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6
아서 밀러 지음, 최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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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 전 이웃님이 선물해준 책이다. 난 맛있는 반찬은 먼저 집어먹고 새 옷은 바로 개시하지만 희안하게 읽고 싶은 책은 나중에 독서의 즐거움이 가장 필요한 때를 위해 아껴두는 책이다. 그래서 캐나다에 옮겨놓은 백여권의 책 중 가장 먼저 선택되는 것은 가장 관심 없는 책이라는 아이러니. 물론 그러다가 뜻 밖의 월척을 하는 경우도 무계획 도서 선정의 묘미!



평생 읽는 희곡이 열 권 이하이니 특히 선호하는 장르는 아닌 것이 분명한데 지금까지 읽은 회곡은 전부 다 좋았다. 특히 시련을 읽으면서 앞으로는 일부러 희곡 카테고리 내에서 책을 구매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승전결과 말 그대로 극적인 요소 그리고 대부분 짧은 호흡의 대사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 내 취향과 맞는 것 같다.



아서 밀러는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처음 접했는데 읽는 내 몰입도가 엄청났고 그 여운이 꽤 길어 몇 차례 더 읽었고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연극도 찾아 봤었다. 그리고 이건 나의 두번 째 아서밀러 작품이고 앞으로 밀린 작품도 다 챙겨 읽고 싶다.



시련은 1700대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마을에서 실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든 마녀사냥을 각색 재연한 극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시작으로 번지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읽는 내 참 남일 같지 않단 찝찝함이 극 전체를 감싸는 감정인 것 같다.



엄격한 기독교 사회에서 어린 소녀들의 호기심과 장난으로 늦은 밤 벌어진 악마 숭배 의식. 마을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책임자와 법적 처벌이 필요한 상황에 겁 먹은 소녀들은 본인들이 실제 이 의식을 통해 악마를 경험했고 뉘우치며 하느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온갖 이웃들을 아직 악마를 곁에 하고 있다며 밑도 끝도 없이 저격하기 시작한다.



어떤 고급 정보든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과학과 정재된 지성에 맡길 수 있는 요즘에도 어처구니 없는 결론 도출 상황이 벌어지는데 300년 전 보수적인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니 그 충격적인 전개고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법과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개인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니 결론은 와장창 날 수 밖에. 다 깨지고 부숴진 잔해 위에서 슬퍼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어리둥절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응. 다 잘 못 됐어.



연극으로 보고 싶다. 답답하고 슬퍼서 눈물이 주륵주륵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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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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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플에서 누군가 추천했던 걸 보고 읽고 싶은 책에 넣었다가 어느 중고서점에서 발견해서 밴쿠버까지 들고와 3년을 묵혀두고 이제 읽었다. 책을 산지 4년 넘은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데다가 중국 작가의 소설인 것도 몰랐다. 작가이름이 모옌인데 중국이름 같이 들려? 나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또 다른 어느 나라가 떠오르진 않는데 중국은 안 떠올라. 모옌이라는 이 작가는 무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한다.어쨌든 아무 정보없이 두꺼운 소설을 읽을 기분이 되어 꺼내 읽었는데 생각보다 배경이 너무 흥미진진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긴 어려운 중국의 가족계획 정책 그때 진짜 중국인의 삶. 한 가족 한 자녀 정책을 벌일 때 중국의 한 마을에서 정책 운영에 가장 앞장서있던 화자의 고모님 인생과 화자를 포함한 친구, 지인, 이웃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책이다.



특이하게도 책은 편지로 시작되고 챕터 별로 또 편지가 등장한다. 화자의 고모님의 일생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에 계신 스승에게 중국에 있는 제자가 편지로 그녀의 삶을 순서대로 기억하고 옮겨내 부치며 소설은 진행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중국 작가 소설을 읽은 건 허삼관매혈기 이후로 두번째인데 두 소설이 참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 둘 모두 거칠고 구질구질하고 따뜻하고 공감된다. 우리나라의 옛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에 가족의 유대나 친구간의 우정도 또 비슷한 모양새라 참 남 일처럼 읽히질 않는다.



임신 출산 욕구가 이만치 노골적으로 담긴 책도 흔치 않을텐데 점점 애 가질 생각이 없어지는 나로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국가 정책에 반하여 목숨까지 걸어가며 자식을 낳아‘대는‘ 모습이 무식하게 느껴지면서도 내가 뭔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만약 엄마이거나 출산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더 끔찍하고 세게 왔을 것 같다.



책은 내내 가족계획 정책이 시행되고 있을 적 민중의 고통을 그리고 있는데 발췌한 부분을 보니 이 소설은 500페이지 넘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걸 지금 메모해놨던 발췌를 옮기면서 알게 됐다.





-발췌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어요. 이제야 꿈에서 깬 것 같아. 이제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실은 심각한 병이라는 걸 깨달았어. 금방 다 나을 거야.



친구, 자네는 그가 모르지? 바보가 아닌 사람이 바보라는 별명을 얻으면 사실 엄청나게 자유로워지거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대가를 치러야 하잖아요. 그런데 자길 사랑하면 그런 건 필요 없거든요. 그냥 내 마음대로 사랑하면 그만이에요. 뭐든지 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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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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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드 달인 줄 알았는데 로알드였구나. 처음 읽어보지만 엄청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쓴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 중 제일 유명한 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워낙 단편을 싫어해서 단편인 거 알았으면 안 샀을텐데 읽고보니 단편이라 더 매력있는 이야기들 모음집이었다. 

