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과 나 사계절 아동문고 96
송미경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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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돌 씹어먹는 아이>를 시작으로 송미경 작가님의 책들을 다 읽고 서평도 대부분 썼다. 이분의 작품에는 늘 감탄하는데, 다루기 힘든 소재라든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취재가 대단해서 등의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나도 접해본, 나도 익히 아는 주변의 익숙한 배경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런 글을 어떻게 쓰지'라는 감탄이 나오는 건 왜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눈에 크게 보이는 건 두 가지다. 시선과 문체.

어떻게 이런 내면을 들여다보았지? 어떻게 이 작은 것을 흘리지 않고 포착했지?라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시선. 그리고 화려한 문장도 없이 평범한 것 같지만 느낌이 각별한 그 문체. 이 책에서도 그 두 가지를 다 느꼈다.

표지엔 커다란 동물에 기대어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실제 크기 비례와는 맞지 않는 그림이다. 왜냐하면 그 동물은 햄스터이기 때문. 햄릿은 주인 미유가 붙여준 이름이다.

반려동물과의 애틋한 사랑은 자주 다뤄지는 소재다. 개나 고양이라면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근데 햄스터는 좀.... 나도 예전에 고슴도치 세 마리를 키워 본 경험이 있다. 첫 녀석이 죽었을 때는 아들딸이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묻어주고 했었는데.... 둘째, 셋째 때는 그냥 그랬다. 이후 개를 키우면서 느꼈다. 다 같은 반려동물이 아니구나. 공감능력(어떻게 보면 지능?) 여부에 따라 천지차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햄스터란 그닥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번식력이 너무 왕성한 것도, 서로를 잡아먹는 것도 커다란 비호감 요소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이 책에는 공감되었다. 위에 언급한 작가의 능력이다.

햄스터 이야기와 함께 얽혀 나가는 또 한 줄기의 이야기는 '가족'이다. 미유와 친구들의 혈액형 이야기는 복선이었다.(바로 눈치챌 수 있지만) 미유는 자신이 '가족'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입양되었던 것이다. 이모와의 애정이 각별해서 나는 이모가 미혼모인가 추측했는데 그건 너무 넘겨짚은 거였다.^^;;; 하여간 미유는 마음의 풍랑을 겪는다. 격렬하진 않지만 아프게. 햄스터의 병과 치료, 죽음의 과정과 미유의 정체성에 대한 아픔은 얽혀 나아가며 커다란 진동을 이룬다. 미유가 햄릿을 보내는 과정은 성장통이었다고 하겠다. 인생을 배웠다고 할까. 독자들도 잔잔히 따라 배운다. 인생은 만남이며 또 헤어짐이라는 것을. 하필 할머니 생신날에 세상을 떠난 햄릿. 할머니가 생신상 앞에서 가족들에게 주신 말씀이 진리다.
"만나면 헤어지고, 태어나면 죽는 게 당연한 거지. 헤어지지 않는 만남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그래도 사랑하며 살았으면 되는 거야."

문학작품을 통해서 난 주로 인간의 찌질한 본성을 많이 접해왔는데, 이 책은 그 반대다. 입양가족의 흔들림 없는 사랑. 솔직히 내가 가늠하기엔 어려운 사랑이다. 그래도 현실성이 없다는 둥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 이런 분들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니까. 미유 친엄마(미혼모)일 거라 내가 오해했던 이모의 사랑은 참 특별하다. 어찌 그리 정이 많고 깊을 수 있을까. 또 침착하고 단단한 엄마의 사랑도 그렇다. 엄마는 미유에게 가족의 의미를 알려준다.
"가짜 딸이 어디 있니? 너는 햄릿도 우리 가족이라고 하잖아. 햄릿이 가짜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잖아. 우리와 생김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고, 심지어 조금밖에 같이 안 살았는데도."

