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의 학급에  광순이라는 애가 있다광순이는  쌍가풀이 굵직하지만 눈알이 약간 돌출하  미인상은 아니다그러나 체격이 큼직하니 튼튼하고 마음씨는 체격보다도  커서 시원시원하여  공공의 복잡하고 귀찮은 일에는 솔선 나서서 봉사하는  매우 호감 가는 친구였다아버지는 육이오 전쟁 당시 국군으로 최전방 전투에서 전사하셨다고 한다엄마는 현재 서울 동대문 광장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여  바쁜 엄마는 광순이 양육을 친정 어머니에게 맡겨 그애는 외할머니 집에서 자라난 셈이다.   곳이 서울 멀지 않아  엄마가 자주 광순이를 보려 내려오고 생활비도 넉넉하게 대는지 광순이는 언제나 밝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 이젠 내가 할머니를 많이 도와 드려야 그래서  빨리 집에 가야지 “ 하며 방과  휑하니 집으로 가는  보면 할머니에게 아주 극진한  하다.

 그런 광순에게 장래 정해놓은 남편감이있다는  우리끼리는  알고 있는 얘기다 대상이 같은 ,   정호라는 남자애다정호는 보육원 소속인데 다리가 길어 키도 크고 특히 검은 눈망울이 너무 갚어 바깥 세상 보다는 내면의 어느  곳을 응시하는   진지하고 우수에  분위기였다공부시간에는 자세를 바로 하고  집중하며  노력하는 결과인지 성적도 항상 우수했다.말이 거의 없고 각별한 친구도 없으며  쉬는 시간에는 홀로 운동장  귀퉁이 농구 꼴대 앞에서 톡톡 공을 치다 껑충 뛰어  베스켓 망에  넣는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이 여학생들의 눈길을 끌만큼 어떤  매력이 있지만 쟤 광순이꺼하는 걸로 제쳐져 있어 넘보지 않았다하경은 이광순과 박정호를 보면  ‘ 저렇게 점잖은 남자애가 호박씨를 어떻게 깔까중이 학생 남자 여자애가 은근슬쩍 연애질을 하다니’ 웃고 싶은 마음궁금스런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어느 일요일 광순이의 생일이라며 친구들 몇몇을 초대했다.커다랗고 오래된 기와집외할머니와 아직 미혼인 외삼촌 그리고 광순이만 사는 집은 적막하고 고적해 보였다사람이 그리웠던 할머니는 우리 어린 소녀들을  손님처럼 맞아 주시고 음식도 많이 차려 주셨다.떡까지 백설기개피떡 , 찰수수팥떡, “  광순아  애기 돌상 받냐수수팥떡 까지 있고 말야” 처음엔 음전하게 내숭을 떨던 우리도 할머니가 자리를 비켜주신  다음은 깨드득깨드득 웃으며 먹고  수다 떨고,

 “ 근데 광순아  궁금한거있어” 내가 불쑥 말했다. “ 뭔데 말해봐 ,  성심껒 대답하지” “  가끔 박정호 만나니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래?” “ 아니.” 광순이 대답하기 전에 다른 아이들이 합창이나 하듯이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대답한다. “ 그럼   보고  맘대로 서방이야?”  “ 광순이가 월요일마다 학용품이랑 먹을 거랑 챙겨서 광호 책상 속에 넣어준단다. “ 영희가  바르게 먼저 얘기한다. “ 그걸 광호가 가져다 쓰면 그게 예쓰라는 의미야” 이번엔 정옥순이가 저희들 끼리는 비밀도 아니라는  심상하게 말한다하경은 ‘ 정말?하는 눈길로 광순을 본다. “ 나는 광호를 끝까지 위해줄꺼야대학교도 내가 보내주고 일생동안  절대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을꺼야.” 광순이는 하경을 보며 속삭이듯 ,그러나 이미 많이 했던 다짐이었듯 정색하며  말한다하경은 과연 그렇게 생각한다는게 가능한가훗날을  과연 그렇게  먹을   있을까너무  세계를 보는  같아 머리가 띵했다. ' 그러나 훗날 따위가 무슨 걱정이람, 지금이 중요하지. 지금 행복하잖아 ? 그리고 아마도 광호도 위안 받겠지? 흥 ! 자존심 따위 무슨 대수 !' 하경은  따뜻한 온천물에 들어앉아 있는  심신이 녹아내리는 행복감 같은 것에  쉬기 벅차도록 가슴이 뻐근하다.


