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아바타 우리문고 30
권재원 지음 / 우리교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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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작년에 학교도서실에 신청해놓고는 못보고 있다가 이번 연휴에 읽었다. 꽤 재밌었다.^^ 게임 좀 하는 중딩들한텐 특히 재밌을 것 같은데? 게임의 세계를 전혀 모르는 나는 새로운 세계 구경하듯이 읽었지만 나름 흥미로웠다. 작가의 체험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작가는 게임도 좀 해보신 거겠지? 나같은 사람이 작가라면 이런 이야기를 쓸 수가 없을 테니까.

사람의 꿈도 경험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들었다.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꿈의 내용도 정해진다는 것이다. 어느 과학채널에서 그런 얘길 들었는데, 어느 분의 댓글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박효신 형님 콘서트 가는 꿈을 꾸면 꼭 시작 전에 끌려나오는데 그래서 그런 거군요."
ㅋㅋㅋ 작품도 이런 면에서 꿈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작가의 경험과 사고범위를 넓히는 건 중요하겠다. 작가라는 직업의 어려움이 거기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 책의 작가는 중학교 교사고, 게임도 그렇지만 중딩들과의 밀착성이 있기에 이런 작품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현실 서사 안에 판타지가 들어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판타지마저도 그들(중딩들)을 이해하려는 장치다. 이 판타지는 꿈이라 해석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작가 후기에서 말하고 있는데, 난 아무래도 꿈 쪽으로 해석이 치우치며 이런 꿈 속을 헤매고 다니는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된 느낌이다. 물론 이게 내 자식이라면 땅이 꺼져라 한숨은 쉬겠다만.

코로나 거리두기와 원격수업이 한창이던 시기에 이 작품은 쓰여졌고 물러나기 시작할 때쯤 출간됐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겪은 초유의 경험이었고 아주 깊은 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1년 남짓 지난 지금 나에겐 아주 아득한 기억이 되었다. 겪을 때는 어찌어찌 겪어냈지만 두 번은 반복하기 싫은... 아이들은 더할 것이다. 물론 원격수업이 개꿀이었다고 말하는 이 책의 종훈이 같은 아이들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종훈이는 사실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던 학생이다. 부모님의 장사가 직격탄을 맞아 필사적으로 매달려도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자식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자기관리능력이 없으면서 혼자의 시간이 너무 많아진 아이가 그 시간들을 뭘로 채울지는 안봐도 비디오인 상황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으로 채우는 종훈이는 특별한 문제학생이 아니다. 그냥 공부를 비롯한 모든 능력치가 중하위권인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종훈이 외의 주변인물들 구성도 흥미롭다. 자기관리 면에서 완벽한 모범생 유마리. 한때 종훈이의 여친이어서 의아한 눈길을 받았었지만 이젠 끝난 사이다. 한참 사귀던 시절에 게임캐릭터를 바꾸자고 마리가 제안하는 바람에 종훈이는 유마리라는 여캐로 게임을 하는 상황. 반면 마리는 종훈이의 레벨을 지켜주려 나름 최선을 다하다가 관계가 끝나자 칼같이 계정을 폭파하고 싸늘하게 철벽을 친다. 스스로 자길 세우려는 의지가 부족한 종훈이는 여전히 게임의 바다에서 유마리의 캐릭터로 헤엄친다.

그외 작가의 소설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와니쌤이 담임선생님으로 나오고, 진정한 게임고수 김강윤, 유마리와 쌍벽을 이루는 엄친아 모범생 이오종 등이 나온다.

초반부엔 게임장면 묘사가 나에게 흥미로웠고, 후반부엔 게임속 세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가 흥미로웠다. 이중아바타라는 제목의 의미도 이 안에서 밝혀진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이 작품이 현실의 중딩을 애정을 가지고 그려냈다는 것이다. 특별한 능력치도 없고, 부모님은 바빠서 혼자 방치되고, 특별히 착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못되지도 않은 평범한 중딩. 자기관리 능력이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망가지지까지는 않는 그럭저럭 그저그런 아이. 엄친딸 유마리와 한때 사귀었지만 자기가 한참 기운다는 걸 충분히 인정하는, 자기 주제에 맞는 자존감을 가진 아이. 부모님 말을 잘듣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의 고생을 모르지는 않는 아이.

