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씨, 미술관에 가다 바람어린이책 27
전은숙 지음, 남미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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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휴일에 이런 책을 펼쳐드는 건 일상의 작지만 큰 행복이다. 공부로 읽어야 되는 책도 도움이 되지만 이런 책은 내게 휴식과 달달한 간식 한조각 같은 거다. 아!! 핫도그 같은 것? 나도 핫도그 좋아하거든. 빵 사이에 소시지 끼운 비싼 핫도그 말고 나무꼬챙이에 끼워 튀겨서 설탕이랑 케찹 뿌린 핫도그.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 책의 작업에서 그 훌륭한 시작은 캐릭터 창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핫도그 씨, '불도그'이면서 '핫도그'를 좋아하는 주인공. 그림을 사랑하고 화가 엘리자베스 오슬러를 좋아하는.

시작과 함께 마지막도 중요한데, 이 책에서 그 마무리는 그림이 해주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의 캐릭터와 감정을 너무 잘 살리고, 상황도 생생히 살아있으며 색감도 디테일도 뛰어난 그림. 배경이 주로 미술관이어서 액자 속의 그림들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이리하여 이야기와 그림이 찰떡궁합인 이 책, 완전 맛있는 책이 되었다!

핫도그 씨는 최애 엘리자베스 오슬러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들떠 준비한다. 연극배우를 하는 사람친구한테 낡은 차도 빌렸다. 가는 길의 에피소드들도 재밌어서, 이 책은 묵직한 메세지와 깨알재미가 결합된 책이라 해도 되겠다. 그 에피소드는 모두 '핫도그'와 관련된 것. 문닫으려는 핏불테리어의 푸드트럭에 애원하여 겨우 받아낸 핫도그 한 개! 그걸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 놈들한테 빼앗기고. 그렇게 겨우 전시장에 도착했지만.....

'개라서' 입장이 안된다는 것 아닌가? 핫도그 씨는 절망했다. 얼마나 간절히 원했고,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눈앞에서 돌아서야 한다니. 도저히 그럴 순 없었던 핫도그 씨는 연극배우 친구의 차 트렁크에 있던 의상과 소품들로 변장을 하고 겨우 입장에 성공한다. 과연 핫도그 씨는 무사히 관람을 했을까? 이후 에피소드들도 아주 재밌지만 여기까지만.

이 책은 아주 재미나게 '차별'을 고발하고 있다.
"이건 차별이야, 차별! 미술관은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해!"
화가 나서 쏟아내는 핫도그 씨의 말은 그대로가 메시지다. 긴박한 추격전 끝의 행복한 결말 또한 그러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놓여진 투명한 장벽. 그것들을 보라고 말한다. 단순하게는 노키즈 존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는데, 나는 그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철폐도 문제의 핵심을 다 보지 못한 거라는 생각. 특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한 민폐에 뻔뻔한 문화, 속된말로 진상 문화를 함께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나 특정 대상에 대한 거부는 기본적으로 옳지 않으며 꾸준하고 세밀하게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메시지가 하나 더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이 너무 좋았어요. 남들은 저한테 재능이 없다고 일찍 포기하라고 했지요. 빨리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요. 하지만 재능 그런거 없으면 어때요. 그냥 이렇게 좋은 걸요." (92쪽)
하지만 핫도그 씨의 그림을 보는 상대방은 이미 감탄하고 있었다. 핫도그 씨 말대로 그는 타고난 재주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정과 꾸준함은 그를 어느 경지에 오르게 했다. 나도 재주가 무재주라며 한탄만 하지 말고 노력했어야 됐던게 아닐까.ㅎㅎ 어쨌든 즐기는 자, 그는 독보적이다. 우리가, 그리고 아이들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핫도그 씨들을 응원하며, 지나는 길에 핫도그 사먹고 싶다. 딱 표지의 저 핫도그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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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못 말리는 하우스메이트 - 도시에서 대형견과 산다는 건, 2023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나무의말 에세이 1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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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을 '육견인'이라고 칭한다. '육'은 고기 육자도 있어서 어감이 썩 좋진 않은데, 육견이란 육아와 같은 선상의 단어다. 개를 기르는 사람. 이렇게 따지면 나도 육견인이었고 지금도 준육견인 정도 된다. 7년 전 어느날 딸래미가 덜컥 말티푸 한마리를 데려왔고, 딸을 나무랄 새도 없이 그 작은 털뭉치는 홀랑홀랑 뛰어올라 식구들을 핥아대어 순식간에 좌중을 평정하였다. 그렇게 우리의 육견은 시작되었다. 딸이 멀지 않은 곳으로 독립한 지금은 주2일과 딸이 놀러가는 주말이나 여행가는 휴가 때 우리집에 와 있는다. 두 집 다 자기 집이지만 더 오래 살았고 더 넓은 우리 집보다도 좁지만 주인1호인 누나집을 더 선호한다.

