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5 교시가 끝나고 다음 체육시간 , 체육복으로 갈아 입느라 부산한 가운데 영희가 불쑥 시비조로 말을 건다. “ ㄱ 여중씩이나 다니던게 웬 이 시골학교? 뭔 대형사고 쳤남? “ 하경도 들은 바가 있어 “ 네가 후라빠s중학교 짤리고 온 사정이랑 비슷할걸 “ 하고 맞받아 쳤다. 영희는 모두가 보는 앞 , 기선에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당혹감에서였는지 사나운 얼굴로 노려보며 다가 선다. 하경도 이 때를 놓쳐서는 영 호구가 된다는 생각에 이판사판 결판을 보자는 듯 벌떡 일어서 책걸상을 앞뒤로 확 밀쳐 공간을 내며 “ 너 사람 치려구? 한 번 쳐 볼래?“
둘은 곧장 서로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주먹을 휘두르며, 발차기를 하며 가당치도 않게 엉겨 버렸다.반장이 떼어말리고 누군가 선생님께 보고하고 생활지도 교사가 와서야 싸움은 끝났다.둘은 교무실로 불려가 무릎 꿇고 벌을섰다. 머리가 엉클어지고 흰 불라우스 단추가 뜯겨나가 앞섭이 풀어 헤쳐진 모습은 누가 봐도 가관이었다. 반성문을 쓰고 지도부 선생으로 부터 손바닥을 맞고 또 담임에게 불려 갔다. 담임에게 또 한참이나 설교를 듣고 “ 이놈들 화해할거야 말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깊은 유감 같은건 없었다. 하경과 영희는 합창이나 하듯이 “ 없습니다 “ 한다“ 그럼, 서로 악수하거라 이 놈들 “ 담임의 호통소리에 둘은 마지못해 악수를 하곤, 그제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미 아이들은 집에 가고 텅빈 교정을 영희와 하경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터덜터덜 내려 왔다. 그 때쯤엔 서로간의 살풀이 푸닥거리가 끝났기에, 허탈하고 쑥스러운 마음 뿐으로 서로 비시식 싱겁게 웃으며 헤어져 집으로 향했다.
한바탕의 통과의례를 치른 후 비로소 하경의 학교 생활은 좀 수월해 졌다.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도 통하게 되었다.사실 이 학교는 그 지방 꽤나 유력한 유지가 크게 운영하는 보육원에 속한 사립 학교였다. 보육원에서 자라는아이들을 위해 설립한 학교이므로 그 곳 아이들이 학급 안에 다수 한 이십여 명이었고 인근 농촌이나 상업지구에서 온 일반 학생들이 또한 이십여 명이었다. 보육원에 소속된 아이들은 한눈에 보아도 티가 났다, 핏기 없이 허약해 보였고 늘 조용하고 소극적이고 또 우울해 보였다. 겉으로 볼 땐 그들에게도 모든 편리시설이 제공되고 의복이나 학용품들도 빠질게 없는데도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어두운 분위기가 하경에게는 의아스럽기도하고 또 안스럽기도 했다. 가까이 친해보려 해도 완고한 자존심과 잘 알수 없는 자격지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고회피하는 태도로 접근이 안 됐다. “ 제들은 단체 생활이라 늘 서로 감시하고 규율이 엄청 쎄 , 그리고 통 자유시간이 없어,” 하고 누군가 말해 주었다. 따라서 하경은 일반 가정에서 온 아이들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아 나갔다.
싸우며 친해진 영희는 알던대로 서울 후라빠들로 유명세를 타는s여중에서 말썽께나 피우다가 중퇴하고 이 곳으로학년 초에 전학 왔다고 했다. 여름방학을 앞 둔 어느 주말 영희가 잡아 끌어 그의 집에 갔다. 목소리가 와랑와랑한 영희 엄마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경관이 좋은 유원지에 여관을 운영하고 또 음식점을 하는 아주 억척스럽고 활달한 분이었다. 하경을 처음 보자 반갑게 맞아 주시며 “ 내가 이 고상해 가며 살고 있는게 다 영희 하나바라고 사는 기다. 니는 공부도 잘하고 얌전하다니께 우리 영희 잘 좀 이끌어 주고 공부도 갈켜 주레이.” 하며당부하셨다. 내가 얌전하닥꼬?? 눈을 흘기며 영희를 보니 영희는 눈웃음을 치며 혀를 쏙 내민다. 영희는 눈이 참예쁜 아이다. 눈이 먼저 웃고 입을 열기 전 눈이 먼저 말하는 알고 보면 단순하고 선선한 애인데 엄마의 과잉 보호와 너무 많은 용돈이 결국 허튼 짓을 할 수 밖에.
영희의 어머니는 영희를 늦은 나이에 유복자로 낳았다고 했다. 그러니 어찌 귀한 자식이 아니겠는가. 영희는 언제나 최고 좋은 의식주로, 부러운 것 없이 자랐다고 했다. 중학교 올라와서는 엄마가 넉넉히 주는 용돈을 펑펑 써대며 질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학생 금지구역을 넘나들다 걸리기도 하고, 정학도 당하고, 성적은 낙제로 구제불능으로 추락하여 짤리게 될 위기에 차라리 전학을 왔다고 했다.
“ 야, 중 일짜리가 그렇게 까지게 놀았다는 거야?” 하경이 놀라서 물으면 영희는 깔깔 웃으며
“ 초등학교 때는 낙제가 없잖아? 중학교 올라 와 교복을 입어 놓으니 행동제약이 장난 아니데”
“ 여기서도 그렇게 놀고 다니니? “ “ 아, 여기선 절대 불가능이야. “ 왜? 여긴 시골 학교고 규율도 더 헐렁하지 않니? 영희는 어림도 없다는듯 입을 비죽 내밀며, “ 바닥이 좁으니 더 빤하지,
남녀공학에 , 아는 눈이 얼마나 많니? 그리고 음, 우리 반 반장애 너 아니?”
하경은 같은 학급이라도 남학생들에게 까지는 아직 잘 파악이 안 되어 있다. “ 글쎄 잘 모르는데?.
“ 김혁제는 나이가 많은 애야, 고아원 소속인데 이 인근에서 알아주는 주먹이고 무섭단다. 걔 앞에선 누구도꼼짝 못해, 아마 너도 이미 찍혔을걸 “ “ 왜 내가?” 너 깡다구 쎄다고 소문 났어야, 감히 영희마담에게 대들었다구.”” 너 마담? 우하하, “ “ 혁제가 모든걸 관리해, 걔 눈을 벗어날 수 없고 걔 눈 밖에 나면 죽음이야.” “ 사생활도 걔가 관리 해? 말도 안 돼. “하는 하경에게 “ 여튼 조심하는게 좋아 “ 영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웃기네, 내가 왜 걔를 신경 써야 돼 ? 난 내 공부나 열심히 해서 여고는 다시 ㄱ여고로 돌아갈 생각만 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