이 아이의 내적 몸부림은 판타지 안에서 터져나왔고, 새벽에 귀가한 부모님은 컴 앞에 엎드려 잠든 아들놈을 보고 뒷목을 잡으려다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아이구 이놈아.ㅠㅠ

메뚜기도 한철이다, 많은 부모가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처럼 이정도의 아이들은 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내며 자기 정체성을 찾고 어른으로 성장해가겠지. 이중아바타든 삼중아바타든 간에 자기의 모습을 찾아 똑바로 세우겠지. 부모나 교사가 그 길에 조력자나 격려자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엎드린 쪼그라진 어깨에 무릎담요라도 덮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주인공 또래의 중딩들 감상이 어떤지 가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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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의 나와 우주
스티븐 호킹.루시 호킹 지음, 신리 그림, 최지원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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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물리학에 대해 너무 몰라서, 스티븐 호킹의 학문적 업적은 잘 모른다. 떠오르는 것은 블랙홀 정도? 더 기억하는 것은 그의 장애이다. 루게릭병으로 휠체어에서 손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그의 장애. 나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이동 가능하고 손발 다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가능한게 이토록 많은데. 그는 꼼짝달싹할 수 없는 육체의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어찌 저런 과업을 이룰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천재적 두뇌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그의 정신력? 그리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던 것 같다. 첫장에도 나온다. 그는 자유로웠다고.

나는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컴퓨터를 통해야만 할 수 있어.

하지만 내 영혼은 자유로워.”

몇 년 밖에 못 산다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병을 얻고도 50년 이상 살았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하지만 학계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그림책으로, 내용이 상세하진 않다. 사실 난 스티븐 호킹과 그의 연구 내용이 궁금해서 이 책을 신청했는데, 그런 내용을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이 책의 작가는 스티븐 호킹 본인과 그의 딸 루시 호킹. 어린이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호킹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에 대한 것이다. 호킹의 정신은 드넓은 우주로 뻗어나갔고,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결국 돌아온 곳은 지구다. 그런 면에서 세계적 과학자인 호킹이나 과학 무지렁이인 나나 크게 다를 것 없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똑같다.

-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서로를 도울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책 맨 뒤에 Q&A6쪽 들어가 있는데, 관측 가능한 우주만 해도 930억 광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빛의 속도로 가도 930억 년이 걸린다는 뜻인데, ‘관측 가능한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으므로 그 너머는 또 어디까지일지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설명이 뒤따른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멀리 가보지 못할 수도 있고, 먼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영영 알지 못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아는 한, 우주는 무한해요. 아무리 가도가도 끝이 없고,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죠.”

 

우주는 말 그대로 미지이며, 어떤 존재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그렇게 무한한 시공간 가운데 우리는 극히 유한한 시공간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그 범위를 사랑하도록 되어있는 존재인 걸까. 호킹의 시선도 우리의 범위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있는 것들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우주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었어.

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주는 텅 빈 공간에 불과해.”

 

이 책을 읽고 스티븐 호킹의 일생을 검색해 보았다. 병석에만 있었을 것 같던 그의 인생도 생각보다 파란만장하더라. 학자이기 이전에 그도 인간이고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똑같이 가졌으니 당연하겠지. 그럼에도 그가 끝까지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으며 위와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가려 했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세포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란 존재는 무한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지. 무한한 개체들이 모여 지구를 이루고 있지. 우리 은하에는 천억개의 별이 있지. 전 우주에 은하가 몇 개인지는 밝혀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무한히 많지.... 세상은 도대체 몇 겹의 우주인 것인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저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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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아프다 - 교사 위기의 원인과 해법
송원재 지음 / 살림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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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루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리뷰를 딱 한 문장으로 하라면 이렇게 하겠다. 이런저런 교육도서들을 읽어보았는데, 교사들끼리 마음을 터놓고 공감할 책도 있고, 수업에 도움과 힌트를 줄 실용적 책도 있고, 학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책도 있다. 이 책은 각계각층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교사, 학부모, 정치인, 모든 시민들.

