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늦은 아침을 먹고 도서관을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바람은 좀 불지만 화창한 햇볕이 좋아 개천가를 걷다가 카페에
들어와 앉았다.
오늘 황사가 온다는 말에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러 나가겠다는
남편은 집에 묶어두고, 홀로 햇볕에 심취해 한참을 걸어다닌 나는 놀부 심보의 소유자임이 분명해진다.
일요일 오전의 카페는 언제나 옳다.
혼자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용하니 깊은 상념에 빠질수 있다.
근데 자꾸 이반일리치의 이책이 나의 상념을 방해한다.
세미나가 며칠 안남았는데 책이 읽히지 않으니 말이다.
책이 얇아 만만히 보다가 어제 펼쳐들었는데 생각보다
말들이 어렵다. 일리치의 책들 중 비교적 최근에 나와서
그의 사상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인듯 한데
분량만 보고 가장 먼저 이책을 선택한것이 실수다.
어제와 달리 볕이 좋아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일리치가 나를
잡아끈다. 카페에도 점점 사람이 많아진다.
일리치를 만나러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 옳은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