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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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독서모임 책이었는데 못오는 사람이 많아서 다음주로 밀렸다. 다 못읽고 갈까봐 급히 읽은 감이 없지 않은데 아쉽다. 그렇다고 안 읽은 부분은 없어서 다시 읽기도 뭐하다. 뭐냐. 그나저나 결혼하고 첫 독서모임 책이 사랑의 기술이라니. 완전 우연이었지만 신기하고 좋았다.

제목만 봤을 때 예상되는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 트러블은 이렇게 이겨내야함! 하는 지침서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의존과 불안의 근원, 사랑하기 어려운 자본주의 사회 분위기를 짚어주며 사랑을 진정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다보니 어쩜 이리도 희망적인지! 책의 내용에 나를 대입했을 때 다행히 사랑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그동안은 사랑(여기서 사랑은 감정이라기 상호성에 가까운 듯하다.)을 하려 굳이 노력하지 않았던 거라고 이해했다. 우리의 사랑에 방해 요소가 될 만한 내 문제점도 찾았고 또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랑에서의 강점도 보였다. 읽는 내내 그저 잘해보고 싶단 마음 뿐. 남녀 간의 사랑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에 진실된 공감이 있는 관계를 갖기 위한 좋은 조언들이 들어있었다. 좋은 책이다! 읽으면서 남편도 읽었으면 했는데 읽을 것 같지도 않고 읽는다 해도 나와 같은 감탄을 할 것 같지 않아 말도 꺼내지 않기로 했다. 다른 이야기인데, 한때 책 읽는 남편을 한때 꿈꿨었으나 책 읽는 남자친구들을 몇 만나고나니 꿈꿀 거리도 아니었고 중요한 사항도 전혀 아니더라. 어쨌든 읽는 내내 내 상황에 적용해보며 간접적으로 대비를 하고 익힌 것 같아 한수 배우는 독서가 된 듯해 즐거웠다. 그리고 좋은 책을 읽으며 우리 부부생활에 긍정적으로 적용해보려는 나를 와이프로 둔 김지태는 얼마나 복 받은 놈인가 싶고 부러워졌다. 나도 나같은 남편 갖고싶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관계에 도움되는 마음가짐을 이끌어내주는 현명한 책이었지만 남녀관계를 조금 더 동물의 것으로 보는 입장인 나와 생각 차는 계속 보였다.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도 듣기 좋아서 ˝공감하기 어렵네!˝하지 않고 즐겁게 읽었다. 좋은게 좋은거여. 결혼까지 한 마당에 언제까지 ˝사랑이란거 까놓고 말해 결국은 성욕 아니야?˝를 말할거냐. 아 물론 저는 성욕 때문에 결혼한게 아닙니다만(정색) 왜냐하면 결혼한 후부터 조금씩 사랑하는 것 같기 때문에. 그렇다면 결혼을 하고 보니 성욕이 생겼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요(혼란) 혹시 아직 사랑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건 아직 덜 꼴렸기 때문일까요. 그만하겠습니다.

이 책은 저와 함께 밴쿠버에 가야하겠습니다.

발췌

자신의 교환 가치의 한계를 고려하면서 서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최상의 대상을 찾아낸다고 느낄 때에만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사랑은 인간으로 하여금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하면서도 각자에게 각자의 특성을 허용하고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시킨다. 사랑에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강렬한 감정만은 아니다. 이것은 결단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나는 신이 ‘~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면 될수록 신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조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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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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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이번주 책. 조금 전에 피맥하며 이야기하고 들어왔다. 요즘 책 읽을 정신도 없고 왠지 책 읽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거의 한달 넘게 독서모임 책 말고는 안 읽고 있다. 근데 독서모임책 비문학 책은 읽는 즐거움이 떨어지고 앎의 즐거움이 주라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으며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을 느꼈다.

평화롭게 살던 스물일곱살 가정부 카타리나 블룸은 절도범 남자친구 은닉 혐의로 사건과 함께 그녀의 사생활이 크게 화제가 된다.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는 과장 왜곡되어 자극적으로 기사화되고 잠잠해질 틈 없이 연이어 기사거리가 뽑아져나오고. 그녀를 돕는 사람들이 곤경에 빠지고 암 걸린 어머니는 우연의 일치인지 예상보다 빠르게 임종을 맞고. 남자친구가 체포되며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오나 할 쯤 기자 살인.