송원재 선생님과 직접 만나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맘대로 지인의 범주에 넣었다.페친인데다 가까운 사람들의 지인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일단 친인척이 전교조 해직교사이던 시절, 같은 지회에서 활동하던 선배님이라는 인연. 또하나는 절친의 은사님이라는 인연이다. 송선생님은 얼마전 퇴임하셨고 나의 퇴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는데 은사님? 중등교사라서 그게 가능하구나. 어느날 내 페북글에 선생님이 댓글 다신걸 보고 친구가 놀라서 전화를 했다.
"너 송원재 선생님이랑 아는 사이야??"
얘길 들어보니 친구 고딩때 사회선생님이셨는데, 수업이 좋아서 친구가 무척 존경했고 선생님이 맡으신 동아리에도 들었다는 것이다. 우린 어렸고 선생님은 젊었던 시절, 참 오래된 이야기다.^^

이후 선생님의 교직인생은 가시밭길 그자체였다. 한국 교육현대사의 질고를 모두 체험하신 분이라 하겠다. 하지만 내가 이분의 견해를 신뢰하고 글과 저서를 챙겨읽는 건 단지 고생을 하셔서만은 아니다. 고착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하시는 균형감각과 용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논리는 '내편 논리' 이기가 쉽다. 나도 툭하면 그러고 안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논리에서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게다가 선생님은 약자와 후배들의 눈물에 귀기울여 주시고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고 못된 자들의 입방아와도 싸워주셨다. 작년여름 그 뜨거운 광화문과 여의도의 아스팔트에서 함께있음을 느낄 때, 선생님의 존재가 정말 감사했었다. 나라면 '아 퇴직했는데 내가 왜? 이젠 알 바 아닌데 내인생이나 즐기자.' 할 텐데 말이다. 그 함께함의 결정판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쓰느라 애쓰신 시간들이 그려지며 감사하다. 우리 공교육에 대해 이만큼 고민하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현직에 있는 나도 못한다. 삶아진 개구리처럼 분노할 줄 모르는 이들도 있고, 분노만 했지 방향을 모르는 이들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시야가 좁아서 눈앞의 것밖에 안보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런 이들의 눈을 넓게 틔워줄 것이다.

이 책의 출발은 2023 7월의 그 아픈 사건과, 거기에서 촉발된 검은 점들의 유례없는 집회였다. 거기서 우리는 확인했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누군가 떠밀고자 마음만 먹으면 나를 보호해줄 장치는 어디에도 없는 낭떠러지 끝에 내가 서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터무니없이 휘두를 수 있는 칼자루를 제한하고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을 해달라고 외쳤다. 매 시간이 추모였고 매시간이 절규였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문제인식을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책이 그 길에 길잡이 역할을 하게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1부-거리로 나온 교사들]은 문제상황에 대한 서술이다. 학교는 각종 횡포에 손쓸 방법이 없이 무력해졌다. 무법자들의 천국이 됐고 그것에 맞서려 했다가 만신창이가 된 교사들의 죽음이 잇따랐다. 자살율이나 정신건강 통계는 놀랄만한 위기상황을 경고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반면교사를 삼아야하는데 전철을 밟아가고만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2부-교사위기의 원인을 찾아서]는 오랫동안 넓은 시야로 교육의 숲을 보아온 저자의 분석이 돋보이는 장이다. 5.31 교육개혁이 가져온 '교육시장화 정책'을 첫번째로 꼽는다.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하여 진보,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유지되어온 이 정책에는 매우 위험한 요소가 깃들어 있었으나 그런 지적에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교사들의 얘기는 볼멘소리 취급하며 문대버리면 그만이었고 교사때리기 판만 슬쩍 깔아두면 알아서 신나는 스포츠가 펼쳐졌으니 그보다 쉬운 일도 없었다. 집단적 가스라이팅이었다고 할까. 나도 여기 오랫동안 당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최선을 다해왔고 완벽한 교사는 아니라도 자학할 만큼 부족한 교사는 아니었는데도 늘 나의 부족함을 탓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였더라면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ㅠ

