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실전 로드맵
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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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이다. 새벽 두시 반이 넘어가는 시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래된 낡은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기계음뿐이다. 이 시간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참 오랜만인가 싶다. 잠이 오지 않는 불면이라면 차라리 해야 할일을 하며 즐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많은 하루가 다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치렁치렁 늘어지는 꼴이라니. 무엇인가 일을 찾아야만 한다. 좋아하는 일을. 그래서 이 책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다.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이라는 책은 백미정의 에세이집이다. 제목이 갖는 힘에 매료되었던 것일까. 평범한 듯하면서도 강한 끌림이 있는 제목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극히 개인의 내적인 끌림이 작용했던 부분도 없지 않는 듯하지만, 한시절 문학소녀를 꿈꾸었을 많은 이들에게는 무한한 격려와 힘이 되는 제목이지 않은가 말이다.

 

백미정의 글은 청량감이 있다. 맑고 위트가 있다. 길게 늘어지지 않는 문장 곳곳에 힘의 적절한 강약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글의 분위기가 밝아 그녀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에너자이저, 라는 어느 광고문구가 연상된다. 비타민 같이 톡톡 터지는 그녀만의 활기가 책 속에 가득 들어차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아내인 동시에 엄마다. 교회 전도사의 위치에서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남편과 아들만 셋. 어쩌면 사모라는 위치가 자아내는 부드러움과 함께, 아들만 셋을 키워내고 있는 장한 어머니가 지니는 막강한 저력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또 워킹맘이었다가 전업 주부로 전환했는데 그 계기는 글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당당하게 버티게 해준 것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열정이었다.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만의 행보가 무척이나 당당해보였다고 할까. 글을 쓰기 위한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쓰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진짜 글쟁이가 되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에는 가족들과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과 함께 (어떻게 쓸까?)와 (독서)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글을 쓰면서, 글을 쓰고 난 후 궁금한 것들)이란 주제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저자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책 출간에 관련된 실질적인 고충과 정보도 같이 제공하는데, 환상처럼 느껴지는 일에 대해 보다 냉정한 현실감을 그대로 잘 전달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출판사와 작가라는 자리에서 서로 소통하며 주고받았던 메일을 공개하며 책에 대해, 작가로서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다시 책을 세상에 낸다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그렇게 책은 작가 자신의 진솔한 경험이 담긴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었다.

 

반복되는 거절 속에서도 더욱 열심히 투고를 했던 그 용기와 의지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이겼다. 그녀의 책들이 세상의 빛을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승률은 계속 오를 것 같다. 작가 백미정의 열정이 갑자기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마도 그녀는 계속 엄마 작가가 되세요! 계속 도전하세요! 라는 말로 문학의 색다른 전도를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읽지는 않으면서

읽히고 싶은 욕망만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책을 낸다는 것,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인생에 한 번 일어나는 이벤트가 되어선 안 되며

좀 더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p209

 

ps) 라고 쓰고 사심을 적는다.

작가가 말하는 책임감은, 정말이지 이 책임감은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려워보인다. 정말 그렇더라는 거다. 아주 오래전 학생 신분이었던 우리는 이런 말을 줄기차게 들었다. 모두가 글을 잘 쓸 필요는 없다. 글을 쓰지 않는다면 (쓰지 못한다면=책임회피?) 무섭고 똑똑한 독자로 영원히 남아라! 문득 나는 무서운 독자로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가를 되묻는다. 시대가 변했다. 아니 변해가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독자로 남으라 하던 말이 이제는 어색해졌다. 누구나 글을 쓰고 또 누구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책을 낼 수 있는 그런 흐름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 지도 오래다. 갑자기! 글도 쓰고 무서운 독자도 되어보면서 사는 것도 인생에 있어 큰 무기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조건 저자 백미정이 주는 에너자이저 긍정의 힘 덕분이다. 전적으로!!

-새벽에 쓰는 사심이라 더 휘청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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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월천예진 > 깊은 강- 신의 강 그리고 인간의 강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하다
가장 아끼는 책 ~깊은 강
몇번을 다시 읽어도
삶의 무게. 인생. 그리고 시간 ~~ 많은 화두를 건네는
알 수 없는 전율에 휘둘리게 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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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5-2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에 읽었는데 참 좋았던 기억 납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꼭 다시 읽고 싶군요! 감사합니다!ㅎ

월천예진 2020-05-25 21: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오래도록 곁에 두고싶은 그런 책인가봅니다. ~~ ♡
 
파란 실타래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인빅투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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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실타래

 

가족이란.

