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개정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책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항상하던 습관인 책 표지 찍기를 잊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못 가네. 한나랑 송리단길 카페 가배도에 가서 커피 찍다 옆에 잘려 나온 사진.

독서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그림들과 함께 여자 독자에 대한 역사와 그 변화를 이야기한다. ‘책 읽는 여자’ 자체에 대해서도 나오지만 더 재밌는 건 그들에 대한 시선이었다. 수백 년이 지났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시선과 그 시선을 의식하는 (또는 시선이 의식되는) 독자의 감정까지도 다룬다.

책 읽으면서 느끼는 묘한 허영심과 아닌 듯 젠체하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간파 당한 듯 부끄러우면서도 어느 부분에선 내 감정을 읽어주었다는 기분에 작가와 통했다는 신기한 희열도 있었다.

제일 좋은 건 명작! 아닌 그림을 읽는 방법을 어렴풋하게 배운 것 같다. 관찰자와 모델 사이의 기류와 의도를 계속 해석해주기 때문에 인물화를 보는 방법을 자연히 알게된다. 그 점이 나는 제일 좋았다. 한정된 캔버스 안에 캡처된 장치와 소품들엔 모두 뜻이 있다는 것.

재밌었다. 희승언니에게 선물했다.

발췌

독서는 유쾌한 고립 행위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예의 바르게 자신을 접근하기 힘든 존재로 만든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책을 읽었다는 인상’을 다른 사람에게서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즉 후원자로서의 역할이 독자로서의 역할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다. 후원자는 작가보다 신분이 훨씬 높았으며,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고상한 노동이었을 뿐이다. 몰리에르를 지지하고 후원했지만 몰리에르가 이 시대의 보기 드문 천재’라는 부알로의 이야기를 듣고서 놀랐다는 루이14세의 일화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그림에서 우연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흩어져 있는 악보, 동판화 그리고 필기도구는 나태함을 증언한다. 사치, 취미와 더불어 나태함은 화려한 개인 방을 장식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세 번째 기준이었다.

책 읽기는 삶을 살고 견디도록 고무하는 것이다. 독서를 삶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책에서 치유력을 빼앗는 것이며 열정에서 고통의 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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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 Bible 2019-06-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굽게 판단하지 말며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며 또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지혜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인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
신명기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