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학 - 엉뚱하지만 쓸모 많은 생활 밀착형 화학의 세계
조지 자이던 지음, 김민경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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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화학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그로인한 결과는 어떠한가를 추적하기 위해 저자 조지 자이던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에너지의 하위로부터 출발한다. 식물은 광합성이라 불리우는 과정을 통해 6개의 이산화탄소 분자와 6개의 물 분자를 태양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1개의 포도당(저자는 설탕으로 말하기도 한다)과 6개의 산소 분자를 형성한다. 만들어진 포도당은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소정의 과정을 거져 녹말과 지방의 형태로 저장되기도 하며 질소 분자를 흡수해 단백질을 합성하기도 한다. 식물이 만든 당류, 지방, 단백질 등은 식물을 섭취하는 동물들에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진화는 개체의 존속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는데 식물의 경우는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성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을 취했고 동물은 식물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화합물(효소 등)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음식물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냥이나 채집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음식물이 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방법으로(가공으로) 유해한 상태(물질)를 무해한 상태(물질)로 변화시켜 섭취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안데스 산지의 아이마라 부족은 감자의 독성을 중화시키기 위해 점토를 같이 복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감자의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오늘날의 동결 건조법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카사바(고구마처렁 덩이뿌리를 탄수화물 공급용으로 먹는 구황작물의 일종)가 가진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제거하기 위해 카사바를 으깨고 체로 거르고 건조시키는 방법을 쓴 것도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가공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음식물이 유한하고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남는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온갖 미생물이 사체를 공격해 부패시키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건조, 동결, 발효 등의 방법으로 식량의 가용 기간을 증가시켰다. 음식물에서 독소를 없애거나 보관 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용됐지만 이런 것들에 화학 작용이 관여한다는 점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밝혀졌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이 화학작용을 통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지만 발암가능성과 다양한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아주 큰 지탄을 받고 있다. 담배는 적어도 5,700개 이상의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가운데 적어도 수십 가지의 성분이 암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담배의 발암물질이 인체로 들어오면 세포의 DNA와 결합하게 되고 DNA는 손상을 일으킨다.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작업이 이뤄지지만 온전히 수정이 안됐을 때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된다. DNA에 각인된 돌연변이는 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주고 특히 세포의 분열과 연관된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증식을 억제하지 못하면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증가한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10-20 퍼센트 정도이며 비흡연자에 비해 약 11배 높은 수치이다. 담배의 성분은 암 뿐 아니라 각종 폐질환과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도 높다. 이런 해악을 낮추기 위해 발암 물질을 적게 한 전자담배가 개발됐는데 전자담배도 일반담배보다 덜할 뿐 비흡연보다는 훨씬 유해하다.

태양에너지는 식물에서 광합성을 가능케하고 인간에게는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태양에너지가 과잉공급되면 피부는 화상을 입거나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담배의 발암물질처럼 태양의 광자가 DNA의 배열에 영향을 주고 이를 올바로 수리하지 못하면 돌연변이를 야기하게 되며 돌연변이의 위치가 DNA의 중요부위에서 발생했다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는 본디 피부가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하게 만들어졌는데 주 성분은 옥시벤존과 산화아연이다. 옥시벤존과 산화아연은 광자가 인체에 닿기 전 흡수해 광자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자외선 차단제에는 SPF(sun protection factor, 일광화상 차단 지수)가 표기돼 있는데 이는 실험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백인을 일광화상에 이르게 만드는 자외선의 양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백인을 일광화상에 이르게 만드는 자외선의 양을 비교한 것으로 SPF 30 은 해당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을 때 일광화상에 이르는 자외선의 양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30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SPF가 높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일생동안 사용해도 인체에 해로운 영향이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 수 없다이다. 자외선 차단제에 함유된 여러 성분들에 대한 FDA의 견해는 "GRASE(Generally Regarded As Safe and Effective)가 아닐 수 있음"이다.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타늄 2개 성분은 GRASE라고 인정되지만 나머지 성분들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외선이 인체에 끼치는 발암작용과 일광화상을 고려하자면 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바르는 것이 유용하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커피와 초가공식품(간단히 말하자면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쳐 탄생한 식품)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지난 세기 중후반 커피는 각종 암과 질병과 연관된 유해식품으로 인식되었다. 언론과 의학계는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를 지속적으로 쏟아냈고 커피로 인해 심장병, 폐암, 고관절 골절, 고혈압 등이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견도 적지 않았는데 새로운 보고들은 커피가 심혈관 질환이나 암의 발생 비율을 낮춘다는 정반대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런 유해함과 유익함과 관련된 결과가 반복되는 상황에 남겨져 있다. 초가공식품도 커피와 비슷한 형편에 놓여있는데 초가공식품을 구성하는 온갖 성분들 각각에 대한 연구는 요원하고 특정 성분에 대한 파편적 지식이 언급될 뿐 실질적으로 치토스 같은 초가공식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유익한지 혹은 상관이 없는지 등에 대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우리가 적당량의 커피나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 의학자, 영양학자 등이 수많은 연구를 발표했는데 왜 이것들은 일치하지 않는 결론에 도달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알아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연구의 결론을 접할 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중구난방으로 발표되거나 같은 주제에 대한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다음의 이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연구자가 부도덕한 경우이다.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나 필요에 의해 거짓된 실험결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두 번째, 결과를 다루는 수학적 실수에 기인한 문제이다. 학술 논문 가운데는 기초적인 사칙연산조차 잘못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로인해 도출된 결론이 전혀 엉뚱하게 제시되곤 한다. 

