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 어디서 들어봤더라 하고 검색해봤더니 작년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인 ‘풀잎은 노래한다‘의 저자였네. 재밌는게 ‘풀잎은 노래한다‘ 읽고선 와 미혼여성이 읽으면 결혼하기 싫겠다 싶었는데 ‘다섯째 아이‘ 읽으니 애 없는 유부가 읽음 애 낳기 싫겠다 싶다. 물론 나도 그 애 없는 유부이지만 다행히 데미지는 없다. 어쨌든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인생의 단계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흥미를 느끼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하하. 세상에 없을 것 같던 내 짝을 찾은 신혼 부부. 그들의 꿈은 큰 집에서 최대한 많이 아이를 낳아 그 집을 가득 채우는 것. 넉넉치 않은 형편이지만 부부가 원하던 대저택을 얻었고 매 휴일이 올 때마다 전국각지에 흩어져있던 가족 친지를 불러모아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던 그 부부. 왜 이렇게 쉼 없이 애를 낳는지 걱정을 사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이 나름대로 아이를 계속해 낳아 키우던 이 부부에게 배에 있을 때부터 심상치 않던 다섯째 아이가 태어난다.이 괴물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자폐도 다운증후군도 장애도 아닌 그냥 인간의 범주보단 어느 한 알려지지 않은 동물의 종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울리는 이 어린 괴물. 다운증후군 아이가 아름다워 보일 정도의 이 극단적인 캐릭터에서 우린 모성애를 느껴야 마땅할까 공포를 느껴도 되는 것일까. ‘풀잎은 노래한다‘에서도 참 좋아했던 디테일한 감정묘사가 너무 좋았다만, 태어날 때부터 괴물이었던 아이라는 설정 자체가 불쾌했고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 없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아름다운 것만 보고싶어하는 걸까. 발췌둘은 시련과 어려움에 직면한 두 명의 노병처럼 다정한 침묵 속에 함께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