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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서울산책 -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ㅣ 동네 한 바퀴 시리즈 1
이하람 지음, 이동천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자 짝궁 이었던 친구 때문이다. 그 친구는 키에 비해 너무 외소하기도 했지만 참 부지런한 친구였다. 또한 학교도 집과 가까운지라 항상 여섯 정거장의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그 친구보다 난 학교에서 먼 거리에 사는지라 처음에는 걷는 다는 것에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 등하교를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한 이후 나도 함께 걷게 되었는데 걷는다는 게 사람의 기분과 생각을 그렇게 변화시킬 줄은 몰랐다. 골치 아팠던 문제가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듯했고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 같기도 했다. 이후 나는 신경 쓸 일이 많고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항상 집 주변을 걷곤 했었다. 어머니께서 수술하신 이후 병원에서는 장이 유착되면 안 된다며 의사선생님께서 어머니를 일으켜 세워 운동 시켜라 고 하셨는데 가장 쉽고 간단한 운동이 걷기였으며 차츰 기력을 회복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걷는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더욱 매료된 듯하다.
대학교 때 친구들이랑 자전거로 경주 하이킹을 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들을 도보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난 아직 여행이라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구경 한번 못해 봤기에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의 시작이자 기초가 되는 서울이 그 역사는 잘 보존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 두근두근 서울산책이란 책을 보았다.
무엇보다 서울산책이란 책에 매료된 것은 산책이라 마음을 음미하듯 주변을 느끼며 걷는 여행이 될 수 있겠단 나의 마음과 일치해 더욱 끌리게 된듯하다. 그리고 여행이라면 해외에 한번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는 여행이 아닌 우리나라의 수도에서도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이란 점에 직접 실용 가능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이하람 님은 라디오작가, 인터넷 뉴스기자, 아나운서 등과 같은 다양한 방송이력이 있으시지만 어디하나 마음 붙이지 못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셨는데 그 여행을 계기로 ‘그 여자의 여행가방’ 이란 책을 내시기도 해 여행 작가란 호칭이 붙으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TV에선가 한번 본 기억이 있는 듯해 낯익은 분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역시나 방송 일을 했던 경험으로 인해 여행 작가가 필요로 하는 TV와 라디오에 자주 출연하신다고 한다.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저자는 두근두근 서울산책 또한 서울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내게 설레는 마음을 느끼게 하듯 서울을 마음에 그리며 상상하는 정감 나는 서울안내를 해주고 있다.

서울산책은 마치 손 그림을 그린 듯한 일러스트지도를 통해 서울 각 지역별 걷기 좋은 코스별 동선을 알려주며 첫 산책에서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까지의 안내를 지하철과 버스로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각 지역별 프롤로그를 통해 그 지역의 역사와 배경, 유래 등을 알려주므로 처음 가는 길이더라도 알고 간다는 개념에 그 길이 좀 더 쉽게 익혀지듯 잘 기억 될 길이 될듯하다는 생각이 들며 더불어 산책을 하며 놓치기 아까운 주변명소, 맛 집 등도 놓치지 않도록 주소와 가는 방법, 전화번호등과 같은 상세 장보를 첨부해 알려주고 있다.
TV에서 본 세종문화회관을 소개하는 세종로, 공연예술의 메카인 대학로의 서울연극센터, 마로니에 공원, 술집과 카바레가 즐비했던 거친 영등포가 누구나 부담 없이 만나는 약속장소인 문화공간으로 변화된 계기, 녹색기둥의 정원이 인상적이었던 선유도 한강공원, 벽화골목이 떠오르는 홍대앞길을 소개한 상상의 도시와 도심에서 일일농부가 되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영동 1교, 여의도 한강공원, 도룡뇽이 출현한다는 백사실 계곡,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이란 시가 생각나게 하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남산야외식물원 및 부자동네 청담동 등을 소개하는 사랑의 주문을 거는 도시, 그리고 캠퍼스가 너무 아름다워 영화나 드라마에 출현하기도 한 경희대, 서울대, 서울 시립대, 한양대 등 각 캠퍼스 속 아름다운 길을 그 학교 재학생들과 함께 소개하는 캠퍼스 투어, 암세포를 죽이고 우울증치료 및 건강함을 더해주는 도심 속 녹색공간인 홍릉 수목원, 서울 숲, 우이동, 국립중앙도서관과 장충동하면 떠오르는 족발과 같은 장충동 성곽 길, 역사를 보여주는 서대문 독립공원,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는다는 정동 길과 같은 문화와 역사가 펼쳐지는 도시, 서울에서 몽마르트 언덕을 연상케 하듯 언덕 위에서 서울을 내려 다 보는 낙상공원,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장에 나서던 길을 연상케 하는 서울 풍물시장 및 경동시장, 대구의 약전골목을 연상케 하는 약령시가 있는 길을 추억할 수 있는 곳, 서울에서 마치 중앙아시아, 필리핀, 네팔을 다녀 온 듯한 기분이 드는 광희동, 혜화동, 이태원, 동대문, TV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주인공들이 속상하거나 실연 당했을 때 한강의 야경을 내려 다 보는 장소로 자주 촬영된다는 응봉산, 자전거로 밤을 달리고픈 한강공원, 야식을 생각나게 하는 남대문시장, 낮보다 밤이 더욱 아름답다는 청계천처럼 서울의 밤을 빛내는 명소를 포함해 총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중간 중간 각 명소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배우 황보라씨와 개극맨 박휘순씨, 기상캐스터 서여경씨 등의 인터뷰와 소설 블링블링 및 시트콤 작가로 유명한 정수현 작가님과 손님이 택시를 타면 먼저 인사를 하며 밤늦게 여자 손님이 내리면 꼭 현관까지 안전하게 들어가는 걸 확인한다는 친절택시기사 정태성님 처럼 유명하신 분들의 인터뷰도 소개되고 있다.

혼자 가는 산책길 보단 누군가와 함께 하는 길이 더욱 즐겁고 힘이 나듯 이 책 또한 혼자만 활용하기 아까울 정도로 가족이나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욱 좋을 곳들이 많다. 그 중 자연의 체험을 느낄 수 있는 선유도 한강공원과 서울에서 가장 먼저 꽃이 핀다는 홍릉 수목원의 식물감상, 약령시의 한약재 골목 등을 통해 산 체험 학습의 기회가 될 듯하며 좀 더 큰 아이들이 있다면 홍대 앞 벽화골목과 아름다운 캠퍼스의 낭만을 상상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경희대, 서울대, 서울 시립대, 한양대 캠퍼스를 산책해도 참 좋을 듯 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을 미리 견학 가보는 기회가 없었는데 미리 다양한 캠퍼스를 다녀 온다면 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산업과 문화의 도시인지라 교통이 불편하고 공기가 많이 오염되었으리라 고만 생각했었는데 아직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장수마을과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들의 소개를 통해 나의 오류를 깨닫듯 언젠가는 꼭 서울의 거리를 활보하는 내 모습을 기약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