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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평점 :
시작부터 사람 기죽이는 가계도. 살짝만 보면 알겠지만 대대손손 같은 이름을 반복해서 써서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이름의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호세 아르까디오 1, 호세 아르까디오2 이렇게 숫자라도 달아주면 좋으련만.
1960년대 작이라고 하는데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되게 좋아했던 두 책의 구성과 같아 좋아했던 그 두 권이 분명히 백년의 고독의 영향을 받았거나 대놓고 백년의 고독의 오마주였거나 했던 것 같다. 그 두 권은 오스카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과 천명관의 고래다. 한 가문의 몇 대에 걸친 대서사시라는 부분과 p446에서 문장을 끝맺지 않고 길고 장황하게 같은 톤과 라임으로 주절대는 부분은 천명관 고래에서 제일 좋아했던 찰진 욕메들리 장면과 그저 겹쳤다.
줄거리를 말하라면,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이 새운 마꼰도라는 도시의 정착 과정부터 부흥기 침체기 전쟁 멸망까지를 겪으면서 시기별로 새롭게 등장하는 부엔디아 집안 5대에 걸친 인물들 개인사들의 나열이랄까.
재밌었다. 나도 이렇게 발췌가 많은 지 몰랐는데 옮기면서 깜짝 놀랐다. 인간 사는 모습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두 비슷한 것 같다.
발췌 공격 시작!
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죽을 때까지 사랑보다 더 끈끈한 연대의식, 즉 공통의 양심에 가책을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단순한 화풀이 수단에 불과 했다.
그는 항상 그녀 옆에 있고 싶고, 그녀가 차라리 어머니 라면 좋겠고, 그녀가 곡식 창고에서 절대로 나가지 않고서 자신에게 “정말 끝내주네”라고 말해 주고, 다시 자신의 몸을 만저주면서 “정말 끝내 준다니까”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고통은 육체적인 것으로서, 신발 속에 들어간 작은 돌맹이처럼 걷는 데도 지장을 초래 할 정도였다.
절망감으로 정신이 돌아버린 레베카는 한 밤 중에 일어나 공 고통과 분노의 휩싸여 흐느껴 우는 가운데 말랑말랑한 지렁이를 씹어 먹고 달팽이 껍질을 어금니로 아삭아삭 깨물어대면서 죽어도 좋다는 듯이 게걸스럽게 마당 흙을 몇 주먹 퍼먹었다.
“ 친구, 한가지만 얘기 해 주게, 차는 왜 전쟁을 하고 있는가?”
“ 왜라니, 친구. 위대한 자유당은 위해서지”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이 대답했다.
“ 그걸 알다니 자넨 행복한 사람이군. 난 말이야, 자존심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걸 이제야 겨우 깨닫게 되었네.” 그가 말했다
학교의 책임은 늪지대에서 보내온 늙은 선생 돈 멜초르 에스칼로나가 맡았는데, 그는 게으름을 피우는 학생들은 자갈이 깔린 마당을 무릎으로 걷게하고, 입이 거친 학생들에게는 매운 고추를 먹게 해 학부모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모두 다 똑같아. 처음에는 잘들 잘 하고, 말 잘 듣고, 예의 바르고, 파리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던 애들이 그저 수염만 나기 시작하면 못된 짓을 한단 말이야.
사실, 정상적인 상태, 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그 끝없는 전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었다.
그렇게 말했을 때도, 그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끝내는 것보다 더 쉽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한 바퀴를 돌아 우리가 처음으로 되돌아가 있는 것 같다니까.
그건 단념하시오. 죽을 때까지 연금을 기다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연금을 거부했다는 건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단 하루 사이에, 삶은 부모가 수년 동안 그녀에게 교묘하게 숨겨왔던 현실의 모든 무게를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그녀 위로 얹어 버렸다.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어디 있는지 물으면, 모든 어머니들은 그를 자기 딸들에게 데려갔다.
언제나, 자나깨나, 가장 황홀한 순간이나 가장 비참한 순간에도 항상 레베카를 생각했는데, 그것은 고독이 그녀에게 추억을 걸러주고, 살아가면서 그녀의 마음에 쌓였던 추억의 쓰레기들 가운데 둔감해진 부분을 불살라 주고, 나머지 추억, 즉 가장 고통스러운 추억을 순화시켜 주고, 확대시켜 주고, 영원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녀의 본능은 가히 놀랄 만한 것이어서 그녀가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유행을 멀리 하면 할수록, 즉흥적인 면에 따라 구습을 극복하면 할수록 그녀의 경이적인 아름다움은 더욱더 뇌쇄적이 되었으며, 남자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더욱더 자극적이 되었다.
사람은 죽어야 할 때 죽는 게 아니라 죽을 수 있을 때 죽는거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려주세요.
사실, 메메는 그 누구를 귀찮게 할만큼 한가하지가 않았다.
“ 바구니에 담겨 물에 떠내려오는 걸 우리가 발견 했다고 말할 거예요” 페르난다가 미소를 지었다.
“ 그런 얘긴 아무도 믿지 않을 건데요” 수녀가 말했다.
“ 성경에 나오는 얘기를 믿는다면, 그와 똑같은 내 얘기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봐요” 페르난다가 대답했다.
공기가 어찌나 축축했는지, 물고기들이 문으로 들어와서는 방 안 공기 속을 헤엄쳐 창문을 통해 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시간은 흐르게 마련인데, 제가 뭘 바라겠어요.
인생의 성숙기를 맞았던 그녀는 가난이 사랑의 하인이라는 젊은이들 사이의 미신을 다시금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