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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못 말리는 하우스메이트 - 도시에서 대형견과 산다는 건, 2023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ㅣ 나무의말 에세이 1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3년 9월
평점 :
작가는 자신을 '육견인'이라고 칭한다. '육'은 고기 육자도 있어서 어감이 썩 좋진 않은데, 육견이란 육아와 같은 선상의 단어다. 개를 기르는 사람. 이렇게 따지면 나도 육견인이었고 지금도 준육견인 정도 된다. 7년 전 어느날 딸래미가 덜컥 말티푸 한마리를 데려왔고, 딸을 나무랄 새도 없이 그 작은 털뭉치는 홀랑홀랑 뛰어올라 식구들을 핥아대어 순식간에 좌중을 평정하였다. 그렇게 우리의 육견은 시작되었다. 딸이 멀지 않은 곳으로 독립한 지금은 주2일과 딸이 놀러가는 주말이나 여행가는 휴가 때 우리집에 와 있는다. 두 집 다 자기 집이지만 더 오래 살았고 더 넓은 우리 집보다도 좁지만 주인1호인 누나집을 더 선호한다.
딸이 데려오겠다고 미리 말했다면 내가 허락을 했을 리가 없다. 나는 모든 화근은 '아예 만들지 않는다'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화근이라니 말이 심하네 할 수도 있지만 돈 들어가고 힘든 일이 화근이 아니면 뭔가. 하지만 말이다. 그 화근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이녀석들, 개의 마음이라는 것을 '육견인'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된다. 한결같은 사랑, 환대, 때론 인간보다 더한 무언의 소통. 이걸 경험하면 그 모든걸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으론 그렇지만 그와 함께 환경도 따라줘야 한다.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에고고, 말티푸 정도는 명함도 못내밀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말티푸는 아빠 푸들이 토이가 아니고 미디엄이었는지 생각보다 훨씬 커져서 가족을 당황시켰다. 난 5kg 짜리 지인의 푸들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녀석은 글쎄 9kg에 가깝도록 크는게 아닌가. 길을 다니며 만나는 개들은 대부분 얘보다 작다. 거기다가 목청은 얼마나 큰지. 이놈아 그 목청을 사람들 놀래키는데 쓰지 말고 날 다오. 노래나 목청껏 불러 보게! 그럴 정도인데다 사회성이 부족해서 주인 외엔 다 적대적이고 흥분을 잘해서 딸이 자기가 번 돈으로 강형욱씨네 훈련소에 잠깐 다닌 적이 있을 정도다. 지금은 안심하고 산책을 할 정도는 되었다.
얘기를 하고보니 엄청난 애물단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함도 못내민다고 한 이유는, 작가님의 천둥이가 대형견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도 큰데 그 세 배, 26kg라고 한다. 진도가 섞인 믹스. 맹견은 아니어도 다루기 쉬운 종도 아니다. 하긴 모든 대형견이 그렇겠지만.
천둥이는 원래 작가님의 아버지가 강원도 산골에 거주하신다는 전제로 데려온 개인데, 상황이 달라져 도시로 오게 된 케이스다. 도시에서 대형견과 산다는 건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있었고, 많은 걸 포기하고 그 상황에 나를 맞춰야 했다. '육견'이라는 말에 실감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엄청난 시간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난 이쁘다고 쓰다듬을 줄만 알았지 진정한 육견인은 아니구나 깨닫게 되었다. 시원찮은 나에게 딸이 산책을 맡기지 않기 때문에.^^;;; 산책이 견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개도 하루종일 그시간만 기다린다. 대형견은 더하다고 한다. 하루 세 번. 시간으로 따지면 서너시간내지 너댓 시간? 나는 절대 그런 시간은 못낸다. 시간을 낼 의향이 없는 사람, 개랑 인연을 절대 맺지 않으시길 바란다. 아프지 않고 크는 개는 없고, 병원비도 비싸다. 말하자면 육견은 돈과 시간으로 하는 것이다. 육아와 다를 바가 없다. 돈도 시간도 엄청 들지만 그게 아깝지 않을 정도의, 남들은 모르는 행복과 기쁨이 있다는 점도 육아와 똑같다. 하지만 낳아만 놓고 부모노릇 못하는 이들도 있듯이 덜컥 들여놓고 개를 고문하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이 널리 읽혀서 그런 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책길에 만난 검은 리트리버 코코와 단짝 놀이친구가 되는 천둥이. 그리고 '코코오빠'와 접선하다 마음이 통해 커플이 되신 작가님의 이야기도 영화같고 훈훈하다. 그리고 천둥이랑은 또다른 코코를 키우며 새롭게 알아가는 '동물과의 동행'에 대해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에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천둥이의 첫주인인 아버지, 작가님, 코코오빠가 나누는 대화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근본적으로 작가는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옛날 시각을 갖고 본다면 뭘 그렇게까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 어릴 적 외갓집 가면 마당에 한두마리 개가 꼭 있었지만 다 묶어놓았었고, 길게 키운 경우도 없었다. 다음 방학때 가보면 없어. 잡아먹어서...ㅠ 그때는 왜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까.ㅠㅠ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이들은 가축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나누고 삶을 동행하는 친구 내지는 가족이다. 그래서 작가의 이런 고민과 제언에 공감한다.
천둥이와 코코, 그리고 우리 눌눌이(누리) 모두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다 떠나갈 수 있기를. 이 책을 덮으며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이다. 이제 사람으로 치면 중년의 나이에 배를 까고 이쁜짓하는 너 왤케 귀엽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