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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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명문 와세다대학교 출신의 다카노 히데유키의 글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대학 탐험부 소속으로 아프리카 콩고로 무벰베라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찾아 나서고, 아마존탐험을 하고 타이의 치앙마이에 가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생활을 하는 등 국제인으로서 나무랄 데 없는,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인 작가가 이번에는 일본국가의 수도이자 중심인 도쿄에 거주하는 아니 표류하는 8명의 외국인들과의 경험을 책에 담았다.

혼네와 다테마에로 대변되는 일본인들의 정서에 싫증이 난 작가는 일본이 아닌 전 세계를 그 무대로 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세계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어서 일본도 그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건너 와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이는 일본의 암흑무도를 배우기 위해, 또 어떤 이는 그냥 개인적인 경험을 위해, 경제적으로 부흥한 일본에서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정치적 망명을 한 이들도 있다. 그에게는 어떤 인종도, 언어도(왜 모르면 배우면 되니까), 종교도 상관이 없다. 다카노 히데유키는 그들 모두를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

그리고 책의 곳곳에서 자신의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들어내 보이기까지 한다. 일본인들의 전통적인 정서인 혼네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예를 들면, 자신 개인의 안녕과 영달을 위해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미스터 동가라의 일본방문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아마존 탐험을 위해 스페인 말을 공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 연애 감정이 자연스레 소멸해가고 있는 여자 친구와의 실낱같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고 담담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는 페루 출신으로 일본계 후예로 일본에서 직장을 얻어 생활하러 온 우에키의 이야기였다. 다른 보통의 경우처럼 우연하게 인연을 맺게 되고, 자신이 아마존 탐험을 하기 위해 배운 얼치기 스페인어로 작가는 우에키와 소통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관찰을 해봐도, 우에키는 일본계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남미의 인디오일 뿐이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101번째 우에키라는 오명만을 뒤집어쓴 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게 된 우에키. 아마 그 우에키에게 도쿄는 “천국보다 낯선” 곳이 아니었을까.

자신은 정작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어쩌면 그가 찾는 것들은 이미 모두 도쿄 아니 Tokyo에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일상의 평범한 가운데 묻혀서 보지 못했을 뿐. 신파 소설처럼 가슴 찐한 감동은 없었지만 대신에 다카노 히데유키의 <별난 친구들의 도쿄표류기>를 읽으면서, 잔잔한 미소와 가슴 훈훈한 미담으로 가득한 그들의 표류기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었다.

※ 내가 찾은 오탈자

① “세계가 태어난 아침에”(114페이지) “세계가 탄생한 아침에”(115페이지)

② 탈로 → 탄로 (168페이지)

③ 경제재재 → 경제제재 (210페이지)

④ 흔이 → 흔히 (21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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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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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요리책 제목인가? 아니었다, 이 책은 뉴욕 생활을 하면서 미국이 뉴욕에 건설한 문화제국을 알게 된 저자가 쓴 문화제국 입문서였다. 이 책의 주제는 저자의 말 그대로 간단하다, 문화가 밥 먹여준다는거다. 자, 그럼 바로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어떻게 밥 먹여준다는거지?

웹 2.0이 선도하고 있는 우리 시대는 그야말로 세상이 휙휙 돌아가는 세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종래의 문자매체와 텔레비전은 점점 더 인터넷을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웹으로 무장한 세대들은 더 이상, 일방통행적인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통적인 비즈니스만으로는 무한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 시점에서 저자는 문화사업, 소위 컬처비즈로 눈을 돌린다.