교육시장화는 교육당사자 간 권리와 책임의 불균형을 가져왔다. '소비자'가 된 학부모와 학생에겐 권리만 강조되고 의무는 묻혔다. 여기에 불을 붙인 건 신중하지 못한 학생인권운동이었다. 교육을 방해하는 행위들까지 인권이라는 미명으로 정당화되었다. 교사에겐 권리는 증발되고 의무와 책임만이 어깨를 짓눌렀다. 학생인권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명하게 펼쳐갔어야 했다. 도취된 이들은 그늘을 보지 못했다. "권리 못지 않게 의무를 가르쳐야 한다. 자신이 행사할 권리 못지않게 내가 침해하면 안되는 남의 권리를 중요하게 가르쳐야 한다." 는 나의 글에 "아이들은 존중받은 경험이 있으면 존중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먼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 보세요." 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 원론을 누가 모르나? 깊지 못한 사상으로 학교를 몰아치는 동안 그 허점을 파고드는 인간의 본성이 활개를 치는데는 그리 많은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거기에 아동학대 처벌법은 미친 칼춤을 추어 교육을 마비시키고 교사를 사지로 내몰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입법의 본래 취지보다는 부작용과 억울한 피해자를 훨씬 많이 양산했다. 특히 정서학대 조항은 귀에걸면 귀걸이법이라 할 만했다. 교사는 그저 학부모의 은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 내가 바로 그렇다. 상식적인 분들만 만나왔기에 지금껏 무사히 온 것이다. 그러나 인간사회에 일정비율 있기 마련인 몰상식자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게 올해일지 내년일지 알 수 없다. 만성적 불안이 교직을 뒤덮고 있다.

저자의 연구와 혜안이 돋보이는 장, 이 책의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장은 3부와 4부다. [3부-교사위기의 해법]에서 저자는 '교육의 공공성' 회복을 역설한다. 2장에서 다룬 교육시장화의 폐혜로 우리 공교육의 공공성은 심하게 훼손되었고 공교육의 의미와 기본원칙마저도 혼란스럽게 되었다. 이 부분 사회적 설득과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
"공교육은 민주공화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공적권리이지, 특정집단이 자기 욕망과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158쪽)

이를 위해 권리만 부각된 현재의 구도에서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저자는 뉴욕시 학생장전의 내용을 소개해 주셨는데, 여기에도 책임을 중시한 것이 명확한데 왜 우리는 권리 부분만을 참고했는지 의문이고 유감이다. 학부모의 의무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 중엔 교사를 '국가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공적인 업무자'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부리는 고용인'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주장하는 '세금론'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대꾸하기도 치사할 지경이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 대노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종한테 대노하는 양반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자식이 물의를 일으키면 학교에서 뭘 가르쳤냐고 화를 낸다. 특수교육 또는 심리치료가 시급한 학생이 있어도 부모가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학급 구성원만 피를 본다. (교사는 물론 골병) 학부모는 물론 학교 운영에 의견도 내고 참여도 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학생의 보호자로서의 의무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저자는 무분별한 민원에 교사개인이 먹잇감으로 던져지지 않도록 민원처리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는데, 좋은 논의가 이어져 실효를 봤으면 한다.

"교사들은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다."
지난 여름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다. 가르치기 위한 권리, 우리는 그것을 '교권'이라 생각했고, 보장해달라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교권의 개념조차도 명확히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외국의 다양한 교권보호제도들을 소개했다. 외국의 것을 무조건 따라할 순 없지만 참고하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서둘러야 한다.