“ 외삼촌 , 여기로 온게 너무  됐어요학교도 맘에 들고 친구들도 너무 좋구요그리고 음-- 외삼촌한테도 너무 고맙구요근데  주사   맞으면  될까요?” 

이틀에    맞는 스트렙토마이신 주사를 맞느라 엉덩이를 까내리라고 눈짓하는 외삼촌에게 하경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한다. “  부리지 말고   맞아야   임마외숙모한테  파스짓  곽도  받아 두어이침 저녁 8   먹는거 잊지 말아라" 하고 짐짓 엄숙하게 말하던 외삼촌은 문득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던지 다정하게 말한다.

" 요새 많이 좋아졌어 임마.이대로라면 내년이면 완치돼. 

" 아, 약 먹는거 주사맞는거 너무 싫어요.여기 맑은 공기만 쏘여도 다 낫겠구만" 말은 투덜대지만 하경은 명랑하게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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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먼 이국에 있어서 날짜 지난 잡지, 또는 신문에 나온 서평,소개 등을 읽고 내 취향에 맞으면 선택한다.


 제목; 축복 받은 집.

 작가; 줌파 라히리

 번역; 서창렬 

 출판사 ; 마음산책


 이 책 소개에서 호감을 느낀 건, 비교적 최신의 작품이고 최신의 떠오르는 여성 작가라는 점에서 미국 문단의 흐름, 새로운 문학의 지평 여류의 개성, 내공 등을 알고자 구입을 결심했다. 그리고 내게 배달이 도착하자 곧바로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과연 한참 지성과 열정과 재능이 겸비된 중년 여성 작가로서의 단아하고 절제되고 또한 세밀화를 보듯 섬세한, 어여쁘고 탄탄한 아홉 편의 단편 소설집이다.

책 제목으로 올려진 < 축복 받은 집 >에서는 세상적 안목으로는  이상적인 커풀,즉  아름답고 지성 겸비한 여성과 재능과 인물, 재력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잘난 청년 남녀의 결혼이 막상 생활에 직면해서는 별로 유용하지 않은 물건에 흥미를 느끼는 트윙클과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정돈되기를 바라는 산지브가 빚어내는 갈등을 통해 개인의 근본적인 소통문제를 다루었고, 

< 일시적인 문제 >에서는 얼마 전 아이를 유산한 뒤 서로의 관심과 정열이 식어가는 부부가 정전으로 불이 안 들어오는 시간에 서로 솔직한 얘기를 풀어내며 정전이란 상황 속에 그 둘의 마음이 열어져 가는데 예고보다 하루 일찍 전기가 들어오므로 역설적이게도 가장 깊이 숨겨둔 비밀을 이야기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서로에게 준다. 그 외 여러 작품에서도 핵심적으로 흐르눈 문제는 소통을 강조한다.서로간에 이해가 불가한 인간들의 소외감과 외로움.

 작가 라히리는 부모를 따라 영국에서 출생했고 미국에서 공부했다.그러나 그의 의식 맡바탕은 인도의 세계와 역사와 음식 그리고 문화적인 분위기로 일관된다.그의 소설을 통해 인도에 대하여 새로운 관심과 이해를 느낀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작가 중에도 이렇게 두터운 모국의 문화적, 전통적 특징을 드러내 세계적 고품격 명작을 만들어 낼 출중한 작가의 출현도 기대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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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5 교시가 끝나고 다음 체육시간 , 체육복으로 갈아 입느라 부산한 가운데 영희가 불쑥 시비조로 말을 건다. “  여중씩이나 다니던게   시골학교 대형사고 쳤남? “  하경도 들은 바가 있어 “ 네가 후라빠s중학교  짤리고  사정이랑 비슷할걸 “ 하고 맞받아 쳤다영희는 모두가 보는  , 기선에서 물러서면  된다는 당혹감에서였는지 사나운 얼굴로 노려보며 다가 선다하경도  때를 놓쳐서는  호구가 된다는 생각에 이판사판 결판을 보자는  벌떡 일어서 책걸상을 앞뒤로  밀쳐 공간을 내며   “  사람 치려구   볼래?