사랑의 그릇이 달라 나는 이분들을 흉내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들이 알려준 가족의 의미,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의 순리는 꼭 기억하겠다. 아니다, 순서를 바꾸겠다. 헤어짐과 만남이라고.

미유는 햄릿을 보내는 편지에 '나중에 만나서 모든 걸 이야기하자'고 적었다고 했다. 조그만 한 생명을 보내며 정성을 다하고 손을 맞잡는 미유와 친구들에 모습에 마음이 먹먹하고,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감정을 차단하고 살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게 나와 작가님의 차이 아니겠어. 작가님은 아마도 많이 힘드실 거야.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렇게 살아야 글이 나온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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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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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교육도서를 비롯한 비문학을 주로 읽던 독서모임에서 이번엔 소설을 읽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박완서가 어떨까 하는 얘기도 나왔다. 학교도서관 교사용 서가에는 소설책이 별로 없다. 그중 용케 박완서가 한 권 있었다. <아주 오래된 농담>이었다.

박완서 소설은 몇 권 읽었지만 모두 인생이 뭔지도 모르는 젊을 때여서 그 맛을 몰랐던 것 같다. 특히 <휘청거리는 오후>라는 책은 초등학교 때 집에 있어서 읽었다가 어린 마음에 '무슨 이런 저질 책이 있담' 했던 기억이 난다.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다시 보면 어떻게 보일까? 묻어두었던 옛 사진을 보는 느낌일까?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소설에 썩 관심이 있지는 않아서 박완서 님의 글에 대해 특별히 생각한 것은 없었다. 명성만큼 대단한 작가라는 정도.... 그런데 나이들어 새로운 맘으로 읽어보니 그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은 작가 나이 70에 쓰신 책....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싱싱하고 쫀쫀하고 재치있고 설득된다. 간결한 문장은 속도감 있고, 비유는 감칠맛 난다.

물론 이 책의 인물이나 서사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문장 자체의 느낌과는 별개다. 이 책에서 맘에 드는 인물도, 응원하고 싶은 인물도 없다. 그건 어쩌면 현실적인 캐릭터란 뜻도 되겠다. 박완서 님 책의 인물들이 거의 그렇지 않나 싶다. 너무나 현실적인, 너무나 속물적인. 누구나 뱃속에 똥을 품고 사는 게 인간인 것처럼 속세를 초월한 천상의 인간은 없다. 그 정신세계를 까발리면 얼굴 들 수 있는 자 몇이나 될 것인가. 박완서 님 소설에선 이렇게 속물들의 민낯을 보여주길 예사로 한다. 이 책에선 막내여동생 영묘의 시집 식구들이 가장 그렇다. 재벌가의 위세와 그 이면의 구질구질함까지. 주인공 둘째아들 의사 영빈도 일면 멋져보이지만 30년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과 외도를... 뭐 그게 사랑이라면 할 말 없지만.

서사는 빈틈이 없이 흥미롭고 디테일에 보여주는 상황묘사도 겪어봤거나 취재 혹은 조사하지 않았으면 어찌 쓸까 싶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TV드라마스러운 흔한 설정이나 한방에 해결되는 전개들도 있다. 재벌가와의 혼인도 그렇고, 그 안에서 속박되는 며느리의 삶도 그렇고, 마지막에 거기서 놓여나는 방법이 성공한 큰오빠(미국에 갔다고만 하고 그동안 등장하지 않던)라는 점도 그렇다. 그런가하면 기막힌 우연도 등장한다. 초등 동창 산부인과 의사에게 아내인 수경, 외도 파트너인 현금이 함께 다녀서 친구가 됐다는 설정, 수경이 오랜 노력 끝에 아들을 가지게 되고, 그녀가 영빈의 아내인 걸 알게 된 현금은 쿨하고도 단호하게 외도 관계를 청산한다는 내용이 그러하다. (캐릭터로만 봤을 땐 등장인물 중 현금이 그나마 제일 매력있다.)

