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유니클로가 한국에 건너온지 꽤 되었고 영국에서도 샵을 보기도 했지만 뭔가 촌스럽단 이미지 때문에 엄청난 기업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낚시성 다분한 '2009년 손정의를 제치고 일본 부자 1위'란 문구에 혹하고 말았다. 금융계나 전자.전기 등 첨단 업종이 아닌, 일반적으로 사양산업으로 이야기 되는 의류업으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니 뭐가 있는건가. 싶어진 것이다.  

성공의 비결을 의류업이란 틀 안에서 보자면 유니클로는 기존 SPA(의류 기획과 제작에서 유통까지 한 기업이 총괄함으로써 상품단가를 낮추고 회전기간은 줄이는 방식)의류 브랜드들과 달리 상품의 퀄리티를 높였다는 점에서 특화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SPA브랜드인 h&m, ZARA, topshop등의 경우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낮은 가격과 화려한 디자인, 1주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상품회전 기간으로 고객을 끌여들였는데 이런 스타일의 브랜드는 아시아를 거점으로 해서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을 옷 좀 사 본 여성 소비자라면 알 것이다. 아시아 고객들의 경우 첫째로 서구인과 달리 파티문화가 존재하지 않기에 드레스 류라던지 화려한 의상에 대한 수요 자체가 서구에 비해 적다. 둘째, 같은 아이템을 구매하더라도 동양인은 의상의 퀄리티에 큰 관심을 쏟는다. 옷이 단순히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나의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는 도구로서 기능하는 동양사회의 특수성이 고객의 물품 구매 행위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런 큰 차이점을 베이스로 깔고 있을 때 아시아에서 탄생할 수 있는 SPA 패션 브랜드의 가장 적합한 형태가 바로 유니클로였다. 베이직하고 심플한 아이템들, 하지만 특수소재를 사용하는 등 상품의 퀄리티는 우수하게 유지시켰고 대량생산으로 가격은 다운시킨 지극히 합리적인 브랜드.

두번째 성공의 비결은 이 책의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회사의 주인, 야나이 다다시라는 사람이다. 원래 지방에서 작은 옷 소매상을 하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업에 뛰어든 야나이 다다시는 사업초장부터 원래 일하던 사람을 다 짜르고 자기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독한 모습을 보이며 사업을 키워나간다. 이 책은 야나이 다다시의 리더쉽이 유니클로를 성장시킨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한다. 소매의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SPA방식으로 전환하며 전세계적 규모의 기업을 일구어낸 야나이 다다시의 능력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제 60을 넘긴 그에게 닥친 문제는 바로 후계자가 없다는 것. 일 하는 애들 맘에 안 든다고 다 잘라버리니 회사를 맡길만한 사람이 남아 있을리가 없다. 일인에게 기대는 경영방식의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성장 동력이었음과 동시에 앞으로의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 야나이 다다시. 그가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25-35세의 싹수좋은 사원들 200명을 뽑아 특별 훈련을 시킨다는데 유니클로의 미래는 과연........? 

이 책은 아시아 베이스 SPA브랜드로서 거의 유일하게 전세계로 발을 넓히는 패션브랜드의 성장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저가와 기능성의류의 조합은 장기불황의 늪에 허덕이던 일본에서만 탄생할 수 있었던 조합인데 이것이 전세계로 시장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으니 과연 그 결말이 어떨지! 야나이 다다시의 목표는 갭을 뛰어넘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야나이 다다시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은 부족하다는 점. 연대기별로 그가 내린 선택, 그의 인터뷰 인용 정도가 전부이기에 야나이 다다시라는 경영인에 대해 깊이 있게 알기에는 부족하다. 유니클로란 브랜드 성장기를 개략적으로 보기엔 백점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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