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무슨 고대 로마 황후라도 되는  양 고개를 꼿꼿이 들고 새하얀 비단가운을 펄럭이며 안채로 뛰어 들어가는  마리의 도발적이고  볼륨있는 몸매를  바라 보며 나는 새삼 피식 웃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가 이렇게 웃을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에 태산에 깔린 듯  마음이 무거워 진다.

‘ 저 잘나고 멋진 여자를 나는 어째야 좋을까’

마리는 꽤 괜찮은 여자다.

아름답고 재능있고  언변도 좋아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택스타일디자이너다.

독자적으로  그녀 자신의 사무실을 차려  그 방면에 전망있는 젊은이들을 고용하고 그들과 함께 새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종합하여 만든 새롭고 훌륭한 작품을 각 섬유회사에 공급한다. 언제나 첨단으로 개발해 내는 그녀의 상품은 고급화 특성화를 지향하는 대형 섬유회사에 좋은 가격으로 넘겨진다. 경영 , 상담, 어느 하나 막힘없이 잘 나가는 그녀의 사업이 그녀를 더욱 방자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녀의 바람기는 천성적인 것일까.

나는 한국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 아내인 마리를 먼저 미국으로 보냈었다.

마리는 1980 년대 당시 새로이 각광받는 택스타일 디자이너로서의 첨단 컴퓨터 작업을 공부하기 위해 한 시가  급하다고 조바심치고 있어서였다.

나는 나대로의 피치 못할 일이 있어 내 일을 마무리짓고  8 년 후에나 미국으로 건너와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만난 마리는 두 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하나는 검은 머리 6 살 ,  남자애  엘리옷, 하나는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 4 살 여자아이  샤론, 누가 보아도 내 자식은 아니다.

나는 오랜만에 반갑게 영접해 주는 마리에게 최대한의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을 찾아 평정을 가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 저 아이들을 우리의 아이라고  입적시킨 것이요?”

마리는 대답이 없었다. 내가 재차 묻자

“ 당신이 원한다면 이혼해도 좋아요”하던게  그 대답이었다.

“ 그래, 저 아이들의 아비와는 아직 관계가 있소 ?”

“ 그건 아니얘요, 그들은 자기 아이들이 있는지조차 몰라요. “ 마리는 다소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그리고 휙 내 앞을 떠나 그녀의 작업실로 가 버린다.

아, 마리 당신 철면피요? 바보요 ? 내 맘 속의  지옥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마리, 나의 갈등은 아랑곳 없이 , 저녁 잠자리에  뜨겁게 파고 든다.


“ 당신이 내게 온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내 아빠가 2 년 전 돌아가시고 난 다음, 난 혼자 남아져 있다는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마리는  처음 만났을 당시에도 철저히 아빠 의존형이었다. 일찍 엄마를 여읜 후 아빠는 재혼도 안하고 오직 외동 딸 마리에게 사랑을 쏟았다.마리가 원하는 거라면 그녀의 아빠는 무조건 < 예스 >였다. 그래서 마리가 아직 대학 졸업 전이건만 마리의 고집으로 우리는 비교적 수월하게 결혼도  할 수 있었다.

마리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후,  마리 아버지는 한국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마리 따라 미국으로 와서 마리 곁에 살았다. 아직도 아빠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해 의지없이 바들바들 떨며 내 품으로 파고 드는 마리에게 나도 모르는 측은함과  애처러움을 느끼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리의 분방함은 내 존재가 있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사업상이라며 바에서 사람들과 모여 이성을 잃을 전도로 술을 마시고 함부로 아무하고나 어울리며 밤을 지새우는 윤리나 도덕이라는 의식은 아예 없느듯한 그녀의 생활,

도대체 네가 왜 이렇게 사는거니? 미국이라는 사회가 이 따위인거니?

나의 생활은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울화가 치밀 때면 차를 타고 이정표도 안 보고 한없이 하이웨이를 달리거나,

또는 말 없이 한국으로 휙 건너가거나,

그러나 갈등이 깊어질수록 내 마음은 마리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제 자리로 돌아 올 뿐이다. 그리고 무럭무럭  천진하게 자라나는 내 생소한 아이들에게 아빠로서의 자상한 역할을 해낸다. 아이들은 사랑스럽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이들이 진급하는   하이스쿨은 아예 집에서 먼 기숙학교로 보내 집에서 떠나 있다

멀리 떠나보낼 수 밖에 없는 황당한 이유는 마리의 너무 지나친 주벽 때문이다.