딸이 데려오겠다고 미리 말했다면 내가 허락을 했을 리가 없다. 나는 모든 화근은 '아예 만들지 않는다'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화근이라니 말이 심하네 할 수도 있지만 돈 들어가고 힘든 일이 화근이 아니면 뭔가. 하지만 말이다. 그 화근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이녀석들, 개의 마음이라는 것을 '육견인'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된다. 한결같은 사랑, 환대, 때론 인간보다 더한 무언의 소통. 이걸 경험하면 그 모든걸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으론 그렇지만 그와 함께 환경도 따라줘야 한다.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에고고, 말티푸 정도는 명함도 못내밀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말티푸는 아빠 푸들이 토이가 아니고 미디엄이었는지 생각보다 훨씬 커져서 가족을 당황시켰다. 난 5kg 짜리 지인의 푸들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녀석은 글쎄 9kg에 가깝도록 크는게 아닌가. 길을 다니며 만나는 개들은 대부분 얘보다 작다. 거기다가 목청은 얼마나 큰지. 이놈아 그 목청을 사람들 놀래키는데 쓰지 말고 날 다오. 노래나 목청껏 불러 보게! 그럴 정도인데다 사회성이 부족해서 주인 외엔 다 적대적이고 흥분을 잘해서 딸이 자기가 번 돈으로 강형욱씨네 훈련소에 잠깐 다닌 적이 있을 정도다. 지금은 안심하고 산책을 할 정도는 되었다.

얘기를 하고보니 엄청난 애물단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함도 못내민다고 한 이유는, 작가님의 천둥이가 대형견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도 큰데 그 세 배, 26kg라고 한다. 진도가 섞인 믹스. 맹견은 아니어도 다루기 쉬운 종도 아니다. 하긴 모든 대형견이 그렇겠지만.

천둥이는 원래 작가님의 아버지가 강원도 산골에 거주하신다는 전제로 데려온 개인데, 상황이 달라져 도시로 오게 된 케이스다. 도시에서 대형견과 산다는 건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있었고, 많은 걸 포기하고 그 상황에 나를 맞춰야 했다. '육견'이라는 말에 실감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엄청난 시간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난 이쁘다고 쓰다듬을 줄만 알았지 진정한 육견인은 아니구나 깨닫게 되었다. 시원찮은 나에게 딸이 산책을 맡기지 않기 때문에.^^;;; 산책이 견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개도 하루종일 그시간만 기다린다. 대형견은 더하다고 한다. 하루 세 번. 시간으로 따지면 서너시간내지 너댓 시간? 나는 절대 그런 시간은 못낸다. 시간을 낼 의향이 없는 사람, 개랑 인연을 절대 맺지 않으시길 바란다. 아프지 않고 크는 개는 없고, 병원비도 비싸다. 말하자면 육견은 돈과 시간으로 하는 것이다. 육아와 다를 바가 없다. 돈도 시간도 엄청 들지만 그게 아깝지 않을 정도의, 남들은 모르는 행복과 기쁨이 있다는 점도 육아와 똑같다. 하지만 낳아만 놓고 부모노릇 못하는 이들도 있듯이 덜컥 들여놓고 개를 고문하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이 널리 읽혀서 그런 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책길에 만난 검은 리트리버 코코와 단짝 놀이친구가 되는 천둥이. 그리고 '코코오빠'와 접선하다 마음이 통해 커플이 되신 작가님의 이야기도 영화같고 훈훈하다. 그리고 천둥이랑은 또다른 코코를 키우며 새롭게 알아가는 '동물과의 동행'에 대해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에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천둥이의 첫주인인 아버지, 작가님, 코코오빠가 나누는 대화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근본적으로 작가는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옛날 시각을 갖고 본다면 뭘 그렇게까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 어릴 적 외갓집 가면 마당에 한두마리 개가 꼭 있었지만 다 묶어놓았었고, 길게 키운 경우도 없었다. 다음 방학때 가보면 없어. 잡아먹어서...ㅠ 그때는 왜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까.ㅠㅠ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이들은 가축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나누고 삶을 동행하는 친구 내지는 가족이다. 그래서 작가의 이런 고민과 제언에 공감한다.

