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미미님의 포스팅에 힘입어 지난 세기 최고의 전기 작가 아니 더 나아가 역사상 최고의 전기 작가일 지도 모르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를 책탑에서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내친 김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찾아냈다. 지난주에 그렇게 찾았는데 못 찾았었는데.

 

이마고 출판사에서 200812월에 출간된 <메리 스튜어트>3년 전에 중고서점에서 살 때부터 이미 절판된 책이었다. 멀리 서울까지 원정 가서 사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138쪽까지만 읽고 말았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전에 읽은 건 싹 다 무시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읽던 책들이 많은데... 뭐 그런 건 모르겠고 삘이 꽂힌 책부터 만나야 한다는 나의 책욕심에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포스트잇은 많이 붙어 있지 않은데, 책안에 밑줄과 메모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서론에서부터 다른 역사적 인물들과 메리 스튜어트가 변별점을 가지게 되는 이유부터 아주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한다. 다시 한 번, 글쓰기에 있어 근거와 설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생전에 이미 메리 스튜어트는 문제적 인간이었다. 메리 스튜어트에 대한 자료들은 그야말로 차고 넘쳤다고 한다. 다른 인물들의 경우, 자료가 부족한 게 문제인데 메리 여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진영의 적대적 시선을 포함한 문헌과 증인들이 무수히 존재했다. 역설적으로 이런 점이 그녀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았을까.

 

생후 6일만에 아버지 제임스 5세가 병사하면서,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되어 왕국과 왕관을 탐내는 이웃의 숙적 잉글랜드로부터 시작해서 유럽 각국의 목표가 기구한 운명. 6세에는 유럽의 강대국 프랑스 왕국의 세자빈이 그리고 16세에는 프랑스의 왕비가 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척지게 되는 긴 악연 또한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 중의 하나였다. 요즘에도 드문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

 


아직 평전의 초반이라 중간과 엔딩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1587년 메리 스튜어트는 유럽 군주 중에서는 최초로 단두대에 오른 인물이 되었다. 유럽 군주 흑역사의 스타트를 끊은 비운의 인물이었다.

 

당장 읽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면 일단 사두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야 도서관에 가는 수고를 덜고 아무 때나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혹은 구하기 위해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렇게 사서 쟁여두고 수년을 묵힌 책에 대한 변명과 자기 위로를 주말 아침에 해본다.


=====================================================================================


단 하루 만에 예전에 읽었던 지점을 돌파해 버렸다. 역시나 읽은 부분은 진도가 잘 나간다.

 

그리고 그전에 나무위키에 실린 메리 스튜어트 부분도 찾아서 읽어봤다. 한참을 읽었다. 아무래도 튜더 왕조 출신의 문제아 헨리 8세 시대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메리 스튜어트> 평전을 만나면서 헷갈리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1세 이전에 메리 여왕도 있지 않았던가.

 

메리 스튜어트가 태어난 스코틀랜드는 유럽의 변방으로 가난하고 내전에 시달렸다. 그 덕분에 대항해시대를 맞아 두 세계에서 강대국으로 신장하고 있던 스페인 같은 나라나 백년전쟁을 끝내고 유럽 중심의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프랑스와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웃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의 호전적인 귀족들을 부추겨서 반란을 획책했다.

 

6세에 세자빈이 되어 프랑스 궁정으로 떠났다가 13년 만에 소녀과부가 되어 돌아온 메리 스튜어트에게 스코틀랜드는 그야말로 후진 나라가 아니었을까. 이복오빠였지만 서자 출신으로 왕위계승권이 없었던 모레이 경 제임스 스튜어트가 그나마 섭정으로 메리 여왕의 부재 중에 나라를 잘 다스렸다는 게 다행이었다.

 

가톨릭 여왕에 맞선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츠바이크가 직접 늙은 광신자로 명명한 존 녹스였다. 그는 하급 성직자 출신으로 가톨릭을 사탄의 종교라고 비판하며 여왕까지도 창녀라는 비유를 마다하지 않는 극렬분자였다. 츠바이크는 가톨릭 교도였던 메리 스튜어트와 존 녹스의 그것을 신념의 대립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후자가 츠바이크가 극도로 혐오하는 광신자였다면, 전자는 에라스무스, 카스틸리오네 같은 인문주의자로 귀결된다.