[4부-교권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에서는 현재까지 되어온 상황을 알기 쉽게 잘 정리해주었다. 이전보다는 개선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구나도 알수 있지만 아직도 멀었구나도 알 수 있다. 일단 0보다는 1이 훨씬 나은 것이니 다음 발걸음을 재촉하며 지켜보아야 하겠다.
또한 교권보호를 위한 정책 제안도 해놓았다. 소제목을 보면 아동학대 신고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 이렇게 바꿔야 한다, 학교폭력 개념부터 바꾸자, 학교가 할 일과 경찰이 할 일을 구분하자 등등 조금이라도 학교의 현실을 아는 이들은 바로 느낌이 오는 내용들이다. 이 논의가 확산되어 납득되게 정립되고 상식적인 교육환경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저자는 맺는 말에서도 책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을 보여주었다.
"근본적 해법은 교육시장화 정책이 뿌려놓은 잘못된 교육 관념과 편협한 권리의식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의 주체인 교사, 학습의 주체인 학생, 교육의 협력자인 학부모가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자각하고 학교교육의 성공을 위해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협력할 방법을 다시 찾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교육의 대원칙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282쪽)
이어 예시하신 다섯 개의 대원칙에 하나같이 크게 공감했다. 이 내용을 널리 공유하여 확산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연대를 당부했다. 그것은 선한 연대다.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멤버는 물론 교사다. 교사들의 지치고 괴롭고 억울한 마음을 알지만 (당연히. 나도 교사이니) 그렇다고 외면하고 흐린눈 하고 냉소만 하면 달라질 것은 없다. 퇴직교사도 이렇게 애를 쓰시는데! (물론 나는 퇴직하면 학교 쪽은 돌아보지도 않을꺼야;;;) 아직 우리 인생의 남은 날이 학교에 있을 거라면, 되어가는 일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난 여름의 그 거대한 물결이 체념과 냉소로 사그러들지 않고 반드시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길 바라며, 고생해서 책을 써주신 은사님 감사합니다. (내맘대로, 친구의 은사님은 나의 은사님ㅋ)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 책을 진심으로 읽어보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추천하기에 조금도 주저되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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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무엇일까? 나를 키우는 질문 1
호소카와 텐텐 지음, 황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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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요시타케 신스케 작품들에서 맛보았던 느낌도 살짝 나고, 영화 인사이드 아웃도 연상되었다. 연상이 되었다고 해서 비슷한 것은 아니고 이 책만의 느낌이 분명히 있다. 그림은 단순하고 간결하고 귀여운데, 내용은 조곤조곤 차분하고 깊다. 나는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제목 그대로다.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는 책이다. 마음이 무엇인지 나이 든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른이라고 아이들에게 뭐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책이 얼마나 고맙냐고! 눈높이 설명. 이것도 고민과 수고 끝에 나오는 것이니.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 그러나 생애 초기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말을 배우고 말로 마음을 전하면서, 나만 아는 비밀, 즉 나만의 세계가 생긴다. “그때 마음이 태어났어.”라고 이 책은 표현한다. 그리고 마음의 속성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가장 크게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 거기서 파생되는 것을 ‘기분’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기분은 ‘감정’의 다른 말일 것이다. 여러 감정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 나온다. 여기선 가장 크게 기쁜 기분과 슬픈 기분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슬픈 기분도 꼭 필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걸 ‘알아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다음은 기분의 표현이다. 그 도구는 ‘말’이다. 많은 책들이 이렇게 감정에서 언어로 넘어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흐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표현과 소통일 테니까. 그러면서 포근한 담요도, 무시무시한 칼도 될 수 있는 말의 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일단 이 세 마디만 할 수 있어도 괜찮다며 제시해 준 말들에 동의한다. 도와줘. 고마워. 미안해.