마리는 마음 속에 불평이나 불만이 쌓이면 영락없이 술을 만땅으로 들이켜고 들어와 엄청난 주정으로 날을 지새우는 것이다.

‘ 나는 죄 많은 여자, 나를 동정하지 말고 나를 떠나라. 난 아빠만 있으면 된다. 내 맘 속의 아빠는 여전히 친절하시고 다정하게 나를 지켜 주신다.

“ 야, 나석 선배, 위선 떨지 말고 나를 떠나라. 생판 모르는 남의 자식 둘을 기르는게 너는 괜찮니?”  알고 보면 마리는 내게 깊이 주늑 들어 있다.

마리, 제발 기 죽지 마라. 이왕 네가 저지른 것 너답게 뻔뻔하게 당당하게 살아라. 그게 너다운 모습이고 나에게도 납득이 간다. 네 약한 모습으로 나를 헷갈리게 하지 마라.

나는 말도 안 되는 위로랍시고 주절대며 그녀를 껴안고 입을 맞추며 자리에 눕힌다.


때때로 마리 그녀는 문득 거치른 방황 중에  제 정신이 들어온 소녀처럼 말갛게 씻은 얼굴, 생머리를 느러뜨리고 내 품으로 온다. 마치 신혼초, 처음 남자품에 안기는 수줍은 신부처럼,

나는 그녀를 물리치지 못하고 지옥불같은 정념으로 으스러질듯 껴안으며 마구 짓밟는다. 사랑이여, 미움이여 나를 태워 버려라. 마리의 흐느끼는 소리에 나는 까무륵이 정신을 잃는다.

아침, 날이 새고 나를 떠나기 전 마리는 내게 속삭인다.

“ 당신 때문에 나는 힘이 나요, 언제나 내 곁에 있어요, 떠나지 마요. “

나는 거기에 마주 미소짓고 입 맞출 수 없다. 마리도 알고 있겠지.나는 네 너그럽고 관대했던  아빠가 아니야.

나는 돌아 눕는다

그러면서 나는 삶의 목적과 생기를 잃고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다.


때로는 내 힘과 의지력의 최후를 보겠다고 중노동의 틈으로 들어서가도 한다.

집 리모델링을 하는 건축현장에서 페인팅, 루핑, 사이딩을 무조건  하던지 , 또는  드라이클리닝 훽토리 에서 프레스대를 잡던지 , 가리지 않고 가혹하도록 감당하기 힘든 육체노동의 한계, 거기에 나는 도박처럼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 지리멸렬한 인생의  좌표는 < 절망 >이란 표지 앞에  머무를 뿐이다.

아, 나는 왜 여기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마리의 분방함, 마리의 나를 향한  어이없는 신뢰,

그래, 네 왕성한 삶의 의욕 , 그 편안한 삶의 공식 앞에 차라리 내가 내 삶을 접는다.

나는  내 진심으로 원하지 않던  죽음의 덫으로 차츰 자신을 몰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마음이 끌리고 집중되는  일을 찾았다.

우연찮케도 초목이 눈으로 덮혀  막막한 산  속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소박하고 청초한  설란,

그 여자를 알게 됐다.

내 죽음의 종착역을 조금 유예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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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는 누구인가  >


얼굴로만 몰려드는 밝고 뜨거운 햇살에 와락 짜증으로 눈을 뜬 마리, 아직 정신이 몽롱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이렇게 강렬한 건 꽤나 늦은 아침이라는 것도그녀는 몇 번이나 눈을 껌벅인 후 느껴졌고, 지난 밤 언제 어떻게 누가 집에 데려다주었는 지는 도무지 감감하다.

아 내가 또 뭔 실수를 하고 만거야. 마리는 후다닥 옆자리를 본다

남편자리는 사람이 누웠던 흔적조차 없이 말갛고 집 안은 적막하기만하다. 마리는 가슴이 쿵덕 내려 앉는다 정말 이이가 떠나고 만건가 ?

