나오는 눈물은 부정적 감정을 깨끗이 씻어주고 비록 꼬질꼬질한 얼굴과 쑥스러움을 남기더라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부모나 교사는 이런 버럭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 주변을 태워 쑥대밭으로 만들고, 친구들을 다치게 하고, 그래서 아무도 친구하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더 심술을 부리는 버럭이들. 버럭이의 불길로부터 다른 아이들을 보호하며 동시에 버럭이를 다독이려면 도를 닦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특히 버럭이들에게는 저런 감정의 정화 과정이 참 중요하겠다. 그런데 어떻게?

원래 그림책은 답을 잘 안 준다. 오히려 숙제를 주지.ㅎㅎ 대신 아이들은 그림책의 메시지를 거부하지 않는다. 분노의 화력과 그로 인해 기피 인물이 되어가는 버럭이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될 것이다. 우리반 버럭이에게 읽어주면 이 책의 버럭이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까? 오늘 체육관에서 경기에 졌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땡깡부리는 녀석을 가만 두고 나머지 모두 줄을 섰다. 조용히 체육관을 빠져나오는데 버럭이도 퉁퉁 부은 얼굴로 맨 뒤에 섰다. 아이들을 앞세우고 버럭이 옆에 서서 걸었다. "보이는 니 모습 좀 생각해봐. 좀 떨어져서 니 모습을 보라구. 어떻게 보이나. 애들이 아무말 안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하는 것 같니? 쟤네들 머릿속에 니 모습이 조각되고 있는 중이야. 니 모습에 신경 좀 써."

나도 꼴사나운 걸 못 참아서 괜한 소릴 한다. 그냥 이 책을 보여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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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는 지겨워 - 제10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92
하서찬 지음, 애슝 그림 / 웅진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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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여럿이서 같이 읽고 얘기나눠보고 싶다. 이 안에 들어있는 상징들, 숨어있는 의미들을 나 혼자서 다 캐내지 못한 것 같아서다.

<빨래는 지겨워>라니 여성독자들을 위한 에세이도 아니고, 이게 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이자 동화제목으로 가당키나 한가? 근데 정말로 아이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지겹도록. 빨래는 엄마 아빠였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싸울 때마다 빨아서 넌다. 바짝 마르면 그들은 빨래에서 다시 사람이 된다.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부문 대상을 받은 이 책에는 3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3편 모두가 이런 식이다. 가족과 가족이 준 상처에 대한 기괴한 상상력.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며 감탄했다. 그리고 작가가 표현한 부모의 모습에 공감한다. 이런 부모는 너무나 많다. 그래 나일수도 있고.

이시대의 어른아이는 그 부모인 아이어른들이 만든다. 아이어른인 부모는 자녀의 성장과 욕구에 관심이 없다. 자신의 순간적 감정이 가장 중요하며 그게 충족되지 않을시 아무데서나 감정을 폭발시킨다. 아이를 위한답시고 아이를 통해 자신의 한을 풀려고 하며 그게 맘대로 안되면 분노한다. 잘되면 자기 탓이고 잘 안되는 건 모두 남탓이다. 그래서 부부가 서로의 탓을 하거나 학교 탓, 친구 탓을 한다.

이러한 아이어른 밑에서 자라는 아이 중 내적 힘이 강한 아이들은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어른아이가 되어 부모가 엉망진창으로 헝클어놓은 판을 애써 제자리로 돌리거나 지킨다. [빨래는 지겨워]속의 아이는 때로 학교도 못가고 빨래를 한다. [악어가 된 엄마 아빠]속의 아이는 사람들이 악어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악어우리를 지킨다. 정말 안쓰럽고 대견하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제3자는 기도한다. 제발 저 아이가 한계에 이르기 전에 부모가 철이 들기를. 혹은 아이가 더 철이 들어 자신의 삶과 부모의 삶을 이성적으로 분리하기를.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아이어른 부모 밑에서 이렇게 애틋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자라지 못한다. 대개는 부모를 닮아 감정조절을 못하고 부모에게 충족하지 못한 사랑을 다른 곳에서 구하느라 껄떡거리거나 타인을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 어제 본 영화 <스타 이즈 본>의 남자주인공은 알콜중독 아버지의 그늘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다가 본인도 결국 약물중독 알콜중독을 안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ㅠㅠ

