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을 여러 번 읽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에세이도 아무런 의심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나의 멍청함을 개탄하게 되었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트위터에서 망가지는 고종석을 보았고 우습게 무너지는 진중권도 보았는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소설을 잘 쓰는 작가가 에세이도 잘 쓸것이라고(=개인의 삶에서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프로의 영역에서 판매하는 창작물과 사생활의 영역은 넘나 다른 것이며, 나이든 남자의 정체성은 꼰대가 디폴트임을 알 만한 나이이지 않은가? 아 이 모든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탓이다. 그가 나에게(우리에게) 지난 사반세기를 걸쳐 너무나 큰 기대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숨)


하여튼 나는 '남자에게 맞는 여자는 필시 남편에게 종알거리며 말대꾸를 하고 바가지를 긁어댔기 때문'일거라는 내용의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읽는게 똥인지 설사인지 분간도 하기 싫은 지경이 되었다. 깊은 강을 읽으며 종교가 없는 나에겐 이것이 성경과도 같다고 여긴 그 과거를 부정하고 싶어진다. 예술과 창작자의 사생활은 별도로 구분하고 싶지만 내가 너무도 나약하고 무지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이라서 그러지 못하겠다. 하여튼 웬만하면 시작한 책은 다 읽는 나도 이번엔 그냥 중간에 덮었다. 엔도 슈사쿠는 본업이 소설가이니 소설만 읽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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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1-2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년 노벨문학상의 후보자ㅜㅜ

LAYLA 2016-01-26 02:54   좋아요 0 | URL
하하하 소설은 후보자로 머물기엔 아깝단 느낌이었는데 에세이는 그냥 책으로 엮지 않아도 될뻔 했어요.

다락방 2016-01-2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훌륭한 리뷰입니다. 이런 리뷰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리뷰가 아닐까 싶단 말이죠. 고종석과 진중권 안습 ㅜㅜ

LAYLA 2016-01-26 02:55   좋아요 0 | URL
우리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요 ★ 고종석과 진중권을 보며 제 나이듦을 인정하고 저의 부족함도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보다 100배 존잘인 그분들도 저러는데 내가 머라고...싶은 것이죠 흑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