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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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인간의 반대물은 동물도 식물도 무생물도 아니다. 그는 인간의 부정을 노예라고 불렀다. 그리고 자유야말로 인간 존재의 전부라고 했다.-30쪽

그러나, 그 시대가 다시는 오기 힘들지도 모를, 독특하고 위대한 '세미나의 시대' 즉 자발적.공동체적 책 읽기의 시대라는 점은 움직일 수 없다. 소위 '명문대생'부터 '3류 대학생'까지, 남한 땅 동북 끝 강릉에서 서남단의 제주도까지, 대학뿐 아니라 공장.야학.교회.사찰에 다니던 셀 수 없이 많은 청춘들이 '세미나'에서 같이 읽었다. 심지어 재수학원 종합반 동기들의 독서 모임도 있었고, 고교 동문회에서 학습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그 시대가 아니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숭고한 영성을 가진 이들도 있었고, 또는 그 시대의 기운이 아니라면 '변혁'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결국 그렇게 된) 소심하고 비루한 영혼을 가진 자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가히 '공부의 시대'이자 '책과 혁명'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랬으니 '사회과학의 시대'나 '문학의 시대'는 저절로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겠다. 저 '같이 읽기'야말로 80년대식 책 읽기가 지닌 정치성의 핵심이며, '자유'의 다른 이름이다. -52쪽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책 읽기를 그르치거나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집중할 수가 없다', '안정적인 시간을 마련할 수가 없다' 외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이 많이 돌아온다. 비단 청년.대학생뿐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 직장인에게 해당하는 일이지만,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알아서 수행해야 하는 순간, 그들은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뭔가 끝없이 읽고 공부하고 있다. 경쟁에서 져서 루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그렇게 한다. 경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대다수는 스스로 자기 정신의 키를 낮추고 자본의 도구가 되는 종속을 택한다. 그것이 당장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지만 이는 결국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루저로서의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반대로 위너의 자리에 갈 가능성이 있는 소수의 인간들은 자본의 운동 원리에 자기 삶을 합체시킨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지배의 하수인이 되고 비인간으로서 행동한다. 그러나 그들도 스스로에게 부과되는 불안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위너 혹은 위너라고 착각하는 삶의 공허는 온갖 거짓된 장식물(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몇 가지 징표들)로 분장된-54쪽

그중 가장 초-물질적인 것이, 학연 따위의 '위너'끼리의 계약(우정으로서의 연대가 아니라 돈과 권력을 위한 가식적인 계약일 뿐인)이나 소망교회 신도증(한국적이며 현대적인 면죄부 발급 시스템)같은 것일 터이다. 신자유주의적인 세속 (반)윤리의 틀, 즉 '루저'대 '위너'의 이분법과 그 명명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모두가 패배한다. 필요한 일은 경쟁 바깥으로 탈주하는 것이다.-55쪽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다가오지만 질병은 그렇지 않듯이, 전쟁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닥치지만 직접 전쟁에서 죽을 확률은 사람마다 다르다. 미국은 20세기의 거의 모든 전쟁에 관여했지만, 한 세기 동안의 모든 크고 작은 전쟁에서 죽은 미군 병사의 총수는 3년 동안의 한국전쟁 당시 죽은 한국인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쟁은 장교나 병사 모두에게 죽음의 가능성을 극도로 높이지만, 철통같은 경비를 받는 CP깊숙이 근무하는 대대장급 이상의 지휘관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매일 몇 시간씩 순찰해야 하는 말단 병사들이 죽을 확률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이 돈 많은 사람과 돈 없는 사람 간의 계급적 차별의 원칙이 적나라하게 작동하는 현장이듯이, 전장도 이러한 계급 원칙이 매우적나라하게 관철되는 현장이다. 죽을 확률이 0.1%에도 미치지 않는 군인과 죽을 확률이 10%가 넘는 사람을 같은 군인으로 취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으며, 이들 모두를 전쟁의 피해자라 말하는 것도 모순이다. 전쟁, 비상계엄 선포로 작전 지역 내의 민간인과 병사들에 대한 권한이 거의 군주의 반열까지 오르는 현장 지휘관의 처지가 보급품을 제대로 -65쪽