어제 아침이다.

그이가 그랬다.’ 나 내일은 떠날거다. 언제 오느냐고 묻지 말고 기다리지도 말아라’

마리는 언제부턴가 맨정신으로는 남편에게 아무런 댓구도 못했다. 그렇다고 남편이 마리에게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한 지붕 아래서 부부라는 관계로 엮여 덤덤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마리가 술을 한 잔 걸쳤다 하면 그런 아슬아슬한 평형도 깨지고 만다.

마리는 평소 불만과 울화가 그대로 폭발하여 갖은 큰소리 욕설, 폭행 행폐 포악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끝내는 통곡, 통곡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 야! 이 나쁜 놈아 , 나를 용서해 주지 말지, 왜 용서해 주었니? 그래서  나를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연옥살이를 시키냐? 차라리 이 못된 년을 발길로 뻥 차서 내쫒아라. 이 쪼다같은 놈아. 나, 네 얼굴을 보느니  차라리 지옥 염라대왕 대면이  낫겠다. 너 무서워, 너 웃는 얼굴이 더 무서워”

아 이런 되지도 않는 주정으로 온 밤 소란 떨다가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잠이드는 못된 술버릇.


아!! 다시 마리는 이마를 두드리며 토막토막 기억나는 어제밤을 떠올린다.

같이 일하는 디렉터 토미킴,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거나 , 저녁 미팅이나  식사까지 남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그에게 거의 안기다시피 집에 들어와 남편이 보고 있는 앞에서 토미를 끌어 안고 자고 가라고 붙잡았지. 헤어지기 싫어 하면서, 아  이 주책, 날 어째야 하냐.

이미 떠나기로 맘 먹은 남편이 밉고 원망스러워 그딴식으로 폭발이 되었던가. 정말 이이가 가 버렸으면 어떻게 하지?  작별 인사도 없이 가 버리다니,절대 안 돼. 네버에버 노우 ! .마리는 벌떡 일어나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간다.

거실은 불라인드가 열려있어 밝은 햇빛이 화사하고  적당한 온도로 에어컨이 작동되어  쾌적한 본위기다. 하지만  남편의 기척은 없다. 어디로 갔을까. 쌩 바람만  울리는 동굴같은 가슴으로 먼저 파킹랏을 내다  본다, 남편의 검은 색 랜드로버가  거기 있다. 우선 안심.

다음은 뒷뜰로 향한 데크, 거기서 남편은 종종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본다. 그러나

거기에 그는 없고 --- 마리는 분주하게 눈을 굴려 뜰 전체를 둘러 본다.

그리고  마리의 얼굴은 반신반의 놀라움으로 뜰  저 편 별채로 된 화실을 바라 본다.

창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며 부리나케 뒷문을 밀치고  바람같이 달려 나간다.

여름 날 아침, 첫 번째 뜨거운 햇살이 마리의  대리석  조각 같은 하얀  얼굴에 내리꽂쳐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정말 남편은 거기 있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먼지 낀 화실의 바닥을 치우고 여기저기 딩굴은 채 오래된 데생화, 굳어버린 유화 물감 페인트 통, 구겨버린 종이조각 들, 그런 것을 치우며 물걸레로 구석구석 닦아  말끔하게 청소 부터 했다.

청소가 끝난 후 그는  화실 안락의자에 앉아 민화집을 골똘히 들여다 보고  있다.


마리는 우선 두근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러나 진심과 달리  앙칼지게 쏘아붙인다.

“ 흥! 왜 안 가고 있어. 당신 말대로라면  지금 쯤 어딘가 거리로  떠돌고 있어야 되는거 아냐? 다신 안 볼  줄 알았는데 .

난 다 정리가 되 있는데 당신은 아직 미련이 남았나봐 . 이봐, 나석 화백님 난 이제 당신 따위에게 미련 없거던.”

“ 알아, 마리 당신 나 없으면 못 산다는거 이미 고백했거던.”

“  언제, 언제 내가 그랬다구 넉살좋게 거짓말, 쌩까고 있네.”

