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컨피덴셜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1
제임스 엘로이 지음, 나중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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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매불쇼 영화평론가 분이 추천한 주말 영화로 24년 전에 나온 <LA Confidential>을 봤다. 우선 보기 전에 너튜브로 리뷰를 살짜쿵 봤는데, 분명 그전에 본 영화가 맞는데 당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느와르 소설의 대가라고 알려진 제임스 엘로이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었다. <블랙 달리아>도 이 양반의 작품이라고. 헌책방에 있나 싶어서 검색해 보니 헌책방에는 없고, 대신 새 책은 있더라. 굳이 사서 볼 정도는 아닌 듯 하고.

 

소설/영화의 배경은 1953년의 할리우드다. 당시 천사들의 도시(City of Angels = Los Angels)를 주름잡던 악명 높은 갱단 두목 미키 코헨이 조세 포탈 혐의로 10년형을 받으면서 거대 도시 LA의 범죄 세력간의 힘의 진공 상태가 발생하게 됐다. 당연히 LAPD에서는 그런 상태를 원하지 않았을까.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LAPD 소속의 경찰들이다. 우선 다혈질의 주먹부터 먼저 나가는 버드 화이트(러셀 크로우 분). 어려서 어머니를 폭력을 구사하는 아버지의 손에 잃은 버드는 특히 여자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남자들을 참지 못한다. 영화 초반, 가석방되어 출소한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는 것을 보고 바로 응징에 나선다. 법과 사적 보복의 경계를 오가는 그런 경찰이라고나 할까.

 

다음 선수는 <배지 오브 아너>라는 유명한 경찰 시리즈에 어드바이저로 참여한 잭 빈센스 경관(케빈 스페이시 분)이다. 영화 오프닝에서 소개를 맡은 허쉬-허쉬의 기자 시드 허친스(대니 드비토 분)와 동업자 관계로, 시드가 정보를 물어다 주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범죄현장을 적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LAPD에서 전설적 형사였던 아버지 프레스턴의 뒤를 이어 잘 나가는 경찰 에드 엑슬리 경사(가이 피어스). 고지식한 경찰의 전형을 보여주는 에드 엑슬리는 동료 경찰들을 폭행한 혐의로 잡혀온 여섯 명의 멕시코인들을 두들겨 팬 이른바 <블러드 크리스마스> 사건에서 무능한 동료 경찰 딕 스텐스랜드와 그의 파트너 버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경찰청창과 딜을 통해 30세의 이른 나이에 경위로 승진하는데 성공한다.

 

당연히 의리를 중시하는 경찰 조직 내에서 에드는 경원시당한다. 버드는 크리스마스에 <블러디 크리스마스>의 단초가 되는 술을 사러 주류 상점에 갔다가 아름다운 여인 린 브래큰(킴 베이싱어 분)과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주류 상점 밖의 차에서 대기 중이던 수전 레퍼트와 부유한 사업가로 알려진 피어스 패칫도 만난다. 린은 그들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난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LA에서 이번에는 나이트 아웃 커피샵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한다. 마침 경찰서에 남아 있던 에드가 무선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모두 6명이 살해되었는데, 그 중에는 버드의 동료였던 딕 스텐스랜드도 있었다. 그전에 미키 코헨이 체포 기소되어 구속된 뒤, 체포에 공을 세운 형사들이 살해당하고 10KG에 달하는 헤로인이 사라지는 사건도 발생한다.

 

경감 더들리 스미스는 3명의 흑인 청년들이 <나이트 아울> 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다며, 휘하 경찰들에게 전력을 다해서 그들을 추적해서 잡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새로 경위로 발령 받은 에드 엑슬리의 심문과 경찰서에서 도주한 일당을 눈부신 활약으로 <나이트 아울> 사건은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들리 경감에게 협조하는 조건으로 정직 명령 처분이 풀린 버드는 사건에서 무언가 미진한 부분을 발견하고 조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전형적 팜므 파탈인 린과 사랑에 빠져 버린다. 에드 엑슬리 역시 사건 해결의 공로를 인정받아 자유메달을 받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사건에 의구심을 품고 좀 더 깊숙이 파고 들기 시작한다.

 

1990년 제임스 르로이가 발표한 <LA Confidential>은 느와르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도시의 질서와 시민의 안전을 유지해야 하는 경찰이 갱단을 능가하는 악당이라는 설정부터가 파격적이다. 이런 설정은 세계 경찰국가였던 미국의 위상이 베를린 장벽 붕괴 이래,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인식의 전환으로부터 발현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원작 소설이 나온 해가 바로 베를린 장벽 붕괴 다음해인 1990년이 아닌가 말이다.

