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의 소원 사탕 그래 책이야 30
오민영 지음, 송효정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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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듯 따라간 길에 내 눈에만 보이는 마법 가게.... 과자점, 떡가게, 사탕가게 등 종류도 많지만 이제 좀 식상하다. 그 가게들에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음식을 팔고, 그걸 먹은 주인공에게 사건이 일어나며 이야기는 펼쳐지지.... 이 책도 그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그래도 한가지 내게 차별화된 점으로 다가온 것은 주인공 아이의 심리적 문제였다. 그건 경쟁심과 질투심이다.

누구나 갖고 있을 이 마음.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미약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있지만 다스릴 정도 되는 사람, 매우 과한 사람도 있지. 나 또한 어릴적 이 마음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해한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피곤한 족속 중의 하나가 이런 부류구나 느끼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이런 사람들과의 교류는 거의 생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가? 내 주변에 성공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ㅎㅎㅎ

나도 뭔가 달성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욕구는 있고, 왕성히 달성해가는 사람들을 보며 드는 마음은 부러움인데, 그들의 열정과 근면함은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그냥 살짝 한쪽 끈을 놓아버리고 산다. 힘들면 쉬고, 적당히 게으르게.... 그래도 불현듯 '부러움'이 고개를 치켜든다. 이 부러움이 내게는 경쟁심의 또다른 얼굴인 것 같다. 하지만 대체로는 게으름이 부러움을 이긴다. 저런 이들은 타고난 거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살자. 이정도도 쉬운 건 아니야.... 이렇게 정당화하면서.^^;;;;

이 책의 주인공 유나. 우리반 교실에 있다면 아주 신경쓰이고 이뻐하기 힘들어 살짝 맘고생할 스타일. (내가 그렇다는 거임.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진 않음^^) 지는거 싫어하는 걸 넘어서 윈윈도 용납 못하는 스타일. 오직 나만 이기고 나만 돋보여야 되며 두 손에 떡 들고도 더 집으려 눈을 번뜩이는 스타일. 이 아이에게 전학 온 우등생 예린이는 눈의 가시일 수밖에. 뭐든지 잘하고 배려까지 갖추어 반 친구들의 인정과 인기를 독차지. 저렇게 티꺼울 수가!

그러니 '달토의 소원 사탕' 가게에서 유나는 당연히 '뭐든 1등 사탕'을 골랐다. 수학시험을 100점 맞은것까진 좋았는데 달리기 시합에선 무리하다 예린이를 넘어지게 했고 유나의 1등은 무의미해졌다. 모두가 예린이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소원사탕 가게를 찾은 유나는 '꾀병 엄살 사탕'을 고른다.

이것도 스토리의 법칙 중 하나인가? 소원 사탕은 세 개까지만 살 수 있다. 유나가 세 번째 고른 사탕은 무엇일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나는 그 사탕을 놓쳐 세 번째 소원은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얻게 되었으니.... 예린이의 헛점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헛점이 자신과 동일하다는 점도.... 둘이 헛점으로 뭉친 그 순간은 교실에 큰 웃음과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 건가? 내가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고 내 주변에 좋은 이들도 많은 것이 어쩌면 내가 완벽하지 않은 헛점투성이이기 때문인가? 그걸 감사해야 되는 걸까?ㅎㅎ 어쨌든 인간은 홀로 완벽하려는 노력보다는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존재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스토리를 읽게 되면 꼭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떤 소원 사탕을 고를까? 소원 세 가지를 잘못 써서 소시지가 코에 붙어버렸다는 이야기처럼 되면 안되니 엄청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질없는 궁리.^^ 소원사탕 가게의 달토(달나라 토끼)는 유나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긴다.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답니다앙. 자신이 가진 힘을 믿으세요옹."

