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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아이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눈높이 고학년 문고
남찬숙 지음, 백두리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학년용 장편동화인데 한달음에 다 읽었다. 엄마와 갈등을 겪는 사춘기 여자아이가 갈등이 점차 증폭되다 드디어 터져버려 집을 나왔다가 들어가 화해하며 마무리되는 내용이다. 스토리가 꽤 진부하지 않은가? 신파 느낌도 나고 말이다. 이렇게 예측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권한다. 하나도 진부하지 않았다. 공감과 몰입도도 대단했다. 이정도 스토리가 어떻게?
일단은 고양이가 화자이자 관찰자라는 점이 신선하다. 고양이의 시점으로 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지적 시점보다도 더 정확히 그들의 언행과 생각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이 고양이 녀석 자체가 또 매력이 있다. 책읽는 맛을 몇 배는 더 끌어올려 준다.
어느 추운 날 시골 할머니 집 헛간에 엄마고양이가 숨어들었다. 할머니는 들어온 생명을 내치지 못하고 두꺼운 옷가지를 깔아주었고 거기서 다섯 마리의 생명이 태어났다. 화자인 고양이는 이중 넷째다. 겨울을 지낸 고양이들은 다들 자신들의 삶을 찾아 떠났고 애교쟁이 막내는 할머니의 반려묘를 자청했다. 넷째만 떠날 날을 망설이고 있던 중 할머니의 딸이 찾아와 넷째를 싣고 동네 친구 아주머니네 데려다 주었다. 알고보니 이 집의 '까칠한 아이'를 달라지게 해주려고 데려온 거라 한다. 그 아이는 지현이라는 5학년 여자아이고 까칠과 짜증, 반항과 묵묵부답으로 똘똘 뭉쳐 있어 엄마 속을 뒤집는다.
요녀석 말이나 태도를 보아하니 나라도 열받게 생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 엄마 아빠도 모범답안과는 한참 멀다. 최상위권 언니한테는 벌벌벌 하고, 늦둥이 막내아들은 오냐오냐 하면서 오직 둘째랑만 전쟁이다. 급기야 자기 방문을 걸어잠그고 반항하던 어느날 , 아빠는 연장을 가져와 문짝을 떼어버린다. 헉....
지현이의 가출은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감정이 극에 달한 모녀는 서로 모진 소리를 퍼붓다가 "그러려면 이 집에서 나가!!" "꽝!!" 이렇게 되어버렸다. 다행히, 늘 바깥세상을 노리던 고양이가 잽싸게 따라나왔다. 절묘하다. (화자가 따라나오지 않으면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잖아.) 고양이는 자유를 찾아 떠나는 대신 지현이의 곁을 지키기로 결정한다. 밤이 깊도록 그들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바깥은 험하고, 그들은 고생끝에 경찰 아저씨와 함께 귀가. 그 이후는 잠깐의 신파.ㅎㅎ 그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신파라 거부감은 느낄 수 없었음.^^
이 책을 학부모 독서모임 같은데서 함께 읽으시면 아주 좋을거라 생각한다. 모범답안을 알지만 도저히 그렇게 안되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다. 혼자서는 돌이켜지지 않고 알면서도 심화되며, 그로인해 자괴감은 깊어진다. 자신을 객관화하며 함께 얘기 나누다보면 완전하진 않지만 조금씩은 길이 보인다.
아이들도 함께 읽으면 공감의 원성이 자자할 것 같다.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어른들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에게 너무 기대하진 말라고....(너무 염치없나?^^;;;;;) 어른들도 실수하고 후회한다고. 그러니 때로는 용서해 주라고. 어른들 때문에 모든 걸 내던지지는 말라고..... 되돌아보면 나도 자다가 이불킥 할 정도로 우리 아이들에게 못난 말과 행동을 했던 적이 있다. 특히 남편이 "왜 애랑 싸워?" 라고 했던 것처럼 양상을 대결로 몰아갔던 못남은 나나 이 책의 엄마나 똑같은 점이다. 그래도 애들이 그냥저냥 큰 걸 보면 다행히도 아이들 안에는 어느 정도의 회복탄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컸을 인간은 세상에 없다. 어른들도 철이 들어야 하지만 아이들의 회복력도 중요하다. 세상에 갈등없는 가족은 없으니 이 두가지가 조금씩 어우러지면 싸우다 화해하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남찬숙 님의 책은 내가 동화를 읽기 시작한 초기에 아주 즐겨 읽었다. <괴상한 녀석>, <니가 어때서 그카노>, <받은 편지함> 같은 책들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뚜렷한 악역이 없고 부족하지만 서로 도우며 못났지만 용서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내겐 참 좋았다. 이 책은 약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책 같아서 반갑고, 역시 내가 좋아하던 남찬숙 님 책의 느낌이 또 살아있어서 좋았다. 오늘날 까칠한 아이로 살아가는 자녀와 그 부모님 모두가 읽고 위로받는 책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별이'란 이름을 갖게된 고양이, 너 참 멋져! 난 고양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고양이도 참 매력적인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