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라 원소 시티로! - 과학이 쏙쏙 화학이 술술 지식이 담뿍담뿍 2
미야무라 가즈오 감수, 호리타 미와 그림, 오승민 옮김 / 담푸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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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요즘은 초딩 때부터 원소기호를 접할 수 있구나. 내 어릴적에야 세계명작이나 위인전이 고작이었으니 난 고1 때 되어서야 '화학'이라는 과목에서 이런 내용을 처음 접했다. 그때가 평생 제일 불성실했던 때여서 화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없다. 그때 문과는 입시 때 과학 중에서 한 과목만 선택하면 되었는데 난 당연히 생물을 선택하면서 화학은 기억 저 멀리로 보내버렸다. 주기율표도 다 까먹었고 원소 기호도 어떤 건 헷갈린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과목의 사라진 기억이 담긴 이 책을 난 왜 굳이 골랐지?

아이들 책 중에 동화를 가장 많이 읽지만 난 비문학도 꽤 좋아한다. 이젠 머리도 굳었으니 그냥 뒹굴뒹굴 부담없이 읽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수업활용 책들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딱딱하게 접했던 지식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제시된 책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제목처럼 원소들을 '원소 시티'의 주민으로 의인화해서 '~씨'라고 부른다.('리튬 씨' 이런 식으로) 가장 먼저 원소기호 1번인 수소가 자기 소개를 하고나서(수소는 원소 시티의 시장) 나머지 주민들을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번호 순서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특성에 따라 패밀리로 묶어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알칼리 금속 패밀리에는 리튬, 소듐, 포타슘, 루비듐, 세슘, 프랑슘 씨가 있다. 이들 각각을 1~2쪽에 걸쳐서 소개한다.

어린이책 답게 그림이 큰 몫을 한다. 각 원소마다 캐릭터가 크게 들어가 있다. 무심코 볼 수도 있겠지만 원소 각각의 특성을 살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마그네슘은 비행기를 타고 있는 두부로 표현되어 있고(마그네슘 합금이 비행기의 원료가 되고 두부 만들 때 쓰는 간수는 염화마그네슘), 갈륨의 캐릭터는 발광다이오드다.(갈륨 화합물이 여기에 사용된다고 함) 아이들은 나보다 그림인식 능력이 높으니 캐릭터를 잘 봐두면 각 원소의 특징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겠다.

그림이 크고 설명은 많지 않아도 구석구석에 유용한 정보가 빠지지 않는 구성이 돋보인다. 일단 원소기호와 번호, 캐릭터가 크고 명확하게 제시되고 '기본 데이터'에는 상온에서의 상태, 원자량, 밀도, 녹는점, 끓는점 등의 기본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어떤 성질이 있는지, 어디에 주로 쓰이는지 설명한다. 관련된 화합물을 소개해주는 것도 아주 좋다.

이렇게 패밀리 별로 소개를 받다보면 어렵지 않게 책이 끝난다. 워낙 생소하면서 비슷한 이름들이 많으니 한번 읽고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책을 뒤적이던 아이들은 나중에 교과에서 이런 내용이 나와도 진입장벽 없이 자연스럽게 내용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필요하지 않으니 안 실었겠지만, 그래도 펼침페이지 같은 걸 넣어서 주기율표를 실었으면 어떨까 싶다. 잊혀진 기억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들어서 말이다. '원소시티 가이드 맵'이 그림으로 제시되어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충분할 것 같다. 그래도 자꾸만 표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세상에 필요없는 지식은 없다. 지적인 호기심은 오랫동안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된다. 아이들이 지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기쁨을 알면 좋겠다. 그게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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