천둥이와 코코, 그리고 우리 눌눌이(누리) 모두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다 떠나갈 수 있기를. 이 책을 덮으며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이다. 이제 사람으로 치면 중년의 나이에 배를 까고 이쁜짓하는 너 왤케 귀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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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맨 동시야 놀자 20
최문현 외 지음, 강은옥 그림 / 비룡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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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시집을 꽤 자주 접하게 하는 편이다. 일단 내가 소장한 동시집이 50권 정도 되어 학급문고의 개방형 서가를 차지하고 있고, 도서실 시집도 가끔 추가해서 활용한다.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시집을 접한다. 시를 싫어하는 아이는 못본 것 같다.^^

 

국어 수업과 연관해서 시집을 읽힐 때는 포인트가 크게 두가지다. 공감 위주인가, 말놀이 중심인가. 그에 따라서 시집 구성이 조금 달라진다. 그 구분에 따른다면 이 책은 후자다. 그런데 어떤 시들에서는 전자도 함께 보인다. 시를 쓰는 어린이가 그것까지 고려하진 않았겠지만 대단하다!

 

나는 사실 전자를 선호한다. <말의 재미> 같은 특별한 단원이 아니면 후자로 감상을 시키는 일은 별로 없다. 교직 초반에 영향을 받은 이오덕 선생님의 책에서 이오덕 선생님이 경계하고 싫어하셨던 시들이 바로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장난 시, 경험 없이 기존의 관념으로만 쓴 시였다.

거울은 바보

나만 따라하니까.

뭐 이런 류의 시들.

 

그러다가, 교과서에 말놀이 단원이 들어오고, 아이들과 수업도 해보고 하니 이런 것도 마냥 배제하기보단 잘 지도하는 게 좋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언어 유희는 센스의 영역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예를 들면 라임을 맞추는 랩 가사 같은 것. 잘하면 언어유희에서만 끝나지 않고 진심이 담기거나 신선한 창의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그 가능성을 보여줬듯이.

 

어떤 시는 내 눈에 아직도 저 거울은 바보~’ 수준으로 보여서 조금 아쉬운 시도 있었다. 똑같이 지도해도 해마다 아이들의 시 수준이 다른데, 작년 아이들은 무난해서 내 속을 크게 썩인 적이 없는 데에 반해 반짝반짝한 시가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하나마나한 소리만 늘어놓은 시. 그걸 나는 아이들에게 무맛 시라고 우스개소리를 하며 같이 웃기도 했다. 그러다가 서툴러도 느낌 포인트가 살짝이라도 들어간 시가 나오면 바로 이런 거야!” 하고 읽어주며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이 시집에서도 내 관점에서는 무맛 시가 몇 편은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살아있고 톡톡 튀거나, 재미있고 기발하거나, 창의적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들이 가득 들어있다.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거지만 내 맘에 든 시를 몇 편만 소개하면,

전기 뱀장어라는 시에서 어린이는 자기 형을 전기뱀장어에 비유했다. 건드리면 찌릿찌릿 전기가 올라 아무도 건드리지 않지만, 그래서 외로운 형을 표현한 시이다. 몇 년 전 우리반 아이가 썼던 방의 문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좀처럼 열리지 않는 형의 방문을 표현한 시였는데, 정말 감탄한 기억이 난다. 이 시는 언어유희성은 다른 시들에 비에 좀 약하지만 내 마음에는 들었다.

그때가 좋았어라는 시는 초등학교 때는 유치원때가 좋았어”, 중학교 때는 초등학생 때가 좋았어.” 하고 한단계 전 과거를 좋았다고 회상하는 인생을 담았는데, 마지막 행이 인생은 다 좋은 날이다.”로 긍정적 결론이 난 게 인상적이다. 나라면 좋은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가?”로 할 것 같은데.ㅎㅎ

생각 화석이라는 시도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화석에 대해 배우거나 책을 읽고 쓴 게 아닐까 싶은데, 오랜 시간 딱딱한 암석 속에 잠겨 있는 화석의 특징과 내 생각의 공통점을 찾아 비유한 것이 훌륭하다. ‘언젠가는 암석을 깨서 내가 내 생각을 되찾을 거예요라고 했는데, 이 어린이의 사정은 모르지만 이런 시어가 관념이 아닌 진짜로 진정성에서 나왔다면 정말 휼륭한 시다.