그러나 그리 단순하게 보기에는 여러가지 줄기의 이야기들이, 그에 따른 작가의 메시지들이 얽혀있다. 내가 가장 주목해서 본 것은 영교 남편 송경호의 폐암 투병 과정이다. 재벌가의 젊은 후계자인 그의 발병에 집안에선 폐결핵을 예상하지만(집안 병력) 영빈이 진찰해본 경과 폐암임이 밝혀진다. 그가 죽어가는 과정이 영빈에게도 그랬지만 나에게도 너무나 분노스러운 일이었다. 얼마전 읽었던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과 맞물려서 더욱 그랬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심각한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 말고도 해야 할 다른 중요한 일들이 많다. 조사를 해보면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통을 피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주변과 상황을 자각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잃지 않고,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이 완결됐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240쪽)

그런데 이 재벌가에선 이중의 어떤 것도 환자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병명을 비밀에 붙이고 미신적인 주술과 민간요법을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영묘의 마음 속에 메아리친 소리, 작가의 육성이라 할 수도 있겠다.
"얼마 남지 않은 금쪽같은 시간을 저렇게 등신처럼 살게 해서는 안 된다. 단 며칠을 살아도 살맛을 온전하게 느끼며 살아야 할 게 아닌가. 암이 어때서? 암 아니라도 죽음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없다. 결국은 죽을 줄 아는 게 생을 아름답고 살맛나게 한다. 안다는 건 그렇게 좋은 것이다. 생전 안 죽을 것처럼 여기고 무진장 욕심을 부리는 것도 결국은 속아 사는 것이다." (214쪽)

결국 젊고 빛나던 한 남자는 무기력하게 집안에서 정해준 치료에 몸을 내맡기다 유언도 준비도 아무것도 없이 피를 토하고 죽어갔다. 그의 비참함은 자기결정권이 없었다는 점이다. 새삼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나아가서 죽음을 앞둔 나에게 어떻게 하는게 맞는가에 대한 생각이 몰려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또 뒤통수. 영빈이 애착을 느낀 환자 '치킨박'은 송경호와 같은 폐암, 그러나 초기여서 충분히 회복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아내와 자식들에게 치킨집이라도 남기려고 자살을 선택했다. 이것도 자기결정권이라고 봐야 하는가?ㅠㅠ 세상엔 왜 이리 무 자르듯 확실한 것이 없단 말인가? 작가가 보여주는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그게 다 '돈의 힘'이라는 것. 우와 엄청나게 우울하다.

제목이 왜 '오래된 농담'인지 나는 파악을 못했다. 환자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영빈에게 현금이 "얘는, 그게 어떻게 거짓말이냐, 농담이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나한테는 농담하지 마. 난 농담 안 좋아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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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어린이가 100명이라면 - 2021 독일청소년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노라 코에넨베르크 그림, 강민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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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라는 책이 나온지 꽤 되었다. 꾸준히 읽히고 있고 활용이나 인용도 많이 되고 있는 줄로 안다. 이번에는 어린이만 대상으로 한 이런 책이 나왔다.

전 세계 어린이의 인구는 20억이라고 한다. 상상이 안되는 큰 숫자다. 그래서 감을 잡기 편하도록 100명으로 줄여 여러가지 통계적 비율들을 보여준다. 100명이라는 단순한 숫자 속에는 여러 사람의 자료 조사와 복잡한 계산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 비율의 개념은 저학년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원 숫자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큰 숫자 자체가 아이들의 사고를 넘어서니까.

30여쪽의 그림책 분량인 <지구가 100명...>에 비해 이 책은 100쪽이나 된다. 각 꼭지마다 꽤 자세한 설명이 붙어있다. 어떤 설명들은 꽤 흥미롭기도 하고 저자의 시각에서 본 해석이 들어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대한 설명이 강조된 부분이 있는데 이건 번역 과정에서 추가된 것이겠지? 예를 들면 "게다가 더 놀라운 점은 어린이 100명 중 대한민국에서 온 어린이는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이랍니다."(7쪽) "한국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나라예요. 어르신 중에도 지난 전쟁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28쪽) 같은 부분이다.