“ 어제 당신이 날 붙잡고 울며 불며 가지 말라고 매달리더라구.다 잊었나?”

“ 어머, 이런-- 난 전혀 기억  없는데요. “

이제까지 빙그레 웃으며 농담처럼 말하던 남편이 써늘하게 웃음을 거두고 건조하게  말한다.  “ 그것도 그렇고  나 할 일이 생겼소. 그 일이 아마 나를 바꿀지도 모르겠소.”

“ 흥 많이 바뀌세요. 난 변함 없을테니까.”

마리는 조롱하듯 소리쳤지만, ‘그래 난 바꾸지  못해.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바뀌지 못해. 왜 난 그에게 집착하는걸까’

엉뚱한생각에 잠기며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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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장생도를  찾아서 > 



그가 떠난다고 한다.  카운터 미스 손이  무심코  전해준  말이다 말을 듣는 순간,가득히 부풀어 올랐던 만조가 썰물되어 빠져나가듯 마음이 휑해지고  앞이 아득하더니 그대로 어두워 진다.

순간 나는 다시     자신의  가지 약점을 확인한다하나는  자신의 허약함과 어수룩함그리고 허락없이 들어와 자리잡은 그의 존재내가 즉시 겪는  무너질 듯한 소멸감 모자라는  자신에 연민으로  남 모르게 혀를 끌끌 찬다.

그가 일하고 있는   프레스 대를 본다.땀으로 젖은 등판이 쩔어있어도  여전히 꼿꼿이  자세를 유지한  푹푹 스팀을 내뿜으며 자켓을  다리고 있다빠르고 익숙한 솜씨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꼼꼼하고 신중하게 일하는 그의 모습은 주인도 호감을 갖고 있었다주인이 먼저 자르는  아닐텐데 그가  곳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이 손에  잡힌 채  하루가 엉뚱쌩뚱 지나고 그가 모든 직원들과 작별의 악수를 나누는 것을 보며 나는 먼저 주차장으로 향했다 익은 그의 검은  랜드로바  쪽으로 몸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오랜만에 보는  낮설게 다가오는 하늘은 아직   낯의 더위를 품은채 대지와 함께 지글지글 끓고 있다.해가질려면 한참을  있어야 하는기인 여름 오후의  한나절.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누군가 ‘ 이젠  하실려구요 ?  하는 물음에 우선 천천히 여행이나 할겁니다.’ 하는 그의 말과 ‘ 우와팔자 좋으십니다.여행 좋지요하는약간의 선망과 질투의 분위기에 당황한  상기되었던 그의 얼굴이 이젠 창백하도록 굳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그가 나를 보고도 아직 내면의 생각에서 벗어나오지 못한 느린 반응으로 겨우 “ 설란 , “ 하며 몽롱하게 바라 본다.

“  의논드릴 일이 있어 얘기  하려구요.” 


 

하지만 아이스티가 가득  컾에 물기가 흘러 컵 받침 물이 흥건이 고일 때까지도 피차 아무 말도 없다.

다만 흐르는 음악 속에 각자 생각에 깊이 잠겨있을 뿐.

 

 

정물.jpg



 < 정물   >


 

 

 

 

 

 

 

 

 

 

 

 

 

 


 

 

 

 

 

  설란은  말이 있다고 했으나 그게 무언지 곰곰 생각하고 

설란이 떠나보내기 감당이  되었던 그는 낮으막한 음악이 흐르는 허공  어디 쯤인지에 멈추어 있을 그들에겐 서서히 저물어 가는 여름  날에 대한 ,  쉬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전혀 관심없이  우주 공간에  둘만이 표류하고 있는  그렇게 멍하니 서로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시간이 무척이나 아늑하고 편안했다그대로 영원으로 지속된다 할찌라도 좋을 정도로.


" 십장생을  아시나요?" 오랜 침묵을 깨고 설란이 불쑥 물었다.

자면물 속에서 영원한  해나   구름 생명이 있는 모든  중에서도  장수한다고 생각하는 거북이나 소나무 불노초라고 하는  영지 버섯   따지고 보면  가지가 넘지요 모든  십장생 안에 포함하였지요."