적당히 빈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행복한 세상이면 좋겠다. 스펙을 쌓고 또 쌓아도 써먹지도 못하고 남과 비교만 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불행한가 말이다. 부모가 그렇게 키우는 아이도 있다는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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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도감 -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
오노 마사토 지음, 고향옥 옮김 / 길벗스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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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세계 위인들' 이란 부제가 붙어 있어서 실패가 성공의 디딤돌이 된 사례에 촛점을 맞춘 차별화된 전기문일 거라 예상했고,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읽거나 수업에 활용하기에도 아주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핀트가 많이 빗나갔다. 그냥 '위인들도 실패를 한다'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첫 인물부터 그렇다. 라이트 형제.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기 보다는 성공하고도 실패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공자의 실패는 '이상이 너무 높았다'고 하는데 공자 사후에 그의 이상이 유교라는 사상으로 정립되고 국가의 이념이 되기도 하는데 그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설득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촌스럽다는 혹평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만든 코코 샤넬의 이야기는 이 실패도감의 부제에 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샤넬의 옷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대단했던 걸까요? 여러분이 그것을 아는 방법은 딱 하나. 어른이 되면 샤넬 매장에 가서 샤넬의 옷을 한 번 입어보는 거예요." 이 부분에선 실소가 나왔다. 난 어른이 된지 한참 지났는데도 샤넬 매장엔 못가봤는데, 가봐야 되나?^^;;;;

이렇게 초반부엔 딴지걸고 싶은 장이 많이 나오더니만, 점차 공감가고 설득력 있는 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베토벤 장. 저자는 베토벤의 실패를 '도와 달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 규정했는데, 그 실패는 그를 고독으로 이끌었고, 순수하고 맹렬한 고독 가운데서 순도 높은 그의 작품들이 탄생했다.
"베토벤처럼 눈 딱 감고 고독 속에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용기 내어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홀로 자신과 마주해 보세요."
이 조언이 맘에 든다. 아이들은 이해하기 좀 힘들겠지만....

나쓰메 소세키 장에는 깊이 공감했다. 그는 영어교사를 하다 영국 유학을 갔는데 우울감에 괴로워하다 제대로 과정을 마치지도 못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이 마음의 고통이 그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했다.
"여러분도 마음속의 불안이 커졌다고 느낄 때 다양한 것에 도전해 보면서 자신의 불안을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표현으로 숨을 쉰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표현의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다. 자신에게 맞는 표현의 방법을 찾고 그것으로 격려받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쩌면 교육의 목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염두에는 두고 있다.

노벨의 실패를 '마음이 너무 약했다'로 규정했는데, 나랑 비슷한 점이 있다. (물론 나는 성공자가 아니니 비교불가지만) 남들의 평가와 비난을 의식하고 상처를 무진장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 때문에 노벨상이 생겼지만.... 그래도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남의 기분에 민감해 상처 받기 쉬운 마음과 최선을 다한 뒤에는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함. 이 둘은 정반대의 성격 같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두 성격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세상에 마음 약한 사람이 많아서 문제일까? 뻔뻔한 사람이 많아서 문제일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의 조언대로 나도 좀 뻔뻔해지고 싶다.

불량소년이었던 베이브 루스, 너무 새로워서 인정받기 실패했던 피카소, 계약을 잘못해서 오래 고생했던 디즈니, 너무 많이 실패했지만 결국 성공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사장 등등.... 은 실패를 넘어 성공한 사례들이라 이 책의 부제와 잘 어울리는 내용들이었다. 마지막장에 부모님을 넣은 것은 다른 책에서 본 적 없는 신의 한수라고 할까? 부모야말로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하는가? 그게 자식이 막 살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다만, 부모 실패의 이유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라고 했는데 모두가 이런 이유는 아니라는 점....ㅠ

책의 겉모습을 얘기하자면, 3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색상의 2도 인쇄를 했는데(인쇄에 대해선 잘 모름. 틀린 말일수도) 그 색들이 다 형광색이라(형광노랑, 형광분홍, 형광연두) 형광색을 싫어하는 내게는 좀 책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였다.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니 원서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하여간 그림과 색상 면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취향의 문제라고 본다.