다행히도, 작가의 시선은 따사롭다. [빨래는 지겨워]에서 바람에 날아간 엄마 빨래를 찾아 헤매다 길을 잃은 아이가 엄마와 극적으로 만났을 때, 엄마는 아이를 업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래. 노력해 볼게. 언젠가는 엄마 아빠도 훌륭한 어른이 될지 누가 아니."
그래. 이렇게 자신들의 부족함을 깨닫고 인정한 가족은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 아직도 남탓만 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리고 나도 이 엄마와 동감이다. 나도 '언젠가는' 괜찮은 어른이 되길 꿈꾼다. '밑줄긋기'에 쓰고 싶은 반가운 문장이었다.

[악어가 된 엄마 아빠]에서 아이는 밤에만 인간으로 돌아오는 엄마 아빠에게 "행복해지고 싶다"며 조건을 제시한다. 사랑한다고 얘기할 것, 눈 마주칠 것, 끝까지 들어줄 것 등이었다. 이걸 수용한 엄마가 먼저 사람이 되었고 "다 이렇게 살아. 입혀 주고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걸로 감사해야지." 하고 뻗대던 아빠는 뒤늦게 사람이 되었다. 어쨌든 해피엔딩이어서 다행.^^

나머지 한 편 [빵이 된 동생]에서는 영리하고 얄미운 동생에게 상처받은 덜 영리한 형이 나온다. 엄마가 외출한 사이 동생은 형이 가장 좋아하는 초코 카스테라 한 덩이가 되어 무지막지하게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형은 과연 카스테라를 먹을까?^^ 영악한 동생과 동생 편 드는 엄마 사이에서 상처받는 형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두 편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주인공은 매우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하여 이 작품도 해피엔딩.

해피엔딩 결말에 매우 만족한다. 아이들이 볼 책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보는 어른들은 이런 상황들이 해피엔딩으로 가기가 실제로는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된다. 어른들이여 제발 철 좀 들어서 아이들한테 상처 좀 그만 줍시다. 제발 자기 감정, 자기 자존심만 앞세워서 자녀 교육 갈아엎는 짓 좀 하지 맙시다. 낳았으면 끌어안고 책임 좀 집시다.

너무 나가면 안될 것 같다. 이정도만 하자. 작가의 첫 동화책인 것 같은데 원래 희곡을 쓰시는 분이라 한다. 기괴하면서도 따뜻한 상상력에 찬사를. 다음 작품이 나오면 또 읽어보려고 기억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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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아이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눈높이 고학년 문고
남찬숙 지음, 백두리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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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용 장편동화인데 한달음에 다 읽었다. 엄마와 갈등을 겪는 사춘기 여자아이가 갈등이 점차 증폭되다 드디어 터져버려 집을 나왔다가 들어가 화해하며 마무리되는 내용이다. 스토리가 꽤 진부하지 않은가? 신파 느낌도 나고 말이다. 이렇게 예측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권한다. 하나도 진부하지 않았다. 공감과 몰입도도 대단했다. 이정도 스토리가 어떻게?

일단은 고양이가 화자이자 관찰자라는 점이 신선하다. 고양이의 시점으로 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지적 시점보다도 더 정확히 그들의 언행과 생각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이 고양이 녀석 자체가 또 매력이 있다. 책읽는 맛을 몇 배는 더 끌어올려 준다.