바로 이런 면에서 세계의 온갖 인종들이 몰려 있는 뉴욕이야말로 온갖 문화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험장이고, 총본산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뉴욕을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그 표현보다는 '샐러드 접시'(salad bowl)이란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갖가지 야채들과 신선한 재료들이 담겨져 있는 샐러드 접시는 굳이 펄펄 끓이지 않아도 충분히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맛을 내지 않는가, 뉴욕은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조직과 경직된 기업문화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와 창조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비교는 가히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많은 기업들이 유행처럼 겉으로는 ‘창조경영’을 외쳐 대지만 껍데기만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 창조적이지 않은 기업환경에서 어떻게 창조경영을 이룩해낼 수가 있는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어떻게 해서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였던 뉴욕이 그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밀레니엄 캐피탈로써 전 세계의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 첫 번째 챕터에서 저자는 워밍업으로 재밌으면서도 가볍게 풀이해준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중앙정보국(CIA)에서 나서서 뉴욕이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예술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게 공작을 꾸몄다는 가설에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 다음의 두 개의 챕터에서는 먼저 문화예술이 점점 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문화예술 전략과 현실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개인의 삶에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상세한 기술을 보여 준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화인간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해탈과 변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저자가 역설한 문화제국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알려 주고 있는데 그건 바로 글쓰기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으로, 문화제국 내에서 자신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생존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현학적이면서도 기교가 넘치는 글이 아닌, 내가 상대방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을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야말로 가장 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저자가 매우 많은 잡지나 신문기사 그리고 인터뷰 등을 인용하면서도, 제대로 된 각주들을 제공해 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인용문의 출처를 밝히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미국에서 글을 썼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일 터인데, 실수였는지 어쨌는지 그 부분이 빠져 있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65페이지에서 애플 회장 스티브 잡스를 테크노라트(technocrat)라는 호칭을 사용해서 불렀는데, 테크노라트가 경영관리직의 전문 기술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적절하겠지만, 통상적으로 기술적 지식과 동시에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는 기술관료라는 뜻으로 사용되어진다는 고려해볼 때,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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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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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준비하면서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오늘 다룰 서평인 <아프간> 저자의 이름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는 ‘프레더릭’ 포사이드라고 하고 또 어디서는 프레데릭 그리고 또 어디서는 프레드릭이라고 표시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의 전작들이 국내에서 출간되었는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우리에게는 그의 초기작은 <재칼의 날>로 잘 알려져 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포사이스의 세 번째 작품인 <오데사 파일>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의 <오데사 파일>은 1993년에 <나치스의 망령>(문조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었다고 하는데 품절이 돼서 지금은 구할 길이 없다. 이 소설 역시 1974년에 영화화되었다.

1938년 영국 켄트 출신의 프레데릭 포사이스는 1969년 넌픽션인 <비아프라 이야기>를 출간한 이래 최근작인 2006년 <아프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18권의 책들을 발표해왔다. 포사이스에게 국제적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은 역시 <재칼의 날>로 프랑스의 대통령 샤를 드 골의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은 암살범 재칼과 그의 뒤를 쫓는 민완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본격적으로 <아프간>을 읽기에 앞서, 포사이스의 문학 세계를 엿보기 위해 부족하나마 아주 오래 전에 영화화된 <재칼의 날>(1973)을 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아프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체제가 허물어지게 되자 2차 세계대전 이래의 냉전도 그 운명을 함께 하게 됐다. 그리고 뒤이어 9·11 사건이 터지면서 테러와의 전쟁이 전면으로 부상한다. 포사이스는 런던 폭발물 테러사건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의 자금조직책인 튜픽 알키르의 휴대전화를 추적하고, 투신한 그의 랩탑 컴퓨터에서 알 카에다가 준비 중인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계획안, ‘알-이스라’에 대한 단서를 찾아 내기에 이른다.

이 정보를 입수한 영국의 비밀정보부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합동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로 하고 예언자 무함마드의 밤의 신비로운 여행을 뜻하는 ‘알-이스라’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아랍어와 아랍문화에 정통한 소위 ‘코란위원회’를 소집한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부에서는 알 카에다 전사들이 위대한 셰이크로 추앙하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오른팔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극도의 비밀리에 추진하는 있는 계획이 서방세계에 9·11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는데 까지 추론해낸다. 알 카에다의 비밀계획을 파헤치기 위해 스파이를 심으려고 하나 원체 보안을 중시하는 알 카에다 조직에 스파이를 침투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이 과정에서 코란위원회의 일원이 테리 마틴이 이라크 출생으로 영국인과 인도인의 혼혈인 자신의 형으로 현역에서 대령으로 은퇴한 마이크 마틴을 언급하고, 영국 특수부대 출신의 마이크가 예의 스파이 역에 제격이라는 인정을 받게 된다.

