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 정식 한국어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김재영 감수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 2차 대전 전후에 가장 유능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책이고 물리학과 더불어 종교, 사회, 철학 등 과학과 연관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친구, 동료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본인이 대화하고 본인이 회고하니 미화된 감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신념과 철학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이 읽는내내 따뜻하여 건강한 의식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처럼 재밌게 읽었다.

언제나 감탄이 나오는 모임좡님의 논제는 이러하였다.

1. (4. 역사에 관한 교훈)
이 대화에서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개인과 집단에 관해 토론합니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에게 다음과 같이 두 질문을 던집니다. 먼저 하이젠베르크는 어떤 시대적,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면 그런 시대적 사명에 비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하찮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린 개인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또 이들의 행동을 평가할 기준이 존재할지에 관해 묻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둘째로 하이젠베르크는 집단적 가치를 중시하는 프러시아 규율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취합니다. 개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덴마크 출신의 보어는 이에 대해 경계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러한 두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2. (7. 자연과학과 종교에 대한 첫 대화)
여기서 등장인물들은 객관적 세계를 묘사하는 자연과학과 주관적 세계를 이야기하는 종교에 대해서 토론합니다. 종교와 자연과학은 어디까지 양립가능할까요? 더불어 다른 분야-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등-과 이 두 분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3. (8. 원자물리학과 실용주의적 사고방식)
여기서는 하이젠베르크와 미국인 기술자 버튼 사이의 대화가 주를 이룹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과학적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버튼에게 하이젠베르크는 자연과학이란 공리계에서 출발하여 법칙으로 정당화되는 일련의 지식체계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한편으로 다른 분야는 자연과학과 비교해서 지식체계의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논해봅시다.

4. (14. 정치적 파국에서 개인의 행위)
하이젠베르크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적 상황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동료 과학자들과 의견을 달리합니다. 그는 모든 파멸적 상황이 끝나면 다시 독일을 재건해야 할 때가 오며 그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남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강한 신념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나치에 이용될 수도 있던 당시 상황에서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일으킵니다. 이런 태도는 결과론적으로 평가해야하는 것일까요.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5. (16. 연구자의 책임에 관하여)

과학적 성과에 대한 시각은 크게 발견과 발명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해봅시다. 다른 분야의 성과는 어느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도 이야기해봅시다.
한편 두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 과학적 성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봅시다. 과학적 성과가 발명이라면 발명자에게 그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논해봅시다. 또 현대 사회에 와서는 과학적 성과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봅시다.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젊은이들의 삶을 뒤로하고 국긱에 집중하는 광기과 최근 박근혜 하야를 외치던 광화문 시민들을 비교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선동‘이란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했(들었)다. 원자폭탄의 발명에 결적적 발견을 하게된 물리학자가 비판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과학과 공존할 수 없는 종교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도 이야기했다. 위에 논제에 있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다시 내가 쓰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러했다.

과학 관련 책은 처음이었는데 문장이 매끄럽고 나같은 무식자도 이해하기 쉽게 자상한 대화가 이어져서 세계2차대전 당시 사회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과학의 영역과 그들의 고민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되게 중요한 이슈이지만 막상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거리를 이 참에 생각이나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행여 뭐가 옳은지 의식이 없더라도 책 속의 대화를 읽으며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 좋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을 나는 거진 다 처음 들어봤는데 고등학교 이과과정을 들었다면 알 수 있는 정도로 되게 유명한 인물들이라고 한다. 다행히 나는 문과고 떳떳하게 난 모르는데? 문과거둔? 암튼. 비문학에 낯선 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좋은 입문서였다. 추천합니다. 대신 챕터 잘 골라 읽으세요. 1장부터 읽다간 3페이지만에 벽에 머리 박을 수 있습니다.

즐거운 독서였고 좋은 책이었다. 위 부분 외에도 읽고 발췌와 감상을 보충하겠다.

발췌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 던질까,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하면 맞힐 확률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머리를 쓰지 않고 그냥 맞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또 달라지고 정말로 맞힐 수 있게 되지요.

종교는 일종의 아편이야. 민중이 행복한 소망 가운데 취하여 자신들이 당하는 불의를 용납하도록 건네진 아편이지.

우리 없이도 이미 늘 존재해왔고,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분명한 연관이 말이에요. 그런 연관이 우리 과학의 원래 내용일 거예요.

올바른 주장의 반대는 잘못된 주장이다. 그러나 심오한 진리의 반대는 다시금 심오한 진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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