공급받지 못해 민간인의 쌀독과 가축에까지 손을 대야 하는 병사들과 같은 정도로 비인간화된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인간 세상에 전시만큼 불평등한 세상, 권력과 민중의 격차가 극대화되는 시기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전쟁으로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만이 아니라, 전쟁은 인간을 총체적으로 타락시키고 부패를 극대화하고 사회의 안정된 질서와 규범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66쪽

199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문제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등장한 북한의 핵개발 관련 의제는 한반도에서 여전히 전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또 2006년 용산의 미군기지 평택 이전을 둘러싸고 한국인들 내부에서 벌어진 사실상의 전쟁 상태는 외적인 전쟁 상태가 내부에서 진행된 것일 따름이었다. 각종 시민단체 집회에 나타나서 힘을 행사해 판을 깨는 열혈 노인들의 행태나, 신문의 하단을 장식하는 우익단체 광고에서 나타나는 험악하고 전투적인 언사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 충만 들지 않았지 사실상 적을 없애야 내가 산다는 논리, 여차하면 동족을 살해할 수 있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73쪽

지구적인 무한 경쟁은 국가라는 보호막 속에 안주하던 기업을 완전경쟁에 노출시켰으며, 최소한의 양심과 공정거래의 규범을 벗어던지고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를 정착시켰다. 따라서 전쟁터와 마찬가지로 경쟁의 원리, 약육강식의 원리, 탐욕의 원리가 작동하는 신자유주의하의 무한 경쟁 시장에서도 법과 규범은 사치가 된다. -75쪽

리영희는 사르트르를 인용해 자유의 의미를 절절하게 전했다. 사르트르는 독일 정렴하에 있을 때처럼 자유로웠던 예가 없었다고했다. 일체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매일 정면으로 모욕을 당할 때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자유라고 했다. 막다른 골목에 쫓겨 있었던 까닭에 거동 하나하나가 앙가주망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고 했다. 억압자에 저항함으로써 자유를 느꼈던 그에게는 저항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였다. -144쪽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문화 영역은 소위 오타쿠라고 불리는 이들이 향유하는 서브컬쳐의 영역이다. 이 영역은 논리 필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의 코드가 된 잉여 정서와 관련이 있다. 잉여라는 말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자조적으로 자신을 칭하는 말이 되었는데, 의미심장하다. 이전 시대의 루저 정서는 주로 학벌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의, 혹은 반발하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잉여 정서는 학벌 사회에 순응한 이들의 것이다. 부모님들이 시키는 대로 꿈도 갖지 못하고 하루하루 성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살았고, 그 결과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지만 어느 곳에도 취업할 전망이 없는 이들의 정서인 것이다. 오늘날의 세대는 순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세대가 되었다. 그런 이들이 공유하는 잉여정서는 자기 학대와 정치적 각성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문화적 감수성이다.-203쪽

지금의 청년들이 살고 있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자본가의 삶을 강요하는 사회다. 우리 사회에 그러한 조류는 IMF라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 이후에 닥쳐왔다. IMF를 '극복'해 내는 동안 우리는 자본가의 사유를 내면화하게 되었다. IMF이전의 한국 사회는 기업들은 빚을 졌지만 개인들은 저축을 하는 사회였다. IMF이후의 한국 사회는 기업들은 돈을 쌓아두지만 개인들은 빚을 내어 돈을 굴리는 사회로 변모했다. 개인은 안정된 직장에서 받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알콩달콩 삶을 꾸리는 소소한 행복의 권리를 박탈당했고, 기업가적 마인드를 장착하고 담대한 마음올 투자하여 인생 역전을 노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5쪽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객관화할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 반성적 고찰만큼 치열한 저항의 방식이 있을까? 우상은 어느 곳에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어디서든 저항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이성은 과거 학생운동권들에게 요구되었던 것과 같은 윤리 의식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특권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했던 과거의 대학생들과는 달리, 대학 진학률 86%시대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파악하는 이성이다. 그리고 우상과 이성이 구별되지 않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섣부른 근본주의나 간편한 냉소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객관화하려는 성찰 그 자체다. 이전의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는 그런 성찰 속에서만이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208쪽