그림이 많지는 않지만 지도 위에 표현된 아이들 그림이 그대로 그림그래프의 역할을 해서 가시적인 효과를 주는 점이 좋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세계지도 위에 대륙별로 아이들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한눈에 보아도 아시아에 가장 많고 다음은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는 밀도가 낮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5명은 레고를 가지고 놀아요]에 나오는 지도가 내겐 인상적이었는데, 어린이 숫자와 그들이 1년간 받은 장난감 숫자가 대비되어 그려져 있다. 아프리카는 어린이 25에 장난감 10인데 비해 북아메리카는 어린이 4에 장난감 101이다. 지구상의 불평등을 아이들 눈높이로 이해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자료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덧붙인 이런 말도 신뢰가 갔다. "장난감이 많다고 해서 놀이시간이 길거나 더 행복한 건 아니에요. 여러분의 방에도 몇 년 동안이나 사용하지 않은 장난감이 있지 않나요? 과학자가 3살 이하 어린이에게 장난감을 4개 또는 16개 주는 실험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장난감을 4개 이하로 받은 어린이가 더 오래, 그리고 더 창의적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답니다."

<지구가 100명...>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설명이 추가된 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뒤에 나온 책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지기 마련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5명은 길거리에서 살아요, 16명은 신발이 없어요, 54명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요(즉 46명은 못가요) 등을 보며 이야, 나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거구나 행복한 줄 알아야겠다 말고 더 할 수 있는 생각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끝에서 두번째 꼭지는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요?]이다. 여기선 세상 어린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실제로 개선된 수치를 간단하게나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지금의 어려움은 개선의 필요를 말하는 것이며, 이것은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있어야 함을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좋겠다. 관심은 보고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니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겠지.

마지막 꼭지 [이 숫자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에서는 "솔직히 말할게요. 이 숫자가 매우 정확한 것은 아니에요. 그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지요." 라는 저자의 고백을 볼 수 있다.^^ 당연한 것이다. 내용에 따라서 비교적 정확한 통계치를 얻을 수도 있고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도 있다. 그런 설명이 오히려 내용의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5명은 장애를 가졌어요]라는 꼭지에서 "이 숫자는 곧 잊어버리는 편이 좋아요. 확실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라고 되어 있어서 '뭐냐... 그럼 왜 다루지...'라는 생각을 첫눈에 했지만, 더 읽어보니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이 무의미하다. "이렇게 각기 다른 어린이들을 그저 장애 어린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았겠지요?"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처럼 이 책에는 저자의 주관이 확실히 드러난 해석이 많이 들어가 있다.

가벼운 얘기로 마치자면, 이 책에 100명이 모두 해당하는 주제가 딱 한 가지 나온다. 그것은 음악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정말 음악은 신이 주신 선물, 공짜로 받는 선물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난 어릴 때 악기를 배우지 못했나 한탄하다가도 그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일이 즐거운 나처럼. 아이들도 여기 나온 많은 주제들 중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제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넓혀주는 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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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세탁소 독깨비 (책콩 어린이) 57
김진 지음, 이창우 그림 / 책과콩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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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담임이라 수준에 맞는 얇은 책을 집어들어 무심코 읽었는데 오호~ 이건 얇다뿐이지 저학년용이 아니었다. 100쪽 남짓에 여섯편이 담겼으니 각 편도 아주 짧은데, 짧으면서 심오하다 해야 하나. 물론 저학년도 재미있게 읽을수는 있겠지만 이야기를 나누려면 중학년 이상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짧은 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읽어주고 활동하기에 시간제약이 없어서 좋으니.