어느 추운 날 시골 할머니 집 헛간에 엄마고양이가 숨어들었다. 할머니는 들어온 생명을 내치지 못하고 두꺼운 옷가지를 깔아주었고 거기서 다섯 마리의 생명이 태어났다. 화자인 고양이는 이중 넷째다. 겨울을 지낸 고양이들은 다들 자신들의 삶을 찾아 떠났고 애교쟁이 막내는 할머니의 반려묘를 자청했다. 넷째만 떠날 날을 망설이고 있던 중 할머니의 딸이 찾아와 넷째를 싣고 동네 친구 아주머니네 데려다 주었다. 알고보니 이 집의 '까칠한 아이'를 달라지게 해주려고 데려온 거라 한다. 그 아이는 지현이라는 5학년 여자아이고 까칠과 짜증, 반항과 묵묵부답으로 똘똘 뭉쳐 있어 엄마 속을 뒤집는다.

요녀석 말이나 태도를 보아하니 나라도 열받게 생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 엄마 아빠도 모범답안과는 한참 멀다. 최상위권 언니한테는 벌벌벌 하고, 늦둥이 막내아들은 오냐오냐 하면서 오직 둘째랑만 전쟁이다. 급기야 자기 방문을 걸어잠그고 반항하던 어느날 , 아빠는 연장을 가져와 문짝을 떼어버린다. 헉....

지현이의 가출은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감정이 극에 달한 모녀는 서로 모진 소리를 퍼붓다가 "그러려면 이 집에서 나가!!" "꽝!!" 이렇게 되어버렸다. 다행히, 늘 바깥세상을 노리던 고양이가 잽싸게 따라나왔다. 절묘하다. (화자가 따라나오지 않으면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잖아.) 고양이는 자유를 찾아 떠나는 대신 지현이의 곁을 지키기로 결정한다. 밤이 깊도록 그들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바깥은 험하고, 그들은 고생끝에 경찰 아저씨와 함께 귀가. 그 이후는 잠깐의 신파.ㅎㅎ 그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신파라 거부감은 느낄 수 없었음.^^

이 책을 학부모 독서모임 같은데서 함께 읽으시면 아주 좋을거라 생각한다. 모범답안을 알지만 도저히 그렇게 안되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다. 혼자서는 돌이켜지지 않고 알면서도 심화되며, 그로인해 자괴감은 깊어진다. 자신을 객관화하며 함께 얘기 나누다보면 완전하진 않지만 조금씩은 길이 보인다.

아이들도 함께 읽으면 공감의 원성이 자자할 것 같다.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어른들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에게 너무 기대하진 말라고....(너무 염치없나?^^;;;;;) 어른들도 실수하고 후회한다고. 그러니 때로는 용서해 주라고. 어른들 때문에 모든 걸 내던지지는 말라고..... 되돌아보면 나도 자다가 이불킥 할 정도로 우리 아이들에게 못난 말과 행동을 했던 적이 있다. 특히 남편이 "왜 애랑 싸워?" 라고 했던 것처럼 양상을 대결로 몰아갔던 못남은 나나 이 책의 엄마나 똑같은 점이다. 그래도 애들이 그냥저냥 큰 걸 보면 다행히도 아이들 안에는 어느 정도의 회복탄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컸을 인간은 세상에 없다. 어른들도 철이 들어야 하지만 아이들의 회복력도 중요하다. 세상에 갈등없는 가족은 없으니 이 두가지가 조금씩 어우러지면 싸우다 화해하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남찬숙 님의 책은 내가 동화를 읽기 시작한 초기에 아주 즐겨 읽었다. <괴상한 녀석>, <니가 어때서 그카노>, <받은 편지함> 같은 책들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뚜렷한 악역이 없고 부족하지만 서로 도우며 못났지만 용서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내겐 참 좋았다. 이 책은 약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책 같아서 반갑고, 역시 내가 좋아하던 남찬숙 님 책의 느낌이 또 살아있어서 좋았다. 오늘날 까칠한 아이로 살아가는 자녀와 그 부모님 모두가 읽고 위로받는 책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별이'란 이름을 갖게된 고양이, 너 참 멋져! 난 고양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고양이도 참 매력적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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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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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핫한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그는 내놓는 책마다 신선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나한테 없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아이들한테서 언뜻언뜻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 편린들을 다 모아 정제하고 압축한 주머니를 작가는 품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천재라 할까? 우와 부럽다.^^