여기서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진짜 아프가니스탄 사람 이즈마트 칸이 등장하게 된다. 마이크보다 열 살 어린 이즈마트는 어려서부터 구소련의 아프간 침공에서는 무자헤딘으로 그리고 그 후에는 용맹한 탈레반 전사로 이름을 떨친 파슈툰 부족 출신으로, 미국이 발사한 미사일로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부족원 전체가 몰살당한 후 거대한 사탄(미국)에 대해 죽을 때까지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하지만 아프간 내전에서 포로가 되어 악명 높은 칼라이장이 포로수용소에서의 무장폭동으로 결국 쿠바에 소재한 미국 관타나모 기지에 5년 동안이나 압류되어 있는 상태다. 알 카에다 조직에 침투시키기 위해 그보다 더 좋은 인물은 없다고 판단한 CIA에서는 마이크 마틴을 이즈마트의 대역으로 삼기 위한 공작에 돌입한다.

여기서 포사이스는 이즈마트와 마이크가 소련에 대항해서 싸우던 80년대에 서로 대면하게 되는 기가 막힌 구성을 심어 놓는다. 그 인연의 끈은 나중에 마이크가 이즈마트의 대역으로 인정받게 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 양국 정보부는 치밀하게 계획된 공조로 이즈마트 칸과 마이크 마틴을 바꿔치기하는데 성공하고, 알 카에다의 비밀계획을 막기 위한 쇠지레 작전을 발동시킨다. 이제 등장인물들에 대한 배경 설명과 모든 준비를 마친 소설은 본격적인 스파이 스릴러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올해 70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정치 스릴러 장르의 대가 프레더릭 포사이스. 역시 이번에도 저널리스트로서 해박한 중근동 정세와 문화 그리고 세계 곳곳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훌륭한 스릴러물을 창조해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모를 정도로 상당 부분 사실에 입각해서 정말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구성은 책을 읽는 내내 그야말로 폭발할 것만 긴장감을 빚어낸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도대체 그 알 카에다의 엄청난 타격계획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뒤로 미루면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전략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계획에 대한 포사이스의 아이디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두 명의 ‘아프간 사람’에 대한 포사이스의 사전 작업은 경이할만하다. 먼저 진짜 아프간 사람인 이즈마트 칸에 대한 생애와 경력은 무자헤딘 그리고 탈레반 전사로써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이런 캐릭터가 알 카에다가 아니라면 누가 알 카에다 조직원이겠는가. 그리고 두 번째로 가짜 아프간 사람인 마이크 마틴 역시 영국 공수특전단 출신으로 포틀랜드전쟁(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 전쟁이라고 부른다)으로부터 시작을 해서 북아일랜드, 아프가니스탄, 시에라리온, 보스니아 등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진 분쟁지역을 두루 섭렵한 최고 엘리트 군인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게다가 이 두 남자가 사전에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보수파 작가로서, 자신의 생각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알 카에다로 대변되는 아랍의 근본주의에 대한 권선징악적 구도가 너무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설 초기에 코란위원회의 인물들이 부분적으로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왜 그 수많은 아랍의 젊은이들이 서방세계에 성전(지하드)을 선포하고 자살폭탄공격을 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 간만에 뛰어난 구성으로 무장된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물을 읽는 재미를 만끽했다. 노령의 작가가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해서, <아프간>이 포사이스와의 마지막 만남이 아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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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 조엘박의 한국교회 개혁시리즈 1
조엘 박 지음 / 박스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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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제목이 참 도발적이라는 것과 두 번째는 한국교회를 비판하면 맞아죽을 수도 있겠다는 저자의 생각이 엿보였다. 왜 그럴까? 그건 아마 교회가 스스로에게 약이 되는 입에 쓴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잠재적 발상에서가 아니었을까.