무엇보다도 내용이 좋다. 재미도 물론 있다. 표제작인 <그림자 세탁소>는 발상이 좋을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현실인식에 같이 한숨을 쉬게 됐다. '나'의 그림자가 어느날부터 말썽이다. 제대로 붙어있지 않고 덜렁거리고, 그림자 주제에 주인을 따라 하지 않고, 심지어 달아나기까지.... 그림자 세탁소집 아들인 태성이는 이렇게 말한다. "네 그림자, 그동안 지친 거야."

'그림자'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부터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그림자를 자신의 내면, 드러나지 않은 무의식의 소망이라 본다면, 부모의 기대에 맞추어 학원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나'의 그림자가 어느날 창가에 붙어 운동장을 바라본다든가, 침대에 뻗어버린다든가 하는 사건들이 이해가 된다. 교육=입시로 전락해버린 세상에서, 상위권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뚫는 방법이 문제풀이 밖에 없게 된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학원의 수레바퀴에 밀어넣는 게 경쟁력이라고 믿는 부모 밑에서 아이들의 '그림자'는 이토록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두번째 작품 <오! 해피 봉순>에선 두 이름 한 강아지가 나온다. 오현준이가 주워서 아빠 몰래 키우던 강아지 해피를 학교에 데려왔는데, 그게 봉선혜가 잃어버린 강아지 봉순이라는 것이다. 이리저리 주인이 바뀌는 강아지보다 더 기구한 건 현준이다. 엄마가 나가버린 집에서 아빠랑 살다가 이제 엄마를 따라 이사가야 하는 현준이. 마지막으로 해피를 보러간 현준이와 배웅하는 봉선혜가 신파를 찍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쿨하게 잘 살어! 어른들은 별로 도움이 안될 때가 많어! 그래도 너무 기죽지 말고!

<초딩 결혼식>은 유머 속에 풍자가 빛난다. 이모 결혼준비를 지켜보는 유정이는 소꿉친구 은호와의 결혼을 꿈꾼다. 나는 이런 쪽으로 너무 앞서나가는 아이들이 별론데, 유정이는 귀엽고 이뻤다. 은호도 그대로만 자라면 아주 멋진 신랑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주변에는 한남적인 특성을 가진 진호오빠가 있고, 아직도 구습에 젖어있는 이 사회의 결혼문화가 있다. 그 전복이 꿈꾸어지는 왠지 희망찬 이야기.^^

<슈퍼 울트라 우유맨>을 읽고 몸서리쳤다. 우유라면 나도 진절머리가 난다. "먹기 싫으면 우유 끊으면 된다. 억지로 먹으라는 게 아니다." 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끊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 아이들을 어째야 하나? 우유급식 중지 청원 올라온 것 보고 서명했다. (교사가 올린 청원 아니었음) 이 책에선 뚱뚱하고 무시당하는 지웅이가 우유 싫어하는 친구 우유를 먹어준다. 물론 원해서가 아니다. 그러다 어느날 폭발한 우유. 아 몸서리쳐진다. 어쨌든 지웅이가 이제 우유를 안먹는다니 다행이다. 아, 왜 나까지 우유에 원수를 졌지.... 먹고 싶은 사람만 적당히 먹을 일이다. 그리고, 순한 사람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고맙습니다 편지>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다. 친구를 놀리다 선생님한테 걸린 채주는 편지쓰기 숙제를 받는데....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에 난 무릎을 쳤다. "겉모습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봐." 사실 몰랐던 방법은 아니고 나도 '오늘의 친구 관찰하기, 칭찬이불 덮어주기' 등 활동을 해봤지만 지속적이지 못했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 그래도 이 책의 채주는 잘 실천했고, 채주에게도 대상에게도 행복한 변화가 찾아온다. 나도 다시 해볼 때는 이 이야기를 읽어주고 해야겠다.^^