겨우 세 편밖에 얘길 못했는데, 다 쓰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여기까지만... 이 시집은 공모에 의해서 모인 다양한 어린이들의 시집이며 공모 주제가 말놀이 동시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분명하다.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기성 시인들이 쓴 동시집도 물론 좋지만 어떤 시들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시들은 정말 딱 어린이들의 눈높이다. 어른이 맞추려고 노력한 눈높이와 저절로 맞춰진 눈높이는 아무래도 조금 다르다. 이 시집을 학급문고 시집코너에 추가하면 금방 인기를 끌게 될 것 같다. 올해는 반짝이는 시어들을 조금 더 캐어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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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런 성격일까? - 에니어그램이 알려주는 온전한 나로 사는 길
정유진.임소연.추교진 지음 / 정신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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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에니어그램에 관심이 있었다고 해야할지 아니라고 해야할지 애매하다. 관심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연구해볼 열심까지는 없었다. 15년 전쯤, 이 책의 저자인 정유진 선생님이 인도하시는 원데이 연수에 참여해본 것이 전부다. 그 이후로 두꺼운 책을 한 권 읽다가 만 것 같고, 자녀교육용? 얇은 책을 한 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으로는 3년쯤 전에 에니어그램 소설을 발견하고 재밌겠다 싶어서 읽어봤다. 예상대로 재미는 있었고 오래된 기억들이 떠올랐지만 소설의 특성상 지식을 더욱 넓혀주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페북 등의 SNS에서 남들이 성격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링크를 올려주면 에이 이게 뭘... 하면서도 대부분 해보는 것 같다. 나도 그렇거든.ㅎㅎ 그리고선 오 신통하다며 좋아한다. 인간에겐 자신의 성격을 진단하고 규명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것일까. 부쩍 심해진 mbti 열풍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등학생들도 자기소개할 때 언급하고, 서로서로 묻기도 하는데 듣고있자면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한다. 섣불리 접근하는 건 심심풀이 이상의 의미는 없겠다 싶어서.

에니어그램도 성격유형을 찾는 방법 중의 하나다. 단편적으로 보면 9개의 유형이니 16개인 mbti 등 다른 검사들과 비교했을 때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개수로 비교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에니어그램의 깊이는 그 사람의 심연에 잠긴 근원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진단도 쉽지 않고 오랜시간 모르거나 잘못 알고서 살아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발견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딱 떨어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면, 일단 파악하고 난 다음에는 자신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 깊이는 여타의 성격검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9개의 유형 중에서 나의 기본성격이 있지만 그것이 나를 다 표현해주는 것은 아니다. 기본성격에서 출발하는 다양한 방향성이 있고, 그것들의 조합이 나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성격을 찾아내는 것도 어떤 사람은 꽤나 오래 걸린다. 말하자면 애니어그램은 한번의 검사로 결정된다기보다는 자신을 찾아가는 탐구의 과정인 것 같다.

나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15년 전 연수에서 한 검사에서 나는 1,9번이 똑같이 매우 높게 나왔고 그 다음으로는 6번이 나왔다. 2,4,5는 중간 정도로 나왔고 3,8은 낮았고 7은 매우 낮았다. 이러한 전체적인 경향성은 평생에 걸쳐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커다란 변신의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그때 동점으로 나온 1,9번 중에서 1번이 나를 더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기본성격(대표 유형)은 1번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때 연수에서도 1번들의 모둠에 들어가 토의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해본 검사에서도 상중하의 전체적 경향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즐거움 추구가 가장 뒤로 밀리는 사람이고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성취 욕구도 그리 강하진 않다. 하지만 기본성격에 변화가 있었다. 15년 전 세 번째로 나왔던 6번 유형이 1,9번을 치고 튀어나와 단연 높게 나왔다.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이제 나의 직업을 접을 날이 몇 년 남지 않아서 직업적 마인드가 줄어들 시점이라는 점, 같은 맥락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점도 영향이 조금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나의 심연, 즉 잠겨있는 빙산 부분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나의 근원과 뿌리를 보는 데 도움을 주었다.

