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특별한 교사의 언어 - 마음을 움직여 성장으로 이끄는 감정 대화법
김태승 지음 / 푸른칠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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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은 참으로 그사람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말에 대한 책도 강연도 많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주 봇물터지듯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교사의 언어는 특별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입으로 먹고사는 직업이어서...는 아니고(입은 최종 출구일 뿐 교사는 말로만 하는 직업은 아니니까) 매우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며, 그때마다 최선의 언어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거의 모든 상황이 교육의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

교사의 언어를 다룬 책 중 천경호 선생님의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그 책도 좋았고 이 책은 이 책대로 참 좋다. 뭐라 비교하긴 힘든데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 각자 참 좋다. 이제 퇴직을 몇년 앞두고 있는 나같은 경력교사도 읽으면서 쏙쏙 비어있는 구멍을 알차게 채운다. 경력이 적은 후배선생님들께는 뙤약가뭄에 시원한 비일 것 같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대체로 쉽게 술술 읽힌다. 특히 대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 부분은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며, 대화의 결말 부분에서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웃음도 나고 공감도 되고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도 되고 다양한 감정들이 올라온다. 교사의 말은 색깔(초록색)로 구분되어 있어 더욱 가독성이 높다. 그러나 이 책의 성격이 단순 대화집인 것은 아니다. 상담심리 전공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시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는 저자의 학식이 드러난 부분도 있다. 각장 후반부에 있는 [교육전문가를 위한 대화의 기술]이 그것이다. 대화 부분도 읽기 쉽다뿐이지 내공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두가지 성격이 잘 짜여 구성되어 있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적어도 두 번 정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쉽게 읽히는 곳부터 편하게 읽되, 정독도 꼭 한 번 하면 좋겠다.

1장은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교사의 언어]이다. 친구 관계의 다양한 역동에서 충돌이 있었을 때 중재하는 대화들이 주를 이룬다. 나도 나름 오랜 경력이 주는 능구렁이력으로 중재를 어느정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야말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스리슬쩍 넘어가기에 급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초록색 부분, 즉 교사의 대사에는 괄호 안에 대화기술방법이 표기되어 있다. 확인, 질문, 수용, 공감, 탐색적 질문, 설명, 자기개방, 제안, 지지, 강조 등등이다. 어느 책에서도 보지 못한 이 책의 특징이면서 대화를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며 치우치지 않은 적절한 구성으로 교사의 언어를 정련하는 연습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겠다.

저자의 대화를 보니 기본적으로 침착하고 친절하나,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 단호하게 교사의 감정도 전달하고(자기개방) 냉정하게 객관적 상황을 알려주거나 교사의 의지를 천명하기도 한다. 이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최대한 학생 스스로 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력하되, 그럴 의지나 능력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끌려가면 안된다. 위에 적은 다양한 대화방법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취사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몸에 배기까지는 복기와 성찰이 필요하다. 그때 이 책이 가장 적절하리라 생각된다.

대화 내용 중 내가 그동안 유의하지 못했구나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저자샘이 학생들에게 ‘상대의 눈을 바라보라’고 지도하시는 부분이었다. 마침 오늘 중재할 일이 딱 생겨서 (사실 ‘마침’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매일 생기니까 뭐ㅎ) 나도 이렇게 지도해 보았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아니 그건 좀...” 하면서 몹시 어색해 하는 것이었다.
“왜요? 개똥이는 그게 잘 안돼요?”
“네, 제가 사실은 부끄러움이 많아가지고....”
이렇게 말하는 개똥이는 우리반에서 제일 나대는 녀석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개똥이도, 상대방도 다 웃었다.
“그럼 오늘은 선생님을 보면서 말하는 걸로 해요. 그래도 괜찮죠?”
상대방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개똥이는 처음에는 교사를 쳐다보더니 어느새 친구에게로 시선이 돌아가 있다. 화해는 잘 끝났다.^^ 생각해보니 나도 사람의 눈을 잘 보지 않는 것 같아서, 아이의 민망함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강요가 아닌 한, 눈을 바라보라는 조언은 필요한 것 같다. 수많은 팁이 있었지만 오늘 바로 적용해본 것은 이것이었다.