다음의 비유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억서랍’이라는 비유다. 이 부분이 바로 인사이드 아웃을 연상했던 대목이다. 기억서랍은 마음에서 생겨나는데 서랍에는 내가 경험한 일들이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나의 기억이 나의 감정과 행동패턴을 결정하는 것이고, 기억서랍이 늘어나고 안의 내용물이 추가, 수정되면서 나의 대응도 점점 정교해지는 것이다. 매우 탁월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자녀나 아이들의 기억서랍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상당히 두렵고 떨리는 일일 수도 있다. 생애 초기일수록 부모가 제공해주는 기억이 서랍의 대부분을 차지할 테니까. 이후의 기억서랍도 믿을만한 어른들이 옆에 있다면 더 깨끗하고 아름답게 저장할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열어보기 싫어 방치한 서랍 하나가 그 사람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기도 했으니까.

다행인 건, 마음이 어려운 과제인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 아닐까. 어른들도 힘든 이 작업이 아이들에게 쉬울 리는 없지만 그래도 알려줘야 한다. 이왕이면 이렇게 예쁘고 다정한 책으로 알려주면 더욱 좋겠지.

“마음이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니까.”
마지막 문장이다. 우리 아이들이 부디 건강한 마음을 잘 가꾸어 자신의 세계를 행복으로 채워 나가기를. 인간이 늘 행복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마음에 짓눌려 신음하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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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선생님 북멘토 그림책 20
김은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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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때 아들은 읽은 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했었다. 어린 아이들은 보통 그렇다고 한다. 이 책이 딱 그런 책일 것 같다. 다시 보면서도 또 웃는 책.

산으로 소풍나온 아이들이 곰을 선생님으로 오해해 우루루 쫓아다니고, 곰은 난감해하며 어떡하든 도망가려 하는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 모두가 착하고 무해한 이 이야기가 너무 사랑스럽다.

앞면지에 있는 입산금지 팻말부터 좋았다. 물론 '입산금지'라고 써있지 않고 이렇게 써있었다.
"산에 들어오지 마시오.
- 사람들이 산에 많이 왔다갔다 하면
나무와 동물들도 피곤해서 쉬어야 함."

자연과 인간은 상극인 건가,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은 필연 자연이 훼손된다. 이렇게 닫아두는 것은 인간이 그나마 주제파악을 하는 것이라 하겠다. 대체로는 이게 안돼서 문제지.

그렇게 2년간 산은 쉬었고, 오늘은 2년만에 산이 열리는 날이다. 연두와 친구들은 선생님과 산에 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동물들은 쉬는날이 끝났다는 걸 몰랐다는 점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척척곰은 화장실을 좋아했다. 오늘도 사용중. 하지만 사람들이 오는 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 갑자기 설사가 난 선생님이 옆칸에 들어오신 것! 당황한 척척곰은 선생님이 벗어놓은 조끼와 모자를 쓰고 사람인 척 달아나려 했다. 이때부터다.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사실 추격전은 곰의 입장인 거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가는 것뿐이다. 곰을 따라 달리던 아이들은 숲의 놀이를 한껏 즐기게 된다.

그 추격전은 곰과 선생님이 맞닥뜨리며 끝이 난다.
"곰 살려!"
"사람 살려!"
서로 놀라는 곰과 선생님. 착하게도 곰은 선생님 조끼와 모자를 벗어두고 달아났어! 그리고 혼이 빠진 선생님을 아이들이 챙기며 내려온다.

곰은 무사히 산속으로 돌아갔고, 선생님인 줄만 알았던 아이들의 추억 속엔 함께했던 즐거운 시간만 남겠지. 앗 그런데, 곰이 한군데 자취를 남겨버렸구나. 마지막장을 보면.^^

우리 서로 이렇게 무해한 존재일 수가 있다면 이 책처럼 즐겁고 평화로울 수 있을텐데. 본의아니게 '오늘만 선생님'이 된 척척곰의 난감한 표정과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 진짜 선생님의 당황한 표정 모두가 친근하고 재밌었던 책. 학급문고와 가정 소장용으로 모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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