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아바타 우리문고 30
권재원 지음 / 우리교육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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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작년에 학교도서실에 신청해놓고는 못보고 있다가 이번 연휴에 읽었다. 꽤 재밌었다.^^ 게임 좀 하는 중딩들한텐 특히 재밌을 것 같은데? 게임의 세계를 전혀 모르는 나는 새로운 세계 구경하듯이 읽었지만 나름 흥미로웠다. 작가의 체험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작가는 게임도 좀 해보신 거겠지? 나같은 사람이 작가라면 이런 이야기를 쓸 수가 없을 테니까.

사람의 꿈도 경험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들었다.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꿈의 내용도 정해진다는 것이다. 어느 과학채널에서 그런 얘길 들었는데, 어느 분의 댓글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박효신 형님 콘서트 가는 꿈을 꾸면 꼭 시작 전에 끌려나오는데 그래서 그런 거군요."
ㅋㅋㅋ 작품도 이런 면에서 꿈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작가의 경험과 사고범위를 넓히는 건 중요하겠다. 작가라는 직업의 어려움이 거기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 책의 작가는 중학교 교사고, 게임도 그렇지만 중딩들과의 밀착성이 있기에 이런 작품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현실 서사 안에 판타지가 들어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판타지마저도 그들(중딩들)을 이해하려는 장치다. 이 판타지는 꿈이라 해석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작가 후기에서 말하고 있는데, 난 아무래도 꿈 쪽으로 해석이 치우치며 이런 꿈 속을 헤매고 다니는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된 느낌이다. 물론 이게 내 자식이라면 땅이 꺼져라 한숨은 쉬겠다만.

코로나 거리두기와 원격수업이 한창이던 시기에 이 작품은 쓰여졌고 물러나기 시작할 때쯤 출간됐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겪은 초유의 경험이었고 아주 깊은 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1년 남짓 지난 지금 나에겐 아주 아득한 기억이 되었다. 겪을 때는 어찌어찌 겪어냈지만 두 번은 반복하기 싫은... 아이들은 더할 것이다. 물론 원격수업이 개꿀이었다고 말하는 이 책의 종훈이 같은 아이들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종훈이는 사실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던 학생이다. 부모님의 장사가 직격탄을 맞아 필사적으로 매달려도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자식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자기관리능력이 없으면서 혼자의 시간이 너무 많아진 아이가 그 시간들을 뭘로 채울지는 안봐도 비디오인 상황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으로 채우는 종훈이는 특별한 문제학생이 아니다. 그냥 공부를 비롯한 모든 능력치가 중하위권인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종훈이 외의 주변인물들 구성도 흥미롭다. 자기관리 면에서 완벽한 모범생 유마리. 한때 종훈이의 여친이어서 의아한 눈길을 받았었지만 이젠 끝난 사이다. 한참 사귀던 시절에 게임캐릭터를 바꾸자고 마리가 제안하는 바람에 종훈이는 유마리라는 여캐로 게임을 하는 상황. 반면 마리는 종훈이의 레벨을 지켜주려 나름 최선을 다하다가 관계가 끝나자 칼같이 계정을 폭파하고 싸늘하게 철벽을 친다. 스스로 자길 세우려는 의지가 부족한 종훈이는 여전히 게임의 바다에서 유마리의 캐릭터로 헤엄친다.

그외 작가의 소설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와니쌤이 담임선생님으로 나오고, 진정한 게임고수 김강윤, 유마리와 쌍벽을 이루는 엄친아 모범생 이오종 등이 나온다.

초반부엔 게임장면 묘사가 나에게 흥미로웠고, 후반부엔 게임속 세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가 흥미로웠다. 이중아바타라는 제목의 의미도 이 안에서 밝혀진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이 작품이 현실의 중딩을 애정을 가지고 그려냈다는 것이다. 특별한 능력치도 없고, 부모님은 바빠서 혼자 방치되고, 특별히 착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못되지도 않은 평범한 중딩. 자기관리 능력이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망가지지까지는 않는 그럭저럭 그저그런 아이. 엄친딸 유마리와 한때 사귀었지만 자기가 한참 기운다는 걸 충분히 인정하는, 자기 주제에 맞는 자존감을 가진 아이. 부모님 말을 잘듣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의 고생을 모르지는 않는 아이.

이 아이의 내적 몸부림은 판타지 안에서 터져나왔고, 새벽에 귀가한 부모님은 컴 앞에 엎드려 잠든 아들놈을 보고 뒷목을 잡으려다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아이구 이놈아.ㅠㅠ

메뚜기도 한철이다, 많은 부모가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처럼 이정도의 아이들은 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내며 자기 정체성을 찾고 어른으로 성장해가겠지. 이중아바타든 삼중아바타든 간에 자기의 모습을 찾아 똑바로 세우겠지. 부모나 교사가 그 길에 조력자나 격려자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엎드린 쪼그라진 어깨에 무릎담요라도 덮어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주인공 또래의 중딩들 감상이 어떤지 가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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