1장의 끝에 나오는 ‘교육전문가를 위한 대화의 기술’ 페이지에서는 “학생의 저항과 주저를 잘 다뤄 주세요”와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 메타인지를 활용하세요” 등의 전문적 조언이 나와있다. 이 부분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마음이 여린 편이고 표면적으로는 친절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팩폭의 욕구가 상당히 강해서 나도 모르게 그걸 내뱉을 때가 있다. 다행히 그게 약이 된 경우도 있지만 아마도 상처가 된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특히 그 표현을 비꼼이나 비난으로 했을 경우에는 더! 이 부분을 매우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자는 직면이 문제해결의 필요조건이지만 잘못 접근하면 비난으로 인식되어 방어와 부정으로 돌아설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아이 입장에서 직면은 무거운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 저항하거나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사가 지지하고 공감하는 만큼만 직면해 주어야 그것이 비난으로 들리지 않는다.」 (157쪽)
「대화 속에서의 직면은 행동이나 말, 행위에 대해서만 직면하는 것이 아니라 불일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태, 그 마음을 느끼고 이를 공감적인 반영을 통해 직면하는 것이 가장 성장에 가까운 교육이 된다.」 (159쪽)
숙제를 하나 받았다. 수준 높은 직면. 이제 해오던 대로 대충 하다가 퇴직하고 싶은데 숙제라니. 하지만 왠지 기분은 나쁘지 않다.^^

2장은 [마음의 성장을 돕는 교사의 언어]이다. 교실에는 언제나 표현이 서툴거나 마음이 힘들거나 감정처리를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들, 나아가 행동수정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내용 중 "괜찮아" 라는 말도 남용해선 안된다는 언급에 매우 동의했다. 좋은 말도 모든 상황에 좋을 순 없다. 학생의 감정의 물결을 존중하는 건 때로 기다려주는 일이다. 위로든 충고든 그 후에 해줘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너는 그 말에 동의하는 거야?", "네 생각이 궁금하다." 등의 말로 아이를 주체로 세우고 교사의 동의나 응원, 충고를 더해주는 방법이 정말 고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교사도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심리가 있다. 대부분 부정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교사는 불쾌해지고, 학생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결과를 낳게 되기 쉽다. 이때 그 너머의 심리를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아이를 미워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 장에 다양한 사례가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뭔지 모르게 눈에 거슬려진 아이와의 대화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핑계만 많고 행동수정이 안되는 학생을 설득하는 과정도 배울점이 많았다.

3장은 [진정한 만남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교사의 언어]이다. 이 장은 교사의 내면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급 안에서 교사는 때로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솔직해도 되고,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때도 있다. 학급 구성원에 따라 처신이 다르게 되지만 기본적 원칙은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전문가 수준이라 해도 마음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드물지만 있을 수 있으며, 그럴때도 끝까지 노오오오오력하라는 부질없는 채찍질보다는 과제의 분리를 제안하기도 한다.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교직은 운이 조금은 작용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상황을 운에 핑계대어서는 안되지만.

교사가 가장 행복한 해의 교실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장이다.
"선생님이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가르치고 지도하는 대로 잘 따라주어 성장하는 학생도 있고, 똑같이 지도했지만 그러지 못하는 학생도 있거든. 선생님과의 대화를 소중히 여기고 그 이야기들을 생활 속에서 잘 적용한 건 순수하게 너희들의 선택이고 너희들의 실천 덕분이야. 선생님은 단지 그 기회를 보고 말해주었을 뿐이야." (306쪽)

이 책의 수많은 대화를 읽으면서 결국 깨닫게 되었다. 열쇠가 누구한테 있는지를. 안타깝게도 나한테 없었다. 이런.ㅋㅋㅋㅋ 하지만 그 열쇠의 주인공들이 결국 문을 열도록 최선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은 나의 것이다. 최종 선택은 열쇠의 주인에게 있지만.

이 책이 열쇠의 주인들에게 다가가는 지혜를 끌어올려 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많은 선생님들께 자신있게 권하며, 우리의 교실들의 성장과 평안과 행복을 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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