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 - 대한민국 여성 1호 소믈리에의
엄경자 지음 / 아티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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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를 즐기진 않지만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종종 술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음주문화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데, 어릴 적에는 술을 빨리 많이 마시는 사람이 주목받았다면 요즘은 어떤 술을 마시면서 그 술에 대한 에피소드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동석한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사람이 더 주목받는 것 같다. 특히 양주와 와인이 그러한데, 마시고 있는 술이 언제 어디서 탄생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런 술을 마시면서 어떤 점에 집중하면 해당 술이 가진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지 등을 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동경심을 느끼게 된다. 


음주문화가 알코올을 섭취해 온전한 정신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술이 가진 미식적 요소들을 향유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음주량에 상관없이 그 자리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이 하는 술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고 같이 대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을 읽게 됐다. 


저자 엄경자는 대한민국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로 소믈리에가 된 인물로 국내의 유수의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했으며 강단에서 와인에 대한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제목에 명시된 '와인 입문자를 위한'에 걸맞게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굉장히 초보적인 지식부터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입문자를 위한' 수준을 넘어서는 듯한) 전문 지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책을 받아 펼치기 전에는 제목만 보고 이미지 위주의 가벼운 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 읽다보니 와인과 관련된 각종 용어의 정의, 와인의 역사, 와인의 종류, 와인 간의 차이점과 그 원인, 와인을 즐기는 방법, 유명한 와인 산지의 소개 및 해당 와인의 특색 등 굉장히 넓고 깊은 정보를 담고 있다. 와인을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에 많은 이미지가 삽입돼 있는데, 한두 개의 이미지가 전체 페이지를 뒤덮는 것이 아니라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용도로 작고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다. 


와인은 포도를 발효시켜 만들어지므로 포도의 품종, 지역, 그리고 기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어느 지역의 어떤 품종의 포도로부터 얻어졌고 가공 단계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와인의 색, 향, 맛 등 와인을 구분짓는 요소들이 결정된다. 전통적으로 와인시장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와인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지에서 생산된 와인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 같은 나라라 할지라도 토양, 위도, 품종, 작황에 따라 와인이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자는 프랑스에서만 10곳이 넘는 지역을 소개하고 생산지역에 따른 와인의 특성을 말한다. 와인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자주 들어본 보르도, 보르고뉴, 샹파뉴 등을 포함해 이름부터가 낯선 코트 뒤 론, 쥐라와 사브아 등도 소개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의 와인이 지역과 품종에 따라 그리고 양조방식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유럽 외의 지역들에서 생산되는 와인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소개된다. 


와인을 보게됐을 때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이 라벨인데 와인병의 라벨에는 그 와인이 갖는 특정 정보들을이 담겨 있고 국가에 따라 와인의 표기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항목들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여러 와인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브랜드 라벨을 이미지로 삽입해 와인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라벨을 소개한다. 무심코 지나치거나 그저 '예쁜 문양이다'라고만 여겼던 라벨에는 생산 국가, 빈티지, 품종, 등급, 구제적 원산지 등 와인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을 통해 알게 됐고, 해외에서는 와인을 포도로 만든 것만을 지칭하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포도 뿐 아니라 과실로 만든 술을 와인이라고 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아는 오미자, 사과, 머루에서 만든 술도 넓은 범위의 와인에 속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와인을 개봉하는 법, 맛있게 즐기는 법, 보관하는 법을 알려주고 소비자를 위한 노하우를 전달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처음부터 비싼 와인을 찾기 보다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상업적이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와인부터 시작해 금전적 여유가 됐을 때 소량만 생산되는 고급 와인으로 다가서기를 권한고 있다. 가격은 와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개인마다 취향이 다양하므로 자신에 맞는 옷을 찾듯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와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처음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을 펼친 후 낯선 내용이 태반인지라 공부하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진정한 와인 초보의 입장에서 이 책은 기본 내용과 깊이를 더한 내용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나중에 내가 와인과 관련된 많은 책들을 더 읽은 후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와인의 전체적인 개념을 잡고 와인의 원산지와 종류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 그러나 (저자도 여러차례 지적하는 바처럼) 결국은 다양한 와인을 자주 음미해봐야 그 특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추후에 와인을 접하는 자리에서는 와인의 라벨부터 색, 향, 맛 등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제껏 어떤 책을 리뷰할 때 보통 책에 담긴 대략적인 내용을 간추리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적곤 했는데 <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은 그러기가 힘들었다. 전체적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라기보다 방대한 정보의 전달에 치중한 책이기 때문인데 사전을 읽고 줄거리로 요약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결국 와인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위해서는 반복된 학습이 필요하고 색인을 이용해 부족한 내용을 알아보고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작업과 와인을 즐기는 작업을 병행/반복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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