한국에서도 그리고 호주에서 자유로운 사역을 해나가고 계신 조엘 박 목사님이 쓴 이 책은 현대 대한민국 교회들의 현 주수와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아프간 선교단체 피랍사건으로 인해, 비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비난은 그 비등점을 돌파할 기세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교계 지도자들이나 뜻있는 인사들이 말하기 전에 모두가 제반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에 대한 해결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법을 몰라서 공부를 못하는가? 마찬가지다, 교회들도 이미 자신들의 문제점에 대해 세상에서 앞장서서 이야기 전에 앞서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천적 방법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는 자구책이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관조적인 자세로 제 문제들을 하나하나 조신하게 짚어 나간다. 먼저 1부에서는 천민자본주의에 입각해서 대형교회가 장땡이다 식의 성장제일주의에 입각한 개교회주의, 근 300여개의 교파가 난립해 있는 교파주의,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을 모조리 죄인으로 몰아넣고 있는 음주와 흡연의 문제, 성경적이지 않은 성전건축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고 있는 교회건축 그리고 마지막으로 묵상과 기도를 수반하지 않은 인본적인 설교 아니 강연을 하고 있는 자질 부족의 목사들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기독교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봤을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을 통해 보다 알기 쉽게 저자는 풀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작금의 상황이 500여 년 전 루터가 가톨릭교회의 부패에 저항해서 종교개혁을 일으켰을 당시와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점이다.

다음 2부에서 저자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실천이나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개인적인 복만을 구하는 기복적인 형태의 기도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섬김을 받는 이의 위치가 아닌 진실로 낮은 자리에서 섬길 수 있는 기독교인으로 거듭남을 강조한다. 그리고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사랑하고 숭배하는 매모니즘(mammonism:배금주의)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일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이기적으로 팽배해진 매모니즘이 우리가 그렇게 목 놓아 외치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있는걸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을 일이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다시 말씀으로 되돌아 갈 것을 말하고 있다. 500년 전의 루터의 그랬던 것처럼 말씀과 믿음에 근거한 우리의 구원이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전적으로 신뢰함으로,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 복음의 전파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어 놓겠다는 사도 바울의 고백(사도행전 20:24)을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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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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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에 앞서 영어 제목인 <TOXIC>의 뜻을 찾아봤다. TOXIC에는 ‘유독한, 치명적인 그리고 중독(성)의’란 뜻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독소>의 작가 윌리엄 레이몽(William Reymond)이 정한 이 제목만큼 이 책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단어도 없을 것 같다. 그는 주변에서 아주 간단한 관찰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방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어느 뚱뚱한 여성이 힘겹게 걷는 것을 보고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왜 저 여인은 저렇게 뚱뚱한 걸까?

표지에서 리얼 다큐멘터리라고 선언했듯이, <독소>는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예전에 인류에 빈곤과 가난으로 먹을거리를 장만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먹고 살아남는 생존이 절대선이었지만, 이제 그런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현대에 이르러서는(물론 여전히 그런 기아 상태에 허덕이는 이들도 많다) 운동부족과 과다영양섭취로 대변되는 비만이 바로 공공의 적 1호가 되어 버렸다. 예의 빅 투(big two) 이론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비만사태를 모두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게으르고 식탐하는 이들이 비만과 과체중의 위협에 시달린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되는 걸까? 바로 이 시점에서 윌리엄 레이몽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2001년 미국을 뒤흔들었던 9·11테러 당시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폭파되면서 약 3,000명의 인명들이 살상되었을 때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연간 40만 명이 되는 이들이 비만과 과체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수치이다. 테러사건에는 정부가 나서서 법을 제정하고 호들갑을 떨어 대면서 그 위협을 알리기 위해 그 난리법석을 떠는데, 왜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엄청난 의료비용과 고통 끝에 죽어가는 명백한 사실은 애써 외면하는 걸까?