그는 막힘없이 말한다.

" 네 조상님들의 그런 여유가 좋아요언제나 가감해도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는 테두리 말이얘요그리고  안에서 우리  조상들의 순박한 꿈도   있어 좋지 않은가요영생불사의 형상들을 생활  주변에 가까이 놓고 건강한 장수를 기원하는 소망이요." 

" 건강한 장수---- "  문득 그가 되뇌이며 입가를 비틀어 시니컬하게 웃는다.

" 어머미안해요, 내 뭐   말한건가요?   

"   아니아니 아닙니다 . 다만 내가   생각을 하느라고 내가 미안해요."

강하게 부인하는 그에게   설란은 이제 핵심을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정면을응시한다

지치고 공허한 그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  피곤하고 늙어  보였으나 그의 눈은 설란을 향해 따뜻하게 웃고 있다.


" 나는 그런 간절한 꿈을 지닌  사람을 알고 있어요 사람은 바로 나의 외삼촌이얘요. ' 건강한 장수 별로 의식하지 않던 젊은 시절 1970 년 대, 외삼촌은 정말  고생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정말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이   있던 때였지요. 외삼촌의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은 어느 만큼  이루어졌어요

그러나 너무 거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인생에서의 다른 면은 온통 부실함 뿐이얘요.가정이란 조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리고 나이가 들며 몸이 무너지고 그리고 지금 가진거라고는  밖에 없는 , 그리고 머리 속에 그리는 꿈과 소망과 염원만으로 지탱하는 가엾은 분이 되셨어요.

" 꿈과 소망과 염원을 갖고 계시다구요? "

그가 놀랍다는  반문한다.

" 외삼촌의 뚝심은 굉장하세요.뭔가 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끝까지 밀어부치고 이루어 내는 ,그게  분의 인생을 지배했지요 분이    폐암에 걸린 것을 알았을 스스로 말년에  안주할 이상적인 멋진 집을 계획하셨어요알아요말년을 안주하기는 너무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요근데 이상한게 뭔가  해야만  일이 있다는 신념 앞엔 죽음도 다가오지 못하나 봐요.아직 일을 하고  계시다니까요그러나 이제 집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며 우리 외삼촌은  다시 기력이 떨어져 가고 있어요저는 겁이 나요..집이 다 완성되면  아마 몸져 누우실 거 같애서요.

설란은 아이스티를 미신다

외삼촌의 실의아픔을 생각하면 갈증입이 마르며 그래서 설란은 얼음이  녹아 홍차의 맛이 희미하게 남은 아이스티를 마신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실내가 더욱 밝은 조명으로 빛나며 , 조금 더 사람들로 북적인다내일이면 떠나  거리로 흘러갈 사람에게 외삼촌 이야기라니 나도 싱겁고 우습다.라고 생각하며 그를 보니 그는 전혀 정색하고  호기심으로  진지하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 부탁이 있어요. "  설란은  끊어서 용건을 말한다

" 외삼촌의 새로 지은 집에 아직  자리가 있어요 자리는 십장생도가 들어  거실의  벽면이얘요외삼촌은  곳에 꼭 십장생도를 그리고 싶어 화가를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데를 몰라 지금도 비어 있어요우리 외삼촌의 간절한 염원을 위해 십장생도를 그려 주세요.  당신이라면 훌륭하게  주시리라 믿어 부탁드리는 거얘요".

" 아그거였군요."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너무 뜻밖에 엉뚱한 부탁임에도 놀라거나 거부의 몸짓이 아닌 따뜻한 미소 속에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이고  넓은 이해와 긍정이 설란의 마음을  다시 설레게 하고 있다.

" 그럼 가능한 방향으로  생각하시고  연락 주세요."

 하며 일어서는 설란은 결코 이것이 마지막은 아니라는 믿음으로 가볍게 작별 인사를 고한다.


마치 미루었던 숙제를  해낸 어린 학생처럼 팔랑 팔랑 가볍게 걸어가는 설란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천천히 주차장으로 가며 인생의 갑작스런 변수에 머리를 흔든다.우선 내일 일찍 출발하려던 여행을 미루고그리고 마무리하려던 모든 일을 일단 중지하고 그리고 십장생도를 연구해 봐야겠다.  정말 좋은 소재이고 좋은 의미이고 그리고아름다운 조화와 형상,  그리하여   몰두해  만한 그런 기회 아닌가.