숙덕대기 좋은 조건의 여성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을 때 승냥이처럼 달려드는 언론에 대한 분노와 참 매력적인 카타리나 블룸에 대한 동정과 연민으로 지루할 새 없이 한권이 순식간에 읽힌다.

줄거리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데 와 이렇게 맛깔나게 글 쓰는 작가 되게 오랜만에 봤다. 나 말고 우리 모임분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다른 작품도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현이가 오늘 롤리타 리뷰를 썼는데 읽으면서 피식대게 만드는 재치와 후져서 세련된 차별적인 문장들이 되게 매력있었다. 하인리히 뵐. 좋으네여.

아 그리고 뭔가 소설 전체 그림이 크고 명확하게 그려진 상태에서 쓰인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문장은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무성의한척 흐느적거리지만 막상 시간을 넘나드는 배치와 구상이 착착 말끔히 떨어지는게 작가 스스로 참 정돈이 잘 되어있는 소설이라 느꼈다.

발췌

국가가ㅡ이렇게 그녀는 표현했다ㅡ이런 오욕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고 그녀의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지 물었다.

침실에서는 오데콜롱 병울 던졌다는 것을 덧붙여야 할까?

카타리나의 아버지가 위장한 공산주의자였다는, 게멜브로이히의 한 신부가 제공한 놀랄 만한 ㅡ 관계자 모두를 놀라게한 ㅡ 정보가 사실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블로르나는 하루 날을 잡아 그 마을로 갔다. 우선, 이 신부는 자신의 진술을 거듭 확인해 주었고, <차이퉁>이 그의 말을 그대로 올바르게 인용했다고 인정했으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제시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심지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자신의 후각이 항상 믿을 만하다며, 블룸이 공산주의자라는 냄새를 그냥 맡았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에게 저지되고 숙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들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다고 한다. 그랬다고 한다. 슈트로입레더는 곧이어 숙녀의 정의가 저렇게 독설을 퍼붓는 여자에게도 해당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특히 비극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게 비쏘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한 번만 더, 한 마디라도 재수 없는 말을 더 듣게 되면, 그때는ㅡ그래, 그때는 정말 다 끝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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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있을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할 책이다. 우선 어릴 때 많이 좋아했던 작가고 가볍고 쉬운 책을 읽고 싶었어서 시기 상 참 반가웠다. 그리고 요즘 혼자 하는 고민에 많이 닿아있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아주 치열하게, 노골적이고 악랄하게 쓰였길 바랐는데 아쉽게도 현실을 빙자했지만 여전히 미화되어서 그 어떤 사랑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게 아쉬웠다. 그리고 키스앤텔 이후 21년 만의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그 사이 ‘알랭 드 보통 스타일‘이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실망스럽기도 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라비와 커스틴의 연애부터 결혼생활 20년까지 함께 속속들이 살펴보는 알랭 드 보통 가이드 결혼생활 투어 시점의 소설이다. 스무살부터 시작된 본격연애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죄다 아름답게 종결나지 못한 데 대한 스스로의 고민이 요즘 최고조인 상태인데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독신이 답인가‘하는 고민에 그래! 그거야!하며 기름을 부어주고 있다.

결국은 미완성의 남녀가 긴 시간동안 끝없는 갈등을 겪으며 서로의 선생과 제자로 이해와 양보를 배우고 가르치고 진정한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는 이야기인데 혼자면 안해도 되는걸 왜 함께이길 택해서 고통스럽게 성장해내고야 말아야 한다는 거야. 더 최악은 이 소설대로만 된다면 거의 탑 오브 탑 급으로 바람직하게 성장한 부부의 모습이라는 거야. 대부분은 본인과 상대의 다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식도 없이 애에 치이고 돈에 치이고 잔소리와 스트레스에 치이다가 논쟁도 지친다 나 입 다물게 너도 입 좀 다물어라 하다 같이 안 살면 뭐 달리 방법이 있나 하며 중년과 노년을 흘러보내지 않을까.

전전전 남자친구에게 나에게 방어기제가 강하게 있는 것 같단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걸 적극적으로 살펴보지 못했었거든. 근데 아내 커스틴의 문제 였던 회피애착 유형에 내가 해당하는 것 같아서 한번 이 기회에 나를 샅샅히 이해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프로이트 딸래미가 쓴 자아와 방어기제를 주문했습니다.