15년 전 6번이 썩 끌리지 않았던 이유는 대표명칭인 ‘헌신가’라는 이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리 헌신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빙산의 아랫부분, 즉 나의 두려움과 욕망, 집착 등을 보게 되니 나는 확실히 1번보다는 6번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6번의 근원적 두려움은 '안내받지 못하는 것'이고 핵심감정은 불안이다. 나는 혼자있는 것을 무척 선호하는 사람인데 그때도 한줄기 끈은 연결되어 있길 바라는 나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고립은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의지할만한 존재를 원한다. 그래서 내가 호감을 갖는 사람은 주로 이렇다. 속이 깊고 멘탈이 강한 사람, 호들갑스럽지 않으며 약속을 잘 지키고 한번 말해놓으면 두세번 말할 필요가 없는 사람. 한마디로 믿을만한 사람이다. 신뢰. 이게 내가 사람을 보고 관계를 맺는 절대기준이다. 이것이 나의 깊은 불안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다. 나는 나 자신도 불신한다. 내가 참 시원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주변에 누군가 든든한 사람이 있어서 불안감을 줄여주기를 바란다.

설명을 읽다가 너무 맞아서 허탈하게 웃은 부분이 있다.
"안전에 집착하는 6유형들은 미래에도 큰 기대가 없습니다. 크게 성공하는 것보다 망하지 않는게 더 중요하고, 앞서가는 것보다 뒤처지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 여기지요. 머릿속에 최악의 상황을 그려놓고 그것을 피하는데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겁니다."
아~ 웃프다.ㅎㅎㅎ 하지만 다음과 같은 조언은 나를 안심시키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의 통찰력 인정하기(통찰력 있다는 소리는 가끔 들음),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글로 쓰기(이미 하고 있는 편), 할까말까 고민될 땐 일단 하기(가장 어려운 조언ㅋ) 등이다.

책의 리뷰에 개인적인 얘기를 너무 많이 한 느낌이라 꺼림칙하긴 한데... 나는 원래 리뷰가 독후감인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해야겠다. 각 유형들의 독후감을 다 모으면 꽤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 책의 1,2부는 애니어그램, 성격의 개념을 설명하는 장이고 3부는 검사, 4부는 각 유형을 자세히 설명한 장이다. 이 4부가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나는 4부에선 내 유형만 읽었으니 이 책을 다 읽었다곤 볼 수 없는데, 다른 유형들도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지인들과 관련지어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에니어그램의 깊이와 넓이는 이후 5,6부에서 진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9개에 불과한 성격유형이 전부가 아니다. 기본성격 외에 다양한 성격 역동이 한 사람의 총체적 성격을 구성한다. 힘의 중심, 욕구의 사회적 충족 방식, 욕구 좌절 대처 방식, 인간관계 갈등 대처 방식 등이 새롭게 다양한 그룹을 이룬다. 그래서 성격이란 단순명료하지 않으며 쉽게 규정될 수도 없는 것이다. 뿌리가 같아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남에게 보여질 수 있다.

에니어그램의 특징인 '날개'도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에니어그램의 최종 목적지, '온전한 통합'은 단순 성격검사를 넘어서 삶의 태도와 방향을 고민하고 성찰하게 한다. 인생이란 어쩌면 자신을 탐구하는 여정인 바, '나는 어떤 모양의 사람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에니어그램을 높이 사고 싶다.

애니어그램에 대한 기존 저서들이 이미 여러 권 있지만, 저자들은 좀더 쉽게 체계적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안내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목표한 바를 충분히 달성한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480쪽에 달하는 이 책을 읽는데 부담이 거의 없다. 물론 하루만에 뚝딱 읽어지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고. 천천히 진단도 하고 생각도 하며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 과정에서 좋은 점은 끝까지 흥미를 유지하며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도록 서술이 친절하고 상세하다는 점이다.