둘은 곧장 서로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주먹을 휘두르며발차기를 하며 가당치도 않게 엉겨 버렸다.반장이 떼어말리고 누군가 선생님께 보고하고 생활지도 교사가 와서야 싸움은 끝났다.둘은 교무실로 불려가  무릎 꿇고 벌을섰다머리가 엉클어지고  불라우스 단추가 뜯겨나가 앞섭이 풀어 헤쳐진 모습은 누가 봐도 가관이었다반성문을 쓰고 지도부 선생으로 부터 손바닥을 맞고  담임에게 불려 갔다담임에게  한참이나 설교를 듣고 “ 놈들 화해할거야 말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깊은 유감 같은건 없었다하경과 영희는 합창이나 하듯이 “ 없습니다 “ 한다“ 그럼서로 악수하거라  놈들 “ 담임의 호통소리에 둘은 마지못해 악수를 하곤그제서야 풀려날  있었다.

이미 아이들은 집에 가고 텅빈 교정을 영희와 하경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터덜터덜  내려 왔다 때쯤엔 서로간의 살풀이 푸닥거리가 끝났기에허탈하고 쑥스러운 마음 뿐으로 서로 비시식  싱겁게 웃으며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한바탕의 통과의례를 치른  비로소   하경의 학교 생활은  수월해 졌다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도 통하게 되었다.사실  학교는  지방  꽤나 유력한 유지가 크게 운영하는 보육원에 속한 사립 학교였다보육원에서 자라는아이들을 위해 설립한 학교이므로   아이들이 학급 안에  다수  이십여 명이었고 인근 농촌이나 상업지구에서  일반 학생들이 또한 이십여 명이었다보육원에 소속된 아이들은 한눈에 보아도 티가 났다핏기 없이 허약해 보였고  조용하고 소극적이고  우울해 보였다겉으로   그들에게도 모든 편리시설이 제공되고 의복이나 학용품들도 빠질게 없는데도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어두운   분위기가 하경에게는 의아스럽기도하고  안스럽기도 했다가까이 친해보려 해도 완고한 자존심과  알수 없는 자격지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고회피하는 태도로  접근이  됐다. “ 제들은 단체 생활이라  서로 감시하고 규율이 엄청  그리고  자유시간이 없어,” 하고 누군가 말해 주었다따라서 하경은 일반 가정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아 나갔다.

싸우며 친해진 영희는 알던대로 서울 후라빠들로 유명세를 타는s여중에서 말썽께나 피우다가 중퇴하고  곳으로학년 초에 전학 왔다고 했다여름방학을   어느 주말 영희가 잡아 끌어 그의 집에  갔다.  목소리가 와랑와랑한 영희 엄마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경관이 좋은  유원지에 여관을 운영하고  음식점을 하는 아주   억척스럽고  활달한 분이었다하경을 처음 보자  반갑게 맞아 주시며 “ 내가  고상해 가며 살고 있는게  영희 하나바라고 사는 기다니는 공부도 잘하고 얌전하다니께 우리 영희   이끌어 주고 공부도 갈켜 주레이.” 하며당부하셨다내가 얌전하닥꼬?? 눈을 흘기며 영희를 보니 영희는 눈웃음을 치며 혀를  내민다영희는 눈이 예쁜 아이다눈이 먼저 웃고 입을 열기  눈이 먼저 말하는 알고 보면 단순하고 선선한 애인데 엄마의 과잉 보호와 너무 많은 용돈이 결국  허튼 짓을   밖에.

영희의 어머니는 영희를 늦은 나이에  유복자로 낳았다고 했다그러니 어찌 귀한 자식이 아니겠는가영희는 언제나 최고 좋은 의식주로부러운  없이 자랐다고 했다중학교 올라와서는 엄마가 넉넉히 주는 용돈을 펑펑 대며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학생 금지구역을 넘나들다 걸리기도 하고정학도 당하고성적은 낙제로 구제불능으로 추락하여 짤리게 될 위기에 차라리 전학을 왔다고 했다.

“  일짜리가  그렇게 까지게 놀았다는 거야?” 하경이 놀라서 물으면 영희는 깔깔 웃으며

“ 초등학교 때는 낙제가 없잖아중학교 올라  교복을 입어 놓으니 행동제약이 장난 아니데

“ 여기서도 그렇게 놀고 다니니? “ “ 여기선 절대 불가능이야.  “ ?  여긴 시골 학교고 규율도  헐렁하지 않니?  영희는 어림도 없다는듯 입을 비죽 내밀며, “ 바닥이 좁으니  빤하지,

남녀공학에 아는 눈이 얼마나 많니그리고 우리  반장애  아니?”