발췌는 없고 감상도 없다. 그렇지만 엄청 재밌었고 심심풀이 즐겁게 독서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맛’ 안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은 마지막장이 하이라이트였다. 표지에 쓰인 추천사에 로알드 달에게 이야기의 끝만 던져주면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딱 맞다. 그냥 이야기꾼. 예상을 배신하는 재주. 읽는 내내 신문 한켠에 담긴 심심풀이땅콩 짤막한 유우머를 읽는 기분이었다.

막 든 생각인데 독서의 즐거움을 모르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 선물해도 좋을 거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그럴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에 부모님이 내게 책을 고를 자유를 주셨던 것도 있는 것 같다.중학생 때에 서점에서 샀던 책이 (제목을 잊었고 검색으로 찾는 걸도 실패했지만) 작가의 군시절 일기였던 것만해도 나는 재밌어 보이는 것만 읽어댔고, 책을 고르는 자유가 독서에 열정을 더 부추겼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는 인내하는 행위가 아니고 즐기는 행위임을 알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독서의 재미를 모르는 이에게 선물하는 용으로 이 책을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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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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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교과서 ‘행복의정복’의 저자 철학자 버들런트 러셀의 책이다. 표지가 참 좋고 제목도 참 좋아서 지인짜 좋은 책 당길 때 읽어야지 하고4년 전 사두고 아끼고 아끼다 이제 읽었는데 음 재미는 있다 없고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참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 하나 없구나 싶었다. 기대했던 것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었는데 현실은 아빠 서재에서 찾은 누런 에세이집이라니.

감상평은 없다. 근데 의외로 발췌는 많다.

발췌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력적인 행동은 그것 자체가 존경할만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 이 책에 실린 글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일반논제다.

또한 전쟁을 일으키게되면 모두가 장시간의 가혹한 노동을 해야할 것이므로 전쟁 취미도 사라질 것이다.

자신의 친구들을 대신함으로써 명예의 자리에 올랐던 프란시스 베이컨은 당연히 경험에서 나온 원숙한 가르침의 하나겠지만 ‘지식은힘이다’ 라고 단언했다.

‘무용한’ 지식의 기막힌 맛

필요한 것은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정보가 아니라 전체의 시각에서 본 인생의 목적에 관한 지식이다. 여기에는 예술, 역사, 영웅적인 사람들의 인생 접하기, 우주차원에서 볼 때 인간은 한심할 정도로 우연적이고 하루살이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 등이 포함된다.

변화에 대한 바람은 절대로 남자들에게서 나올 수 없다. 설사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라 하더라도 남성노동자들이 자기 아내들의 지위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무 목적없이 아이들과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자질을 가진 교사라면 아이들의 자유에 간섭할 필요도별로없겠지만 혹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해도 아이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이가 느낀다면 어떤 결정이든 대체로 올바를 것이기 때문이다. 규율이란 제 아무리 현명한 것이라 해도 애정과 접촉을 대신할 수 없는 법이다.

P142 니체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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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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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어디서 들어봤더라 하고 검색해봤더니 작년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인 ‘풀잎은 노래한다‘의 저자였네. 재밌는게 ‘풀잎은 노래한다‘ 읽고선 와 미혼여성이 읽으면 결혼하기 싫겠다 싶었는데 ‘다섯째 아이‘ 읽으니 애 없는 유부가 읽음 애 낳기 싫겠다 싶다. 물론 나도 그 애 없는 유부이지만 다행히 데미지는 없다. 어쨌든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인생의 단계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흥미를 느끼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하하.

세상에 없을 것 같던 내 짝을 찾은 신혼 부부. 그들의 꿈은 큰 집에서 최대한 많이 아이를 낳아 그 집을 가득 채우는 것. 넉넉치 않은 형편이지만 부부가 원하던 대저택을 얻었고 매 휴일이 올 때마다 전국각지에 흩어져있던 가족 친지를 불러모아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던 그 부부. 왜 이렇게 쉼 없이 애를 낳는지 걱정을 사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이 나름대로 아이를 계속해 낳아 키우던 이 부부에게 배에 있을 때부터 심상치 않던 다섯째 아이가 태어난다.

이 괴물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자폐도 다운증후군도 장애도 아닌 그냥 인간의 범주보단 어느 한 알려지지 않은 동물의 종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울리는 이 어린 괴물. 다운증후군 아이가 아름다워 보일 정도의 이 극단적인 캐릭터에서 우린 모성애를 느껴야 마땅할까 공포를 느껴도 되는 것일까.

‘풀잎은 노래한다‘에서도 참 좋아했던 디테일한 감정묘사가 너무 좋았다만, 태어날 때부터 괴물이었던 아이라는 설정 자체가 불쾌했고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 없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아름다운 것만 보고싶어하는 걸까.


발췌

둘은 시련과 어려움에 직면한 두 명의 노병처럼 다정한 침묵 속에 함께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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