 

책은 일 년쯤 전에 동네에 새로 생긴 중고서적에서 남편이 무심코 골라준 책이었다. 그는 아내의 관심분야가 단순히 소설에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했던가보다. 어쨌든 고마운 일이었다. 가끔 무슨 안목이 발동해서였는지 그가 가뭄에 콩 나듯 내게 책을 선물한다. 그리고 늘 그렇듯 나는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일 년에서 오육 년의 시간을 묵힌다. 그 사이 잘 익은 된장 항아리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포근포근한 시간이 지나간다. 더 이상 꽂을 곳도 없이 빼곡하기만 한 책장 어딘가에서 푹푹 익어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기도 하다. 그렇게 잘 숙성된? 책들은 몇 배로 짙어진 농도 짙은 감동을 선물하곤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곤 한다.

 

앤 타일러의 ‘파란 실타래’는 가족 이야기다. 누구나 가족은 존재한다. 만약 내가 속한 가족이라는 개념이 미처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울해하지는 말자. 나라는 사람을 낳아준 또 다른 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약간의 위안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마져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로 치부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일까.

감사하게도 작가 앤 타일러는 가족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각각의 구성원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미묘한 심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위로의 말로 이들을 가슴깊이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구심점으로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건 매우 중요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두 가지를 생각했다. 바로 이들이 나고 성장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장소적 배경인 ‘집’과, 각 세대를 끌어가며 할머니와 어머니라는 자리에서 헌신했던 ‘여자,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던 여인들을 꼽았다.

 

책 속에 주인공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하는 가족구성원들은 모두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이다. 그저 간단하게 기회균등의 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인만큼 주인공은 가족 모두가 되는 셈이니 말이다.

소설은 애비와 레드 휘트생크가 연락이 소원한 아들 데니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애비와 레드의 부부이야기와 그들의 아이들(아만다, 지니, 데니, 스템)의 대한 이야기, 그리고 레드 휘트생크의 부모세대인 리니와 주니어 휘트생크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부모세대가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사랑을 알게 되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알려고 하는 이도 별로 없으며, 알려줄 사람도 그다지 없어 보이는 삶이 특별하게도 이상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저마다 자신이 속한 시간 속에서 분주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편적 삶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아주 먼 시간 저편에 있었던 부모세대의 삶의 모습들이 사실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 그 가운데서도 빛나는 희망과 지난한 삶의 고충. 곤고함은 늘 우리들을 따라다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가슴 한편으로 뭉클함이 생겨나게 된다. 그들에게도 그들의 어머니가 있었고, 아버지가 있었으며, 서로 의지하고 미워하며 사랑했던 형제자매가 있었으며,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던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주니어 휘트생크가 그렇게 고집했던 그 집. 자신이 직접 지었지만 다른 이들이 살게 된 그 집을 주니어는 끝내 자신의 집으로 사들이게 된다. 그의 아들 레드가 그 집을 물려받게 되면서 2대에 걸쳐 휘트생크가의 이야기가 이 집을 통해 이어지는 것이다.

새로 사들인 집에 파란 색의 그네를 갖고 싶었던 아내인 동시에 어머니였던 리니(그러나 남편 주니어의 생각은 달랐다). 파란 실타래로 남편의 셔츠를 지어주던 또다른 아내이자 어머니였던 애비.

책 후편에 실린 역자 공경희의 해설에 따르면 파란 실타래는 관계와 관계 그리고 세대를 이어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경희의 해설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면 작품 속 애비는 치매 증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감으로 더욱 힘들어지는 가족관계를 염려하는 대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안에서 애비는 가족들이 서로 단단하게 관계를 붙들고 갈 수 있는 방안과 지혜를 선사하고 떠난다. 관계를 이어주고 세대를 이어주는 파란 실타래는, 어쩌면 수많은 삶의 질곡 앞에서 쓰러지지 않으면서 극복해갈 수 있는 지혜를 전해주는 위로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삶을 바라보며 경험하면서 동시에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밝고 뚜렷한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은 가족 구성원 안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여성. 즉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며느리라는 자리에 서있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흔들리는 듯 연약해 보이지만 결국 중심을 잘 지켜내고 있으며, 가족을 지켜내려 보일 듯 말 듯 자신의 자리에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 모두가 스스로의 자리에서 아등바등 삶과 힘겨운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도,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며느리의 자리에 선 이들은 가족을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지혜로운 면모를 보인다. 아. 그러나 제발 페미니즘 시각에 갇혀 담론을 이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페미니즘 보다는 그저 어머니라는 자리를 말하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

 

어머니 애비가 떠난 빈자리에서 늘 가족들 주변에서 겉돌기만 했던 이방인이었던 데니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애와 용기를 되찾게 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을 결심한다. 이와는 반대로 생모에 대한 기억과 상처로 집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던 존재인 스템이 도리어 집을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데니의 모습과 상반된다. 그러나 스템 역시 결국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현명한 아내인 노라가 그의 곁에 있으니까.