 

그거보다  중요한  아직 그가 세상에 남아  일이 있다는게 무척이나 가슴에 벅차고 뜨거워 지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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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다리 1    ( 코메리칸 별곡 시리즈 3 )    2014/07/26 10:13추천 2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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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451.JPG

 

<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미국과 카나다 국경을 잇는

레인보우브릿지입니다 >

 

 1 설난

 

무더운  나날이다.

바깥은 뜨거운 칠 월 폭염이  까 만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끓어 오르도록 달구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내부도 별로 다르지 않다.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스팀으로 내 목에선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리고  온 몸은  샤워한 듯 푹 젖어 있다. 나는 이 뜨거움이 좋다. 내 몸과 마음, 정신의 불순물,  가라앉은 찌꺼기가 땀과 함께 용해되어 배출되는듯 시원한 카타르시 스를 느끼는 것이다.

나는 세탁소에서 바지를 전적으로 다리는 팬츠프레서이다. 일이 무지 덥기는 하지만 나는 내 일이 좋다. 물론 기계 성능이 좋아서 웬만하면 기계가 다 해 주지만 내 손 끝에서 주름도 선명하게 갈끔하게 다려진 바지를  행거에 거는 내 작업에 만족한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댓가로 주말마다 봉투에 담겨 건내지는 $ 600 페이  또한 큰 즐거움이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고 일요일은 교회, 그래서 난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외삼촌네 얹혀 사니 의식주의 부담이 없다. 가끔 내가 선호하는 군것질거리나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외삼촌과 함께 사이좋게 얘기하며 나눠 먹으면 외삼촌은 그것으로 매우 행복해 하시고 “ 내가 너를 데려오기 잘 했어 네가 있어 다행이야 “ 를 연발하신다.

나는 나의 쓰지 않는 돈을 $ 1000 단위로 묶어 옷 서랍 속에 넣어 둔다.

그러면서 마음으로 부자가 된다.


 

그런데 그가 내 눈 앞 프레스 대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자꾸 그에게 신경이 쓰인다.

큰 키지만 비쩍 말라 좁다란 등어리에 여리고 긴 팔, 빈약한 근육질의 가느다란 다리, 그 보다도 그는 당최 처음 하는  노동인 양  일이 영 어설프다.  그러나 엄숙하도록 집중하며 열심히 배우고 전력을 다하여 일하는 모습이 우습다가, 안스럽다가 끝내는 그런 내가 조금  머쓱해지기도 한다.

그가 온 몸이 땀으로 범벅질이 되어도 한눈도 안 팔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조차 속도를 내며 열심히 바지를 다려내게 된다.


 

엊그제  평소 말이 없던 그가  나에게 이름을 물었다.

“ 한 설란이얘요 “ 말하자

그는 땀으로 젖은 수척한 얼굴에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 설란 , 나도 알고 있는 설란이 있는데 , 이름 참 예뻐요”

“ 어머, 설란이 나 말고 또 있어요? 드믄 이름인데 , 궁금해요,그 설란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하고 졸라서  

우리는 일이 끝난 뒤 근처 전문 커피 집에 들어가 이야기를 하게 되 었다.


 




< 설란  >

 설난은 중국 태산이 원산지로 12월이나 1 속에서 피어난다고 합니다.

  위로 파아란 대궁과 끝같은 잎새 몇이 올라와 대궁 끝에

 여리디 여린 보라색 꽃이 쪽으로 고개를 숙인 함초롬이 피어나는데

  청아한 향내음이 백미터 사방으로 은은하게 퍼져 있다고 합니다.

 그를 처음 만났을 , 그가 느닷없이 들려준 이야기였습니다.

 나의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말하는 그의 강한 눈길을 감당하기 벅차서, 그만 눈을

 내리 깔며 당황한 마음을 추수리느라,

 " 정말 신비하고 고고 高孤한 꽃이군요. 그런 보고 싶어요." 하고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 그런데 꽃을 우리나라 소백산에서도 보았답니다.