<독소>의 저자 윌리엄 레이몽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뚱보들에 대해 일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소비자들의 건강을 볼모로 더 많은 탄산음료와 프렌치프라이들을 팔아먹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고안해 내기에 이른다. 이미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어대는 음식량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칼로리 양을 훨씬 넘어섰고, 이런 추세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다.

세계 초일류기업들은 단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잡식성 동물의 딜레마와 먹보이론에서 한 단계 더 나간 신경마케팅의 영역까지 침투를 해서 자신들의 이윤의 극대화에 매진하고 있다. 산학이 연계된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 소비자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이 되고, 특히나 가치판단의 기준이 제대로 서지 않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탄산음료와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에 무의식중에 서서히 길들여지고 있다.

수년간 당뇨병과 비만을 연구해온 하버드대학 출신의 조지 브레이 박사는 미국에 광풍처럼 번지고 있는 비만유행병에 대해 기존의 열량 과다섭취와 운동부족이라는 빅 투 이론에 더해, 바이러스-약품 그리고 독소를 꼽고 있다(144p). 그리고 브레이 박사는 바이러스와 약품을 제외하고 비만의 주범으로 “독소”를 지목하고, 작가는 우리가 매일 매일 먹어대고 있는 독소의 본질을 파헤치는 작업에 착수한다.

윌리엄 레이몽은 비만 사태의 첫 번째 주범으로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탄산음료를 지목한다. 이미 70년대 초반 미국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켰던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농무부 장관으로 얼 버츠를 임명하면서, 이번에는 미국인들의 식탁을 붕괴시키는 치적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뉴딜정책 이래 이루어져 오던 미국의 자영농 시스템 대신, 구 소련에 곡물판매로 비롯된 농산물 가격파동을 계기로 몇몇 대기업들이 거의 농산물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게 될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탄산음료 제조에 쓰이던 사탕수수 대신에, 최신 화학기술을 이용해서 훨씬 달면서도 30%나 비용이 저렴하게 공급을 초과하고 남은 대량의 옥수수에서 추출해낸 액상과당(HFCS:High-fructose corn syrup)이 198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소비 되기에 이른다.

미국의 거대 음료회사들은 이렇게 확보된 저렴한 탄산음료들을 기존의 시장에서 소화시켜낼 수가 없게 되자, 빅사이즈 전략과 동시에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마케팅전략으로 자신들의 영원한 고객들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자, 이제 탄산음료에 이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값싼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제공하는 미국 전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기업식 축산업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이미 공업화된 미국의 축산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돼서, 각종 호르몬과 항생제로 범벅이 된 소, 돼지 그리고 닭들을 도살해서 싼값의 육류들을 대량생산해낸다. 게다가 그렇게 엄청난 양의 가축들이 만들어내는 축산폐수와 배설물이 만들어 내는 악취 등 환경오염문제는 경악할 수준이다. 그렇다고 채소도 예외는 아니어서 에틸렌가스, 염소수, 인공착색제 심지어는 방사선까지 쬔 야채들이 우리네 식탁에 버젓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농약잔류물질의 폐해 역시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 비만사태의 상당 부분의 책임이 소비자들의 건강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만을 생각하는 거대기업들의 잘못된 윤리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윌리엄 레이몽은 고발하고 있다. 또한 비만을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국민들에게 유의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조차 거대기업들의 로비에 휘말려서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질질 끌려 다니고 있으며, 오로지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해괴한 논리만이 판을 치고 있다.

이에 대한 작가는 결연하게 자신의 깨달음을 예로 보여 주면서, 액상과당(HFCS)과 햄버거 패티로 대표되는 유해식품들 대신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제품들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정치적 행위라는 발언을 통해 독자들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나부터 그 좋아하는 웰치(Welch)를 끊고, 참살이의 길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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