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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북플에서 누군가 추천했던 걸 보고 읽고 싶은 책에 넣었다가 어느 중고서점에서 발견해서 밴쿠버까지 들고와 3년을 묵혀두고 이제 읽었다. 책을 산지 4년 넘은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데다가 중국 작가의 소설인 것도 몰랐다. 작가이름이 모옌인데 중국이름 같이 들려? 나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또 다른 어느 나라가 떠오르진 않는데 중국은 안 떠올라. 모옌이라는 이 작가는 무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한다.어쨌든 아무 정보없이 두꺼운 소설을 읽을 기분이 되어 꺼내 읽었는데 생각보다 배경이 너무 흥미진진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긴 어려운 중국의 가족계획 정책 그때 진짜 중국인의 삶. 한 가족 한 자녀 정책을 벌일 때 중국의 한 마을에서 정책 운영에 가장 앞장서있던 화자의 고모님 인생과 화자를 포함한 친구, 지인, 이웃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책이다.
특이하게도 책은 편지로 시작되고 챕터 별로 또 편지가 등장한다. 화자의 고모님의 일생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에 계신 스승에게 중국에 있는 제자가 편지로 그녀의 삶을 순서대로 기억하고 옮겨내 부치며 소설은 진행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중국 작가 소설을 읽은 건 허삼관매혈기 이후로 두번째인데 두 소설이 참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 둘 모두 거칠고 구질구질하고 따뜻하고 공감된다. 우리나라의 옛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에 가족의 유대나 친구간의 우정도 또 비슷한 모양새라 참 남 일처럼 읽히질 않는다.
임신 출산 욕구가 이만치 노골적으로 담긴 책도 흔치 않을텐데 점점 애 가질 생각이 없어지는 나로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국가 정책에 반하여 목숨까지 걸어가며 자식을 낳아‘대는‘ 모습이 무식하게 느껴지면서도 내가 뭔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만약 엄마이거나 출산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더 끔찍하고 세게 왔을 것 같다.
책은 내내 가족계획 정책이 시행되고 있을 적 민중의 고통을 그리고 있는데 발췌한 부분을 보니 이 소설은 500페이지 넘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걸 지금 메모해놨던 발췌를 옮기면서 알게 됐다.
-발췌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어요. 이제야 꿈에서 깬 것 같아. 이제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실은 심각한 병이라는 걸 깨달았어. 금방 다 나을 거야.
친구, 자네는 그가 모르지? 바보가 아닌 사람이 바보라는 별명을 얻으면 사실 엄청나게 자유로워지거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대가를 치러야 하잖아요. 그런데 자길 사랑하면 그런 건 필요 없거든요. 그냥 내 마음대로 사랑하면 그만이에요. 뭐든지 내 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