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잠이 오지 않아 고생했다.

눈이 다 빡빡할 정도로 그렇게 잠이 오지 않더라. 낮에 실컷 자서 그런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 느낌이랄까. 그런 적이 별로 없는데 참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구나. 어쩌면 자기 전에 읽은 존 반빌의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때문일지도. 자꾸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문장들 탓을 해야 할까.

 

지난 주말에 시작만 하고 못 읽은 책들을 하나둘씩 끝냈다. 리뷰는 오늘 아침에 바지런히 쓰고 있는 중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심연>은 지난 주말에 읽고 리뷰도 깔끔하게 끝냈다. 리뷰를 다 쓰고 나서 드는 생각이지만 항상 원래 책 읽을 적에 든 생각하고 리뷰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 정리한 메모들을 보고 적고 그래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다 보니 리뷰를 휘리릭 내갈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책읽고 나서 느낌에 대한 사유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겠나 그래. 리뷰는 내 책읽기의 기록일 뿐일 것을.

 

어쨌든 <심연>은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의 결말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범죄를 꿈꾸지만 어디 세상에 완벽한 게 존재했던가. 사소한 부주의가 결국엔 파국을 낳게 마련이다. 어디가 비슷하다고 꼭 짚어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좀 더 생각을 가다듬는 다면 유사한 점에 대해서도 적을 수 있겠지만 귀찮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다음 타겟은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라는 중국 출신 작가의 책인데 참 재밌게 읽었다. 이미 절판되고 구할 수도 없는 책이라 알라딘을 통해 샀다. 컨디션이 좀 그랬지만 어쩌겠나 그래. 새 책을 원하지만 절판된 책에게는 호사일 따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버거킹에서 햄버거 주문을 제대로 못해 좌절하던 시절의 기억들, 미국 남친과 살던 아는 누나가 싸움 끝에 결국 남친 경찰을 불러 다툼이 끝났다는 일 등등... 세상살이는 그리고 이방인이 느끼는 감정은 어디서나 다름 없다는 동질감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미스 좡의 체험이 더 버라이어티하다는 점에서 나와 달랐지만. 재미만으로는 정말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좀 더 거창하게 쓸 수도 있었겠지만 오버는 하지말자. <그란타>에서 추천한 작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을 찾아 읽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첫 번째 그란타 취향저격이었다. 다음은 아마도 애덤 풀스?

 

앤 타일러의 <파란 실타래>는 드디어 다 읽었다. 1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다 읽다니 나도 참 게으르구나 그래. 그동안 읽기 시작해서 마무리짓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하나둘씩 다 읽어서 리뷰까지 쓰는 게 나의 목표다. 볼티모어 휘트생크 집안의 이야기가 <파란 실타래>의 핵심인데 어디는 재밌다가 또 어디는 그렇지 않고 그런 부분들에서 힘을 잃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뉴욕타임즈의 미치코 가쿠타니는 클리셰이라고 혹평을 했는데, 나야 뭐 앤 타일러의 책은 처음으로 읽어본 지라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어쩌면 후발 주자로서의 여유라고나 해야 할까. 이 책은 내가 올해 들어 읽은 18번째 책으로 기록했다.

 

자 다음은 존 반빌의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다. 지난 늦여름 뒤늦은 제주 휴가 때 읽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아예 다시 펴들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어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특유의 딱딱하고 뭐랄까 아무 맛 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삼키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렇게 읽다 보니 무언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98쪽까지 읽었던 부분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 위키피디아의 플롯 서머리와 다른 블로거들의 리뷰를 참조했다. 그리고 다양한 서평들을 보려고 일단 저장해 두었다. 그들의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은 독서와 또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절반 가량 읽었으니 이번주 안으로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되새김질한 책에 대한 기억들이 휘발해 버리기 전에 리뷰도 조금 작성했다. 잊지 않기 위한 리뷰라... 어때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존 반빌이 그렇게 인기가 없는 걸까. <닥터 코페르니쿠스>도 그렇고 꼴랑 두 권 나온 책들이 모두 절판의 운명에 처해졌다. 신간인 <블루 기타>는 언제나 번역이 될지 기약이 없다. 원서로도 샀지만 언제나 그렇듯 번역에 비해 읽기가 더디다. 번역본이 나온다면 비교해 가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할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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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반빌이 작년 박경리문학상 후보 중 한 사람인데도 인지도가 안습이죠..

레삭매냐 2016-03-08 14:4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꼴랑 두 권 나온 책들 모두 절판되었다죠.
아마 다른 책들은 언감생김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