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실전 로드맵
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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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이다. 새벽 두시 반이 넘어가는 시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래된 낡은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기계음뿐이다. 이 시간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참 오랜만인가 싶다. 잠이 오지 않는 불면이라면 차라리 해야 할일을 하며 즐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많은 하루가 다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치렁치렁 늘어지는 꼴이라니. 무엇인가 일을 찾아야만 한다. 좋아하는 일을. 그래서 이 책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다.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이라는 책은 백미정의 에세이집이다. 제목이 갖는 힘에 매료되었던 것일까. 평범한 듯하면서도 강한 끌림이 있는 제목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극히 개인의 내적인 끌림이 작용했던 부분도 없지 않는 듯하지만, 한시절 문학소녀를 꿈꾸었을 많은 이들에게는 무한한 격려와 힘이 되는 제목이지 않은가 말이다.

 

백미정의 글은 청량감이 있다. 맑고 위트가 있다. 길게 늘어지지 않는 문장 곳곳에 힘의 적절한 강약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글의 분위기가 밝아 그녀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에너자이저, 라는 어느 광고문구가 연상된다. 비타민 같이 톡톡 터지는 그녀만의 활기가 책 속에 가득 들어차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아내인 동시에 엄마다. 교회 전도사의 위치에서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남편과 아들만 셋. 어쩌면 사모라는 위치가 자아내는 부드러움과 함께, 아들만 셋을 키워내고 있는 장한 어머니가 지니는 막강한 저력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또 워킹맘이었다가 전업 주부로 전환했는데 그 계기는 글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당당하게 버티게 해준 것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열정이었다.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만의 행보가 무척이나 당당해보였다고 할까. 글을 쓰기 위한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쓰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진짜 글쟁이가 되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에는 가족들과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과 함께 (어떻게 쓸까?)와 (독서)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글을 쓰면서, 글을 쓰고 난 후 궁금한 것들)이란 주제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저자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책 출간에 관련된 실질적인 고충과 정보도 같이 제공하는데, 환상처럼 느껴지는 일에 대해 보다 냉정한 현실감을 그대로 잘 전달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출판사와 작가라는 자리에서 서로 소통하며 주고받았던 메일을 공개하며 책에 대해, 작가로서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다시 책을 세상에 낸다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그렇게 책은 작가 자신의 진솔한 경험이 담긴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었다.

 

반복되는 거절 속에서도 더욱 열심히 투고를 했던 그 용기와 의지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이겼다. 그녀의 책들이 세상의 빛을 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승률은 계속 오를 것 같다. 작가 백미정의 열정이 갑자기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마도 그녀는 계속 엄마 작가가 되세요! 계속 도전하세요! 라는 말로 문학의 색다른 전도를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읽지는 않으면서

읽히고 싶은 욕망만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책을 낸다는 것,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인생에 한 번 일어나는 이벤트가 되어선 안 되며

좀 더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p209

 

ps) 라고 쓰고 사심을 적는다.

작가가 말하는 책임감은, 정말이지 이 책임감은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려워보인다. 정말 그렇더라는 거다. 아주 오래전 학생 신분이었던 우리는 이런 말을 줄기차게 들었다. 모두가 글을 잘 쓸 필요는 없다. 글을 쓰지 않는다면 (쓰지 못한다면=책임회피?) 무섭고 똑똑한 독자로 영원히 남아라! 문득 나는 무서운 독자로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가를 되묻는다. 시대가 변했다. 아니 변해가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독자로 남으라 하던 말이 이제는 어색해졌다. 누구나 글을 쓰고 또 누구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책을 낼 수 있는 그런 흐름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 지도 오래다. 갑자기! 글도 쓰고 무서운 독자도 되어보면서 사는 것도 인생에 있어 큰 무기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조건 저자 백미정이 주는 에너자이저 긍정의 힘 덕분이다. 전적으로!!

-새벽에 쓰는 사심이라 더 휘청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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