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캘러핸이라는 실존인물의 자서전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전신마비 카툰 작가였다. 말그대로 '영화같은' 인생을 살다 갔다. 우리엄마보다 10년 젊으신데 10년 전 작고했으니 비교적 짧은 삶을 살다간 셈이다. 하지만 사는 동안 그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절망을 이겨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끝내 편해지지 않았다. 절망을 극복하기보다는 아예 절망하지 않기를, 역경을 이겨내기보다는 아예 역경이 다가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쫄보인생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3가지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수 있음)
1. 아일랜드계 미국인이다.
2. 빨간머리다.
3. 학교 선생님이었다.(엥....)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저를 원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는 버려졌고 입양되었고 그곳에서도 환대받지 못했다. 그는 일찍부터 술담배를 했고 알콜중독자가 됐다.
상처받은 짐승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그동안 받아마땅했던 모든 사랑과 위로와 관심과 어루만짐이 있어야 그 몸부림이 잦아든다. 그제서야 우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고 차분히 말을 건넬 수 있다. 누군가는 그 일을 해주어야 한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그걸 알지만 실제로는 잘 되지 않는다. 그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의 짐승 몸부림에 난 미간을 찌푸렸다. 금단증세로 덜덜 떠는 손으로 병째로 술을 들이키고, 비틀거리며 걷고 아무말이나 하고 아무나 만나 위험한 일에 빠져들고... 만취된 두 사람이 차로 걸어갈 때 알아차렸다. 아 저렇게 해서 사고는 일어나는구나.... 그 결과는 너무 참혹했다. 병원에서의 시간, 온몸이 고정되어 겨우 말만 할 수 있는 그가 자원봉사자인 아누와 나누는 얘기가 너무 처절했다.(정확한 대사는 기억 안 남)
"하나님께 말한다면, 제발 마비가 되지 않게 해주세요."
"악마에게 말한다면, 내 영혼을 가져가도 좋으니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그러나 이미 그의 척추는 부서져 전신이 마비된 상태. 퇴원한 그는 휠체어에 앉아 방문간병인의 손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그 끔찍한 변화에도 알콜중독만은 그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는 '알콜중독자 모임'에 나간다. 집단상담 같은 모임인데 인도자인 도니와의 대화가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주옥같은 대사가 오고가는 동안 깜빡깜빡 졸아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사를 많이 놓쳤다.;;;; 존은 도니가 제시한 12단계 프로그램을 하나씩 실행해나간다. 그와중에 환상속의 엄마를(그토록 원망하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보고 음성을 듣기도 하고, 음주운전으로 자신을 이꼴로 만든 친구를 만나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이때 그의 표정이 정말 편안해 보였다. 타인과의 화해(용서)는 그렇게 성공했다.
마지막 단계는 자신과의 화해(용서)일 터. 그는 이것을 무난히 해냈을까?
창피하게도 심각한 대화 도중 살짝 졸았던 이유는.... 이 영화는 극적인 역경극복 스토리가 아니다. 믿을 수 없는 변화가 한 순간에 일어나고 막 감격스럽고 그렇지는 않다. 그냥 그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쩌면 선택지가 없으니까. 그는 용서했다. 어쩌면 용서하지 않는 것이 더 괴로우니까. 케이트 디카밀로의 동화 <생쥐기사 데스페로>가 생각났다. 데스페로가 자신을 버리고 사지에 밀어넣은 아빠를 용서할 때 작가가 뭐라고 했더라?
["아빠, 아빠를 용서해요"
데스페로는 그 말을 하는 것이 가슴이 둘로 쪼개지지 않을 단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했단다. 얘들아, 데스페로는 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그 말을 한 거야.]
그렇게 존은 자신을 구했다. 영화 전반에 걸친 그의 표정변화는 동일배우라 믿기 힘들 정도로 일품이라고 생각한다. 타락한 짐승일 때의 표정-사고로 절망할 때의 표정-쓸쓸한 표정-체념한표정-편안한 표정-복잡한 표정-그리고 사랑과 기쁨의 표정도.
다시 본다면 그의 카툰 내용에 집중하고 싶다. 시각정보에 약한 데다 졸기까지해서 카툰 내용까지는 잘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사고와 처지에 대한 감정이입이 심해서 참 힘들게 영화를 봤다. 그는 용서하고 편안해졌는지 몰라도 내 상상은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난 '스페셜'하지 않아도 좋으니 '워리'하지 않게 살고 싶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