 

하경은 같은 학급이라도 남학생들에게 까지는 아직  파악이  되어 있다. “ 글쎄  모르는데?.

“ 김혁제는 나이가 많은 애야고아원 소속인데   인근에서 알아주는 주먹이고  무섭단다 앞에선 누구도꼼짝 못해아마 너도 이미 찍혔을걸 “ “  내가?”  깡다구 쎄다고 소문 났어야감히 영희마담에게 대들었다구.””  마담우하하, “ “ 혁제가 모든걸 관리해 눈을 벗어날  없고   밖에 나면 죽음이야.” “ 사생활도 걔가 관리 말도  . “하는 하경에게  “ 여튼 조심하는게 좋아 “  영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웃기네내가  걔를 신경 써야  ?   공부나 열심히 해서 여고는 다시 ㄱ여고로 돌아갈 생각만 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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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는  방에 해결되었다.

서울 근교 ㄷ읍에 의사인 외삼촌이 있다외삼촌은 개인병원을 운영하시고  곳서 멀지 않은 곳에 중학교도 있다. “ 제가 돌봐 줄테니 저의 집으로 보내세요 하는 외삼촌의 시원스런   마디에 엄마 아버지의 근심은 일단락되었다. 하경은 평소에도 존경하고 선망하던 외삼촌이 더욱  좋아지고 믿음직스러웠다.

학교는 되게 꼬졌다건물이라곤 딸랑 기다란 목조 건물 하나그리고 턱없이 넓은 운동장그러나 맘에 드는게 있다삼태기처럼 아늑하게 학교를 감싸 안고 있는 나즈막한 바야흐로 5 월의  피어나는  신록과 반짝이는 햇살을 튕겨내며 찬란하게 빛나는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오는  초록이들의 냄새  아니라 새콤달콤한 사과 냄샌가아니  안에 고급스런 프랑스제 분냄새 같기도 황홀한 꽃향기그런 꿈같은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 도심에선 볼 수 없었던 너무도 밝고 현란한 자연의 모습에 하경은 깊은 숨을드리 마시며 힘과 용기가 생긴다.여기서 건강 회복하고 ’ 공부도 열심히 해서 다시  여고로 돌아가는거야.’

 

그러나 교실에 들어서 학급 아이들을 보는 순간 부풀었던 기분은 맥없이 가라앉아 버렸다.  남녀 합반에다 대부분이 무기력하고 음울한 얼굴새로 들어서는 하경을 보면서도  관심도 없는  심드렁한 표정들 또는 몇몇은 저희들끼리 숙덕거리며 킬킬 웃거나 하는.낮설고 불쾌힘. 때마침 들어  담임 선생님이 난감해 하는 하경을 데리고 교단에 올라가 소개시켜 주었다.