이 책은 전기문이지만 자기계발서 쪽의 느낌도 강하다. 인생의 실패를 기본값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격려하는 힘이 있을 것 같다. 실패의 시점에서 끝나면 그건 그냥 실패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는 힘이 필요한데, 그때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지.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에게 권해줄 만하겠다.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가 소개되니(20명) 그중에 자신에게 격려가 되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함께 나눈다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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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신은 우탄이 - 동물권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하재영 지음, 전명진 그림 / 우리학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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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점검을 하는데 오늘따라 참가율이 저조했다. 오전이 지나가는데 1교시 과제도 안올린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오늘따라 딱딱한 문자를 발포했다. 그제서야 구글 드라이브에 몇몇의 답변이 더 도착하고 과제게시판에 인증샷이 올라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안 챙겨줘도 가장 열심히 하던 아이 과제가 도착하지 않았다. 웬일일까 하던 차에 문자가 왔다.
"아침에 키우던 고슴도치가 하늘나라로 가서 마음을 진정하느라고 수업을 못 했어요. 지금 하겠습니다."

짧지만 눈물이 흐르는 듯한 문자였다. 황급히 답장을 보냈다.
"저런....ㅠ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ㅠㅠ 우리집도 고슴도치 키운 적 있었어. 아이들이 엄청 울었지. 모르는 사람은 별 일 아니라도 우리한텐 가족이었으니까.... 쉬운 일이 아닌거 알아. 진정하고 천천히 해요. 말뿐이지만 위로를 보냅니다.ㅠ"

그 성실한 아이가 오전내내 수업을 못할만큼 비탄에 빠진 것이 고슴도치라는 미물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혀를 차는 어른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생명을 옆에 두고 밥을 먹이며 그 성장을 지켜보았다면 누구나 저 심정이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반 아이를 이해할 정도는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보다 더 애틋하고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 책의 화자들이다. 이 책은 동화는 아니고 화자들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자신과 마음을 나눴던 동물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어떻게 함께 지냈는지, 어떻게 보내주었는지도.... 이야기 사이사이에 동물권에 대한 상식이나 우리나라의 실태 등의 정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페이지도 들어가 있다.

첫번째 화자는 이 책의 작가다. 그는 10여년 전에 친구가 못키우게 된 치와와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알게 됐다.
"피피를 만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피피는 평범한 개지만 나는 피피에게, 피피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였어요."
그리고 그는 두번째 반려동물로 유기견 입양을 선택한다. 안락사 직전의 호동이를 임시보호로 데려왔다가 예쁜 털색이 아니란 이유로 외면당하자 직접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한해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쇼핑하듯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체제가 문제다. 독일 같은 경우는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이런게 좀 필요할 것 같다. 강아지 공장 같은 번식장도 생기지 않도록 하고 말이다.

다음 화자들은 동물권이나 유기동물 구조 등의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길고양이 하양이의 이야기였다. 힘겹게 살아가던 하양이가 화자의 집 앞에서 숨을 거둔건 유일하게 신뢰가는 사람에게 새끼들을 부탁한 것이었다. 겨우겨우 새끼들을 붙잡아 울며 말하는 화자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하양아, 괜찮아. 네 아이들 모두 데려왔어. 이제 내가 지켜줄게."

캣맘들의 지극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캣맘들을 비난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모두 입장이 있을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뭘까? 지금으로선 TNR(포획-중성화-제자리방사)로 개체수를 조절하며 공존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한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방법은 아니지만, 인간이 너무 불편해도 안되니까.

이어진 이야기들은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 입양한 이야기였는데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성에 한숨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이 있고 화자처럼 구하는 사람도 있으니 인간에도 급이 있는 것 맞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지는 몰라도 급은 천 단계는 넘는듯. 나도 밑바닥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 수 밖에.

