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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공식의 아름다움>이란 제목처럼 수학사(史)에 큰 획을 그은 공식의 탄생과 그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수를 센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자연의 섭리를 대변하는 아름다운 공식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논하는데, 시대를 앞서간 천재 수학자들의 업적이 나열되고 있다.
숫자의 개념이 등장해 '1+1=2'와 같이 간단한 연산에 사용되던 것이 어느덧 사칙연산으로 확장되고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같은 우리가 익히 아는 기본 공식으로 진화하게 됐다. 수학자들을 350여 년 동안 괴롭했던 페르마의 정리가 등장하는가 하면 우주의 질서를 논하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제시되기도 했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일컬어지는 '오일러 공식'이 만들어지고 '갈루아 이론'이나 '리만 가설'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기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방정식'과 양자역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슈뢰딩거의 방정식 등은 세상의 이치가(일부일지라도) 수학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거듭 증명한다. 현대에 들어 수학계와 물리학계과 주목하고 있는 대통일 이론은 '양-밀스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주에 존재하는 4개의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리라 고대하고 있다.
수학은, 수학 자체가 가진 견고함 뿐 아니라 철두철미한 연역에서 비롯된 '공식'이 완성됨으로써 세상을 설명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미지의 세상마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개안(開眼)은 수학의 빛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난해한 풀이(증명) 과정을 거쳐 마지막 줄에 새겨진 '공식'은 참으로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특히 피타고라스의 정리, 오일러의 공식,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설명한 공식은 그 간결함과 소박함에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수학을 하나의 언어로 보고 공식을 인간의 문명을 관통하는 문장으로 여긴다면 우리가 문학작품에서 느끼는 감동과 감탄을 수학 공식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수학적 증명을 따라가거나 스스로 증명해내지 못하는 영역일지라도 수학 공식이 지닌 의미를 읽다 보면 우주와 자연의 질서가 수학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감동하게 된다.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으며 공식의 탄생과 함께 그 공식을 유도한 수학자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데 페르마의 괴팍함이나 피타고라스의 편협함,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불편한 관계 등은 그들이 일궈낸 찬란한 성과만큼이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되는 것 같다.
'공식'이라는 어떤 형태의 질서를 발견하는 일은 인류가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견고함을 천재 수학자의 손을 빌어 더 커다란 영역으로 확장해 가는 길에서 조우하게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며, 일반인이 '위대한 공식'이 가진 참뜻을 온전히 깨닫거나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수학적이 아닌 인문학적 감성에서 '공식'이 내포하는 질서를 이해하려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대학 입시가 끝나면 수학의 유관 분야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은 수학이 우리네 삶과 연관이 없다고 치부하곤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의 형성과 그것을 바탕으로 자리잡게 되는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평생을 따라다니는 학문이라 여긴다. 간단한 방정식을 풀이하는 과정조차 수학적 공리로부터 출발해 연역적으로 추론해가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답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이 가진 탄탄한 논리는 비단 숫자가 아닌 언어로 표현된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
내가 지금보다 한참 어렸을 때 철학을 바라보는 입장은 '뜬구름 잡는 소리', 혹은 '말장난'에 불과했지만 독서를 하고 철학자들의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철학자들이 던진 간단한 문장에 담긴 논리의 깊이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됐고 이는 수학을 접할 때 곤두세웠던 논리적 사고와 다름 없는 사고를 통해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수학은 단순히 연산과 그 활용이 아니라 만물의 질서를 찾아가는 학문이다. 그리고 '공식'에는 그 질서가 함축되어 있다. <공식의 아름다움>을 읽으며 접하게 되는 위대한 공식을 증명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공식이 담고 있는 질서를 문자로나마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시간은 훌륭한 철학서를 읽는 것과 진배 없는 마음의 양식을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