리뷰 쓰다가 잠깐 재고 정리 했는데 그 와중에 허리 삐끗해서 나 지금 넘나 몸 불편하고 혼자 이렇게 살면 너무 쓸쓸하고 고독할 것 같아서 남편이 있었음 좋겠고 그렇다. 결국 나는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 하겠지. 내 삶의 흐름은 의도하지 않아도 언제나 평균을 벗어나지 않아왔으니. 그리 되겠지.

-발췌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발트 해의 누드 비치에서 피부를 태우는 질긴 가죽 같은 피부의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흐를 만큼의 성적 긴장을 느끼며 부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다.

성적 욕구는 확고히 친밀해지고자 하는 염원에서 나오며, 그렇기에 사전의 거리감을 전제로 하고

사랑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혼인 서약은 완전히 새롭게 쓰일 것이다. 제단에 서서 부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년 후에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우리 인생에서 최악의 결정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공황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도 약속합니다. 모든 인간은 언제나 구제불능, 우리는 정신이 나간 종(種)입니다.˝
냉소는 너무 쉽고, 그래서 얻는 것이 없다.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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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7-01-2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다들 리뷰말고 독후감을 쓰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서평다운 서평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좋습니다. 잘 읽고 가요^^

Cindy.K 2017-01-26 11:18   좋아요 1 | URL
댓글 감사합니다 ! 어설픈 기록이지만 이거라도 해야 나중에 기억이 나더라고요^^

2017-02-09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분과 전체 - 정식 한국어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김재영 감수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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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차 대전 전후에 가장 유능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책이고 물리학과 더불어 종교, 사회, 철학 등 과학과 연관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친구, 동료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본인이 대화하고 본인이 회고하니 미화된 감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신념과 철학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이 읽는내내 따뜻하여 건강한 의식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처럼 재밌게 읽었다.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모임좡님의 논제는 이러하였다.

1. (4. 역사에 관한 교훈)
이 대화에서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개인과 집단에 관해 토론합니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에게 다음과 같이 두 질문을 던집니다. 먼저 하이젠베르크는 어떤 시대적,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면 그런 시대적 사명에 비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하찮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린 개인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또 이들의 행동을 평가할 기준이 존재할지에 관해 묻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둘째로 하이젠베르크는 집단적 가치를 중시하는 프러시아 규율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취합니다. 개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덴마크 출신의 보어는 이에 대해 경계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러한 두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2. (7. 자연과학과 종교에 대한 첫 대화)
여기서 등장인물들은 객관적 세계를 묘사하는 자연과학과 주관적 세계를 이야기하는 종교에 대해서 토론합니다. 종교와 자연과학은 어디까지 양립가능할까요? 더불어 다른 분야-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등-과 이 두 분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3. (8. 원자물리학과 실용주의적 사고방식)
여기서는 하이젠베르크와 미국인 기술자 버튼 사이의 대화가 주를 이룹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과학적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버튼에게 하이젠베르크는 자연과학이란 공리계에서 출발하여 법칙으로 정당화되는 일련의 지식체계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한편으로 다른 분야는 자연과학과 비교해서 지식체계의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논해봅시다.

4. (14. 정치적 파국에서 개인의 행위)
하이젠베르크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적 상황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동료 과학자들과 의견을 달리합니다. 그는 모든 파멸적 상황이 끝나면 다시 독일을 재건해야 할 때가 오며 그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남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강한 신념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나치에 이용될 수도 있던 당시 상황에서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일으킵니다. 이런 태도는 결과론적으로 평가해야하는 것일까요.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5. (16. 연구자의 책임에 관하여)

과학적 성과에 대한 시각은 크게 발견과 발명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다른 분야의 성과는 어느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도 이야기해봅시다.
한편 두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 과학적 성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봅시다. 과학적 성과가 발명이라면 발명자에게 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논해봅시다. 또 현대 사회에 와서는 과학적 성과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봅시다.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젊은이들의 삶을 뒤로하고 국긱에 집중하는 광기과 최근 박근혜 하야를 외치던 광화문 시민들을 비교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선동‘이란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했(들었)다. 원자폭탄의 발명에 결적적 발견을 하게된 물리학자가 비판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과학과 공존할 수 없는 종교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도 이야기했다. 위에 논제에 있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다시 내가 쓰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러했다.

