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독일인의 사랑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22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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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이 진짜 독일인의 사랑이야기였구나. 읽으면서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의 중반부까지랑 되게 비슷한 느낌이었어. 신분 차가 있던 시대 배경에 종교가 가장 큰 가치인 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하고 일방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에의 지향도 그래. 그래서 특별함을 느끼기 보단 저런 모습의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작가가 생각보다 많구나 싶은 마음.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방문한 성의 후작 부부를 만나고 그들의 병약한 딸 마리아와 친구가 돼. 시간이 한참 흐르고 마리아에게 먼저 연락이 와 만나게 되고 마음 속 수호천사처럼 자리 잡고 있던 그녀가 사랑과 존경이 되어 우정을 빙자한 만남을 이어가다가 용기를 내 고백을 해.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드는 마리아게게 희망을 꿈꾸게 하는 사랑은 욕심일 뿐이고 마리아는 고민해. 뭐 이런 진부한 옛날 사랑이 이야기야.

아름답다고 해야할까. 사실 언제가부터 남녀간에 사랑이란 건 없다고 단정짓고 있었기에 이런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 `몰라서 하는 말이지.`란 식의 빈정대는 감상을 하게 된다. 내가 꼬인 것도 아니고 과거에 상처가 있어 방어가 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날이 갈수록 사랑이란 잡히지 않는 순간의 허상이고 사랑처럼 보이는 관계를 이어나가게 하는 것은 의리, 동정, 성욕, 책임감, 관습 등이 아닌가 싶더라고. 당장은 죽을 듯 사랑해도 시간이 지나 그 감정이 흐트러지고 다른 요소로 지치게든 질리게든 되면 그 때는 또 다른 자극거리에 눈이 돌아가고 낭만의 열정은 옮겨가게 마련이고.

좁은 문도 독일인의 사랑도 상대가 지체 높은 가문의 따님, 본인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연상이었는지는 모르겠음) 여인, 어떤 누구와도 대체 불가능한 높은 경지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 어릴적부터 마음에 담아 온 첫사랑이다. 고전 작가들의 취향인지 남자들의 취향인 몰라도 정신적으로 성숙한 여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현재 내 주변의 남자들과는 참 다르다싶네. 어리고 발랄한 친구들의 애교에 침 흘리는게 대다수 아니었나.

아픈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도 이곳 저곳에서 간간히 나오는 데 그것도 희한하다. 그냥 콜록콜록 아픈게 아니고 당장 오늘 내일 하는데도 아무 두려움 없이 사랑한다고 한다. 성욕이 밀려난 경지의 사랑인건가. 그런 사랑은 왜 어쩌다 하는거지(막스 밀러가 마지막 발췌로 대답합니다)

발췌

우리는 일어서기, 걷기, 말하기, 읽기를 배우지만 사랑은 배울 필요가 없다. 사랑은 생명처럼 태어날 때부터 우리 안에 있다. 그래서 사랑을 존재의 가장 깊은 바탕이라 하지 않던가.

어린아이는 `남`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다.

요구하는 사랑일 뿐 헌신하는 사랑이 아니다. 나의 것이 되겠느냐고 묻는 사랑일 뿐 너의 것이 되겠다고 말하는 사랑이 아니다. 이기적이고 의심하는 사랑일 뿐이다.

살면서 격한 마음은 누그러뜨리되 유순한 마음을 완강하게 하진 마.

인간을 일생에 한번쯤 자신이 하찮은 존재임을 깨달아야 하는 거야.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고 자신의 존재와 기원 그리고 영원한 생명은 초자연적인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 뿌리 박고 있음을 느껴야 하지.

인간은 어째서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도 있음을 생각지 않고, 시간을 잃는 것은 영원을 잃는 것과 같음을 모른 채, 자신이 하는 최선의 것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다음으로 미루는가.

˝그런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왜냐고?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봐. 들에 핀 꽃에게 왜 피었냐고 물어봐. 태양에게 왜 햇빛을 비추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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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열정 2017-11-04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요즘 시대에 이 책은 조금은 진부하게 보일 수 있는데 리뷰를 너무 잘 써주셔서 이 책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Cindy.K 2017-11-10 14:29   좋아요 0 | URL
덕분에 저도 다시 제 감상을 오랜만에 읽어보네요 ^^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