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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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희망도서로 신청한 엘리스 피터스의 <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이 도서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바로 대출하러 달려갔다. 전국에 폭우로 비가 그야말로 양동이로 퍼붓고 있었어도 나의 강렬한 독서욕을 꺾을 수는 없었다.

 

대망의 TCBC 21권의 마지막 책이다. 사실 나는 11권부터 20권까지 읽지는 못했다. 그저 외전 성격의 마지막 권이 궁금했을 따름이다. 나머지 열권은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 천천히 읽어도 되겠지 뭐. 부디 도서관들이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책들을 신속하게 수급해 주길 바랄 뿐.

 

<특이한 베네딕토회>에는 모두 세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확실히 기존의 구성과는 전혀 다르다. 보통 그전의 시리즈들에서는 하나의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의 서사로 진행되었으니까. 우선 <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에서는 동방 십자군 전사 출신의 캐드펠 압 메일리르 압 다비드가 자신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어떻게 해서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수사로 변신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는 법이다. 노르만 왕조의 3대 국앙 헨리 1세의 가신 로제 모뒤를 따라 노르망디 정복에 종군했던 서기 알라드와 캐드펠은 잉글랜드에 도착하는 대로 하나의 재판을 마친 뒤, 모뒤에 대한 봉사를 마치고 제 갈 길을 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드펠은 훗날 슈루즈베리 수도원장이 되는 헤리버트 부수도원장을 고난에서 구해내고 그의 뒤를 따라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권에 안착하 게 된다.

 

11201125, 노르망디의 바르플뢰르 항을 떠난 헨리 1세의 적장자 윌리엄 애설링과 친구들 그리고 다수의 귀족들을 태운 블랑슈 네프호가 거센 강풍에 좌초되었다. 그리고 그 배에 승선한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헨리 1세 사후, 잉글랜드 전역을 수십년 동안 내전으로 몰아넣은 암흑기가 도래했다.

 

다음 에피소드인 <빛의 가치>에서도 엘리스 피터스는 중세나 지금이나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득권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구하는 부자나 권력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문득 그런 탐욕의 근원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일신의 영달과 안락한 삶에 대한 끝없는 욕심 때문일까. 자기가 가진 것에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를 발전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들 하는데, 그걸 위한 무한 경쟁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는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목격자>에서는 엘리스 피터스 특유의 미스터리 기법과 도대체 누가 범인인가를 추적하는 기술이 잘 드러나 있다. 임대료 징수인 윌리엄 리드가 피습을 당하고, 수금한 임대료를 강탈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단 유력한 용의자로 그를 세 번 강에서 구한 죽음의 뱃사공마독이 지목된다. 하지만 그의 알리바이는 충분하다. 그 다음에는 그의 망나니 아들 에디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의 캐드펠 수사는 그를 용의선상에서 바로 제외한다. 일종의 촉이 발동했다고 해야 할까? 그에게는 갚아야 할 상당한 금액의 벌금이 있지만, 캐드펠은 에디가 아버지를 해치면서까지 그럴 만한 위인은 아니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수도원에 실연당하고 새롭게 유입된 유트로피우스 수도사가 현장에서 목격되었다는 증언에 힘입어 용의자 물망에 오른다. 캐드펠 수사는 그 역시 리드를 피습한 강도 용의자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캐드펠 수사는 행정관과 더불어 범임을 잡기 위한 치밀한 덫을 놓는다. 리드가 피습당하는 장면을 직접 본 목격자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용의자가 그를 해치우기 위해 야심한 밤에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 캐드펠 수사와 에디 그리고 행정관은 범인을 기다린다. 과학수사가 일반화된 현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TCBC 시리즈가 13세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너무 짧아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요즘 독서가 너무 지지부진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읽을 책들은 항상 차고 넘치지만 나의 독서 속도는 너무 더디다는 게 문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다 보니 왠지 중세 영국 역사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이걸 또 책으로 해결해야 하나 싶다. 너튜브 동영상으로 안되나. 결국 돌고 돌아 너튜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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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7-20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 더울 때는 이런 책이 딱일 듯 하네요^^
저도 도서관을 한번 다녀올까봐요^^

레삭매냐 2025-07-20 18:52   좋아요 1 | URL
문득 도서관이라는 시스템은
누가 처음에 만들었는지 궁금
해지네요.

정말 인류에게 꼭 필요한 시설
이라는 생각이...

카스피 2025-07-21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구판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권을 갖고 있는데 외전 성격의 1권이 새롭게 출간되었나 보네요.전집의 경우 항상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 구판과 신판을 섞어 놓으면 조화가 안되서 참 말썽입니다.그렇다고 신판을 20권 새로 사기도 거시기 하고요ㅜ.ㅜ

레삭매냐 2025-07-21 07:40   좋아요 0 | URL
오오 그러시군요!
저도 구판 중고서점에서 봤답니다.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신판으로
때깔 좋게 나왔더라구요.

지적해 주신 대로, 그런 문제점이
있더라구요. 무려 20권이나 돼서
이걸 다시 사는 것도 그렇고 말이
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