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질이란 남보기에 어떠한가? 내로남불이란 말도 있는데 남보기에도 아름다운 연애질이란 건 과연 있는가? 아니 뭐 연애질이 꼭 남보기에도 아름다워야 하나?이왕이면 그랬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하는 모양이다. 초등 고학년을 담임하며 비교적 연애에 목매달지 않는 아이들과 지낼 때 학급운영이 즐거웠다. 그런 아이들 특징은 어리거나(아직 눈이 안떠짐ㅋ) 쿨하다.(좋으면 좋지만 아님 말고) 그 아이들과는 별다른 생활문제 없이 수업과 학급의 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 반면에 연애에 목매다는 아이들이 대다수면 정말 힘들었다. 일단 짜릿함에 눈 뜬 아이들은 학교가 너무 시시하고 지루하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소유욕을 가져오고 여러 비틀린 관계를 만들어 상처를 주고받는다. 파탄도 요란하게 내며 그 잔재를 치우는 일도 상당히 고약하다. 누구나 경험에 근거한 느낌을 갖는 법이라 난 초딩 연애질에 부정적이다.ㅎㅎ그런데 이 책, 제목도 '사랑이 훅!' 뭔가 무척 심란한 얘기는 아닐까 싶었는데 참 예뻤다. 그래 이정도면 아름다운 연애질이라 이름해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이런 책들을 발견할 때마다 꼭꼭 적어두고 <초딩 연애 도서들 >이란 목록을 만들었는데, 그 아이들의 사랑이 모두 대견하고 미더웠지만 이 아이들의 사랑도 그에 못지않게 예뻤다. 그렇다. 사랑이라고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나는 감히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 아름다워야 사랑이라 말하는게 나을까. 어떤 것은 사랑이라 이름붙인 욕심이나 폭력, 속임수일지도 모른다.이 책에는 박담, 신지은, 엄선정이라는 3명의 여학생 친구들이 나온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성격도 모두 다르지만 멋지게 우정을 나눈다. 연애질은 우등생 공부벌레 엄선정이 먼저 시작했다. 그것도 그반에 가장 공부 못하는(대신 운동은 잘함) 이종수랑. 엄선정은 평강공주의 심정으로 이종수의 성적을 올려주려고 밤새 맞춤 문제집을 만드는 등 노력을 쏟아붓지만 이종수는 별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그리 달가워하지도 않는다. 어느날 "이제 너 그만 만나고 싶어." 라는 종수의 통고와 함께 그들의 연애질에 종말이 찾아온다. "너는 뭘 했는데?!!" 라는 엄선정의 원망에 이종수는 대답했다. "그렇게 물어보면 할 말은 없는데.... 나는 널 그냥 좋아했어. 근데 넌 나한테 계속 화냈잖아."상처받았겠지만 똑똑한 엄선정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금방 깨달은 것 같다. 그들은 원래의 아무것도 아닌 사이로 돌아갔고 헤어졌단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지만 일언반구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엄선정이 먼저 찼을거란 아이들의 예측에 대해 입을 다문 이종수는 멋있다. 내가 본 애들은 그렇지 않았거든. 헤어지고는 더욱 찌질한....ㅠ 당연히 헤어질 수 있으며 헤어져도 괜찮다. 대신 멋져야 한다. 나머지 두 친구 박담과 신지은은 소위 삼각관계에 빠졌다. 박담의 소꿉친구 김호태를 신지은이 남몰래 사랑하게 된 것이다. 털털하고 눈치없는 박담은 그걸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심지어 신지은이 자기 오빠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기까지 한다. 게다가 소꿉친구 사이는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는 요술봉의 터치에 의해 '사귀는 사이'로 바뀌고 만다. 오랜 세월 지켜본 이해에 근거한 사랑은 더 안정되고 단단하다. 그걸 지켜보는 신지은의 마음은 찢어진다.....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난 울었어~ 내 사랑과 우정을 모두 버려야했기에~ 라고 건모 오라버니는 노래했지만 이 어린 친구들은 둘 다 지켜냈다. 멋진 사람에게 멋진 사랑이, 건강한 사람에게 건강한 사랑이 찾아온다. 그러니 아이들아. 먼저 멋지고 건강한 사람이 돼라. 사랑의 상처와 아픔까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픔 뒤의 성장과 아픔 뒤의 찌질함은 너희의 선택이란다. 다시 고학년을 맡으면 테마독서로 앞에 말한 <초딩 연애 도서> 목록을 활용해 볼까보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인기 예감이다. 제목처럼 훅! 들어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