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무엇일까? 나를 키우는 질문 1
호소카와 텐텐 지음, 황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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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요시타케 신스케 작품들에서 맛보았던 느낌도 살짝 나고, 영화 인사이드 아웃도 연상되었다. 연상이 되었다고 해서 비슷한 것은 아니고 이 책만의 느낌이 분명히 있다. 그림은 단순하고 간결하고 귀여운데, 내용은 조곤조곤 차분하고 깊다. 나는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제목 그대로다.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는 책이다. 마음이 무엇인지 나이 든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른이라고 아이들에게 뭐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책이 얼마나 고맙냐고! 눈높이 설명. 이것도 고민과 수고 끝에 나오는 것이니.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 그러나 생애 초기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말을 배우고 말로 마음을 전하면서, 나만 아는 비밀, 즉 나만의 세계가 생긴다. “그때 마음이 태어났어.”라고 이 책은 표현한다. 그리고 마음의 속성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가장 크게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 거기서 파생되는 것을 ‘기분’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기분은 ‘감정’의 다른 말일 것이다. 여러 감정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 나온다. 여기선 가장 크게 기쁜 기분과 슬픈 기분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슬픈 기분도 꼭 필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걸 ‘알아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다음은 기분의 표현이다. 그 도구는 ‘말’이다. 많은 책들이 이렇게 감정에서 언어로 넘어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흐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표현과 소통일 테니까. 그러면서 포근한 담요도, 무시무시한 칼도 될 수 있는 말의 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일단 이 세 마디만 할 수 있어도 괜찮다며 제시해 준 말들에 동의한다. 도와줘. 고마워. 미안해.

다음의 비유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억서랍’이라는 비유다. 이 부분이 바로 인사이드 아웃을 연상했던 대목이다. 기억서랍은 마음에서 생겨나는데 서랍에는 내가 경험한 일들이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나의 기억이 나의 감정과 행동패턴을 결정하는 것이고, 기억서랍이 늘어나고 안의 내용물이 추가, 수정되면서 나의 대응도 점점 정교해지는 것이다. 매우 탁월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자녀나 아이들의 기억서랍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상당히 두렵고 떨리는 일일 수도 있다. 생애 초기일수록 부모가 제공해주는 기억이 서랍의 대부분을 차지할 테니까. 이후의 기억서랍도 믿을만한 어른들이 옆에 있다면 더 깨끗하고 아름답게 저장할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열어보기 싫어 방치한 서랍 하나가 그 사람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기도 했으니까.

다행인 건, 마음이 어려운 과제인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 아닐까. 어른들도 힘든 이 작업이 아이들에게 쉬울 리는 없지만 그래도 알려줘야 한다. 이왕이면 이렇게 예쁘고 다정한 책으로 알려주면 더욱 좋겠지.

“마음이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니까.”
마지막 문장이다. 우리 아이들이 부디 건강한 마음을 잘 가꾸어 자신의 세계를 행복으로 채워 나가기를. 인간이 늘 행복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마음에 짓눌려 신음하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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