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있을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할 책이다. 우선 어릴 때 많이 좋아했던 작가고 가볍고 쉬운 책을 읽고 싶었어서 시기 상 참 반가웠다. 그리고 요즘 혼자 하는 고민에 많이 닿아있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아주 치열하게, 노골적이고 악랄하게 쓰였길 바랐는데 아쉽게도 현실을 빙자했지만 여전히 미화되어서 그 어떤 사랑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게 아쉬웠다. 그리고 키스앤텔 이후 21년 만의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그 사이 ‘알랭 드 보통 스타일‘이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실망스럽기도 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라비와 커스틴의 연애부터 결혼생활 20년까지 함께 속속들이 살펴보는 알랭 드 보통 가이드 결혼생활 투어 시점의 소설이다. 스무살부터 시작된 본격연애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죄다 아름답게 종결나지 못한 데 대한 스스로의 고민이 요즘 최고조인 상태인데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독신이 답인가‘하는 고민에 그래! 그거야!하며 기름을 부어주고 있다.
결국은 미완성의 남녀가 긴 시간동안 끝없는 갈등을 겪으며 서로의 선생과 제자로 이해와 양보를 배우고 가르치고 진정한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는 이야기인데 혼자면 안해도 되는걸 왜 함께이길 택해서 고통스럽게 성장해내고야 말아야 한다는 거야. 더 최악은 이 소설대로만 된다면 거의 탑 오브 탑 급으로 바람직하게 성장한 부부의 모습이라는 거야. 대부분은 본인과 상대의 다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식도 없이 애에 치이고 돈에 치이고 잔소리와 스트레스에 치이다가 논쟁도 지친다 나 입 다물게 너도 입 좀 다물어라 하다 같이 안 살면 뭐 달리 방법이 있나 하며 중년과 노년을 흘러보내지 않을까.
전전전 남자친구에게 나에게 방어기제가 강하게 있는 것 같단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걸 적극적으로 살펴보지 못했었거든. 근데 아내 커스틴의 문제 였던 회피애착 유형에 내가 해당하는 것 같아서 한번 이 기회에 나를 샅샅히 이해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프로이트 딸래미가 쓴 자아와 방어기제를 주문했습니다.
리뷰 쓰다가 잠깐 재고 정리 했는데 그 와중에 허리 삐끗해서 나 지금 넘나 몸 불편하고 혼자 이렇게 살면 너무 쓸쓸하고 고독할 것 같아서 남편이 있었음 좋겠고 그렇다. 결국 나는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 하겠지. 내 삶의 흐름은 의도하지 않아도 언제나 평균을 벗어나지 않아왔으니. 그리 되겠지.
-발췌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발트 해의 누드 비치에서 피부를 태우는 질긴 가죽 같은 피부의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흐를 만큼의 성적 긴장을 느끼며 부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다.
성적 욕구는 확고히 친밀해지고자 하는 염원에서 나오며, 그렇기에 사전의 거리감을 전제로 하고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혼인 서약은 완전히 새롭게 쓰일 것이다. 제단에 서서 부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후에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우리 인생에서 최악의 결정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공황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도 약속합니다. 모든 인간은 언제나 구제불능, 우리는 정신이 나간 종(種)입니다.˝
냉소는 너무 쉽고, 그래서 얻는 것이 없다.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