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다리 1    ( 코메리칸 별곡 시리즈 3 )    2014/07/26 10:13추천 2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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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미국과 카나다 국경을 잇는

레인보우브릿지입니다 >

 

 1 설난

 

무더운  나날이다.

바깥은 뜨거운 칠 월 폭염이  까 만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끓어 오르도록 달구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내부도 별로 다르지 않다.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스팀으로 내 목에선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리고  온 몸은  샤워한 듯 푹 젖어 있다. 나는 이 뜨거움이 좋다. 내 몸과 마음, 정신의 불순물,  가라앉은 찌꺼기가 땀과 함께 용해되어 배출되는듯 시원한 카타르시 스를 느끼는 것이다.

나는 세탁소에서 바지를 전적으로 다리는 팬츠프레서이다. 일이 무지 덥기는 하지만 나는 내 일이 좋다. 물론 기계 성능이 좋아서 웬만하면 기계가 다 해 주지만 내 손 끝에서 주름도 선명하게 갈끔하게 다려진 바지를  행거에 거는 내 작업에 만족한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댓가로 주말마다 봉투에 담겨 건내지는 $ 600 페이  또한 큰 즐거움이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고 일요일은 교회, 그래서 난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외삼촌네 얹혀 사니 의식주의 부담이 없다. 가끔 내가 선호하는 군것질거리나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외삼촌과 함께 사이좋게 얘기하며 나눠 먹으면 외삼촌은 그것으로 매우 행복해 하시고 “ 내가 너를 데려오기 잘 했어 네가 있어 다행이야 “ 를 연발하신다.

나는 나의 쓰지 않는 돈을 $ 1000 단위로 묶어 옷 서랍 속에 넣어 둔다.

그러면서 마음으로 부자가 된다.


 

그런데 그가 내 눈 앞 프레스 대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자꾸 그에게 신경이 쓰인다.

큰 키지만 비쩍 말라 좁다란 등어리에 여리고 긴 팔, 빈약한 근육질의 가느다란 다리, 그 보다도 그는 당최 처음 하는  노동인 양  일이 영 어설프다.  그러나 엄숙하도록 집중하며 열심히 배우고 전력을 다하여 일하는 모습이 우습다가, 안스럽다가 끝내는 그런 내가 조금  머쓱해지기도 한다.

그가 온 몸이 땀으로 범벅질이 되어도 한눈도 안 팔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조차 속도를 내며 열심히 바지를 다려내게 된다.


 

엊그제  평소 말이 없던 그가  나에게 이름을 물었다.

“ 한 설란이얘요 “ 말하자

그는 땀으로 젖은 수척한 얼굴에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 설란 , 나도 알고 있는 설란이 있는데 , 이름 참 예뻐요”

“ 어머, 설란이 나 말고 또 있어요? 드믄 이름인데 , 궁금해요,그 설란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하고 졸라서  

우리는 일이 끝난 뒤 근처 전문 커피 집에 들어가 이야기를 하게 되 었다.


 




< 설란  >

 설난은 중국 태산이 원산지로 12월이나 1 속에서 피어난다고 합니다.

  위로 파아란 대궁과 끝같은 잎새 몇이 올라와 대궁 끝에

 여리디 여린 보라색 꽃이 쪽으로 고개를 숙인 함초롬이 피어나는데

  청아한 향내음이 백미터 사방으로 은은하게 퍼져 있다고 합니다.

 그를 처음 만났을 , 그가 느닷없이 들려준 이야기였습니다.

 나의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말하는 그의 강한 눈길을 감당하기 벅차서, 그만 눈을

 내리 깔며 당황한 마음을 추수리느라,

 " 정말 신비하고 고고 高孤한 꽃이군요. 그런 보고 싶어요." 하고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 그런데 꽃을 우리나라 소백산에서도 보았답니다.

  한겨울 등산하다 난데없이 어떤 기억을 잡아당기는 꽃향기가 났어요. 향기 따라

 눈길을 돌리니 십여 그루 군락을 이루며 속에 피어 있었어요. 놀라움과

 기쁨은 이루 말할 없었지요." 그는 당시 느꼈던 행복을 회상하는 눈길이

 됩니다. 그의 눈길 위로 파르스름한 담배 연기 줄기가 하늘거리며 부유합니다.

 " 마음같아선 포기 파내 가지고 와서 우리 뜰에 심고도 싶었어요. 하지만 꽃은

 바로 거기 자리에 있어야만 빛갈, 향기 생명을 지닌다는 생각에 욕심은

 접고 대신 내가 겨울마다 곳을 찾기로 마음을 정했어요."

 그래서 그는 매해 겨울마다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설난을 보러

  곳을 찾아 간다고 합니다. 깔고 앉은 눈의 차가운 감촉도 잊은 동안을

 설난의 청초하고 수줍은 자태와 향기에 도취되어 머문다고 합니다.

 하얀 눈으로 덮인 깊은 , 어느 양지바른 골짜기에 숨은 보이는 , 피어난

 설난의 신비한 자태, 거기 매혹되어 하염없이 떠날 모르고 앉아 있는 나그네.

 나그네의 엄숙하도록 진지한 모습과 에워싸고 있는 고요. 이러한 상상에

 나까지도 아름다운 전율에 아득해 집니다.

얼마 그는 내게 점의 그림을 보내 왔습니다..

무한한 시공 時空인양 비단폭에 날렵하고 유연하게 뻗은 다섯 길고 짧은 ,

 그리고 아래로 숙인 수줍은듯 송이의 설난이 수묵의 농담으로 원근감을

 주며 은은한 향을 뿜는 듯합니다.

 그리고 편에 그의 휘호가 있습니다.

 

  그림을 들고 보니 떨어지는 쪽지가 있습니다.

 <당신을 처음 봤을 깊은 설난의 향내음이 풍겼습니다..

    모습을 화폭에 담아 보았지요. >

 

춥고 어두운 안에 환한 불이 켜지고 손과 발이 따뜻해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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