개와 고양이 이야기 외에 호랑이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크레인. 근친교배로 여러 질병과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크레인. 너무 불쌍한 삶을 살다 갔다.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한 생명의 삶을 이렇게 맘대로 괴롭혀도 되는걸까? 그런 의미에서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종이 가진 본능과 야생성을 모두 죽이고 살아가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지막 이야기는 표지그림의 주인공, 오랑우탄 우탄이의 이야기다. 동물쇼로 동물원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던 우탄이는 어느 순간부터 쇼를 거부한다. 인간이 원하는 걸 하지 않는 우탄이의 남은 삶은 비참할 뿐이었다.

동물권, 동물복지 이런 주장은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예전에는 꺼내기도 우습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이게 배부른 이야기도 아니다. 동물들의 야생성과 독립성을 지켜주지 못한 결과로 인간들이 치르는 댓가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만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찬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이기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공존을 모색하자고. 자연을(동물을 포함한) 최대한 침입하지 않는 것이 인간도 사는 길이라고.

이 책은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관련주제를 다룰 때 읽히면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 읽는게 물론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꼭지별로 골라 읽고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다. 동물권을 다룬 많은 책들 중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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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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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작가의 책을 4권째 읽었다. 인간만 골라골라 풀, 알렙이 알렙에게, 현아의 장풍, 그리고 이 책. 계속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청소년대상의 책들이 대부분인데 최근 어린이용도 나왔네.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다섯 편이 들어있는 단편집이다. 각편은 짧지만 장편인 현아의 장풍에서 느꼈던 작가의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외계인에 대한 상상과 현실 청소년의 결합. 작가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며, 어릴 적부터 외계인의 흔적을 쫓던 사람이다. 외계인에 대한 작가의 상상은 엉뚱하고 어떤 때는 황당하다. 과학소설이라 하기에는.... 하지만 아직 누구도 밝히지 못한 존재에 대한 설정이 어찌 논리적일 수가 있을까. 그 상상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게다가 웃기기까지 한데 뭘 더 바랄까.ㅎㅎ

장르는 SF지만 현실을, 그중에서도 청소년에 대한 짠함과 애정이 담긴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작가의 장점으로 꼽고 싶다. 왜 저뢔~ 왜 저러는지 알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질리게 하는 청소년들 옆에 가는 건 어른들로선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들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다가갔다. 하나같이 별볼일없는 루저같아 보이는 그들 속의 감춰진 빛남을 살짝 보여준다. 별거는 아니다. 그냥 그들 속에 있는 아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는 양심, 귀여움 그런 거다. 이 세상을 지속하는데 그거면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응원하게 된다. 이땅의 청소년들을.

외계인과 청소년이 나오는 이야기는 세 편이다.

1.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우리나라 중2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는 누가 만들어낸걸까?(혹시 중등 선생님들? 아님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은 부모들?^^) 그런데 이 허접한 유머를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삼다니 작가도 참 어지간하시다.ㅋㅋㅋㅋ 트룹행성에서 워싱턴 DC 비밀 사무소에 파견한 공무원 한 명이 한국 관광객들에게서 우연히 이 유머를 들었다. 물론 그는 이게 농담인줄 모르고 자기 행성에 보고했으며, 행성에선 대한민국 고양시 낙석중학교로 밀착감시 요원을 보냈다.

