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밥상 - 밥상으로 본 조선왕조사
함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잘 먹는 일은 과식이나 절식을 피하는 조화로움, 각종 영양소를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먹는 조화로움, 또한 각자의 체질 또는 건강상태에 맞게 음식을 가려 먹으며, 싸거나 맛은 좋아도 건강을 해치는 음식을 가려 먹는 절제 등을 아우른다. -P.7 중에서- ” 

먹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넓혀가듯 많은 친교와 영역을 자리 잡는 문화라고도 생각된다. 평소 거리감이 느껴지던 사이라도 공통된 먹거리를 통해 서로 친해지듯이 말이다. 하지만 요즘 먹거리들은 예전과 같지 않다. 입에 달고 미각에 좋은 것만 찾는 나머지 정작 사람의 건강과 수명을 좀 먹는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으로 비만과 다양한 질병 속에 현대인들은 고통 받고 있는 듯하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현대적인 질병으로 고통 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았다. 지금처럼 의학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성경의 구약에도 옛날 사람들은 질병 없이 거의 100세 이상을 살다간 사람들이 많다. 어머니께서 아프신 이후 건강이나 먹거리등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되지만 옛날 사람들은 어떤 먹거리와 식습관을 취했기에 의학의 도움 없이도 많은 질병 없이 살아갈 수 있었는지 궁금하던 중 ‘왕의 밥상’ 이란 책을 보았다. 

왕의 밥상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조선시대 임금의 밥상 즉, 수라상에 관련된 왕들의 식습관과 밥상을 차리기 위해 있었던 제도, 그리고 그 노고를 담당했던 궁녀와 숙수, 관리들 및 음양오행에 의거해 먹던 법도, 왕의 밥상이라 각 지방의 진상이 올라온 만큼이나 해당지방의 사정과 백성들의 살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민감한 정치문제까지 두루 엿보며 가장 중요한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먹는다는 원칙을 알려주고 있다. 

왕들의 밥상은 역대 조선의 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를 시작으로 마지막 27대왕 순종까지의 밥상들을 통해 왕들의 식사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 역사의 일면을 배우는 것과 같기에 한문처럼 알 수 없는 고어 등의 옛말이 자주 등장할거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어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나의 편견이었고 평소 한국사와 그리고 옛말에 어려움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감선, 칠선 등이 무엇인지 역주를 달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 그런 부담감은 느끼지 못하고 아주 재미있게 조선왕들의 밥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더욱이 평소 사극드라마를 자주 보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좀 더 재미가 더해 질 책인 듯하다. 

왕의 밥상이라 하기에 난 아주 특별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도 일반서민들보다는 희귀한 음식을 많이 먹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임금도 서민들 밥상처럼 채소와 나물반찬이 많았다고 한다. 왕들이 즐겼으며 좋아했던 특별한 음식이라면 연산군이 즐기며 중종도 갖은 핑계를 들며 먹으려고 했고 조선의 역대 왕 중 장수를 했으며 강철 의지의 소유자였던 영조조차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던 ‘사슴꼬리반찬’ 이다. 나 또한 이 반찬의 맛이 참으로 궁금해졌고 우리나라에는 중국처럼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지 않았기에 차를 자주 마시는 습관이 없었다지만 현종, 숙종, 경종, 영조와 같은 왕들이 병세가 심해졌을 때 마셨다던 인삼차와 왕이 정사를 하고 나서 기력을 보하기 위해 마셨다던 쌍화차를 엿보며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따뜻한 차의 간절함이 더욱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왕에게 바치는 정규 진상 외에 특정 찬물이 필요해서 올리도록 지시하는 별례는 되도록 지시하지 않아야 유덕한 군주라고 평가 받았지만 문득 무엇이 먹고 싶으면 주저 없이 별례를 명해 시장에서 사오는 편법까지 썼다고 할 만큼 식탐이 강했던 연산군은 소의 태아까지 먹었다고 한다. 특정지역에 재해가 발생해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며 하늘과 백성에게 반성한다는 감선을 가장 많이 한 영조, 조선의 27왕들 중 가장 오랜 세월을 누리며 무려 89차례 감선을 했지만 그 중 8차례는 정치적 이유로 신하를 몰아세우려는 감선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런 감선으로 인해 사랑받는 군주라기보다 두려워하는 군주가 되기도 했지만 뛰어난 두뇌 소유자 정조보다 정치적으로 휘둘림 없이 조선의 모범 군주이며 검약을 실천하는 임금이라는 인상을 주며 개인적으로 과식은 삼가며 치우치지 않는 식사를 추구하듯 규칙적인 식습관을 지킨 영조의 식습관과 관련된 삶이 가장 기억에 남듯 현대인들의 무분별한 생활과 절제를 모르는 식습관에 반성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극 드라마 대장금을 보며 궁궐 내 밥상은 궁녀만 준비하는 줄 알았는데 부엌일이라는 게 하루 종일 서서 작업하는 고된 일인 만큼 숙수라는 남자들도 함께 준비했음과 얼마 전 막을 내린 성균관 스캔들에서 임금이 글짓기를 잘한 유생들에게 귤을 내리는 황감제란 제도 또한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왕이라 하여 각 지방 실태와 백성들의 살림을 살핀다고 진상을 받기만 한 게 아니라 처지가 어려운 백성들을 돕고 먹여주는 휼전급식이란 제도 또한 있었다고 한다.  

왕이란 자리로 인해 많은 고민과 스트레스 또한 있었겠지만 만백성을 바르게 다스려야 할 사람이란 신분으로 나라와 국민, 전 인류까지 마음에 두고 먹는 밥상이란 진실한 웰빙을 통해 자연이 있어야 사람이 있고 사람 즉,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는 모두의 소중함을 왕의 밥상을 보며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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