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읽기' 세미나에서 추천받은 석영중 교수님의 책들을 읽으며 도스토옙스키를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요즘은 죄와벌을 읽고 있는데 지난번 모임에서 우리의 화두중 하나는 로쟈와 소냐 사이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사실 로쟈와 소냐의 관계가 그리 불타는 사랑은 아닐지라도 로쟈의 경우는 첫눈에 소냐를 운명의 상대로 감지한 듯하고, 소냐는 로쟈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사랑으로 발전된 지극히 모성에 근거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지켜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그리 로맨틱한 사랑은 아니다.
어머니와 여동생 앞에서 소냐와 마주 앉은 " 라스콜니코프의 창백한 얼굴이 확 붉어졌다. 갑자기 온몸이 충격을 받은 듯이 떨리고 두눈이 활활 타올랐다."
우리들 중 한분이 이 귀한 구절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읽어 주셨고, 우리는 모두 뒤로 넘어갔다.
로쟈도 로맨틱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오해해서 미안~!
며칠동안 이 구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함께 읽기의 재미가 이런것이리라.
대학 시절 친구들과 나이들어 함께 커피숍을 운영해보자고 얘기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나이들어 우리가 함께 모여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였다. 그만큼 우리는 카페 죽순이들이었다. 우리는 카페에서 모든것을 했다.
점심도 카페에서 먹고 레포트도 카페에서 쓰고 저녁에 술도 카페에서 마시고...
친구 중 한명이 카페에서 알바라도 하면 그곳은 영락없이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이책은 나이 마흔이 되도록 진짜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나에게 그시절 친구들과 했던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다.
얼핏 보면 성대현을 닮은 듯한 작가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커피가 좋아 커피집을 차리게 되기까지 14개월 동안 커피여행을 하고,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 떠난 가배무사수행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저자가 카페 헤븐이라고 이름 붙인 '카페 데 엠브로'에서 103세 커피 명장 앞에서 핸드 드립을 하는 장면에서는 내 마음도 조마조마했다. 자신의 일을 진정 사랑하는 열정에서 나오는 대범함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카페가 삶의 공간과 멀지 않은 공간에 들어와 서울 마포의 신수동에서만큼은 싸고(아메리카노 천원)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 전도사가 되겠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신수동 주민들이 너무 부러웠다. 주변에 싸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카페 주인님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며 막연히 친구들과 친목을 위해 카페를 열어보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당분간 유보하는 것으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