 

메리 스튜어트가 프랑스에서 13년을 보내고 스코틀랜드에 상륙했을 때, 이미 나라는 칼뱅 교도들의 나라가 되어 있었다. 국가적 종교 갈등을 피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메리 스튜어트의 개종이었지만, 신념의 군주였던 메리 스튜어트는 죽는 날까지 가톨릭을 버리지 않았다. 스코틀랜드는 국내의 종교 문제, 외세의 개입, 수시로 발생하는 반란과 폭동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얄라알라 2022-04-09 08: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사러 원정˝ 이보다 더 레삭매냐님, 여기 북플계의 정서를 잘 드러내주는 행위가 있을까 싶네요. 저는 복불복, 겟을 기대하고 순례한 적은 있어도 특정 애정템때문에 원정 가본 적은 없어서 더욱 인상 깊게 레삭매냐님 경험이 마음에 박혔습니다. 책탑 어제 쓰러뜨리시지는 않으셨는지요?^^ 내침김에 한나 아렌트 책까지 찾으셨다니 소득이 크십니다^^

레삭매냐 2022-04-09 09:13   좋아요 4 | URL
아마 달랑 한 권 때문만은 아니고
<메리 스튜어트> 사러 가는 길에
세 권을 샀답니다. 이웃 K문고에서
는 예전 구매 기록을 제공해 주지
않아서 불편한데 램프의 요정은
주욱 보여주니 애정하지 않을 수
가 없네요.

사실 타겟 원정보다는 복불복 원
정이 책쟁이들의 로망이지효.

책방 중앙의 웅장한 책탑에는
도전하지 않고 찾아 다행이었답
니다 ㅋㅋ

얄라알라 2022-04-09 0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변명이 아닌, 자랑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진심, 아무나 보여줄 수 없는 사랑이십니다^^

레삭매냐 2022-04-09 09:13   좋아요 4 | URL
아, 걸렸나요?

은근 자랑질도 초큼은
배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mini74 2022-04-09 0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책탑에서 마치 공주님 구출한 느낌 입니다. 아. 공주님 맞군요. 좀 포악해 보이시지만 ㅋㅋ저도 이 책 읽고싶어요. 전 공주님을 자본의 힘으로 구출해보겠습니다 매냐님 ㅎㅎㅎ

mini74 2022-04-09 08:53   좋아요 5 | URL
헉. 중고도 없네요 ㅠㅠ 죄절 ㅎㅎ

레삭매냐 2022-04-09 09:15   좋아요 5 | URL
에헴, 이 책이 나름 귀한 책이라
저도 시간 좀 걸려서 구했답니다.

이런 책은 왠지 도쇼깡에서 빌려
다 읽기는 거시키해서요.

다스 카피탈 파워가 미니님을 책
으로 인도해 주시리라 굳게 믿슙
니다. 건승.

새파랑 2022-04-09 1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서재는 왠지 중고서점의 느낌 이 들거 같아요 ㅋ 보물창고 느낌? ^^ 삼년전에 득템하셨군요~!!

레삭매냐 2022-04-09 11:29   좋아요 2 | URL
3년 전에 초큼 읽었던 기
시감으로 술술 읽고 있답
니다.

정리한다고 하면서도 계속
해서 책을 사들이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그레이스 2022-04-09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신간!
재출간되면 그때 새책으로 들여놔야겠네요
얼마전에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다시 들여놨어요^^
읽은 책 신간으로 들여놓기에 아깝지 않은 작가죠. 츠바이크는

레삭매냐 2022-04-09 11:30   좋아요 3 | URL
저로 새 버전이 좋으나
언제가 될 지 몰라서 일단
구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나오게 되면
잘 안 사게 되더라구요.
심지어 역자도 같더라는.

버뜨, 츠바이크는 그러합니다.
1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coolcat329 2022-04-09 1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습니다. 상태도 좋네요.
제발 새 책으로 나오길 바랄뿐입니다.

레삭매냐 2022-04-09 20:47   좋아요 2 | URL
이화북스에선가 슈바이크
의 책들을 꾸준하게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가 돌아 가신지 오래
되서, 판권이 소멸된 게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저도 새 책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아 2022-04-09 14: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새책 같은 중고를 득템하셨었네요!!! 표지도 생각보다 더 근사합니다. 그럼요~ 좋은 책이면 사두어야한다는 진리를 저는 레삭매냐님 덕분에 실천하고 있습니다.ㅎㅎ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것도 안타까운데 많은 자료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지 알수없다는 점도 슬프네요. 그래도 이 책을 읽는다면 어느정도의 맥락은 파악할 수 있을듯해요! ^^*

레삭매냐 2022-04-09 22:17   좋아요 2 | URL
아주 오랜 사냥 끝에
얻은 책이라 그런지
더더욱 귀하게 여겨지네요.

아무럼요, 당장 읽지 않을
책이라도 사두어야 합니다
넵!

비극의 주인공이어서 더더
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참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뭐랄까 밀린 숙제를 하는 그
런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