  한겨울 등산하다 난데없이 어떤 기억을 잡아당기는 꽃향기가 났어요. 향기 따라

 눈길을 돌리니 십여 그루 군락을 이루며 속에 피어 있었어요. 놀라움과

 기쁨은 이루 말할 없었지요." 그는 당시 느꼈던 행복을 회상하는 눈길이

 됩니다. 그의 눈길 위로 파르스름한 담배 연기 줄기가 하늘거리며 부유합니다.

 " 마음같아선 포기 파내 가지고 와서 우리 뜰에 심고도 싶었어요. 하지만 꽃은

 바로 거기 자리에 있어야만 빛갈, 향기 생명을 지닌다는 생각에 욕심은

 접고 대신 내가 겨울마다 곳을 찾기로 마음을 정했어요."

 그래서 그는 매해 겨울마다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설난을 보러

  곳을 찾아 간다고 합니다. 깔고 앉은 눈의 차가운 감촉도 잊은 동안을

 설난의 청초하고 수줍은 자태와 향기에 도취되어 머문다고 합니다.

 하얀 눈으로 덮인 깊은 , 어느 양지바른 골짜기에 숨은 보이는 , 피어난

 설난의 신비한 자태, 거기 매혹되어 하염없이 떠날 모르고 앉아 있는 나그네.

 나그네의 엄숙하도록 진지한 모습과 에워싸고 있는 고요. 이러한 상상에

 나까지도 아름다운 전율에 아득해 집니다.

얼마 그는 내게 점의 그림을 보내 왔습니다..

무한한 시공 時空인양 비단폭에 날렵하고 유연하게 뻗은 다섯 길고 짧은 ,

 그리고 아래로 숙인 수줍은듯 송이의 설난이 수묵의 농담으로 원근감을

 주며 은은한 향을 뿜는 듯합니다.

 그리고 편에 그의 휘호가 있습니다.

 

  그림을 들고 보니 떨어지는 쪽지가 있습니다.

 <당신을 처음 봤을 깊은 설난의 향내음이 풍겼습니다..

    모습을 화폭에 담아 보았지요. >

 

춥고 어두운 안에 환한 불이 켜지고 손과 발이 따뜻해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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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youtube >

 

 

Never ending story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세상이 끝날  때까지 모든 이야기는 계속된다.

비록 천재지변이나 사건 사고또는 지옥같은 나쁜 일이 생긴다 해도  또한 기록되며 역사가된다.

나의 의지나의 신념,  내가 숨 쉬며  살아 있는 나는 나의 이야기를  것이다.

마치 거대한 골리앗의  앞에서도 돌팔매를 날린 용감한 다윗처럼,

나는 나의 운명 앞에 계란 던지기를 계속할 것이다.

시지프스의 헛된 노동에 존경과 응원의 축배를!

 

 

 

그리고  세상에 올바르고 고귀하며 투명한 양심과 이성지성을 선망한다그것을 배우려 노력하며 그것들을 일부라도 나에게로 받아들이며 그들을  마음의 대들보삼아  안에서

 신호에 맟추어 살아가려 한다.

 빨간 빛에는 멈추고 노란 빛에는 돌아가고 파란 불에는 지체없이 나아가고산다는  그토록 상식적이고 단순한 것을.

 마음에 슬픔이나 절망이나 포기라는 극단의 정서가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 코팅을 하라.

해독일 뿐인 나쁜 감정은 코팅으로 차단하고 튕겨내 버려라.

--- ( 인생의 비극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비극이다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다그러나 달성할 목표가 없는 것이 치욕이다그러니 높은 목표를 정하고 자신을 신뢰하며 도전하자어떤 일도 가능하다.) ---

 말은 나탈리 다후아라는 여성의 금언인데 그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도 2008  올림픽 수영 마라톤 10 KM 경기에서 25  출전 , 16 위로 결승 골인한 강인한 의지와 실천의장한 여인이다.

먹장 구름 밑으로 세찬 비가 내려도  구름위로 찬란한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속에 낙심과 근심 , 초조함이 있으나 

 위에 별과 같이 빛나는  소망은 영원히 스러질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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