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인근 도토리중고서적으로 헌책 사냥에 다녀왔다.

버스를 타니 금방 가더라.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책 4권도 팔러 갔다. 그전에 알라딘에서 곰팡이 피었다고 뻰지 먹은 책들이며 기타 등등이다.



제법 상태가 좋은 녀석인데도 4권해서 5천원 받았다. 일단 킵하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검색해 달라고 부탁했다. 4권이 있었는데 하나는 다른 시인의 책이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가지고 있는 책이라 가비압게 패스 ~ <어제의 세계>와 <정신의 탐험가>들을 집어 들고 책 스캔에 나섰다.

 

점심도 안 먹고 정성껏 스캔을 했다. 제법 갠춘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버뜨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읽지 않은 그런 책들이 많았다. 난 왜 그런 책들을 신간으로 사서 구간으로 묵히고 있단 말인가. 한스 에리히 노사크의 오래된 버전의 <늦어도 11월에는>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혹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책들도? 그래서 검색을 부탁했는데 이미 다 가지고 있는 책들이었다. 원하는 책은 없구나.

 


너무 책들이 많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서 대충 보고 나와야 해서 더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밥도 먹지 않아서 배는 고프고... 그러다가 열린책들에서 나온 전설의 도끼 전집을 발견했다. 그래 이건 사야지. 어느 중고서점에서도 만나 보지 못한 푸른색 도끼 전집이 아니던가. 도끼 선생의 책이라고는 꼴랑 <죄와 벌> 읽은 게 전부인데. 그것도 그전에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 보고서 꾸역꾸역 읽은 결과였다. 아쉽게도 리뷰를 쓰지 않아 어떤 갬성으로 책을 읽었는지 당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 시간 내에 그렇게 헌책사냥을 끝내고 계산대 앞에 섰다. 두둥~ 드디어 결단의 시간이 왔다. 그런데 책값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일단 내가 집어든 도끼 선생의 책 두 권은 각각 5,000원이었다. 그리고 츠바이크의 책들은 만원 그리고 7천원이라고 한다. 아니 이건 거의 알라딘 중고가격에 준하는 게 아닌가. 아쉽다 아쉬어. 4권 판 5천원 제하고 22,000원 내고 나왔다. 차를 가지고 왔어야 하나. 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자, 이제 밥먹을 곳을 찾아야 한다. 초행길이라 어디에 무어가 있는지 알아야지. 뜨듯한 해장국이나 한 사발 먹었으면 좋겠는데. 해서 들어간 곳이 24시간 순댓국집이었다. 신발 벗으면서 바로 순댓국 한그릇을 주문했다. 그런데 돼지국밥이 나왔다. 순대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고. 원래 그런 성격이기도 했지만 그냥 아무 소리 안하고 먹고 나왔다. 내가 다시 이 가게 올 일이 없으니...

 

버스 타면서 로또가게에서 미리 찍어둔 번호로 로또 한 장을 샀다. 주인장 아저씨가 대박 맞으라고 하시더라. 기분이 좋았다. 버스 안에서 도끼 선생의 <노름꾼>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어제 읽기 시작한 에드윈 H. 포터의 <리지>부터 마저 읽어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그렇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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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24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따라 순례하는 레삭매냐님~배에선 꼬르륵 거리고! 그래도 흐뭇하시겠어요!!!

레삭매냐 2019-01-24 17:04   좋아요 1 | URL
무엇보다 도끼 선생 전집을 일부 득템해서
기분 째졌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24 17:10   좋아요 2 | URL
순댓국 주문했는데 돼지국밥 나왔는데 아무 말 안하고 먹는건 나하고 비숫하네요 ㅋㅋ

레삭매냐 2019-01-24 17:13   좋아요 1 | URL
그런 사소한 문제로 싸우면서
살고 싶지 않아서요 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24 17:17   좋아요 0 | URL
그건 패쑤할 사안이죠 ㅎ

2019-01-24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24 17:04   좋아요 1 | URL
시간이 넉넉했으면 느긋하게 스캔
했을 텐데, 너무 부족해서 아쉬웠답니다...

북깨비 2019-01-24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주문 받으시는 분이 주문 받으시면서 딴 생각 하셨나보네요. 순대국~😚🎶하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돼지국밥이 나오면.. 😨😨😨 저는 정말이지 너무 슬플거 같아요.. 돼지국밥이 맛있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ㅠㅠ

레삭매냐 2019-01-24 17:05   좋아요 1 | URL
뭐 배가 고파서리 그냥
흡입했습니다...

두 분이서 수다에 집중하시느라
아마 주문을 실수하신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cyrus 2019-01-24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서울 헌책방에는 애서가들이 탐낼만한 책들이 많은 것 같아요. 레삭매냐님이 산 츠바이크의 책 두 권이 대구 헌책방에 있었다면 한 권당 5천원 가격으로 매겨졌을 것입니다. 온라인 중고서점 시장을 훤히 알고 있는 헌책방 주인이라면 <정신의 탐험가들>의 가격을 더 높게 매겼을 거예요. ^^

레삭매냐 2019-01-24 17:10   좋아요 0 | URL
아, 저의 패착인가요 ㅋㅋ
전 무조건 중고책은 정가 보다 낮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귀한 책이라면 더 비싸게 부를 수도 있
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네요 ㅋㅋㅋ

그나저나 츠바이크 전작에 도전 중이니
바가지 썼어도 그러려니 해야겠죠 :>

목나무 2019-01-24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 짬내서 하는 책쇼핑이라니... 느므 부럽잖아요. ㅋㅋ
게다가 득템도 하시고~ 아마 로또도 당첨될 것 같은데요! ㅎㅎ

레삭매냐 2019-01-24 18:02   좋아요 1 | URL
그놈의 순댓국 아니 돼지국밥은 그냥
후루룩 들이키고 사무실로 튀어왔답니다...

로또 맞으면 션하게 넓다란 책장과
책을 한트럭 살려구요 ㅋㅋㅋ

저의 소확행 같은 드림입니다, 드림 !!!

붕붕툐툐 2019-01-24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레삭매냐님! 저희 동네 오셨으면 말씀을 하셨어야죠~ 그럼 순대국같은 돼지국밥을 같이 먹어드렸을텐데!! 그나저나 저도 저길 가봐야겠네용!!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레삭매냐 2019-01-24 20:40   좋아요 1 | URL
붕붕님은 안양에 사시나 봅니다 :>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들러봤답니다.
예전 자주 들르던 오래된 책방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긴 했으나 가격이 착하지 않아
쫌 그랬답니다...

또 새로운 돼지국밥의 추억이 되겠네요.

AgalmA 2019-02-04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프로이트 전집 반값 전자책 구매하지 않은 걸 연신 후회하고 있어요^^; 소장책이 많아 틈틈이 하나씩 채울 생각이었는데 전자책으로 한 권 읽어보니 전집 완독은 전자책이 더 쉽겠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니체 전집도 전자책 읽기가 훨씬 편하고요! 하여 요즘은 전자책 읽기 바빠 중고책 사기에 좀 게을러졌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