그 레이다망에 중2병 지대로인 우기영이 걸려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공원벤치에서 우기영에게 비키라고 역정내는 노인이 걸려들었다. 문서에 적힌 특성상 노인을 중딩으로 확신한 요원은 그를 우주선으로 납치했고 어쩌다보니 우기영까지 딸려가게 되었다. 실수를 인식한 그는 노인을 돌려보내고 우기영을 스캔하는데.... 그가 작성해야 하는 '대한민국 중딩에 대한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실렸을까? 스포를 최대한 안 해야하지만 마지막을 얘기하자면, 결국 남은 건 없다. 우기영의 기억도 행성의 기록도. 그러나 그 요원의 기억속에는 깊이 남았는데, 그는 나중에 또 와서 우기영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하며, 그것을 위해 여행적금을 붓기 시작했다고.ㅎㅎㅎㅎ

2. 최후의 임설미
여기에서 외계인은 츠바인행성의 첩자다. 츠바인행성의 문명은 지구보다 뛰어나고 인류멸종 끝에 지구를 접수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유예상태다. 가공할 폭발물을 낙석중학교 아래에 매설했고 투표권자들이 만장일치하면 몰살이 실행된다. 투표권자는 자연히 그곳이 서식지인 중딩들이며 투표의 방식은 바로.... 중딩들이 실내화로 고집하는 삼선슬리퍼라니....ㅋㅋㅋ 아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도 책을 집어던지지 않고 더 붙잡게 만드는 필력은 뭐란 말이냐. 내가 언젠가 저놈의 삼선슬리퍼가 얘깃거리가 될 줄 알았다만, SF에 등장할 줄은.....ㅎㅎ 그런데 아주 중요한 인용구가 나온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 없다."
다수의 삼선슬리퍼 사이에서 홀로 흰 실내화를 신는 임설미는 정상인가? 아닌가? 중딩들아, 말 좀 해봐라. 획일화를 싫어하는 너희들이 스스로 강력한 획일화의 틀을 만드는 아이러니에 대해서. 너희 안의 임설미들이 행복하길 빈다.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면 안 된다. 중딩들아.

3. 너만 모르는 엔딩
표제작이고 웃음코드도 강력하며, 무려 다중우주론에 기반한다. 여기에서 외계인은 호재의 인생설계를 해주는 흡 씨다. 그는 지구 유람을 왔다가 아예 눌러앉게 되었으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지구인의 전도에 의해서 예수를 영접해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는 '다중우주론에 기반한 미래 설계 및 가능성의 분기점 추출 장치'를 갖고 있어서 인생설계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지구인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점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가 설계해준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의 복잡한 계산 끝에 조합된 것이므로 함부로 수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호재에게는 수정하고 싶은 계획이 생겼으니.... 끔찍한 여사친과의 미래를 제거해버렸는데, 왜, 하필...... 아, 이래서 인생이란 모르는 것인가. 웃음이 나온다.ㅎㅎㅎ

웃음 사이에 작가는 꼭 살며시 찡한 문장을 넣어두곤 했는데 여기서는 흡 씨의 대사다. 그는 시간여행을 하겠다고 한다. 그분을 찾아서....
"그분이 가능성의 분기점을 다루는 걸 봤어요. 가능성의 분기점들이 펼쳐질 때마다 늘 한 가지 원칙에 따라 선택을 하시더라고요. 세상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덜 다치는 쪽으로.... 그분은 저기 사거리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쓸쓸히 돌아갔어요. 저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분을 따라갈 겁니다. 진짜 그분이라면 여쭤보고 싶어요. 왜 사랑이란 이토록 무모하고 모순투성이이며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지....." (102~103쪽)

나머지 두 편은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발달된 미래를 다루고 있다. 그중 [그날의 인간 병기]는 발달된 미래에도 전혀 달라진 것 없는 중딩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괴롭히는 놈과 당하는 놈.... 실수로 입게 된 사이버웨어를 통해 어찌됐든 속시원히 갚아 주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놈이나 저놈이나 대책없기는 마찬가지. 어휴....^^;;;