책의 디자인으로 볼 때 본문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거의 필요치 않고 도표가 들어가 있는 정도인데 눈에 잘 띄고 알아보기 쉬웠으며 소제목들에 적당하고 깔끔한 색이 들어가 있어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특히 표지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표지의 연두색이나 책등의 노란색이 다 고상한 느낌을 준다. 은박으로 인쇄된 제목이 너무 작지 않나? 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왠지 적당하는 생각이 든다. 가운데 크게 들어가있는 애니어그램의 원이 제목의 역할을 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받아들면 마음이 흡족하고 꼭 읽어서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에니어그램을 좀더 알고 싶은 이들, 나에 대한 탐구 욕구가 있는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해도 되겠다. 매우 흥미로운 독서이자 나를 탐구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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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특별한 교사의 언어 - 마음을 움직여 성장으로 이끄는 감정 대화법
김태승 지음 / 푸른칠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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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은 참으로 그사람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말에 대한 책도 강연도 많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주 봇물터지듯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교사의 언어는 특별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입으로 먹고사는 직업이어서...는 아니고(입은 최종 출구일 뿐 교사는 말로만 하는 직업은 아니니까) 매우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며, 그때마다 최선의 언어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거의 모든 상황이 교육의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

교사의 언어를 다룬 책 중 천경호 선생님의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그 책도 좋았고 이 책은 이 책대로 참 좋다. 뭐라 비교하긴 힘든데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 각자 참 좋다. 이제 퇴직을 몇년 앞두고 있는 나같은 경력교사도 읽으면서 쏙쏙 비어있는 구멍을 알차게 채운다. 경력이 적은 후배선생님들께는 뙤약가뭄에 시원한 비일 것 같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대체로 쉽게 술술 읽힌다. 특히 대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부분은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며, 대화의 결말 부분에서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웃음도 나고 공감도 되고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도 되고 다양한 감정들이 올라온다. 교사의 말은 색깔(초록색)로 구분되어 있어 더욱 가독성이 높다. 그러나 이 책의 성격이 단순 대화집인 것은 아니다. 상담심리 전공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시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는 저자의 학식이 드러난 부분도 있다. 각장 후반부에 있는 [교육전문가를 위한 대화의 기술]이 그것이다. 대화 부분도 읽기 쉽다뿐이지 내공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두가지 성격이 잘 짜여 구성되어 있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적어도 두 번 정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쉽게 읽히는 곳부터 편하게 읽되, 정독도 꼭 한 번 하면 좋겠다.

1장은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교사의 언어]이다. 친구 관계의 다양한 역동에서 충돌이 있었을 때 중재하는 대화들이 주를 이룬다. 나도 나름 오랜 경력이 주는 능구렁이력으로 중재를 어느정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야말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스리슬쩍 넘어가기에 급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초록색 부분, 즉 교사의 대사에는 괄호 안에 대화기술방법이 표기되어 있다. 확인, 질문, 수용, 공감, 탐색적 질문, 설명, 자기개방, 제안, 지지, 강조 등등이다. 어느 책에서도 보지 못한 이 책의 특징이면서 대화를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며 치우치지 않은 적절한 구성으로 교사의 언어를 정련하는 연습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겠다.

저자의 대화를 보니 기본적으로 침착하고 친절하나,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 단호하게 교사의 감정도 전달하고(자기개방) 냉정하게 객관적 상황을 알려주거나 교사의 의지를 천명하기도 한다. 이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최대한 학생 스스로 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력하되, 그럴 의지나 능력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끌려가면 안된다. 위에 적은 다양한 대화방법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취사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몸에 배기까지는 복기와 성찰이 필요하다. 그때 이 책이 가장 적절하리라 생각된다.

대화 내용 중 내가 그동안 유의하지 못했구나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저자샘이 학생들에게 ‘상대의 눈을 바라보라’고 지도하시는 부분이었다. 마침 오늘 중재할 일이 딱 생겨서 (사실 ‘마침’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매일 생기니까 뭐ㅎ) 나도 이렇게 지도해 보았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아니 그건 좀...” 하면서 몹시 어색해 하는 것이었다.
“왜요? 개똥이는 그게 잘 안돼요?”
“네, 제가 사실은 부끄러움이 많아가지고....”
이렇게 말하는 개똥이는 우리반에서 제일 나대는 녀석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개똥이도, 상대방도 다 웃었다.
“그럼 오늘은 선생님을 보면서 말하는 걸로 해요. 그래도 괜찮죠?”
상대방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개똥이는 처음에는 교사를 쳐다보더니 어느새 친구에게로 시선이 돌아가 있다. 화해는 잘 끝났다.^^ 생각해보니 나도 사람의 눈을 잘 보지 않는 것 같아서, 아이의 민망함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강요가 아닌 한, 눈을 바라보라는 조언은 필요한 것 같다. 수많은 팁이 있었지만 오늘 바로 적용해본 것은 이것이었다.

