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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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요리책 제목인가? 아니었다, 이 책은 뉴욕 생활을 하면서 미국이 뉴욕에 건설한 문화제국을 알게 된 저자가 쓴 문화제국 입문서였다. 이 책의 주제는 저자의 말 그대로 간단하다, 문화가 밥 먹여준다는거다. 자, 그럼 바로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어떻게 밥 먹여준다는거지?

웹 2.0이 선도하고 있는 우리 시대는 그야말로 세상이 휙휙 돌아가는 세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종래의 문자매체와 텔레비전은 점점 더 인터넷을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웹으로 무장한 세대들은 더 이상, 일방통행적인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통적인 비즈니스만으로는 무한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 시점에서 저자는 문화사업, 소위 컬처비즈로 눈을 돌린다.

바로 이런 면에서 세계의 온갖 인종들이 몰려 있는 뉴욕이야말로 온갖 문화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험장이고, 총본산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뉴욕을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그 표현보다는 '샐러드 접시'(salad bowl)이란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갖가지 야채들과 신선한 재료들이 담겨져 있는 샐러드 접시는 굳이 펄펄 끓이지 않아도 충분히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맛을 내지 않는가, 뉴욕은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조직과 경직된 기업문화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와 창조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비교는 가히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많은 기업들이 유행처럼 겉으로는 ‘창조경영’을 외쳐 대지만 껍데기만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 창조적이지 않은 기업환경에서 어떻게 창조경영을 이룩해낼 수가 있는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어떻게 해서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였던 뉴욕이 그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밀레니엄 캐피탈로써 전 세계의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 첫 번째 챕터에서 저자는 워밍업으로 재밌으면서도 가볍게 풀이해준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중앙정보국(CIA)에서 나서서 뉴욕이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예술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게 공작을 꾸몄다는 가설에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 다음의 두 개의 챕터에서는 먼저 문화예술이 점점 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문화예술 전략과 현실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개인의 삶에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상세한 기술을 보여 준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화인간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해탈과 변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저자가 역설한 문화제국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알려 주고 있는데 그건 바로 글쓰기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으로, 문화제국 내에서 자신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생존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현학적이면서도 기교가 넘치는 글이 아닌, 내가 상대방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을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야말로 가장 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저자가 매우 많은 잡지나 신문기사 그리고 인터뷰 등을 인용하면서도, 제대로 된 각주들을 제공해 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인용문의 출처를 밝히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미국에서 글을 썼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일 터인데, 실수였는지 어쨌는지 그 부분이 빠져 있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65페이지에서 애플 회장 스티브 잡스를 테크노라트(technocrat)라는 호칭을 사용해서 불렀는데, 테크노라트가 경영관리직의 전문 기술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적절하겠지만, 통상적으로 기술적 지식과 동시에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는 기술관료라는 뜻으로 사용되어진다는 고려해볼 때,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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