과학 관련 책은 처음이었는데 문장이 매끄럽고 나같은 무식자도 이해하기 쉽게 자상한 대화가 이어져서 세계2차대전 당시 사회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과학의 영역과 그들의 고민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되게 중요한 이슈이지만 막상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거리를 이 참에 생각이나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행여 뭐가 옳은지 의식이 없더라도 책 속의 대화를 읽으며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 좋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을 나는 거진 다 처음 들어봤는데 고등학교 이과과정을 들었다면 알 수 있는 정도로 되게 유명한 인물들이라고 한다. 다행히 나는 문과고 떳떳하게 난 모르는데? 문과거둔? 암튼. 비문학에 낯선 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좋은 입문서였다. 추천합니다. 대신 챕터 잘 골라 읽으세요. 1장부터 읽다간 3페이지만에 벽에 머리 박을 수 있습니다.

즐거운 독서였고 좋은 책이었다. 위 부분 외에도 읽고 발췌와 감상을 보충하겠다.

발췌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 던질까,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하면 맞힐 확률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머리를 쓰지 않고 그냥 맞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또 달라지고 정말로 맞힐 수 있게 되지요.

종교는 일종의 아편이야. 민중이 행복한 소망 가운데 취하여 자신들이 당하는 불의를 용납하도록 건네진 아편이지.

우리 없이도 이미 늘 존재해왔고,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분명한 연관이 말이에요. 그런 연관이 우리 과학의 원래 내용일 거예요.

올바른 주장의 반대는 잘못된 주장이다. 그러나 심오한 진리의 반대는 다시금 심오한 진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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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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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 블로그에서 보고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 마침 yes24 중고서점에 최상급으로 있길래 사봤다. 나는 주로 책을 중고로 사는데 손이 탄 중고책에는 영혼이 담겨있을지 모른다는 이상한 두려움이 있어서(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린 조금이라도 낡은 책은 침대 머리맡에 두는 것도 께름칙하다.) 최상에서만 고른다. 그럼 정말 새책인데 가격만 중고가격인 중고책을 살 수 있다.

책 덮자마자 나도 모르게 ˝와.....˝ 했다.

가격, 시간, 수치 등 수로 나열되는 기억들을 따라 2대에 걸친 두 사람 두 부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삶은 고통이고 비극 속에 행복이 있다. 1,2부에서 아버지가 레옹과 조세핀에게 들려주는 행복만이 남은 그의 인생이야기를, 3부에서는 조세핀이 아버지에게 들려주는 행복만이 남은 그녀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년기, 죽음, 가출, 첫 만남, 출산, 외도, 실직, 이혼, 죽음, 그 사건, 치료, 희망, 죽음, 용서, 결국 행복만을 보았다.

작가가 유명 카피라이터 출신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문장이 남달랐다. 대단히 복잡하고 예민하고 아름다운 문장은 분명 아니었지만 군더더기가 없었고 (마치 버릇처럼 반복하던데)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무형의 대상을 형상화한게 좋았다. 나도 평소에 말이나 글이나 생각을 할 때 습관적으로 하는 짓이어서 어려운 문장보다 훨씬 담백하고 진실되게 이해가 됐다.

극적인 요소가 분명 있지만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더하면 더할지 모를 앞으로의 삶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행복만을 보게 될 거라는 희망에 따뜻하고 기분 좋게 읽었다.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고 사람인 것 같다. 나와 내 주변 사람. 이해하는 마음과 이해 받는 즐거움.

발췌

인생이 우리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어.

유년기는 너무도 짧았어. 우리가 양팔을 벌려 안으려는 순간, 저절로 품 안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오산한 바로 그 순간에 눈앞에서 지나가 버리고 말았지. 유년기의 일부를 간직하는 게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끈이었거늘.

세상 모든 사람은 백지 상태를 꿈꾸지만, 불행히도 결국엔 하얀 종이 위에 뭐라고 써 있는 글자를 발견하고 말지.

지속되지 않는 순간을 원했으니까. 수차례의 처음과 마지막을 원했지. 우리 부부 사이는 지속과 확신을 향해가야 했는데, 나탈리는 계속 뜨거운 열과 독을 꿈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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