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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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 같아요. 모든 게 다 그래요. 제 앞에 세월이 펼쳐져 있는데 채워넣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전 그저 어리석고 쓸모없는 여자일 뿐이에요.

내적인 불꽃이 없는 행동은 해봤자 좋을 게 없어. 내키지도 않는 일을 해놓고 자신을 칭찬하는 짓은 하지 마!

제임스는 좋은-정말 친절한-사람이지만 너무 따분하기도 했다. 불쌍한 남자! 끝없는 이야기들! 정말이지 남자들은 마흔다섯 살쯤 되면 자기 경험담은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한다.

-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꽤 잘 알지 않습니까?
- 난 전혀 안 그렇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괜ㅊ낳은 일면만 알지 다른 면에 대해선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않죠.

아무도 남의 인생을 정말로 망칠 수는 없어. 멜로드라마 시늉 말고 감정에 빠지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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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제6회 무명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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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어차피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쿨하게.

하지만 경쾌하고 은근한 노랫가락에 얹어서 똑같이 쿨하다고 착각해버리기에는 너무나 쿨하지 못한 우리네 인생. 아무래도 사는 건 구차하고 남루하다. 인연은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이어졌고, 생의 흔적은 먹고 내버린 파리 껍질처럼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속에서 나는 한 마리 호랑거미처럼 조심조심 발 디딜 자리를 찾는다. 그런데 이건 뭐야. 내가 살아가는 이 덥고 끈적끈적한 세상을 한없이 쿨하게 냉소하는 너희는 누구야. 나는 일본인이 썼는지 한국인이 썼는지 분간되지 않는 몇몇 쿨한 소설들에서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 일말의 모욕감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뜨겁게, 여한 없이 뜨겁게, 어차피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뜨겁게.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버렸다. 맹렬히 불타오르고 재조차 넘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내가 가진 것 중 여자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은 잘생긴 얼굴과 할아버지의 재산, 두 가지뿐이었다. 그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다. 음울하고 좁아터진 속아지. 나를 경멸하는 할아버지 나의 배우자에게 나 이상으로 무거운 짐을 지게 할 17대 종손의 위치. 하룻밤도 사내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천하의 바람둥이 생모와 그녀에게 몸과 정신을 모두 흡입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기억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사철 효계당에 드리워진 회화나무 그늘처럼 어둡고 음침한 것들뿐이었다. 그런 실상을 마주했을 때 두 뺨을 감싸쥐고 경학할 여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연애를 향한 나의 욕망은 안채 뒤편에서 고요히 일렁이고 있는 깊은 우물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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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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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를 보이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자기 멋대로 물 줘 놓고 화분에 물 주는 것처럼 기대하는 건 곤란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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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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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이 지나면, 오십대나 육십대와는 다르게 늙는다. 서글픔이나 원망 없이 늙는다.

그들은 서로 좋아했기 때문에, 서로의 원죄, 부와 가난을 용서했다.

-그 인간에게서 무엇을 원하세요?
-진실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아니, 모르네. 나는 바로 그 진실을 모르네.
-하지만 현실은 알고 계시잖아요.
-현실은 진실이 아닐세. 현실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크리스티나도 진실은 알지 못했어. 콘라드가 알고 있을 걸세. 그래서 지금 그에게서 알아내려는 걸세.

사람은 행위가 아니라 행위 뒤에 숨어 있는 의도로 죄를 짓는 것일세.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괴로운 수치심, 자신을 살해하려는 사람의 눈을 보게 되었을 때 희생자가 느끼는 수치심이 있어.

마침내 그날 사물들이 내게 말하기 시작했고, 무슨 일인가 일어났으며, 삶이 내게 귀띔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지. 그러한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나는 혼자서 생각하네. 모든 것이 상징이고 암시지. 다만 그것을 이해하기만 하면 되네.

제 아무리 변화무쌍하다 할지라도 정열은 감출 수 없는 법일세.

말이 실제 삶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은 극히 적네. 아마 세상에서 그것보다 드문 것은 없을 걸세.

...인간이 아무리 진실을 찾고 경험을 축적해도 타고난 천성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걸세. 이 변하지 않는 근본, 타고난 천성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현실에 적응시키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세.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더 현명해지거나 상처를 덜 입는 것도 아닐세. 아니고말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네. 늘 자신의 욕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드러낸다네. 인간이 거짓말을 인식하여, 사람들이 생각하고 실제로 원하는 것과는 항상 다르게 말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주의하기 시작하면, 삶이 자못 흥미로워지지....그렇게 언젠가는 진실을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 나이가 들어 죽음을 코앞에 두었다는 뜻이네. 그러나 그것도 더 이상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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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소설 - 상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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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책을 다 보고 나선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오마쥬를 본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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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4-2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어쨌든 슬픈 이야기군요. 개츠비보다 두 배로 슬픈 이야기 인가요??

LAYLA 2015-04-2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배로 슬프진 않고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슬퍼요! 꼭 읽어보세요!! 정말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