...지금 우리사회 분위기가 도로 보수적인 분위기로 역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당연한 거예요. '반동'이지요. 옛날 옛적부터 잘 먹고 잘산 놈들이 제 권리를 잠시 빼앗겼는데 도로 찾으려고 일어나는 게, 반동이 일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에 대해 항거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게 깨우쳐 나가면서 '아, 이것이 다만 우리들만의 생존 문제가 아니구나'하고,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할 때 이러한 사상에 따라서 일어나는 운동이 바로 변혁이라는 겁니다. 너무나 커다란 것들만이 변혁이 아니에요 -221쪽

한 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리다니, 그거야말로 자본가의 극단적인 자기정당화의 이론화요. ...삼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비슷하지. 외화를 획득해 오지 않느냐. 그러니까 삼성 재벌에게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이야기인데, 집단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전혀 무시해 버리는 발언이야. 아주 위험한 사상이에요.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내 회사에 좋은 건 1만 명에게 좋다, 그렇다면 반대로 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을 희생해도 좋다, 이런 생각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가치판단을 지배잗르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한 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가치판단이죠. 지배자들에게만 가치판단을 맡길 때 길들여진 인간이 만들어져 버리는 겁니다. 비인간화, 소외된 인간, 인간 소외 현상이 일어나는 거지요. 그런데 오히려 요즈음에는 사람들이 그 무감각, 무의식을 자처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편하게 살기 위해 자발적 동조, 굴종을 하는 거지요. 그런데 이것이 돼지가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224쪽

생활은 어떻게 꾸려 나가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돈 안 드는 짓이 그것밖에 없어서 숨만 쉬고 있다 했더니 웃으신다.

네가 실업자인 건 자유의 대가니까 혜택이야. 야생마 같은 아이잖니?

스스로 항상 잉여인간에 청년 백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야생마가 되니 어쩐지 신이 난다. 똑같은 청년 실업에 잉여인간이라는 기분으로 괴로워할 젊은이들에게 뭔가 충고해 주실 말씀이 없냐고 여쭙자 계속 사양하시다가, 괴테 이야기를 꺼내셨다.

괴테도 말이야, 그런 요청을 받고 계속 거절을 했다지. 하지만 계속 부탁을 받으니까 거절하고 또 거절하다가 이렇게 말했지. 그래 알겠다. 충고를 하겠다. 단, 내 충고를 따르지 않겠다는 조건하에서만 충고를 하겠다. 나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Simple life, high thinking'즉 생활은 간소히 하지만 생각은 포게 가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군

하지만 부자되세요의 주문이 여전한데 생활을 간소히 하는 것이 가능할까-234쪽

자기 생활의 주인이 되어야지. 물질은 중요하지 않아. 설령 모자 500개, 넥타이 300개를 가진다고 해서 그 물질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나?오히려 물질이 주인이 되고, 물질의 예속물이 되는 거야. 정신의 혁명이 필요해. 자기의식의 전환을 이루어야지. 물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는 착취와 강압과 사치와 타락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데, 이 타락이 중대한 병이야. 이 타락을 스스로 거부하는 만큼 인간적.윤리적으로 성장하고 정신적 기품이 높아지게 되지. 악덕한 제도, 정치.사상에 굴종하지 않는다는 저항적 인간을 목표로 해야겠지. 풍요 속에 매몰되지 말고, 시시한 물건 따위에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의 사상과 행동과 결정의 주인이 되는 거야. 자기를 상실하고 의식 없이 생활하면 물질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말지. 물론 자발적으로 이런 노예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 자본주의에서는 그저 소비에서 낙을 찾으려고 하는 풍습이 많으니까.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나의 인생은 그저 낙오자일 수밖에. 계속 낙오자의 길로만 걸어왔고.-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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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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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6 0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6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유니클로가 한국에 건너온지 꽤 되었고 영국에서도 샵을 보기도 했지만 뭔가 촌스럽단 이미지 때문에 엄청난 기업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낚시성 다분한 '2009년 손정의를 제치고 일본 부자 1위'란 문구에 혹하고 말았다. 금융계나 전자.전기 등 첨단 업종이 아닌, 일반적으로 사양산업으로 이야기 되는 의류업으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니 뭐가 있는건가. 싶어진 것이다.  