학생용으로 도서관에 수서한 책인데 읽어보니 어린이책은 아니구나. 물론 아이들이 읽어도 재밌을 책이긴 하지만 애서가 혹은 책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을 얘기하는 그림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책의 제목부터가 <서점>인 것처럼.

"그 마을의 변두리 한 귀퉁이에 '있으려나 서점'이 있습니다"
맘 넉넉하게 생긴 중년의 아저씨가 운영하는 이 서점에 손님들이 한 명씩 찾아와 "혹시 ~~~책 있나요?" 하고 물으면 아저씨는 "있다마다요!" 하며 서가를 뒤져 "이런 책들은 어떨까요?" 하며 몇 권의 책을 손님앞에 펼쳐놓는다. 그 책들의 소개가 곧 이 책의 내용이다. 기발한 상상력, 그 상상력을 형상화한 기발한 그림이 미소를 짓게도 하고, 킥킥거리게도 하고 때로는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게도 된다. 정말 맛있는 센스.

책이란 무엇인가? 누구에게는 지겨움, 졸림, 귀찮음, 짐짝이겠으나 누구에게는 소중함, 아름다움, 대체 불가능한 재미, 추억, 평생의 보물일 수도 있는 것. 그 <책>에 대한 가장 유쾌한 접근과 묘사.

한 아주머니가 '책과 관련된 명소'에 관련된 책을 찾자 서점 아저씨가 권해 준 책에 '무덤 속 책장'이란 책이 있었다. 일년에 한번 찾아가는 무덤. 그 책장은 딱 그날 하루만 열린다. 무덤을 찾아간 이는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책을 한 권 빼서 가방에 넣고 고인이 천국에서 읽었으면 하는 책을 한 권 꽂아두고 돌아온다. 내가 죽어서 이런 걸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치만 왠지 가슴이 찡했음.... '수중 도서관'에서는 거기에 꽂힌 책들이 몹시 궁금해지고 내가 보지 못한 이 세상의 수많은 책들에 대한 신비감이 들었달까.

'독서 보조 로봇'이나 '표지 리커버 기계' 등에선 킥킥 웃었다. 마지막 '베스트셀러'관련 내용도 재밌었다. "많이 팔려고 만든 책은 아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라 해도 내심 이왕이면 책이 많이 팔리길 바랄 것이다. 인정받지 않고 싶은 사람, 그냥 잊혀져 버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 사람이리면 책을 내지 읺겠지.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책을 찾아주던 책방아저씨가 "그런 책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장이다. '그런 책'은 어떤 책일까?^^

전체 내용도 좋지만 작은 그림 하나하나에까지 깃든 유머와 센스가 책을 소장하고 싶게 한다. 100쪽 정도 되는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에 비해서는 두꺼워도 성인도서로는 내용이 적다고 하겠지만, 꼼꼼히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번에 다 읽지 말고 아껴가며 보면 더 좋을 책 같다.

나는 평생에 책을 몇 권이나 읽을까? 내가 놓치거나 존재조차 모르는 보물같은 책들이 어디엔가 있겠지?(많겠지) 이 책은 책 앞에서의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 누군가는 책을 쓰고, 누군가는 만들고, 그리하여 책은 오늘도 쏟아져 나온다. 미처 골라 줍기도 전에 또 와르르 쏟아지는 책 속에서 보석을 줍기는 쉽지 않다. 다시 한 번, 책이란 무엇인가. 특히 좋은 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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