<누나 껌딱지>는 오카 슈조의 <우리 누나>가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지적장애가 있는 누나는 승건이가 챙겨줘야 하는 존재다. 껌을 너무 좋아하고 아무데나 껌을 뱉어 원성을 산다. 현실의 어려움에 비해 갈등해결이 쉽고 밝다고 느껴지지만 현실이 그렇기를 빌면서.... 이것도 따뜻한 작품이었다.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하는데 각 작품마다 녹아있는 다양한 주제들에 작가의 내공이 느껴졌다. "이 책이 누군가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은 충분히 이뤄질 것 같다. 기회가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다. 이야깃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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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바로섬 법을 배웁니다 - 2020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0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19 소년한국 우수어린이도서 천개의 지식 9
안소연 지음, 임광희 그림, 소재용 감수 / 천개의바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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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섬시리즈가 유용해서 맘에 든다. 여기는 따로섬 경제를 배웁니다책을 4학년 경제단원을 배울 때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을 위한 입문서로 아주 적당했고 아이들도 재미있어했다. 이 책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 같다. 분야는 이다.

 

시리즈의 일관성을 위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다시 나온다. 이 점도 좋은 것 같다. 이전 책에서 봤던 인물이 다시 나오면 아이들은 반가워한다.^^

 

10장에 걸쳐 법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1장에서 법의 필요성을 다룬 것은 아주 당연하다고 본다. 법의 발생에 대한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주민들 사이에(까까 군과 반짝 아가씨) 분쟁이 발생했고, 점점 많은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게 된다. 큰뜻 할아버지를 찾은 주민들은 이런 결론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각자의 이익도 다르다보니 이런 다툼이 생기는 것이랍니다.”

이제 바로섬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을 정할 때가 된 것 같네요.”

 

2장은 <법을 만들어요> 법의 제정을 다룬다. 최고법인 헌법 아래 법률, 명령, 규칙과 조례가 있으며 그것들을 누가 만들거나 고치는지도 알 수 있게 간단한 도표로 정리도 되어 있다.

 

3장은 <힘을 나누어요> 삼권분립에 대해 다룬다. 바닷가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방파제법을 만드는 과정, 그 가운데 권리를 침해받는 도끼 씨에 대한 재판과 판결 등을 통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역할을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

 

4<다툼을 해결하는 순서가 있어요>에서는 방앗간을 하는 곰곰 할머니와 버터 아저씨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재판은 최후의 수단이고 그 전에 협상, 조정, 중재의 과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5<개인의 다툼을 해결해요>에서는 민사재판, 6<법으로 범죄를 심판해요>에서는 형사재판을 다룬다. 예전에 6학년 사회 수업을 하면서 이 두 과정을 모의재판으로 진행해 본 적이 있는데 두 재판의 차이를 이 내용으로 설명하면 아주 쉬울 것 같다. 아울러 이 책의 내용이나 비슷한 내용으로 재판 시나리오를 써서 수업을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7<법으로 소비자를 보호해요>에서는 게임기를 산 꼬불이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기본법에 대해 알려주고, 8<헌법과 관련된 다툼을 해결해요>에서는 헌법재판을 다룬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대해서는 나도 몰랐던 내용들이 있었다. 9<국민이 재판에 참여해요>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내용이다. 아이들도 TV에서 배심원들이 나오는 장면을 봤을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면 그게 어떤 과정인지 잘 알 수 있겠다. 배심원들의 의견은 판사의 판결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도.

 

마지막 10<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는 인권에 대한 내용이다. 이또한 마지막 장으로서 적당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을 본격적으로 다룬다면 한 장은커녕 두꺼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겠지만, 법을 다루는 책에서 마지막 장을 인권이라는 주제로 할당한 것은 법의 존재 의미가 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쉬운 사례들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이라는 크고 무거운 주제를 부담없이 받아들이게 만든 이 책이 아주 유용해 보인다. 해당 내용의 수업을 할 때 함께 읽어도 좋고 주제에 따라 에피소드별로 읽어주어도 좋을 것 같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활용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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