성공의 비결을 의류업이란 틀 안에서 보자면 유니클로는 기존 SPA(의류 기획과 제작에서 유통까지 한 기업이 총괄함으로써 상품단가를 낮추고 회전기간은 줄이는 방식)의류 브랜드들과 달리 상품의 퀄리티를 높였다는 점에서 특화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SPA브랜드인 h&m, ZARA, topshop등의 경우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낮은 가격과 화려한 디자인, 1주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상품회전 기간으로 고객을 끌여들였는데 이런 스타일의 브랜드는 아시아를 거점으로 해서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을 옷 좀 사 본 여성 소비자라면 알 것이다. 아시아 고객들의 경우 첫째로 서구인과 달리 파티문화가 존재하지 않기에 드레스 류라던지 화려한 의상에 대한 수요 자체가 서구에 비해 적다. 둘째, 같은 아이템을 구매하더라도 동양인은 의상의 퀄리티에 큰 관심을 쏟는다. 옷이 단순히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나의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는 도구로서 기능하는 동양사회의 특수성이 고객의 물품 구매 행위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런 큰 차이점을 베이스로 깔고 있을 때 아시아에서 탄생할 수 있는 SPA 패션 브랜드의 가장 적합한 형태가 바로 유니클로였다. 베이직하고 심플한 아이템들, 하지만 특수소재를 사용하는 등 상품의 퀄리티는 우수하게 유지시켰고 대량생산으로 가격은 다운시킨 지극히 합리적인 브랜드.

두번째 성공의 비결은 이 책의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회사의 주인, 야나이 다다시라는 사람이다. 원래 지방에서 작은 옷 소매상을 하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업에 뛰어든 야나이 다다시는 사업초장부터 원래 일하던 사람을 다 짜르고 자기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독한 모습을 보이며 사업을 키워나간다. 이 책은 야나이 다다시의 리더쉽이 유니클로를 성장시킨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한다. 소매의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SPA방식으로 전환하며 전세계적 규모의 기업을 일구어낸 야나이 다다시의 능력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제 60을 넘긴 그에게 닥친 문제는 바로 후계자가 없다는 것. 일 하는 애들 맘에 안 든다고 다 잘라버리니 회사를 맡길만한 사람이 남아 있을리가 없다. 일인에게 기대는 경영방식의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성장 동력이었음과 동시에 앞으로의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 야나이 다다시. 그가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25-35세의 싹수좋은 사원들 200명을 뽑아 특별 훈련을 시킨다는데 유니클로의 미래는 과연........? 

이 책은 아시아 베이스 SPA브랜드로서 거의 유일하게 전세계로 발을 넓히는 패션브랜드의 성장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저가와 기능성의류의 조합은 장기불황의 늪에 허덕이던 일본에서만 탄생할 수 있었던 조합인데 이것이 전세계로 시장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으니 과연 그 결말이 어떨지! 야나이 다다시의 목표는 갭을 뛰어넘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야나이 다다시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은 부족하다는 점. 연대기별로 그가 내린 선택, 그의 인터뷰 인용 정도가 전부이기에 야나이 다다시라는 경영인에 대해 깊이 있게 알기에는 부족하다. 유니클로란 브랜드 성장기를 개략적으로 보기엔 백점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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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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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주권을 파괴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주권이란 글자 그대로 주인의 권리라는 의미입니다.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하나 혹은 다수의 대표자들에게 양도합니다. 너무나 잘 길들여져서 그런지 우리는 자신의 정치권력을 남에게 양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치적 권력을 양도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엄격히 말하면 우리는 대표자의 임기 동안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해서는 안됩니다. 주어직 기간 동안 우리는 그 대표자를 주인으로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기존의 정치권력은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도 되는듯이 위리 내면에 각인시켜 왔던 셈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연대', 즉 '다중'을 통해 우리는 정치권력을 어느 때라도 결코 양도할 수 없다는 것과, 아울러 모든 주권의 노리가 사실은 억압의 논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38쪽