 

버드와 잭 그리고 에드는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경찰이 되었다. 하지만 십수년간 경찰이라는 조직에 몸담다 보니, 자신이 경찰이 된 이유는 사라지고 조직에 순응하는 직업인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고지식한 남자 에드는 자신이 롤로 토마시라고 명명한 악당을 잡고 나름의 정의 구현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잭은 아예 그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버드는 더들리의 똘마니가 되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용의자들을 납치 구타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 그가 고급 콜걸이지만, 나름의 순수한 마음을 지닌 린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하도 수상하니, 그 속에서 맨 정신을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한 자기 나름의 변명과 이유가 필요했다고나 할까.

 

성공을 위해 할리우드로 날아드는 불나방 같은 이들에 대한 경고도 작가는 빼놓지 않는다. 검사보를 유혹하고 협박하기 위해 이용된 맷은 허름한 모텔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딕의 여자친구로 플래스틱 서저리까지 감행한 수전 레퍼츠 역시 마찬가지다. 전직 경찰 출신으로 수상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피어스 패칫 휘하에서 운전을 하는 릴런드 믹스는 지하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모든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종반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사건에 너무 깊숙하게 발을 디딘 잭이 악당 두목에게 총에 맞아 죽고, 악당이 설계한 함정에 빠진 버드와 에드 두 형사는 느와르 영화의 엔딩다운 걸쭉한 총격전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LA Confidential>은 처음부터 결말에 가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복선과 실마리들을 도처에 깔아둔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씨퀀스들은 제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과연 연출을 맡은 커티스 핸슨이 그런 재료들을 어떻게 요리하는가가 바로 이 영화가 가진 성공의 비결이 아니었을까 싶다. 개봉 당시 <타이태닉>의 열풍에 휩싸여 제 평가를 못 받았다고 한다. 유일한 여성 역을 맡은 킴 베이싱어는 세 차례나 고사한 끝에 린 브래큰 역을 맡았고 그해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처음으로 그 소문난 <유주얼 서스펙트>를 봤는데, <LA Confidential>은 그전에 분명히 봤는데 새로 보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좋은 영화는 시간이 흘러 다시 봐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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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7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7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11-27 11:26   좋아요 3 | URL
레삭님, 저 이거 비댓으로 쓸 건 아니었는데
북플로 달다보니 그렇게도 되네요.
이해하시길...^^

coolcat329 2021-11-27 1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다시 보고 싶네요.어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지요 ㅠ
장강명 작가가 <블랙 다알리아>를 하도 극찬해서 그것도 읽어야지 했는데 계속 미루게 되네요. 읽은거 같기도 하고 참 기억이...😬

레삭매냐 2021-11-27 11:17   좋아요 3 | URL
저도 정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새롭더라구요.

그만큼 시간이 오래되었다
는 말일까나요.

mini74 2021-11-27 12: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환데 이렇게 보니 넘 반갑네요 *^^*

레삭매냐 2021-11-28 15:59   좋아요 1 | URL
저도 분명 예전에 본 영화였
는데, 다시 보니 새롭더라구요 :>

bookholic 2021-11-27 2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책으로도 있었군요...^^
그런데, 저도 내용은 기억이 안 나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1-11-28 15:59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책이 있는 줄
처음 알았네요 ~
기회가 된다면 책도 한 번
만나 보고 싶더라구요.

라로 2021-11-28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 나지만 킴 베이싱어 때문에 본 것은 기억납니다요.^^;; 그러니 그 당시 감독이 그녀를 캐스팅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다는 것이 믿어져요. 탁월한 선택!!^^;;
그런데 다른 남자 배우들, 특히 러셀 크로우와 가이 피어스는 왜 기억이 안 날까요?? 그 두 사람이 저 영화에 나왔다니!! 이러면서 글을 읽었어요.^^;;; 케빈 스페이시는 별로 안 좋아하는 (그 당시도) 배우여서 기억 나고요,,(니가 왜 킴 베이싱어 상대야? 뭐 이러면서;;;),
그런데 유주얼 서스펙트를 처음 보셨다고라??? 실화입미꽈???^^;;
정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재밌게 봤었는데,, 다시 보고 싶네요. 어디서 하나요???

레삭매냐 2021-11-30 21:10   좋아요 1 | URL
킴 베이싱어가 이 때 나이가
44살이었다고 하네요 세상에나 -

유주얼 서스펙트는 하도 많이
들어서 부러 패스했던... 쿨럭 -

영화는 예전에 구해 두었더라구요.

고양이라디오 2021-12-07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몰랐던 영화인데 소개 감사합니다. 재밌을 거 같아요ㅎ

레삭매냐 2021-12-13 15:39   좋아요 0 | URL
고전은 언제 봐도 재밌는가 봅니다.
영화는 아주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