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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어린이가 100명이라면 - 2021 독일청소년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노라 코에넨베르크 그림, 강민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9년 11월
평점 :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라는 책이 나온지 꽤 되었다. 꾸준히 읽히고 있고 활용이나 인용도 많이 되고 있는 줄로 안다. 이번에는 어린이만 대상으로 한 이런 책이 나왔다.
전 세계 어린이의 인구는 20억이라고 한다. 상상이 안되는 큰 숫자다. 그래서 감을 잡기 편하도록 100명으로 줄여 여러가지 통계적 비율들을 보여준다. 100명이라는 단순한 숫자 속에는 여러 사람의 자료 조사와 복잡한 계산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 비율의 개념은 저학년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원 숫자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큰 숫자 자체가 아이들의 사고를 넘어서니까.
30여쪽의 그림책 분량인 <지구가 100명...>에 비해 이 책은 100쪽이나 된다. 각 꼭지마다 꽤 자세한 설명이 붙어있다. 어떤 설명들은 꽤 흥미롭기도 하고 저자의 시각에서 본 해석이 들어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대한 설명이 강조된 부분이 있는데 이건 번역 과정에서 추가된 것이겠지? 예를 들면 "게다가 더 놀라운 점은 어린이 100명 중 대한민국에서 온 어린이는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이랍니다."(7쪽) "한국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나라예요. 어르신 중에도 지난 전쟁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28쪽) 같은 부분이다.
그림이 많지는 않지만 지도 위에 표현된 아이들 그림이 그대로 그림그래프의 역할을 해서 가시적인 효과를 주는 점이 좋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세계지도 위에 대륙별로 아이들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한눈에 보아도 아시아에 가장 많고 다음은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는 밀도가 낮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5명은 레고를 가지고 놀아요]에 나오는 지도가 내겐 인상적이었는데, 어린이 숫자와 그들이 1년간 받은 장난감 숫자가 대비되어 그려져 있다. 아프리카는 어린이 25에 장난감 10인데 비해 북아메리카는 어린이 4에 장난감 101이다. 지구상의 불평등을 아이들 눈높이로 이해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자료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덧붙인 이런 말도 신뢰가 갔다. "장난감이 많다고 해서 놀이시간이 길거나 더 행복한 건 아니에요. 여러분의 방에도 몇 년 동안이나 사용하지 않은 장난감이 있지 않나요? 과학자가 3살 이하 어린이에게 장난감을 4개 또는 16개 주는 실험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장난감을 4개 이하로 받은 어린이가 더 오래, 그리고 더 창의적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답니다."
<지구가 100명...>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설명이 추가된 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뒤에 나온 책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지기 마련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5명은 길거리에서 살아요, 16명은 신발이 없어요, 54명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요(즉 46명은 못가요) 등을 보며 이야, 나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거구나 행복한 줄 알아야겠다 말고 더 할 수 있는 생각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끝에서 두번째 꼭지는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요?]이다. 여기선 세상 어린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실제로 개선된 수치를 간단하게나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지금의 어려움은 개선의 필요를 말하는 것이며, 이것은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있어야 함을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좋겠다. 관심은 보고 아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니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겠지.
마지막 꼭지 [이 숫자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에서는 "솔직히 말할게요. 이 숫자가 매우 정확한 것은 아니에요. 그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지요." 라는 저자의 고백을 볼 수 있다.^^ 당연한 것이다. 내용에 따라서 비교적 정확한 통계치를 얻을 수도 있고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도 있다. 그런 설명이 오히려 내용의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5명은 장애를 가졌어요]라는 꼭지에서 "이 숫자는 곧 잊어버리는 편이 좋아요. 확실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라고 되어 있어서 '뭐냐... 그럼 왜 다루지...'라는 생각을 첫눈에 했지만, 더 읽어보니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이 무의미하다. "이렇게 각기 다른 어린이들을 그저 장애 어린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았겠지요?"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처럼 이 책에는 저자의 주관이 확실히 드러난 해석이 많이 들어가 있다.
가벼운 얘기로 마치자면, 이 책에 100명이 모두 해당하는 주제가 딱 한 가지 나온다. 그것은 음악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정말 음악은 신이 주신 선물, 공짜로 받는 선물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난 어릴 때 악기를 배우지 못했나 한탄하다가도 그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일이 즐거운 나처럼. 아이들도 여기 나온 많은 주제들 중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제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넓혀주는 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