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 9개 테마로 읽는 인류 문명의 역사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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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과 얼마나 많은 인물이 얽혀 있는지 가늠하게 된다. 인간의 수명을 넉넉히 일 백 년이라 가정하더라도 보통의 사람이 직접 경험한 역사란 전체로 보았을 때 편린에 불과할 것이기에 인간 문명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기에 역사를 다룬 서적은 항상 최고의 스승이라 생각한다. 


특정 국가, 민족, 혹은 제국의 역사라 할지라도 깊이 있게 알고자 하면 전공자가 아닌 이상, 마주해야 하는 방대한 양에 질려 어느새 역사가 지루하고 고루한 학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역사서를 읽더라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몇몇 사건이나 인물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세계사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기 보다는 특정 지역의 특정 인물에 의한 특정 사건의 나열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나쁘거나 부족하다고 여기진 않으며 오히려 역사에 대한 흥미를 이어나가고 이후 깊이 있는 역사 공부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라는 책은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에 맞는 에피소드를 추려 소개하고 있는데, 어떤 지역이나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폭넓은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총 9개의 장에 걸쳐 신화, 종교, 종교와 정치, 선동의 정치, 세기의 전쟁, 이슬람, 일본사, 실패한 이상주의자, 여성 지도자, 대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은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데 예를 들면 "선동의 정치"에는 프랑스 혁명에서 선동이 어떻게 작동했고 민중을 혁명의 장으로 인도하기 위해 사용된 거짓(선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온갖 음해적 소문은 프랑스인의 분노를 촉발했고 혁명에 당위성을 부여했다는 식이다. 미국 독립전쟁에 관한 에피소드에서는 '보스턴 차 사건'을 유발한 독립파(미국의 독립을 원하는 자들)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의 온건파(영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자들)를 선동하여 독립전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을 소개한다. 20세기 가장 큰 사건이라고 칭할 수 있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가운데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전범국으로 낙인 찍힌 독일, 그 나라를 전란의 아수라장으로 이끈 히틀러와 괴벨스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 대중을 선동하고 세뇌시켰는지를 들여다 보는데 이런 선동 방식이 현대 사회에까지 잔존해 있는 것을 느끼게 되면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 할 수 있는 '일본', 동아시아사의 수장은 중국이 되겠지만 일본의 역사 또한 인접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한번쯤 읽어봄직 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정체성'이란 장에서는 일본의 탄생에서부터 막부 시대의 혼란 그리고 일본 열도를 통일하는 기반을 다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를 이어 대권을 거머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근대에 접어들어 메이지 유신을 통한 발빠른 근대화를 이뤄내며 급성장을 했고 결국 제국주의로 변모해 수많은 침략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미국에 패해 쇠락했지만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음한다. 저자는 일본의 초고속 경제성장은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끼친 해악에 대한 역사 청산을 덮는 도구로 활용되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재미있게 읽을만한 에피소드들이 많은 장은 이 책의 첫 번째 장인 '신화 이야기'와 마지막 장인 '대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 중국 신화, 북유럽 신화, 티베트 신화, 아메리카 신화는 각 지역의 사상과 문화의 중추적 역활을 해왔고 현재까지도 사회 곳곳에 그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들에게도 신화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의 진위 여부 보다는 신화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고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앎으로써 지식의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도시에 소개된 곳은 콘스탄티노플, 장안, 앙코르툼, 테노치티틀란, 게르마니아 인데 이들 도시가 시대의(적어도 해당 대륙의) 대표성을 띠기도 하지만 도시의 흥망성쇠가 역사적 사건과 결부돼 있음을 소개하고자 함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세계사의 대도시에 당연히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바빌론, 로마, 아테네 등이 빠진 것은 해당 도시가 이미 많은 곳에서 소개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다 할 수 있는 주요도시를 소개한 저자의 배려로 받아들여졌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는 시대와 지역을 고루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사라는 큰 맥락에서 보면 분명 주안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저자 표학렬은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고루 소개함으로써 더 깊은 역사로 다가설 수 있는 징검다리 역활을 하고자 했거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건과 인물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각 장과 그에 속한 에피소드가 분량이 많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다. 지면 상의 이유로라도 개개의 사건과 인물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줌으로써 독자가 사건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엽적인 것들은 차치하고 역사의 중심에 섰던 사건과 인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 자주 등장하고 이로 인해 독서의 피로감이 매우 낮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접하는 역사라는 것은 인간이 만든 셀 수 없이 많은 일 가운데 기억할만한 굵직한 사건의 나열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과거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가 현대로써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자 한다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섣부른 대응이라도 해보고자 한다면 역사를 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 또한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데 선현들이 만들어 놓은 역사라는 가르침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하며 이 책을 한 줄로 말하자면.....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을 등장시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이라 평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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