“ 서울  여중에서 전학  정하경이다서투른   안내해 주고 사이좋게 지내라.”그리곤

“ 영희야  옆에 자리 비었지와서 네가 데려 가거라. “ 영희라고 불린 애는 별로 탐탁지 않은듯 입을  내밀고 말없이 일어나 하경을 안내한다영희는 머리 끝을 공들여 안으로 말아넣고 교복 셔츠도 하얗고 빳빳하게 다려입어  꽤나 겉치장에 신경쓰는아이 같았다성격도 까칠한지 특히 하경에게 쌀쌀맞게 굴어  학교 시작하는 하경에게 꽤 거북스런 존재였다그러거나 말거나 하경은 짐짓 모른채 하며 나름 착실하게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해 나가리라만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도  아이들은 누구도 하경에게 접근하지 않았고 다분히 의식적으로 무관심한 척 하며 친절하지 않았다아마도 모종의 결집으로 텃세를 부리자는 걸까하경은 속으로 웃으웠다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쓸데 없는 일에 힘 빼지 말자 생각했다점심시간이면 혼자 나와 낯설은 뒷산을 살랑살랑 걸으며 구경하고 탐색하는게 재미있었다신기한 나무  사이사이 수많은 생명체들처음학교 들어설  자신을 그토록 매혹시켰던 아름다운 향기의 근원도 밝혀 내었다마치 분홍 털보송이같은 원형의  꽃이 담뿍담뿍 피어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멀리서 보면 분홍 솜사탕을 잔뜩 달고 있는 것처럼.  식물 도감을 찾아보니  이름은 < 자귀나무 >라고 했다촌스럽고 흔한 나무그런데 어쩌면 그리도 고귀하고 맑은 향내를 아낌없이  산에 풍겨 주는지나무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며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깊숙이 심호흡으로 향기를 한껒 온몸으로 빨아들인다.움추리고 찌그러졌던 몸의 세포와 실핏줄 까지 신선한 대기와 꽃향기가 그득이 흘러 들어가 하경의 몸은 서서히 부풀어 오르며 심장은 새삼 힘차게 고동친다.몸이 뜨거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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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년대, 그 때는 중학교 입학시험이 매우 치열했다. 특히 서울서의 학교 서열은 아주 확실하여 일류, 이류,삼류 외에는 깡통학교 이런 식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 일류 중학교 입학만 하면 부속된 고등학교는 웬만하면 진학이 되고 육년 빡쎄게 공부하면 또한일류 대학도 용이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으로 일류 중학교 합격은 글자 그대로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였다.
그런 뜻에서 하경의 ㄱ여중 합격은 집안의 큰 경사였다. 평소 무뚝뚝하기만 했던 아버지도 하 하 하 너털웃음으로 기뻐해 주시고 두 오빠들도 더 할 나위 없이 좋아하며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큰 기대와 자부심으로 시작한 자랑스러운 ㄱ 여중 학교생활은 너무 힘들기만 했다.처음 입는 교복이 어색하고 불편한 것처럼 새로운 규칙, 여러 교과 과정, 그리고 상하급생과의 엄격한 예절, 모든게 적응하기 어려운 일 뿐이었다. 그리고 조회 때마다 거의 한 시간 씩이나 길게 늘어지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 수요일 방과 후의 학도호국단 훈련, 또 토요일의 대청소 등은 거의 군대생활 같은 엄격하고도 험악한 억압의 시간이었다. 
하경은 뒤지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했다. 하복 불라우스는  직접 빨아 칼라에 강풀을 발라 다리미로 정성들여 종잇장처럼 대려내고, 아침 등교시마다 거울을 보며 단발마리의 끝이 귀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 준비물이 빠지지 않았는지 점검했다. 그런데 서울서도 성적 우수한 알짜배기들만 모인데다 지방에서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아이들은 원래 기본 실력이 되있는데다 학교 내 분위기가 엄청난 독려 차원의 경쟁을 유발하므로 너나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성적 점수 올리기에 극성이었다. 그야말로 교실 안은 점수 벌레들의 온상이었다. 하경이도 이런 분위기에 뒤지지 않으려 잠을 줄여 예습 복습에 주력하고 등하교 버스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영어 단어 외우기에 힘썼다. 하지만 국민학교 때 늘 차지했던 일 이등은 어림도 없었다. 
어쩐 일인지 이학년에 올라서는 체력도 딸려서 기운이 떨어져 진땀이 흘렀고 손발도 바들바들 떨리는 중에 성적도 자꾸만 떨어져 차츰 우울해지며 짜증스러워지기만 했다.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 하경은 자기의 성적표를 받아 보곤 그만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요즘 너무 피곤하고 힘겨워 좀 못 할 줄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석차가 뒤에서 몇 번 째---아, 내가꽁찌가 다 됐네, 하는 생각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지며 하경은 그만 정신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졸도로 인해서 병원에 입원하고 검사를 받으며 하경은 놀랍게도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아직 중증은 아니지만 무겁고 힘든 학교 생활은 무리이고 절대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설명이었다. 
학교는 졸업허고 봐야 하는데 아까워서 어쩌니? 하는 엄마의 탄식에 아버지는 " 사람 목숨이 제일이지 학교는 나중이야 " 퉁명스럽게 댓구하셨다
하경은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다시 그 지옥같은 학교는 가기  싫었다. 거기는 너무 사막과 같은 메마르고 무서운 곳.

" 엄마, 나 학교 전학시켜 줘. 천천히 공부해도 되는 학교로, 학교를 쉬기는 싫어요."
" 글쎄다, 치료받으며 학교 다녀도 될까.  한 번 생각해 보자 "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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