 

소설은 깊은 수심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진한 바다의 이미지를 닮았다. 속을 알 수 없이 그저 파란 색의 출렁이는 물빛만 반사되지만, 우리는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느낌으로 알아간다. 그리고 바다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파란 실타래는 개개인의 측면에서 보는 이야기와 함께 이들이 가족의 이름으로 함께 있을 때의 서로가 얽힐 수밖에 없는, 다듬어지지 않아 드러나는 거칠고 투박한 무엇들까지 모두모아 풀어가고 있는 책이다. 느린 듯 속도감이 있고, 나른한 듯 하면서 감동이 전해지는 묘한 책이다.

 

혹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세상에 왜 아버지가 존재하고, 어머니가 존재하며 또 그들의 자녀가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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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김종원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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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사람이라면 모두 인문학적이다! 라는 말은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아니 동물이 아닌 사람, 인간이기 때문에 인문학을 생각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딴은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인문학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인가보다. 특별히 인문학을 논하는 사람들이 다르게 보인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욕심 같아서는 인문학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야하고, 행동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는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흐린 하늘에는 아직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빗소리라든지, 천둥소리조차 없는데 위층에서는 종일 망치소리와 드릴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미리 공지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이들의 심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이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담론을 이어가기는 쉽지는 않은 일일 듯싶기도 하다.

 

인문학이라고해서 거창할 것은 없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학문인 동시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는 믿는다. 인문 교육 전문가이며 인문학과 관련 다양한 책을 저술한 저자 김종원의 책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을 읽으면서 인문학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접해본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마다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열정, 언어, 일, 성장, 생각, 기품, 조화로운 삶, 관계들이 작가가 정한 여덟 가지의 주제다. 각각의 내용은 저자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연륜에서 녹아드는 삶의 진리가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가득 들어차있다.

책속에 담긴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에 대한 생각을 옮긴다.

 

“내가 생각하는 ‘인문(人文)’은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내가 생각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실천으로 옮긴 것을 다시 글과 말로 세상에 전하는 것이 ‘인문’이다. ”p32

 

중요한 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일 듯하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여러 분야로 그 가지를 뻗어가고 있지만, 기실 정리를 하자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말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로 집약가능하다.

 

생각할 거리를 무수히 던져주는 저자 김종원의 이야기 중 몇 가지만 기록으로 남겨보자. 2장의 주제는 언어다. “당신의 말이 당신의 능력이다”라는 부분을 살펴보면 ‘제발 가르치지 말자. 여유를 가지고 말하자. 이기려고 하지 말자’ 와 같이 세 가지 조언을 한다. 요즘같이 ‘거대한 말의 홍수’ 그 한 가운데를 살아가는 연약한 보통의 인간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르게 측은함마저 드는 대목이다.

한편 5장에서는 생각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혼자를 견딜 힘”에 대해 저술하는 대목을 이곳에 요약해두면 좋겠다. 다음은 혼자를 견딜 힘에 실린 문장이다.

 

“진정 배움을 추구하려면 자신이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하나가 더 필요하다. 자신의 장점을 아는 것이다. 장점을 아는 사람만이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p141

 

저자는 진지하면서도 긍정적이다. 자신의 장점을 알아야만 역으로 부족함을 깨닫게 된다는 메시지는 무한한 긍정과 따뜻한 위로의 에너지가 전달되는 표현이다.

 

그는 진지하게 일상을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과 마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싶다. 삶에 있어 관조적 시선은 연륜과 비례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 연륜이 늘어가고 삶의 경험이 축적되다보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더 진지하게 사색을 즐기고 인문학에 대한 담론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표현을 적어둔다.

6장 기품을 이야기는 대목에서 “성장의 거름이 필요할 때”에 실린 문구다.

 

-뜨겁게 읽고 차갑게 침묵하라.-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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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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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세상으로 나와야하는 어느 용기와 당위성

 

 

시마모토 리오의 장편소설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이다. 표지가 예뻐서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했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작은 물병 안에 있는 소녀. 그리고 물병 안에 담긴 푸른 바다가 둥실 떠오르는 듯하다. 소녀는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 듯한데, 소녀와 푸른 옥빛의 바다를 담은 물병 주변을 물고기 서너 마리가 원을 그리며 유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 속에 또 다른 바다가 존재하는 듯하다. 그런데 병의 입구를 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가 왜 그렇게 단단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물고기들은 바다를 동경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기억의 원천이자 고향이 바로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진부한 이야기가 되는 건가. 물고기는 바다로 되돌아가기를 원하고, 사람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인간이 가장 원하고 보고 싶고 가보고 싶은 그 마지막은 어디일까?

 

책은 몇 년 전 tv에서 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케한다. 하숙집이라는 설정이 무엇보다 정겹기도하고 예스럽게 다가온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하나의 정서일 뿐이다. 대학가에는 이미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고도 하던데 말이다. 자취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하숙의 개념도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 학생들끼리 모여 숙식을 해결하는 시스템도 있다는 걸 낯설어하며 들은 적이 있다.