세 번째, 절차상의 오류. 이것은 연구 과정에서 변수의 위치가 뒤바뀐다거나 연구집단을 정할 때의 오류 등에 의해 발생하고 결론의 값어치를 무의미하게 만들게 된다.

네 번째, 우연이라는 변수. 어떤 일에 대한 원인으로 제시된 것이 실제적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 아닌 우연에 의해 작동한 것일 수 있다. 우연의 함정을 거르기 위해 연구에서는 p값(p-value)이 0.05 이하인 것을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평가하고 p값이 낮을수록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섯 번째, p-value의 오용 또는 해킹, 연구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상존한다. 특히 영양학적 연구의 경우 더욱 많은 변수를 가지는데 연구자는 이 수많은 변수 가운데 자신들에게 필요한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A부터 Z까지의 변수 가운데 p-value가 유의하다고 판명된 A 변수에 의한 결과만을 선택해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p-value는 절대적인 신뢰를 선사하지 않으며 상당히 객관적으로 설계하고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 연구조차도 맹신할 수 없게 된다. 

여섯 번째, 교란된 연관성이 연구 결과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폐암에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흡연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폐암과 커피가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고 정작 폐암과 연관된 인자는 흡연인데 마치 커피가 폐암과 관련된 것처럼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일곱 번째, 연구 설계의 한계이다. 식품과 질환의 인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대부분 관찰 연구로 제한된다. 연구에 따른 자본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구 윤리적 측면에서 무작위 통제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진행할 수 없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한 그룹은 금연을 시키고 한 그룹은 흡연을 하도록 짜여진 연구 설계는 윤리적 측면에서 극렬한 비난을 맞딱뜨려야 할 것이다. 

이처럼 연구가 가진 각종 한계로 인해 우리가 접하는 많은 영양학적 이론들은 절대적 가치를 띠기 어렵고 분명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조합해 표층적인 인관관계를 추정하게 되고 비교위험도(relative risk)로 나타낸다. 


인간의 수명은 유전적 요인 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습관과 관련돼 있다. 흡연, 음주, 초가공식품, 비만, 성별 등 광범위한 영역이 모두 수명과 관련돼 있는데 만약 최고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과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을 때 기대 수명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지 궁금할 수 있다. 골초 흡연에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하루 30그램의 알코올 섭취하며 가장 덜 건강한 식단으로 살아가는 BMI 35 이상의 비만한 사람은 아주 모범적인 사람(비흡연, 주당 3.5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 아주 낮은 알코올 섭취, 가장 건강한 식단, BMI 23~25)에 비해 기대 수명이 20년 정도 낮다. 아주 모범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기대수명이 94세라면 아주 불량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의 기대수명은 74세이다. 이것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위에 언급한 각각의 변수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위협의 정도와 대응 의지도 개인에게 맡겨질 부분이다.





<오늘의 화학>은 화학과 실생활과 접목시킴으로써 과학이 지닌 차가운 느낌(지적 완성, 난해함, 일상과의 거리감 등)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의 원천인 식물의 광합성으로부터 초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위 리뷰에서 간략하게 언급된 사항들, 이를테면 담배, 썬크림, 커피 등이 어떤 화학작용으로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상당히 구체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일상적인 것들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화학작용의 종류와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쉽게!!


<오늘의 화학>은 어렵고 깊이 있는 책이라기 보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상식을 전달하고 있다. 일상 생활의 과학적 해석과 더불어 과학적 연구가 갖고 있는 한계를 덧붙여 설명함으로써 어떤 연구 결과를 대할 때 어떤 점들을 유의해서 봐야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미로 그리고 상식을 넓히기 위해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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