자본주의적 욕망이 역사적인 구성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그러한 욕망이 결국 특정힌 시대의 훈육의 결과이지 인간의 선천적 본성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줍니다.-135쪽

가라타니 고진 <트랜스크리틱>
"타인을 수단만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가르침이 구체화 될 수 있는 것이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코뮤니즘이라고 논증하는 부분이 이 책의 압권이다. -215쪽

육체의 모든 성적 드러냄은 사랑이 아닌 한에서는 엄밀한 의미의 자위행위이다. 한 입장 내부에만 관계하기 때문이다. -<조건들>, 바디우-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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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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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철학적으로 시를 읽는 게 아니라 철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시를 끌어들였다고 보는 것이 옳다. 시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기 보다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를 끌어내기 위한 에피타이저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해야할까. 본식은 당연히 철학 철학 철학이다. 그래서, 말랑말랑하게 시를 이야기할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나는 무척이나 힘겹게 책을 읽어야 했다. 사실 시가 아무리 말랑하다 한들 난 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다 철학이라니. 난 철학이라면 알랭 드 보통으로 충분한 그런 얕은 여자란 말이다. 나 말고 다른 서평단 분들은 무척이나 이 책을 좋아하고 후하게 평해주셔서 주눅이 들었지만 내가 바로 무식한 대학생 독자의 전형이 아닐까, 철학을 모르는 데 이 책 사도 되겠냐 저울질하는 분들을 위해 눈물을 삼키며 리뷰를 남긴다.  

책은 총 스물 한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스물 한 개의 시와 스물 한 명의 시인과 스물 한 명의 철학자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시를 읊어주고 가볍게 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사유를 이어가다 본격적으로 철학 이야기로 접어드는 방식의 글쓰기를 채택하였다.본문 내용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면. 4.19를 쓴 김수영의 시에 저자는 푸코를 끌어들인다. 4.19가 실패한 건 우리가 미시적 권력을 전복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렇게 시와 철학이 연결된다. 글 자체가 딱딱하지는 않다. 독자에 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문체로 서너 페이지의 짧은 글 속에 철학자의 책 한권에 담긴 핵심을 담아 내고 있으니 철학을 오래 공부한 내공이 느껴진다. 내가 힘들었던 건 글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사유하는 방식에 전혀 익숙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초심자로서 그것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을 처음 시작하고 싶은 사람, 철학이 너무 궁금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저자는 매 장마다 자신이 끌어온 철학자에 대해 그리고 그 철학자의 저서에 대해 번역본 출판사와 출판연도까지 기재해 주는 다정한 사람이다. 스물 한 명의 철학자를 둘러보고 마음가는 철학자부터 파고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별점이 셋인건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이어서일 뿐이고 책으로만 보면 만듬새나 저자가 들인 노고의 면에선 딱히 흠 잡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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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2>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명의 2 : 심장에 남는 사람 명의 2
EBS 명의 제작팀 엮음 / 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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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내가 절대 의사가 될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가졌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 사람을 살리고 타인을 도와주는 동시에 자아실현과 생계유지를 모두 가능케 하는 그 직업은 마치 꿈의 직업처럼 보였다. 국경과 인종과 언어를 넘어 타인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은 그리 흔치 않다. 거기다 남을 돕는 동시에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해 주는 직업이라니! 기본적으로 남을 밟고 올라서야 제 입에 먹을 게 들어오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정말 찾기 힘든 직업이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그런 직업의 장점을 이용해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의사는 참 만나기 힘들다. 어차피 다 같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처지에 특정 직업에 돈을 넘어선 낭만적 이미지를 덧씌운다는 것 자체가 순진했던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의사들-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던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엔 그들이 보여주는 프로다운 모습에, 후반부엔 환자 하나하나에게 보이는 그들의 애정에 감동했다.  