어딜가나 사람들 속에 있어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많은 사람이라도, 외로움에 익숙하다해도 결국 인간은 약해지기 쉬운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마와타 장 하숙집에 주인은 와타누키 치즈루라는 삼십대 초반의 여성이다. 그리고 이곳 마와타 장에는 어린 여고생을 연인으로 둔 야마오카 쓰바키(그는 이십대 여성이다)와, 훗카이도에서 도교에 대학으로 온 대학 신입생인 야마토 요스케, 야마토를 마음에 두고 있으나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또다른 순정파 여인 구지라이 고하루 그리고 집주인과 내연의 관계로 통하는 의문 투성이의 남자 마지마 세우가 함께 살아간다.

소설에 대한 첫인상은 어여쁘지만 친절하지 않다! 였다. 감각적이지만 단순하지 않다, 라고도 쓰고 싶어진다. 어떤 방향으로 읽어가는가에 따라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과 관계 속에서의 성장을 논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앞에서도 언급한바 소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주인공들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상처와 마주하게 되면서 소설은 한층 더 깊어져간다. 안으로 단단하게 여물어간다고 해야할까. 결국 인간은 상처 속에서 더 강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는 설명조의 말을 끄적이고 있는 이 순간이지만, 이 모든 느낌과 감정들이 바다로 잠겨가는 또 다른 물병. 그리고 그 물병의 마개. 그 단단하게 조여들어 빈틈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코르크 마개와 무언가 이상하게 매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아련한 혹은 여전히 아린 상처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보통의 사랑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작가는 인물들에게 사랑을 배우고 깨달으며 다시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연극 동아리 선배인 에마와 도망치듯 떠났던 야마토의 여행은 익숙한 듯 보이는 성숙과 성장의 한 단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하면 구지라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고야 선배의 모습도 이를테면 자신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성숙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말이다. 인물에 따라 사랑이란 것이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어느 정도의 보이지 않는 혹은 확연하게 드러나는 압력과 속박이 존재하는 어려운 이해관계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무엇이 건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건강한 사랑과 건강하지 않은 사랑의 개념에 대해 생각한다. 그 경계는 참 모호하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소설은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인생에서 새로운 사랑, 새로운 관계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대고 싶은 사람과, 기댈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는 것이 더없이 좋은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더 나눠줄 것 같기는 하다. 이상과 현실의 문제인가보다. 그리고 역시나 선택의 문제인가도 싶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벽장 에피소드의 등장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물론 그것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또 한가지 마지막 두 남녀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작가가 이들의 관계를 연인이 아닌 양자(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로 설정한 부분이 오묘하다는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국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하나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그들에게 각자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재능과 무한의 참을성과 인내심으로, 혹은 순수한 인간에 대한 예의와 가치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틀을 깨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이끌어내고 있다고 봐야한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언제나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문을 열고 닫으며 살아가야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기 마련 아닌가. 그 문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동시에 타성에 젖은 낡은 틀일 지도 모르겠다. 늘 열기만 하고 열어둔 채 살아가다보면 닫는 일이 너무 힘들어질 때도 있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어느 날엔가 도저히 열수 없을 것 같은 단단하게만 보이는 코르크 마개도 뻥! 하는 시원한 소리를 내며 솟구쳐오르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내가 열고 또 닫아야하는 문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살면서 배워가게 되는 부분인가 싶다.

 

느낌이 좋은 표현들을 기록해둔다.

 

-발치에 늘어진 그림자가 엷어진다. 달과 태양이 저무는 같은 하늘에 떠 있다. p75

-누가 이런 식으로 나를 긍정해주었던 적이 있었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느끼지 못하고 사라져갔던 시간들.

지금은 느끼지 못하는 척하기도 어려울 만큼, 야에코의 말이 투명한 바람처럼 불어간다.p76

-다르게 생긴 사람을 칭찬하는 게 싫으면 자기도 그렇게 달라지면 되지. 지금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으면 상대를 바꿔야 하고. p120

-해 저무는 골목길에 키 작은 내 그림자만 길게 늘어져 있었다. p137

-저물어가는 태양을 등진 집들의 기와지붕이 아궁이 속에서 훨훨 타오르는 것 같았다.p138

-인간은, 누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때 가장 화를 내는 존재다.p145

-머리 위에서만 비치는 불빛이 양 끝에서부터 야금야금 어둠에 삼켜질 것만 같아, 묘하게 불안했다. 자신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p177

-막 끝난 여름의 바람 같은 웃음에 괜스레 흔들리려는 마음을, 야마토는 무심결에 꽉 잡았다. p206

-에마 선배가 이길 수 있는 건, 이제 하라다 선배를 이기지 않아도 된다고 여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때가 아니면 없을 거예요.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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