1장의 끝에 나오는 ‘교육전문가를 위한 대화의 기술’ 페이지에서는 “학생의 저항과 주저를 잘 다뤄 주세요”와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 메타인지를 활용하세요” 등의 전문적 조언이 나와있다. 이 부분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마음이 여린 편이고 표면적으로는 친절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팩폭의 욕구가 상당히 강해서 나도 모르게 그걸 내뱉을 때가 있다. 다행히 그게 약이 된 경우도 있지만 아마도 상처가 된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특히 그 표현을 비꼼이나 비난으로 했을 경우에는 더! 이 부분을 매우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자는 직면이 문제해결의 필요조건이지만 잘못 접근하면 비난으로 인식되어 방어와 부정으로 돌아설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아이 입장에서 직면은 무거운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 저항하거나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사가 지지하고 공감하는 만큼만 직면해 주어야 그것이 비난으로 들리지 않는다.」 (157쪽)
「대화 속에서의 직면은 행동이나 말, 행위에 대해서만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불일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태, 그 마음을 느끼고 이를 공감적인 반영을 통해 직면하는 것이 가장 성장에 가까운 교육이 된다.」 (159쪽)
숙제를 하나 받았다. 수준 높은 직면. 이제 해오던 대로 대충 하다가 퇴직하고 싶은데 숙제라니. 하지만 왠지 기분은 나쁘지 않다.^^

2장은 [마음의 성장을 돕는 교사의 언어]이다. 교실에는 언제나 표현이 서툴거나 마음이 힘들거나 감정처리를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들, 나아가 행동수정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내용 중 "괜찮아" 라는 말도 남용해선 안된다는 언급에 매우 동의했다. 좋은 말도 모든 상황에 좋을 순 없다. 학생의 감정의 물결을 존중하는 건 때로 기다려주는 일이다. 위로든 충고든 그 후에 해줘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너는 그 말에 동의하는 거야?", "네 생각이 궁금하다." 등의 말로 아이를 주체로 세우고 교사의 동의나 응원, 충고를 더해주는 방법이 정말 고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교사도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심리가 있다. 대부분 부정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교사는 불쾌해지고, 학생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결과를 낳게 되기 쉽다. 이때 그 너머의 심리를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아이를 미워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 장에 다양한 사례가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뭔지 모르게 눈에 거슬려진 아이와의 대화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핑계만 많고 행동수정이 안되는 학생을 설득하는 과정도 배울점이 많았다.

3장은 [진정한 만남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교사의 언어]이다. 이 장은 교사의 내면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급 안에서 교사는 때로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솔직해도 되고,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때도 있다. 학급 구성원에 따라 처신이 다르게 되지만 기본적 원칙은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전문가 수준이라 해도 마음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드물지만 있을 수 있으며, 그럴때도 끝까지 노오오오오력하라는 부질없는 채찍질보다는 과제의 분리를 제안하기도 한다.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교직은 운이 조금은 작용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상황을 운에 핑계대어서는 안되지만.

교사가 가장 행복한 해의 교실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장이다.
"선생님이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가르치고 지도하는 대로 잘 따라주어 성장하는 학생도 있고, 똑같이 지도했지만 그러지 못하는 학생도 있거든. 선생님과의 대화를 소중히 여기고 그 이야기들을 생활 속에서 잘 적용한 건 순수하게 너희들의 선택이고 너희들의 실천 덕분이야. 선생님은 단지 그 기회를 보고 말해주었을 뿐이야." (306쪽)

이 책의 수많은 대화를 읽으면서 결국 깨닫게 되었다. 열쇠가 누구한테 있는지를. 안타깝게도 나한테 없었다. 이런.ㅋㅋㅋㅋ 하지만 그 열쇠의 주인공들이 결국 문을 열도록 최선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은 나의 것이다. 최종 선택은 열쇠의 주인에게 있지만.

이 책이 열쇠의 주인들에게 다가가는 지혜를 끌어올려 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많은 선생님들께 자신있게 권하며, 우리의 교실들의 성장과 평안과 행복을 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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