먼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개념을 수정해야겠다. 보통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이 명의들이 그 명의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순수한 탐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의사는 과학자와 무척 닮았다고 볼 수 있다. 명의 중 많은 이가 외국으로 나가 기술(수술기법)을 배우고 한국에 소개함으로써 한국의학의 발전을 선두했더 이들이다. '어떻게 하면 이걸 고칠 수 있을까?' 그들의 지난 커리어는 이 끊임없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한다. 의사가 특수한 지식을 이용해 환자를 돌본다고 할 때 그 지식이란 '축적된' 지식이라고만 생각했지(대학.인턴.레지던트 십몇년 동안 습득한 것들) 이렇게 능동적으로 축적되고 수정되는 지식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나로선 의사란 직업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두번째로 이 책을 읽으며 놀란 점은, 그 과학적 탐구성이란 것이 결국은 '어떻게 하면 환자를 더 살릴 수 있을까'란 생각 즉,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명의는 그 두가지 요건-과학적 탐구심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모두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명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설날마저 환자를 보러 나가는 남편에게 아내가 '가족이 먼저야 일이 먼저야?' 따졌더니, 환자는 아픈 사람이니 환자가 더 중요하다고 했던 한 의사. 아내로선 무척 섭섭했던 일이었지만 언제나 환자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나로선 그런 생각을 하는 의사가 있다는 것 만으로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이 책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지금까지 내가 감상한 것처럼 '의사'라는 직업에 집중해서 읽는 방법일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이 책을 직업선택의 교본으로 삼는 것. 이 책은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언제나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명의들은 돈을 벌고 싶어서나 높은 지위를 가지고 싶어서 의사가 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이 하는 일을 보면 돈 벌자고 이 일을 하진 못하겠단 소리가 절로 나오니 말이다. 환자를 고치는 과정에서 이들이 보이는 성의와 세심함, 그들의 고통과 환자가 나을 때 보이는 순수한 기쁨의 장면들은 나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하나의 지침이 되어 주었다. 그렇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으론 최소한의 의학적 교양을 쌓기 위해서 읽는 방법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던지!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의 점막에 암이 생기는 것이다. 주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나 젊은 시절 생리 불순이 심했던 여성들이 잘 걸린다고 한다. 생리 불순이 심했던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배란이 되면 황체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생리가 나오게 되는데 배란이 잘 안 되는 경우 황체호르몬은 나오지 ㅇ낳고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만 나오면서 내막이 점점 두꺼워지고 그게 암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주로 폐경기 이후에 발생한다.  
   

쉽게 넘기는 생리 불순의 위험에 대해 이렇게 배운것 뿐만 아니라 잦은 유산으로 고통받는 드라마 여주인공이 왜 임신하면 침대에 누워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지에 대해서 그냥 '안전하려고'정도로만 이해했던 나는 이제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수술을 통해 습관성 유산을 방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대부분의 수술에서 이용되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법(개복하지 않고 1-2센티 정도만 절제한 후 기계를 삽입하여 스크린을 보며 하는 수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살다 보면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 거기에 이제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도 계시니 좋은 책 읽으며 의학상식도 쌓을 수 있어 유익했다.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단점을 지적하자면 책이 급하게 나오느라 그런지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이나 오타가 무지하게 많다는 것이다.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불쾌하고 거슬렸던 문장도 하나 있었는데 이는 144페이지에 나오는 자궁을 적출한 여성들을 지칭한 '빈궁마마'란 표현이었다. 빌어다 쓰는 표현이긴 했지만 심히 불쾌하였다.   

88쪽 심방이 혈액을 쫘주지 못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짜주지 못하겠단 말인가? 내가 모르는 단어인가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못찾겠음

162쪽 자궁경부암에 대한 설명이 '생기는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으로 되어 있음 

310쪽 마지막 줄 끊임없이 최신 술기를 배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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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4-0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쪽 - '심방이 혈액을 쏴주지 못하고'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만...
저는 책으로는 안읽었지만 시간이 될때마다 TV에서 열심히 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답니다. 명의는 뛰어난 의술과 학문적 탐구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의사라는 말씀에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