마지막 편 [알파에게 가는 길]은 대체인간, 그러니까 로봇인 미카가 주인공이다. 그는 기억을 복원해 자신의 원래 정체를 알아냈다. 베타 진아. 베타는 알파를 찾아간다. 둘의 재회는....
이 작품은 아마도 전작인 <안녕, 베타>에서 파생된 것 아닐까 한다. 그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이 책은 책 속 주인공들 같은 B급 학생들도 중간에 던지지 않고 잘 읽을 것 같다. 그리고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이야기도 써 주세요. 외계인도 꼭 나오게."
기대하고,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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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원소 시티로! - 과학이 쏙쏙 화학이 술술 지식이 담뿍담뿍 2
미야무라 가즈오 감수, 호리타 미와 그림, 오승민 옮김 / 담푸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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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요즘은 초딩 때부터 원소기호를 접할 수 있구나. 내 어릴적에야 세계명작이나 위인전이 고작이었으니 난 고1 때 되어서야 '화학'이라는 과목에서 이런 내용을 처음 접했다. 그때가 평생 제일 불성실했던 때여서 화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없다. 그때 문과는 입시 때 과학 중에서 한 과목만 선택하면 되었는데 난 당연히 생물을 선택하면서 화학은 기억 저 멀리로 보내버렸다. 주기율표도 다 까먹었고 원소 기호도 어떤 건 헷갈린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과목의 사라진 기억이 담긴 이 책을 난 왜 굳이 골랐지?

아이들 책 중에 동화를 가장 많이 읽지만 난 비문학도 꽤 좋아한다. 이젠 머리도 굳었으니 그냥 뒹굴뒹굴 부담없이 읽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수업활용 책들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딱딱하게 접했던 지식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제시된 책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제목처럼 원소들을 '원소 시티'의 주민으로 의인화해서 '~씨'라고 부른다.('리튬 씨' 이런 식으로) 가장 먼저 원소기호 1번인 수소가 자기 소개를 하고나서(수소는 원소 시티의 시장) 나머지 주민들을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번호 순서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특성에 따라 패밀리로 묶어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알칼리 금속 패밀리에는 리튬, 소듐, 포타슘, 루비듐, 세슘, 프랑슘 씨가 있다. 이들 각각을 1~2쪽에 걸쳐서 소개한다.

어린이책 답게 그림이 큰 몫을 한다. 각 원소마다 캐릭터가 크게 들어가 있다. 무심코 볼 수도 있겠지만 원소 각각의 특성을 살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마그네슘은 비행기를 타고 있는 두부로 표현되어 있고(마그네슘 합금이 비행기의 원료가 되고 두부 만들 때 쓰는 간수는 염화마그네슘), 갈륨의 캐릭터는 발광다이오드다.(갈륨 화합물이 여기에 사용된다고 함) 아이들은 나보다 그림인식 능력이 높으니 캐릭터를 잘 봐두면 각 원소의 특징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겠다.

그림이 크고 설명은 많지 않아도 구석구석에 유용한 정보가 빠지지 않는 구성이 돋보인다. 일단 원소기호와 번호, 캐릭터가 크고 명확하게 제시되고 '기본 데이터'에는 상온에서의 상태, 원자량, 밀도, 녹는점, 끓는점 등의 기본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어떤 성질이 있는지, 어디에 주로 쓰이는지 설명한다. 관련된 화합물을 소개해주는 것도 아주 좋다.

이렇게 패밀리 별로 소개를 받다보면 어렵지 않게 책이 끝난다. 워낙 생소하면서 비슷한 이름들이 많으니 한번 읽고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책을 뒤적이던 아이들은 나중에 교과에서 이런 내용이 나와도 진입장벽 없이 자연스럽게 내용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필요하지 않으니 안 실었겠지만, 그래도 펼침페이지 같은 걸 넣어서 주기율표를 실었으면 어떨까 싶다. 잊혀진 기억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들어서 말이다. '원소시티 가이드 맵'이 그림으로 제시되어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충분할 것 같다. 그래도 자꾸만 표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세상에 필요없는 지식은 없다. 지적인 호기심은 오랫동안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된다. 아이들이 지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기쁨을 알면 좋겠다. 그게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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